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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환장 통수 선협전-411화 (411/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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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작! 함정에 빠진 건우의 통쾌 통수 >

“아이, 이 늙은이들이! 싸우려면 지들끼리 싸우지, 나는 왜 끌어들여!”

진정하세요. 건우 님.

“이게 지금 진정할 일이냐고! 빌어먹을 것들!”

건우는 분노를 터트리며 소매를 휘둘렀다.

화르르르륵! 쩌저저적!

그러자 그를 향해 날아오던 화염창이 얼음이 되어 허공에서 바스러졌다.

하지만 공격은 그 뿐만이 아니었다.

곧이어 바닥이 솟구치며 날카로운 창날을 뿜어냈다.

“차앗!”

콰과과과과곽!

이번에는 건우의 기합소리와 함께 창날을 뒤덮을 정도로 흙이 솟구쳐 올랐다.

화기를 품은 공격은 수기로 해결하고 금기를 품은 공격은 토기를 뿜어 묻어 버렸다.

원래 토기(土氣)는 금기(金氣)를 성하게 하는 것이지만 이번의 경우엔 물량으로 토생금 상생의 이치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애호에 바닥에서 솟아난 쇠기운의 창날들과 건우의 토기가 서로 상생할 여건이 되지 못하니 오행의 상생상극을 따질 상황도 아니었다.

“내가 이곳을 나가기만 하면 다섯 봉우리의 늙은이들을 모두 소멸시켜 버릴 것이다!”

그건 그 때가 되면 생각하실 일이고요. 지금은 어떻게든 이 진법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아야죠.

“이따위 오행진이 나를 언제까지 잡아둘 수 있을 거 같으냐? 걱정하지 마라. 곧 활로(活路)를 찾아 나갈 수 있을 테니까.”

저도 그럴 거라고 믿어요. 하지만 지금처럼 그렇게 흥분해 있으면 그 시간이 훨씬 길어 지겠죠.

“크음.”

몽이의 말에 건우는 낮게 헛기침을 하고는 조금씩 날뛰는 영기를 진정시켰다.

그리고 지금 자신의 위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그렇게 건우가 움직임을 멈추자 곧바로 주위 공간이 안정되며 아무것도 없는 빈 공간이 되었다.

상하좌우 어디를 보아도 텅 비어 있는 것 같은 공간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었다.

그리고 그렇게 텅 비어 있는 공간에 때때로 오행의 기운이 예고 없이 솟아나곤 했다.

“빌어먹을 늙은이들. 이런 함정을 파 놓다니.”

건우가 이를 갈며 제 자리에 가부좌를 하고 앉았다.

텅 비어 상하좌우를 구별할 수 없는 공간에 가부좌를 하고 눈을 감은 건우.

그가 있는 공간은 신묘한 진법 공간으로 오행지의 근원인 곳이었다.

원래 건우가 들어온 오행지는 오행을 품은 다섯 봉우리가 둘러싼 분지였다.

오행의 속성을 하나씩 품고 있는 오행봉에서 분지로 기운이 흘러내려 분지 중앙에 오행지를 만든 것이다.

오랜 세월, 천지 법칙에 의해서 오행봉이 만들어지고, 그 이후 다시 시간이 흘러 오행의 기운이 분지에 모여 오행지를 형성했다.

실로 그것은 천지 법칙의 신비로운 작용이라 할 수 있는 일이었는데, 이후 수많은 수사들이 오행봉과 오행지를 거쳐가면서 많은 변화가 생겨났다.

수사들은 오행봉과 오행지의 비밀을 궁구한 끝에 오행봉과 오행지 사이에 만들어진 천지 법칙의 이치를 일부 밝혀낸 것이다.

어떻게 오행봉이 만들어졌고, 그 오행봉의 기운이 어떻게 해서 오행지를 형성했는지.

그 숨겨진 이치를 밝혀 억지로 진법의 형태로 만드는데 성공한 수사들.

그 과정에서 깨달음을 얻은 이들은 진선의 경지에 오르기도 했다.

지금 건우가 들어와 있는 공간이 바로 그곳.

그동안 오행봉과 오행지를 거쳐 간 수사들이 만들어낸 진법 안쪽이다.

“작정을 하고 밀어 넣은 거지. 어긋난 진법 균형을 찾아맞추라고 말이야.”

처음 건우가 오행봉의 결계 진법을 통과해 안쪽으로 들어섰을 때 만난 것은 다섯 명의 수사들이었다.

딱 보는 순간, 화수목금토의 다섯 속성을 하나씩 극성으로 익혀 낸 태령기 완경의 수사들.

그들은 건우를 보자마자 한 마디의 대화도 없이 곧바로 힘을 모아서 진법 공간으로 건우를 밀어 넣었다.

