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환장 통수 선협전-414화 (414/499)

(414)

< 자, 춤추어라 꼭두각시들아 >

= 다들 수련을 멈추고 내 말을 좀 들어 보겠는가.

오행봉, 다섯 봉우리 주인들의 의식 연결 통로에 목회령의 심언이 전해졌다.

그러자 곧바로 다른 수사들의 반응이 돌아왔다.

하루하루 별다른 변화도 없이 천지오행진에 기운을 불어 넣는 일만 하고 있는 상황.

이처럼 누군가 이야기를 시작해 주는 것은 언제든 반길 일이다.

물론 자칫 천지오행진을 장악한 건우에게 그런 사실을 들키지 않을까 걱정하여 심언을 주고받는 것도 조심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 무슨일이지?

= 목회령, 특별한일이라도 생겼나?

난수류와 폐철이 먼저 아는 척을 했다.

= 마침 목회령이 모두를 불렀군. 잘 되었다. 나 역시 할 이야기가 있었는데.

그런데 다음으로 나선 양출의 심언에 묘한 구석이 있었다.

그 역시 뭔가 할 이야기가 있었다는 것이 아닌가.

= 할 이야기? 양출 수사, 혹시 그것이 천지오행진에 관계된 것인가? 특히 오행의 기운을 하나로 엮어내는 오행기에 대한…….

이에 목회령이 뭔가 기대하는 기색을 담아 양출에게 물었다.

= 목회령. 당신이 하려던 이야기가 그것이었나? 정말 그렇다면 당신과 내가 같은 생각을 했을 수도 있겠군.

이에 양출도 놀라며 자신이 목회령과 같은 이야기를 하려 했음을 드러냈다.

= 무슨 이야기냐? 너희만 아는 이야기를 하려는 거냐기 = 우리 모두가 알아야 할 내용이라면 어서 말을 해라.

= …….동의(同意)!

그러자 평소와 다른 둘의 이야기에 난수류와 폐철, 곤지가 흥분하며 빠르게 관심을 보였다.

= 쯧, 곤지 수사는 어찌 의식 연결이 틀어져서 저리 모자란 상태가 된 것인지.

그런데 그런 중에 난수류가 곤지의 반응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투덜거리며 핀잔을 주었다.

= 난수류 수사는 무슨 그런 말을 하는가. 그런 말이 우리의 우의(友誼)를 깨트리는 것임을 모르는가? 지금껏 곤지 수사가 우리와 함께 하며 부족한 적이 있었던가? 그저 의식 연결이 원활치 못하여 짧게 뜻 을 전한 것일 뿐인데.

하지만 곧바로 폐철이 사나운 기세로 난수류를 나무랐다.

= 아니, 내가 뭐라 했나? 그저 답답하여 한 마디 한 것을 가지고.

= 서로 의가 상할 상황은 만들지 말자는 것이지. 지금의 곤궁한 처지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우리 다섯이 모두 힘을 모아야 함을 모르는가?

= 쯧, 알았다. 내 곤지 수사에게 사과하지. 마음은 그렇지 않았지만 표현이 무례하고 서툴렀음을 인정하고 사과한다.

몇 마디 투덕거리긴 했지만 결국 난수류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곤지에게 사과를 했다.

난수류도 자신의 신세가 각박함에 신경이 예민해진 것을 인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 ……? 무관(無關).

이에 곤지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상관없다는 답변을 짧게 던졌다.

= 자, 지금 우리가 서로 싸울 때가 아니다. 목회령 수사가 발견한 것이 내가 알아낸 것과 같다면, 지금 우리의 상황에 중요한 변수가 생긴다.

그 때, 양출이 수사들의 분란이 잦아들 수밖에 없는 심언을 던졌다.

거기에 목회령 역시 그런 양출의 말에 힘을 실어 주었다.

= 양출 수사의 말이 옳다. 그러니 잘 들어라. 처음 이야기를 시작한 것이 나였으니 내가 상황을 설명하겠다. 혹여 미진한 것이 있다면 양출 수사가 보충을 하면 되겠지.

= 알았다 그리하지 .

양출이 곧바로 목회령의 뜻을 받아들였고, 목회령은 멈춤 없이 심언을 이어갔다.

