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환장 통수 선협전-413화 (413/499)

(413)

< 태령기, 태령기 신나는 승경(陸境)! >

보라색 구름과 샛노란 뇌전.

그것은 천지 법칙의 징벌.

천겁이거나 혹은 역천자에 대한 시험에서 나타나는 징조.

지금 성륜역 오행봉의 천지오행진 안쪽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은 바로 그것이었다.

현실을 비틀어 진법으로 만들어낸 공간.

그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승경 시험.

역천자인 수사가 성령기의 경지를 뚫고 태령기에 오르려 함에, 천지 법칙이 그것을 막고자 천겁뢰를 불렀다.

하지만 승경을 시도하는 이는 이미 천지오행진까지 장악해버린 천고의 기재.

애호에 천지오행진은 천지 법칙이 오행봉과 오행지를 만드는 비의를 흉내내어 만든 것으로 그 수준이 이미 태령기를 넘어선 것이었다. 말하자면 인계나 영계의 수준을 넘어 선계 수준에 걸친 진법이라는 소리.

이는 곧 태령기 윗줄의 경지, 그 아득한 진선경에 닿아 있는 진법이라는 소리다.

그러니 진법 안에서 승경 시험이 벌어져도 바깥에선 그 징후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만약 그 진법이 그토록 지고한 수준이 아니었다면 어찌 태령기 승경의 징후를 숨길 수 있었을까.

그런데 그런 진법을 거의 장악해버린 승경자에게 태령기 승경의 시험이란 그리 대단할 것이 없었다.

번쩍! 번쩍! 버언쩍!

쿠르르르르릉! 꽈르르르르릉!

천지 법칙은 역천을 시도하는 수사에게 연이어 시험과 징벌의 뇌전을 내리꽂았다.

하지만 그때마다 역천자를 감싸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천지 법칙의 비의가 담긴 천지오행진의 흐름이었다.

역천자가 천지오행진을 장악하여 그 힘으로 천겁뢰를 가로막는 것이다.

이러니 애초에 역천자에 대한 천지 법칙의 시험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

그럼에도 시험에 안배된 천겁뢰는 멈추지 않고 역천자의 정수리를 향해 떨어져 내렸고, 그런 중에도 태연하기만 한 역천자는 끝내 자신의 경지를 진일보시켜 태령기로 끌어 올리고 말았다.

그리고 그 순간, 당연하게도 천지 법칙은 시험을 멈추고 승경자에게 축복의 법열을 내렸으나 그 속에 숨어 있는 쾌락의 함정 따위는 가볍게 뿌리친 역천자의 의식이 심오한 천지 법칙의 진의를 향해 나아갔 다.

‘이번 승경은 오행 속성에 대한 것이 주축이다. 그러니 그 깨달음에 대한 것을 얻게 될 터. 조금이라도 태만해서는 안 될 것이다.’

역천자 건우는 보라색 구름을 뚫고 내려온 서광을 따라서 의식이 이끌려 가는 것을 느끼며 한층 정신을 날카롭고 청명하게 가다듬었다.

승경 후, 법열을 담은 서광을 따라가면 그 끝에서 천지 법칙의 큰 흐름과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중에서 승경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깨달음과 연관된 천지 법칙의 지혜를 만나게 되며 그것을 온전히 얻게 되면 바로 ‘천지 법칙’의 ‘법칙’을 깨닫게 된다.

‘내가 얻은 생기 법칙이 바로 그렇게 된 것이지. 물론 그것은 그야말로 지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래도 또한 온전한 법칙인 것은 분명하지.’

거대한 생기 법칙의 일부였지만 또 그 자체로도 온전한 생기 법칙인 그것.

그것을 건우는 그렇게 얻었던 것이 아닌가.

‘문제가 있다면 법칙이란 것이 선계의 신선들에게 허락된 것이란 점. 이전엔 그것을 몰랐지만 생기 법칙을 궁구한 덕분에 이제는 그 비밀을 안다. 법칙의 힘은 곧 진선경 이상의 수사가 될 수 있는 기준이다., 건우는 생기 법칙을 얻은 후, 그것을 조금씩 궁구하는 동안에 그와 같은 비밀을 알 수 있었다.

‘그것만 봐도 그 녹색의 영과가 얼마나 대단한 보물인지 알 수 있다. 생각해보면 내가 그것을 품고 있다는 자체가 두려운 일이지. 혹여 들키는 날에는 곧바로 진선경 이상의 수사들이 나를 노릴 것이 분명하니.’

보물을 가진 자, 힘이 없는 것은 죄가 된다.

건우는 그것을 분명히 알고 있었기에 자신이 생길 때까지는 절대 녹색 영과를 의념 공간 밖으로 꺼내 놓지 않을 결심을 한 후였다.

‘아, 지금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다. 집중, 또 집중해야 할 때다.’

기회는 많지 않다.

이제 진선경까지 태령기 중기와 후기, 두 번의 법열이 남았을 뿐이다.

이번 기회까지 세 번.