태령기 완경의 수사 다섯이 그를 억누르고 동시에 진법 통로를 만들어 밀어 넣었는데 찰나에 일어난 일이라 ‘아차’한 순간에 낯선 진법 공간에 들어와 있었다.

그곳이 지금 있는 이곳이었는데 수시로 오행의 기운이 폭주하며 날뛰어 생명의 위험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물론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이곳 진법 공간을 파악할 수 있었고, 이제는 그 다섯 늙은이들이 건우를 이곳에 밀어 넣은 이유도 알아낼 수 있었던 것이다.

“다섯 봉우리에서 오행의 기운이 흘러 분지 안쪽에서 오행기를 만들어 낸다. 그것이 이곳의 순리야. 그런데……

누군가 진법에 손을 대었네요? 다섯 봉우리에서 분지 안으로 흐르는 기운을 막았어요.

“완전히 막은 것은 아니고, 오행지가 명맥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곳의 진법이 유지될 수 있을 최소한으로만 오행의 기운이 흐르게 만들었어. 누가 뭐라해도 이곳 진법의 축은 오행지니까.”

완전히 오행의 기운을 막아버리면 오행지가 무너지고, 그렇게 되면 외곽에 있는 다섯 봉우리에도 더는 오행의 기운이 담기지 않겠죠.

“다섯 봉우리로 오행의 기운이 모이는 것 역시 천지 법칙의 흐름에 의한 것인데, 이곳의 진법이 흐트러지면 다섯 봉우리로 오행의 기운이 모이는 흐름도 망가지게 되겠지. 수사들도 그것을 알고 있었어.”

그런데 문제가 생긴 거네요? 이번에 성륜역에서 오행의 기운이 흐트러진 것 때문에요.

“그래, 자신들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 이곳의 진법을 조작한 것이 문제였겠지. 그래서 진법 자체가 굉장히 불안정하게 되어 버렸어. 분지로 흘러들어 오행지를 유지해야 할 기운들이 수시로 끊기고 있는 거지.”

그나마 완전히 끊어지지 않아서 분지의 오행지가 유지되고 있지만 불안하죠.

“그래서 나를 여기 밀어 넣은 거야. 이곳에서 오행의 기운을 다독이며 진법을 안정시키라는 거지.”

건우 님이 오행을 모두 수련하고 있으니까 딱 맞는 일꾼으로 생각한 거네요?

“아주 제 무덤을 판 거지. 내가 당하고는 절대 참지 못하는 놈이란 사실을 몰랐던 게야. 내가 반드시 놈들을 후회하게 만들어 주고 말 것이다.”

당연하죠! 반드시 그래야 해요!

“그래서!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아주 그냥 여기 있는 진법을 완벽하게 장악해 버려요! 밖에 있는 늙은이들이 절대 건드리지 못하게요!

“그렇지! 바로 그거야! 그 늙은이들 모르게 진법을 장악하고, 그 다음에는 늙은이들을 진법으로 묶어 버리는 거지.”

진법에 묶인 다섯 늙은이는 결국 모든 정기를 빨려 죽고 말겠군요?

“내 함정을 벗어나지 못하면 그렇게 되겠지. 물론 그런 상황을 만들어 내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헹! 건우 님의 진법 실력을 저들이 어떻게 따르겠어요? 장우 님일 때의 실력만 있다면 한참 부족하겠지만, 건우 님이라면 밖에 있는 늙은이들 정도야…….

“그래, 어찌 되는지 한 번 두고 보자꾸나.”

건우는 갑작스러운 상황에서 오행봉의 늙은이들이 만든 함정에 빠진 것이 창피하기 짝이 없었다.

그래서 당장 진법을 뚫고 밖으로 나가는 것이 더 쉬운 일임에도 그것을 포기했다.

대신에 자신이 갇혀 있는 진법을 모두 장악하고 그 진법을 이용하여 수련 중인 다섯 늙은이를 혼내 주기로 마음먹었다.

“그럼 시작을 해 보자.”

건우는 그렇게 나직이 중얼거리고는 천천히 의념을 펼쳐 퍼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의념에 영기를 담아 진법에 접촉하려 애썼다.

쿠르르르르릉! 화르르르륵!

차자자자장! 차차창! 까드드득!

쉬리리리릭! 쏴아아아아아!

그러는 중에도 건우가 갇혀 있는 진법 안에서는 오행의 기운이 제 멋대로 창궐하며 날뛰곤 했는데, 그 때마다 건우는 그 기운들을 다스리기 위해서 애를 써야 했다. 그렇지 못하면 진법 안의 균형이 완전히 무너져 결국 자신도 진법의 폭주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았던 것이다.

그것이 오행봉의 늙은 수사들이 바라는 일이란 것을 알지만 일단은 놈들의 수작에 당해 주는 척해야 할 때였다.

