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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행지와 오행기 수련 공법이 필요해서 >
화르르르륵!
카라라락! 카가가가강!
스르르륵! 스르르!
쏴아아아아!
네 방위를 점한 수사들로부터 화기와 금기, 목기, 수기가 넘실거렸다.
그리고 그들에게 포위된 제고경이 오행기를 발산하며 대치하고 있었다.
“너희가 이러고도 무사할 것 같으냐? 이미 몇 번을 이야기하지 않았느냐? 천지오행진을 장악하고 너희를 공격하는 것은 내가 아니라고!”
“웃기지 마라 제고경, 네 간사한 말에 우리가 속을 것 같으냐?”
“옳다. 우리는 이미 천지오행진 대부분을 장악하였다. 이제 남은 것은 네가 차지하고 있는 오행지 부분뿐이다. 그럼에도 네가 범인이라고 주장하는 강건우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설마 우리 다섯의 이목이 너보다 못하다는 말은 아니겠지? 혹시 그렇다면 말해 봐라. 네가 말하는 강건우란 놈이 어디에 있는지.”
“설마 제고경 네가 장악한 진법 안에 숨기고 있다는 말은 아니겠지? 푸하하하.”
제고경은 자신이 오행봉의 수사를 공격한 것이 아님을 몇 번이나 주장했지만 난수류, 목회령, 폐철, 양출 등의 네 수사는 그것을 전혀 믿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과 곤지는 그동안의 노력으로 천지오행진을 거의 완전히 장악한 상태였다.
그런 중에 그들의 이목을 피해서 진법 안에 강건우란 수사가 숨어 있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그러 니 종적이 묘연한 강건우를 범인으로 주장하는 제고경의 말을 어찌 믿을 수 있을까.
도리어 궁지에 몰린 제고경이 궁색한 핑계를 대며 위기를 면하고자 하는 것이 분명했다.
“끝까지 이리 나를 핍박한다면 나도 어쩔 수 없이 최후의 수단을 쓸 수밖에 없다! 그러니 그것이 두렵다면 더 이상은 나를 자극하지 마라!”
그 때, 놀림을 받은 제고경이 일그러진 얼굴로 네 수사를 노려보며 고함을 질렀다.
제고경은 원래 조인족(鳥人族)으로 부리 밑에 큰 주머니를 달고 있는 종족이었는데, 지금은 그 부리 주머니를 크게 부풀려 오행기를 가득 모으고 있었다.
언제든 그 기운을 터트려 동귀어진을 할 수도 있다는 위협이었다.
“이제 본색을 드러내는 것이냐? 그럴 줄 알았다.”
“하지만 늦었다. 이전이라면 너의 그 수작에 겁을 먹었겠지만 이미 우리는 네가 무섭지 않다.”
“네가 장악한 천지오행진의 일부를 허문다 하더라도, 우리는 그것을 복원할 방책을 마련해 두었단 말이다.”
“그러니 어디 한 번 그걸 터트려 봐라. 그리고 혹여 네 스스로 자폭한 뒤에 우리가 무엇을 어찌 하는지 궁금하다면 영체라도 남겨서 확인을 해도 좋다.”
“물론 그 영체는 우리가 거두어서 죽지도 살지도 못하게 만들어 주겠지만.”
제고경의 위협에도 네 수사는 그다지 위협을 느끼지 않는 듯 그를 놀리기에 바빴다.
그렇게 되자 제고경은 더욱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믿고 있던 최후의 수단이 쓸모없다면 이제 저들 네 수사에게 붙잡혀 치욕을 당하거나 그렇지 않다면 스스로 깨끗하게 소멸을 선택하는 방법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로 어리석은 것들! 이미 눈과 귀가 막혀 버렸구나. 지금 우리가 이렇게 싸우는 것이 모두 그 놈의 간교한 농간임을 모른단 말이냐?”
제고경은 고개를 높이 들어 하늘을 보며 한탄하듯 말했다.
그런데 그런 제고경이 바라보는 하늘은 천지오행진의 하늘이 아니라 오행봉 분지에 있는 성륜역의 하늘이었다.