그중에 다시 새로운 법칙을 얻게 된다면 그 얼마나 좋겠는가.

게다가 이후 진선으로 승경하는 과정에서도 법칙을 깨닫게 된다면?

운이 좋으면 진선이 되는 순간부터 자신은 다종의 법칙을 들고 있을 수도 있다.

그래서 건우는 다시 한 번 정신을 가다듬으며 법열의 쾌감을 떨쳐내고 저기 눈앞으로 다가오는 천지 법칙의 흐름에 집중했다.

신묘하기 짝이 없는 저 엄청난 법칙의 흐름.

저 안에는 수천 종의 법칙이 어우러져 있으며, 그 법칙들이 서로 뒤엉켜 또 그 나름의 의미를 지닌 법칙을 만들어 낸다.

법칙의 발현은 그 자체로 절대적인 규칙이며 정해진 틀이다.

그것에 간섭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더 강대한 법칙뿐이다.

그 법칙이 기존의 법칙과 같거나 혹은 다르거나는 문제가 아니다.

오직 더 강대한 법칙이냐 아니냐의 문제이며, 그 법칙에 담긴 의지의 문제이다.

‘아, 이런!’

또다시 잡념에 시간과 정신을 빼앗겼다.

건우는 자책하며 다시 법칙의 흐름에 집중한다.

그러자 그 엄청난 흐름 속에서 몇몇 신묘한 문자, 문양이 건우를 향해 다가온다.

하지 만 그것들을 모두 욕심 낼 수는 없다.

‘저 중에 내가 취할 수 있는 것. 그것을 알아야 한다.’

건우는 의식의 어금니를 깨물며 오행 속성에 대한 깨달음을 떠올렸다.

‘속성 하나를 취할 수는 없다. 그것은 내 깨달음이 아니다. 또한 오행기도 욕심낼 수가 없다. 나는 오행기로 경지를 올린 것이 아니다. 나는 다섯 기운의 상생과 상극, 조화와 대치를 통해서 태령기에 올랐 다. 그러니 저것! 저것이다!’

건우는 스스로를 돌아보던 중 눈앞에 있는 몇 개의 법칙 문양, 문자 중에서 하나를 택했다.

그리고 강렬한 의지를 발하여 그것을 취하기를 기원했다.

그러자 다가왔던 다른 문양, 문자들이 멀어지며 건우가 택한 그것만 눈앞에 남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곧바로 건우의 손에 들어온 것은 아니었다.

아무리 안간힘을 써도 그것은 건우의 눈앞에만 머물 뿐, 손에 잡힐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런 중에 천지 법칙에 닿았던 서광이 조금씩 약해지기 시작했다.

서광이 흐려지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거부하거나 저항할 수 없다.

그리고 그 말은 건우의 의식이 이 법칙의 흐름 앞에서 끌려 나가는 것에도 일절 저항할 수 없다는 의미였다.

‘어째서?’

건우는 다급한 순간에도 자신이 고른 법칙 문양을 취할 수 없는 이유 때문에 갈증이 일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눈앞에 있던 문양이 더욱 세밀해지며 그 안에 또 다른 문양과 문자가 가득한 것이 보였다.

‘아아!’

건우는 그 순간 깨달았다.

하나로 보였던 그 문양이 실제로는 자신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법칙임을.

그리고 그것을 깨닫는 순간 건우는 그 문양을 깨트려 그 중에서 삼분의 일 정도를 취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스화화화홧!

그것을 기다렸던 것일까?

문양은 깨어지고 그 일부가 건우에게로 왔다.

그리고 건우의 의식은 때맞춰 서광을 따라 다시 천지오행진 안에 머무는 육신으로 돌아왔다.

“아아아아!"

법열의 쾌감도 떨쳐낸 건우가 법칙의 한 자락을 취한 희열에 앓는 소리를 냈다.

그리고 그 순간 건우의 머리 위에 가득하던 보랏빛 구름이 흩어지고 그 구름을 갈라놓았던 서광도 사그라들었다.

- 축하드려요! 드디어 태령기에 오르셨네요!

이어서 곧바로 몽이의 축하가 터져 나왔다.

스스로 승경을 재확인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었다.

제멋대로 꿈틀거리며 배회하는 소망(小?)이, 영역의 중앙에 우뚝 서 있는 백양오죽 백죽이. 그리고 보이지는 않지만 그 백양오죽의 뿌리가 감싸고 있는 흡기토성유근의 구근이.

이 셋이 모여 있는 곳은 건우의 의념 공간 중에 오행 속성의 공간 다섯 개가 겹치는 곳이었다.

달리 이르자면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오행지의 의념 공간.

이제 소망이와 백죽이, 구근이는 이곳에서 오행을 조율하여 오행기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었다.

건우는 의식을 움직여 의념 공간 속을 살피다가 그 셋의 모습을 한참 바라보았다.

직접 들어갈 수가 없으니 그렇게 간혹 셋의 모습을 살피곤 하는 것이다.

- 이제 태령기 초기의 경지도 안정을 시켰으니 다음 단계로 가야 하지 않아요?