= 자, 우리 다섯은 오래전에 천지오행진을 차지하고 그 진으로부터 각자의 속성에 맞는 기운을 얻어 수련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진에 이상이 생겨 그것을 해결할 요량으로 성령기 수사 하나를 진에 던 져 넣었지.

= 그것을 모르는 이가 누가 있나? 곁다리는 빼고 핵심만 이야기해라.

= ……?동의(同意)!

= 알았다. 폐철, 곤지. 그렇게 하지. 아무튼 그렇게 던져 넣었던 강건우란 성령기 수사 놈이 결국 천지오행진을 장악하고 우리를 습격하여 진에 종속시키기에 이르렀다. 이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지금의 상 황이다. 그렇지 않은가?

= 같은 말을 하게 하지 말라 하지 않았나? 굳이 상처를 헤집을 이유가 어디에 있단 말이냐?

= 그렇다.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굳이 하는군.

난수류, 폐철, 곤지가 모두 불쾌한 기색을 심언에 담아 퍼트렸다.

그러자 목회령이 그들의 반응을 무시하며 심언을 이었다.

= 그런데 내가 천지오행진을 살피다보니 우리가 알고 있던 사실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음을 알게 되었다.

= 사실이 사실이 아니다?

= 그게 무슨 뜻이지?

= ……, 배후(背後)?

= 그렇다. 곤지 수사의 말이 맞다. 내가 요즈음 천지오행진에 대한 이해가 조금 높아져 이전보다 깊은 곳까지 살필 수 있게 되었다. 그리하여 천지오행진에서 다섯 기운을 아우르는 영역에 닿게 되었는데??

?…, 그곳에서 내가 발견한 것은 천지오행진을 장악하고 있는 또 다른 수사였다.

= 또 다른 수사라고? 강건우 그 놈이 아니라? 으음, 그렇다면 그 자는 분명?

= 오행지를 차지한 제고경(朝?顔)이겠군.

난수류와 폐철이 심언을 주고받으며 곧바로 답을 찾아냈다.

= 목회령, 당신의 말은 그 제고경이 천지오행진을 장악하고 있음을 확인했다는 거고, 그 말은 그 놈이 우리를 이렇게 만든 놈일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군?

이어서 폐철이 묵직한 어조로 상황을 정리하며 물었다.

= 나는 그리 판단했는데, 그것이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면 그것이 진실에 가깝지 않겠나? 자, 양출 수사, 당신의 생각은 어떻지? 하려고 했던 이야기가 내 말과 같은 것이던가?

목회령은 자신의 생각을 먼저 밝힌 후, 그렇게 양출의 의견을 물었다.

양출 역시 목회령과 같은 생각이라면 그들의 추측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을 터.

난수류와 폐철, 곤지가 양출의 대답을 기다리며 그에게 의식을 집중하였다.

= 커엄. 나 역시 천지오행진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간 끝에 목회령 수사와 비슷한 곳에 이르렀다. 그리고 같은 것을 발견했지. 제고경, 그 놈이 천지오행진을 장악하고 있는 것을 = 그 놈이 진을 장악했다는 말은 진을 변화시켜 우리가 지금 처해 있는 상황을 만들어낼 수 있을 거란 뜻인가?

양철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폐철이 다시 그 내용을 확인하겠다는 듯이 목회령과 양출 양쪽으로 의념을 나누어 뿌리며 물었다.

= 제고경이 천지오행진을 장악한 수준을 살펴보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았다.

= 나 역시 그렇게 보았다.

목회령과 양출이 동시에 제고경에게 충분히 그럴 능력이 있음을 밝혔다.

그러자 난수류와 폐철, 곤지의 기세가 거칠고 날카롭게 변하기 시작했다.

= 어쩐지 이상하다 싶었다. 건우란 놈은 고작 성령기 초기에 불과한데 어찌 우리를 도모할 수 있었을까 이상했지. 이제 보니 분명히 제고경 그 놈이 배후에 있었음이다.

=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우리 다섯이 천지오행진을 이용하여 오행의 기운을 중간에서 가로챈 일을 두고 억심을 품어 벌인 일이 분명하다.

= ……. 동감(同感)! 응징(膺懲) 요(要)!