즉, 제고경은 천지오행지과 성륜역이 연결되는 입구를 막고 서 있는 상태였던 것이다.
마치 언제든 천지오행진을 벗어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모습이었는데, 그것이 더욱 다른 네 수사를 자극하고 있었다.
천지오행진에 종속되어 자유를 잃은 수사들에게 그보다 부러운 모습이 또 어디 있을까.
제고경은 그런 네 수사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한동안 하늘을 올려보고 있었다.
“시끄럽다! 더는 시간을 끌 것도 없다. 모두 힘을 내어 저 놈을 징치합시다. 이후에 무너진 진법을 복원하고, 저 놈이 장악하고 있는 영역까지 우리가 확보할 수 있다면, 능히 우리의 족쇄를 풀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 양출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화기를 크게 끌어 올리며 동료들에게 소리쳤다.
그러자 난수류와 목회령, 폐철이 각각 수기와 목기, 금기를 그에 맞춰 키워 나갔다.
당연히 제고경이 진법 밖으로 탈출할 여지는 오래전에 막아 놓은 상태였다.
그렇지 않았다면 제고경은 세가 불리하다고 느꼈을 때, 이미 진법 밖으로 줄행랑을 놓았을 것이다.
지금 제고경이 이 자리에 있는 것은 그리 하지 못하기 때문이지 하지 않는 것이 아니었다.
“안타까운 일이다. 내가 여기서 마지막 수단을 동원하여 자폭하는 것이 어리석은 일임을 모르지 않는다. 그것이 숨어서 이 일을 꾸민 놈이 바라는 것일 테지.”
제고경이 네 수사가 들이치는 모습에 마지막을 예감하고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것은 마치 저항을 포기하려는 듯이 보이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숨어 있는 그 놈이나 네 놈들이나 나에겐 다를 것이 없다. 과거 오행의 기운을 축소시켜 내 수련을 방해한 것이 너희였는데 어찌 내가 그것을 잊을까. 게다가 이번에 상황파악도 제대로 못하고 나를 핍박하여 죽이려 하니, 너희의 모자람 또한 크다. 그러니 어찌 너희에게 죄가 없다 하겠느냐!”
하지만 제고경은 포기와 저항의 마지막 선택지 앞에서 결국 결사의 저항을 선택했다.
죽더라도 맥없이 당하는 것은 그간 그가 수사로 살아온 삶의 방식이 아니었던 것이다.
“저놈이!”
“끝내!”
“속죄할 줄을 모르고!”
“윤회조차 허락하지 않겠다!"
그런 제고경의 모습에 네 수사가 분노의 고함을 지르며 일제히 술법을 발현했다.
그러자 제고경을 포위한 네 방향에서 화기와 목기, 수기, 금기의 기운이 괴수와 넝쿨, 파도와 창으로 변하여 제고경을 향해 날아갔다.
제고경은 그 순간 다섯 수사가 아니라 네 명의 수사만 찾아온 것을 크게 아쉬워했다.
다섯 봉우리의 수사들이 모두 찾아왔다면 오행의 기운이 모두 이곳에 모였을 것이고, 그랬다면 자신이 그 기운을 오행기로 한꺼번에 개변시켜 일발역전을 꿈꿀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것이 오행기를 익힌 제고경이 가진 회심의 한 수였다.
그런데 그것을 미리 알기라도 했다는 듯이 토기(土氣)가 빠져 있으니 네 수사의 기운에 자신이 간섭할 여지가 확연히 줄어 버렸다.
그리고 그 말은 제고경이 네 명의 수사를 상대로 힘대 힘으로 맞서야 한다는 소리였고, 같은 태령기 완경의 수사 넷을 상대로 그가 승기를 잡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말과 같았다.
“내가 이렇게 끝장이 나겠지만 그렇다고 허무하게 가지는 않으리라!”
제고경은 그렇게 읊조리며 부리 주머니에 모아 두었던 오행기를 폭주시켜 천지오행진을 향해 쏟아부었다.