그런 건우의 눈앞에 몽이가 나타나 물었다.

“그렇지. 잠시 여유를 가져 볼 수도 있겠으나 이곳 천지오행진 안에서 따로 여유를 가져봐야 할 일도 없으니까.”

- 왜 할 일이 없어요. 이번에 태령기로 승경하면 천겁독을 어찌 배양해 보겠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아, 그건 아무리 고민을 해 봐도 기반이 되는 천겁독이 없어서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났다. 아쉽지만 독공을 다시 되살리는 것은 어렵겠다.”

- 와, 잔결독공을 잘 써먹어서 어떻게든 새로운 독공을 익혀 보시겠다고 하더니, 아쉽게 되었네요.

“뭐, 쓰자고 하면 생기 법칙을 독처럼 쓸 수는 있으니까 정 필요한 일이 생기면 그렇게 쓰면 되겠지.”

- 아니 법칙의 힘을 잘못 쓰다가는 천기 법칙의 징벌을 받거나 혹은 진선들의 방문을 받을 수도 있다면서요? 그런데 무슨 그런 무서운 말씀을 하고 그러세요?

“아니면 이번에 얻은 조화 법칙을 써 볼까?”

- 그것도 법칙인데 생기 법칙과 다를 게 뭐예요? 핏.

몽이는 말도 안 된다는 듯이 팔짱을 끼며 고개를 홱하니 돌렸다.

건우는 그런 몽이의 모습에 피식 웃고 말았다.

몽이의 말처럼 법칙의 힘을 사용하는 것은 무척 조심해야 할 일이었다.

자칫 법칙의 힘으로 세상에 큰 영향을 주게 되면 곧바로 천지 법칙의 징벌을 받게 될 것이다.

또한 그 정도가 아니라 하더라도 진선이 찾아와 경고를 하거나 혹은 벌을 내릴 가능성도 높았다.

그만큼 법칙의 힘이란 것은 같은 법칙의 힘이 아니면 견제할 것이 없으므로 조심해서 써야 하는 것이다.

- 그럼 당분간은 새로 얻은 조율 법칙을 수련하는 것이 어떨까요? 그것도 나쁠 거 같지는 않은데요.

“당장 내가 법칙의 힘을 크게 쓸 일은 없을 거야. 애초에 내 수준에서 법칙의 힘을 함부로 밖으로 드러냈다가는 좋은 꼴을 보기도 어렵고.”

- 그래요?

“그래, 그나마 지금까지 내가 생기 법칙을 거의 대부분 의념 공간 안에서만 쓴 것을 다행이라 해야 할 거다. 겉으로 드러내고 무분별하게 썼다면 이미 목숨을 잃었을 수도 있어.”

- 전에 흡기초성유근의 구근을 배양할 때도 위험했던 거군요?

“그렇지. 아무튼 그래서 당장 애써 수련을 해 봐야 쓸 곳이 없다는 말이다.”

- 하지만 그래도…….

“게다가 내가 경지를 올리는 데에도 법칙 수련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후 진선경에 오른 후에라야 의미가 있는 수련인 것이지.”

- 그럼 결국 오행기 수련 공법을 찾아야 한다는 거네요?

“그렇지. 그리고 그 말은……"

"

건우는 말꼬리를 흐리며 천지오행진의 텅 빈 공간으로 아득한 시선을 던졌다.

- 저 너머에 숨어 있는 수사를 만나야 할 때가 된 거네요?

“그래, 이제 그 놈을 잡아낼 때가 된 거지. 얌체 같은 그 새끼!”

몽이의 말에 건우가 눈에서 시퍼런 살기를 뿜어내며 말했다.

그리고 그 때, 오행봉에 둘러싸인 분지의 중앙, 다섯 기운이 하나로 뭉치는 특별한 땅, 오행지에서 수사 하나가 눈을 떴다.

오래도록 외부와의 소통을 끊고 오로지 깊은 내면을 들여다보며 오행기에 대한 깨달음을 궁구하던 그가 뭔가를 느끼고 깨어난 것이다.

“으음. 좋지 않은 예감이 들다니, 이 무슨 일일꼬? 설마?”

그는 말과 함께 곧바로 의념을 펼쳐 자신의 영역인 오행지는 물론이고 분지를 둘러싼 오행봉까지 한순간에 훑어보았다.

“아직 변화는 없다. 이전과 같아. 그러하면 결국 이런 예감을 줄 수 있는 놈은 천지오행진에 숨어 있는 그 놈 밖에 없다는 소리군. 그리고 그 놈이 나를 향해 뭔가 일을 꾸민다는 소리고.”

그는 거기까지 생각을 펼치고는 얼굴을 구겼다.

“쯧쯔. 좋지 않아. 아주 좋지 않아. 그 놈이 나를 안다면 내가 했던 짓도 알 것이니 타협이 쉽지 않겠어. 으으음.”

그리고 그는 홀로 중얼거리며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고심하기 시작했다.

< 태령기, 태령기 신나는 승경(陸境)!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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