난수류와 폐철이 흥분하여 심언을 높였고, 이어서 곤지가 오랜만에 장문으로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다.

제고경에 대한 보복을 천명한 것이다.

이에 다른 네 수사들 역시 뜻을 모으기 시작했다.

= 한동안 강건우 그 놈의 종적이 묘연했다. 어쩌면 제고경이 이미 그 놈을 제거했을 수도 있다.

= 그럴 것이다. 쓸모가 다한 사냥개는 삶고도 남을 놈이 제고경 그 놈이 아니냐.

원래 제고경은 그리 모난 수사가 아니다.

그는 오행봉으로 둘러싸인 분지 중앙의 오행지에서 자신의 수련에만 힘을 쓰던 이다.

그런데 그런 제고경의 수련을 방해한 것이 이들, 오행봉의 다섯 수사였다.

이들이 천지오행진의 일부를 파악한 후에 진법을 조작하여 오행지로 들어가는 기운을 차단하고 최소한으로 줄였던 것이다.

이에 제고경이 마음속으로 앙심을 품기는 했지만 홀로 다섯 수사를 상대로 이길 수 없음을 알았기에 꾹꾹 참으며 교류를 끊어 버리기만 했다.

거기까지 본다면 제고경은 그저 피해자에 불과하고, 지금 난수류 등이 제고경을 욕하는 것은 전혀 이치에 닿지 않는다.

실상, 제고경과 다섯 수사와의 관계를 말하자면 제고경은 일방적으로 피해를 입은 피해자라 봐야 할 것이다.

당연히 사냥이 끝난 사냥개를 삶을 성품을 가졌느니 하는 것은 그저 제고경을 폄하하기 위한 헛소리일 뿐이었다.

= 그래서 어찌하면 좋겠나?

그런 중에 목회령이 묵직한 질문 하나를 던졌다.

그러자 다섯 수사들 모두가 한동안 침묵에 잠겼다.

모두가 생각들이 많아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던 중 난수류가 먼저 의식을 펼쳐 심언을 전했다.

= 복수를 하자면 못할 것은 없다.

= 뭐라? 방법이 있다고?

난수류의 말에 양출이 깜짝 놀라며 물었다.

= 나는 아직까지 천지오행진의 종속을 떨치고 진을 벗어날 방법은 찾지 못했다. 하지만 진법 안에서는 자유로울 수 있는 방법을 거의 찾아낸 상태다.

= 진법 안에서의 자유?

= 그게 무슨 말이지?

= ??

= 말 그대로다. 진법에 묶여서 기운을 충당해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그런 상황이라도 진법 안에서 자유로이 움직일 방법이 있다.

난수류는 지금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자신이 모색하고 있던 방법을 숨김없이 털어놓았다.

아직 완성된 것은 아니지만 함께 고민한다면 답을 더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여긴 것이다.

= 그럼 그 방법을 쓰면 우리가 한 곳에서 모두 모일 수도 있다는 거군.

= 그리고 우리가 모인다면 제고경 그놈을 찾아가 죄를 물을 수도 있다는 것이고?

= 아니, 아니지. 제고경이 우리의 움직임을 안다면 천지오행진을 어찌 변화시킬지 알 수 없다. 최대한 은밀하게 움직여 한 방에 모든 것을 끝내야 한다.

양철, 폐철, 난수류가 흥분하여 제고경의 처리를 두고 떠들었다.

= 아니다. 그래서는 위험해. 차라리 천지오행진에 대한 우리의 장악력을 높이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이다.

그 때, 목회령이 반대 의견을 내었다.

그러자 곧바로 폐철이 말을 바꾸어 목회령의 편을 들었다.

= 생각해 보니 목회령의 말이 옳다. 나도 진법을 장악한 연후에 제고경을 잡아 죽이는 순서가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 하지만 천지오행진을 장악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 안에 담겨 있는 천지 법칙의 비의를 어찌 파악한단 말이냐?

= 우리는 천지 법칙의 비의 따위를 알 필요가 없다. 그저 그 위에 허상처럼 세워 놓은 천지오행진만 파악하면 될 일이다.