자신을 공격하는 수사들이 아니라 진법을 향한 공격, 그것이 가장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수단임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저 놈이 끝내!”
“끝까지 패악을 부리는구나!”
이에 폐철과 양출이 크게 분노하며 고함을 질렀다.
그리고 난수류와 목회령 역시 어금니를 악물며 제고경에 대한 공격의 고삐를 조였다. 하지만 죽음을 각오한 제고경의 마지막 수단은 무척 위협적이었다.
그는 자신이 장악한 천지오행진의 진법 영역에 폭주한 오행기를 밀어 넣어 모든 것을 무너뜨리기 시작했다.
물론 난수류와 목회령 등은 이미 제고경이 그런 수작을 부리더라도 진법을 다시 복구할 수 있다고 말했었다.
하지만 죽음을 각오하고 조금이라도 손해를 끼치려는 제고경의 수작은 예상보다 훨씬 큰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콰르르르릉! 번쩍! 번쩍!
콰릉! 우르르르릉! 콰과과광!
제고경의 수법에 진법의 일부가 빠르게 무너지기 시작하자 천지오행진 내부에 재앙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화수목금토의 다섯 기운이 제멋대로 상생, 상극을 반복하며 폭주했고, 그 때문에 진법 공간 전체에 공간 균열까지 생기기 시작했다.
“끄응! 어서 저 놈을 끝장내고 진법을 안정시켜야 한다.”
“서두르자!”
목회령과 폐철이 고함을 지르며 더욱 제고경을 압박했다.
그 때, 제고경은 이미 대부분의 힘을 진법 파괴에 불어 넣는 중이라 그들의 공격을 막을 힘이 남아 있지 않았다.
그저 간발의 차이로 진법 파괴의 목적을 먼저 달성할 수 있을 것이란 점에 위안을 얻을 뿐이었다.
그런데 제고경이 스스로 자신이 장악한 진법을 완전히 무너뜨린 직후, 네 수사의 공격이 제고경에게 닿기 직전.
이변이 일어났다.
쿠구구구구구궁! 콰르르르륵!
“크윽!”
“이, 이게 무슨?’
“지,진에 변화가?!”
“진법이 우리의 통제를 벗어나고 있다!”
목회령과 폐철 등의 네 수사가 깜짝 놀라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죽기 직전에 숨통이 트인 제고경 역시 영문을 몰라 상황을 살폈다.
그 때는 이미 제고경이 장악하고 있던 오행기 영역의 천지오행진은 거의 무너진 상태였는데, 그렇게 되면 천지오행진의 다른 영역에도 연쇄작용으로 큰 문제가 생겨야 했다.
하지만 지금 천지오행진은 앞서 일어났던 재앙과 이변이 진정되며 도리어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허어! 도대체……. 으윽!”
제고경은 영문 모를 상황에 탄성을 터트리다가 어느 순간 자신을 억누르는 강력한 힘에 신음을 터트렸다.
“천지오행진이 우리의 손에서 벗어났다.”
“누, 누군가 우리의 진법 장악력을 빼앗아 가고 있는 거다!”
“그, 그 놈! 강건우 그 놈이 살아 있었단 말이냐?”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목회령, 폐철, 양출, 난수류 등도 저마다 놀람을 감추지 못하고 당황하며 소리를 질렀다.
그런데 어느 순간 허둥거리고 있던 네 수사의 모습이 흐려지더니 제고경의 눈앞에서 사라져 버렸다.
“흐음. 이 정도면 대충 깔끔하게 정리가 되었군.”
“누구냐?!”
네 수사가 사라진 후 모습을 드러낸 젊은 청년 수사의 모습에 제고경이 깜짝 놀라며 물었다.
“예상이 되지 않아서 묻는 것은 아닐 텐데?”
이에 그런 제고경을 향해 건우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네가 이 모든 일을 꾸민 놈이구나. 강건우라 했던가?”
“맞아. 내가 강건우다. 그런데 일면식도 없는 우리가 서로 쌓인 원한은 꽤나 깊은 사이지. 안 그래? 제 수사, 너는 어찌 생각해?”