= 아, 그렇군. 어차피 천지오행진도 선대 수사들이 천지 법칙의 비의를 흉내내어 만든 것, 거기에 담긴 깊은 뜻을 궁금해 할 것이 아니라, 단순히 진법 자체의 운용과 활용 따위만 알면 될 일이다. 그것도쉽 지는 않겠지만 천지 법칙의 흐름까지 넘보는 것에 비하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 옳다. 그래서 가능성이 있다고 하는 것이다.

한동안 난수류, 목회령, 폐철, 양출이 서로의 생각을 교환하며 열띤 토론을 벌였다.

= …….동의(同意)!

그런 중에 곤지가 결론을 내리듯이 한 마디를 했고, 그것이 곧 다섯 수사의 행동을 결정하는 마디가 되었다.

= 그렇다면…….

= 그것은 가능할 듯……?

= 그것은 내가 이미…….

이후 그들은 천지오행진을 장악하기 위해서 서로 가르치고 배우며 논의를 이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결과 곤지를 제외한 네 수사가 나서서 진법의 틀을 파악하고 그것을 공유하며 진법을 조금씩 장악해 나가게 되었다.

그렇게 진법에 대한 장악력을 높인 후, 음모를 꾸민 제고경을 징치하여 천지오행진에 종속된 자신들의 처지를 풀겠다는 생각이었다.

“좋아! 아주 제대로 내가 원하는 방향이야.”

이 때, 곤지 행세를 하는 흡기토성유근의 혹을 통해 그와 같은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건우가 작게 환호성을 올렸다.

건우는 목회령, 양출과 연결된 천지오행진에 틈을 만들어 그들의 의식이 오행기를 만드는 영역까지 닿도록 유도했다.

그곳은 제고경이 진법을 장악하고 있는 곳이라 목회령과 양출이 거의 비슷한 시기에 그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제고경이 천지오행진에서 오행지와 연관된 부분을 워낙 확실하게 장악하고 있으니, 목회령이나 양출이 그것을 보며 자신들을 습격한 배후에 제고경이 있다고 오해할 수밖에 없었지.”

이제 저 네 수사들이 제고경을 공격하게 되겠군요?

“그럴 수밖에 없겠지. 제고경이 싸우고 싶지 않다고 해도 이미 저들의 오해는 깊어진 후니까.”

뭐, 제고경이 제 무덤을 판 거죠. 하필 건우 님의 행사를 방해하고 죽이려고까지 했으니까요.

“그 놈이 아니었다면 곤지 수사가 죽을 일도 없었겠지. 중요한 순간에 놈이 진법을 뒤흔드는 바람에 곤지를 완벽하게 제압하지 못했고, 곤지가 그 틈을 노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으니까.”

그래서 결국 구근의 혹을 이용해서 곤지 노릇을 대신하게 만들어야 했잖아요. 그 뿐만이 아니라 제고경 그 놈이 때때로 천지오행진의 기운을 뒤집어 건우 님을 죽이려 했고요.

“처음 천지오행진에 들어왔을 때부터 나를 마땅치 않게 여겼는지 그런 수작을 부렸지. 그러다가 내가 다섯 봉우리의 수사들을 제압하자 더욱 날뛰며 공격을 했었지. 그것도 얌체처럼 숨어서, 진법의 힘으로 만.”

네에. 건우 님이 진법을 이용해서 기척을 완전히 감출 때까지 아주 악착같았죠.

“이젠 나도 태령기도 되었고, 그 놈이 차지하고 있는 오행지도 욕심이 나는 상황이니 구원(舊怨:오래된 원한)을 해결해야지. 흐흐흐.”

엑, 그렇게 웃지 마세요. 악당 같아요. 이번 일도 따지고 보면 건우 님이 악역은 아니잖아요. 안 그래요?

“그야 당연하지. 오행봉의 수사 놈들이나 제고경이나, 나에게 큰 빚을 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니까.”

그렇죠. 그게 진실이죠. 암요. 그러니 음흉한웃음은 짓지 마세요.

“하하하. 그래. 그러자꾸나.”

건우는 몽이의 말에 호탕한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시간을 들여 오행봉 수사들과 제고경의 상잔을 설계했다.

< 자, 춤추어라 꼭두각시들아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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