“끄응.”
건우가 스스로의 정체를 밝히며 묻는 말에 제고경은 대꾸할 말을 찾지 못하고 앓는 소리만 냈다.
과거 자신이 한 짓이 있으니 입이 있어도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경지가 낮은 수사를 함부로 대하는 것이야 수도계에서 빈번한 일이 아닌가.
과거 제고경이 건우를 없애려 했던 것도 따져보면 당시에는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다.
당시에 그가 오행봉의 다섯 수사에 대한 악심을 품고 있던 터에, 그 놈들의 일을 대신할 건우가 들어왔으니 잡아 죽이려 했을 뿐이다.
그러다가 건우가 천지오행진을 크게 장악하고 오행봉 수사들을 제압하려 할 때는, 이미 앞서 자신이 한 짓이 있었기에 후환이 걱정되었다.
그래서 그것을 방해했고, 이후엔 더더욱 적극적으로 건우를 죽이려 애썼을 뿐이다.
“진법 내에서 종적이 사라졌기에 결국 진법의 힘을 당하지 못하고 죽은 줄 알았더니……
“확실히 위험하긴 했지. 제 수사가 그리 진법을 위태롭게 뒤흔들어 대었으니 말이야.”
“그렇게 쥐새끼처럼 숨어서 이번 일을 꾸몄구나?”
“제 수사가 워낙 진법을 강력하게 장악하고 있어서 그럴 뺏기가 쉽지 않았지. 결국 그걸 빼앗는 것보다는 부수고 다시 만드는 것이 쉽겠다는 결론이 났거든.”
“그래서 나와 오행봉 놈들을 상잔시키고 마지막 순간에 진법을 안정시켰군.”
“내가 홀로 제 수사와 싸워 이기는 것도 쉽지 않고, 이길 수 있다고 해도 대신 쓸 손발이 있는데 굳이 그럴 이유가 있나?”
"으드드득!
“게다가 진법이 과하게 훼손되는 것도 막아야 했단 말이지. 한동안은 내가 오행지를 좀 써야 하는데 진법에 문제가 생기면 오행지의 기운도 약해지지 않겠나.”
“하하하. 결국 네 놈의 뜻대로 되었구나. 내가 장악했던 진법의 대부분은 무너졌고, 오행봉 녀석들은 다시 제압되어 제자리로 돌아간 듯하니.”
“천지오행진의 바탕이 되는 것은 천지 법칙의 흐름이다. 이곳에 오행봉을 만들고, 오행지를 만든 그 천지법칙의 진의를 더 깊이 파악한 것이 답이었지.”
“이곳 천지오행진에 대한 이해가 남다르다는 말이구나.”
“그만한 준비가 없었다면 어찌 내가 너희 모두를 한꺼번에 판에 올리고 일을 꾸몄겠느냐.”
“크흐흐. 그래, 그렇겠지.”
“자, 그럼 이제 마무리를 하자꾸나.”
“그래. 네 마음대로 하거라. 네가 이겼으니.”
건우의 말에 제고경은 이전 네 명의 수사와 동귀어진을 각오했던 때와는 달리 모든 것을 포기한 듯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사실상 쓸 수 있는 모든 힘을 써버린 상황이라 싸우고 싶어도 싸울 힘이 남지 않았던 것이다.
“그럼 묻겠다. 너는 소멸을 원하느냐? 아니면 윤회를 원하느냐?”
그런 제고경을 향해 건우가 진중한 표정으로 물었다.
“쯧,원하는 것이 있는 모양이구나.”
제고경은 그 즉시 자신이 윤회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건우에게 뭔가를 내어 줘야 함을 깨달았다. 수도계에서 대가 없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는 법이니.
“네게 오행기를 수련하는 수련 공법이 몇 개 있을 듯한데?”
그러자 제고경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는지 건우가 활짝 웃는 얼굴로 오행기의 수련 공법에 대해 물었다. 제고경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허탈한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 오행지와 오행기 수련 공법이 필요해서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