물론 그 사이에 건우의 의념이 조금씩 진법을 장악하고 있음을 밖에 있는 수사들은 알 수 없었다.

그렇게 이를 악문 건우의 시간이 흘러갔다.

기둥이 잘려 나간 물푸레나무 그루터기의 지름이 한 장에 이른다.

그 그루터기는 수백 장 넓이의 수련장 중앙에 있었는데, 가만히 지켜보면 수련장 바닥의 벽, 천정 전체에 은은한 진법 문양이 숨 쉬듯 명멸하고 있었다.

그 물푸레나무 그루터기 위에는 지푸라기 같은 머리카락을 펼쳐 놓은 수사 하나가 앉아 있었다.

그의 머리카락은 마른 짚의 색을 하고 있었는데, 사이사이 생기를 머금은 녹색의 기운이 섞여 있기도 했다.

그런 머리카락 아래에 있는 얼굴은 수많은 잔가지가 얽혀서 이목구비를 만들었는데, 늙은 고목의 느낌을 진하게 풍기고 있었다.

그가 바로 오행봉 중에서 목(木)의 기운을 응집하는 목성봉의 주인인 목회령이었다.

목회령(木懷靈)은 겨우살이에서 태어난 목령족 수사였다.

그는 특이하게도 기생목에서 태어난 목령족이라 다른 목령족과는 달리 이리저리 나무를 옮겨 한 곳에 묶이지 않을 수 있는 재주가 있었다.

그래서 다른 목령족들과는 달리 자신의 수련처를 택하여 옮기기를 주저하지 않았고, 그 덕분에 태령기 완경에 오를 정도로 성공할 수 있었다.

그런 목회령이 태령기 완경에 이르러 결국 마지막 수련처로 삼은 곳이 성륜역 오행지의 다섯 봉우리 중에 하나, 목성봉(木性峰)이었다.

“……! 이, 이게 무슨?”

목성봉의 중심에 만들어 놓은 수련실에서 명상삼매에 빠져 있던 목회령이 깜짝 놀라며 눈을 떴다.

그리고 급히 둔술을 펼쳐 수련실을 빠져나가려 했다.

“커억!”

하지만 목회령은 둔술을 펼치는 것과 동시에 수련실을 감싸고 펼쳐진 결계 진법에 튕겨져 나올 수밖에 없었다.

“어느 틈에!”

목회령은 자신의 수련실이 이미 강력한 결계 진법으로 출입이 막혔음을 알아보았다.

지금껏 자신이 수련을 하고 있던 곳인데, 어떻게 그런 일이 생길 수 있는지 의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미 일은 벌어졌고, 당장 결계를 뚫고 나갈 방법은 없었다.

시간이 주어지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겠지만 이런 일을 꾸민 자가 자신에게 시간을 줄 턱이!

차차차차창! 까드드드드득!

“역시!”

목회령의 생각처럼 그를 노리는 공격은 여유를 주지 않았다.

목회령의 수련실 바닥과 벽, 천정에서 일제히 쇠로 된 가시들이 돋기 시작했다.

목(木)의 기운과 상극인 금(金)의 기운을 이용하여 목회령을 도모하려는 것이 분명했다.

“내가 그리 쉽게 당할 것 같으냐!”

목회령이 버럭 노성을 터트리며 자신의 기운을 풀어내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의 발 밑에 몇 그루의 나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밤나무, 팽나무, 소나무, 미루나무, 박달나무.

그것들은 모두 목회령이 지금껏 기생하며 잡아먹은 나무들이었다.

“막아랏!”

목회령이 고함을 지르자 그가 소환한 나무들이 벽이 되고, 방패가 되어 쇠가시를 막았다.

그리고 일부는 넝쿨을 뻗어 쇠가시를 휘감아 부러뜨리거나 몸 안에 품어 그 기운을 흩어 놓으려 했다.

하지만 목회령의 수련실을 뒤덮은 금기(金氣)는 강력하기 이를 데 없어서, 목회령이 소환한 나무들이 오래 버티지 못했다.

쇠가시를 삼켰던 나무들이 찢어지며 그 안에서 다시 쇠가시가 자라났다.

그렇게 날카롭게 뻗은 쇠가시들이 점차 수련실 공간을 장악해 나가더니 어느 순간 목회령의 몸에서 한 뼘 남짓을 남기고 모든 공간을 점령해 버렸다. 목회령도 그 사이에 마냥 그것을 보고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는 자신이 품은 목기(木氣)를 최대한 이용하여 소환할 수 있는 모든 나무들을 소환했다.

하지만 상성이 좋지 않았다.

그를 공격하는 금기는 목기와는 상극이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누구나? 설마 금성봉(金性峰)의 폐철(陸鐵)이냐?”

목회령은 자신을 공격한 상대를 추측해 보았다.

애초에 다섯 봉우리를 차지하고 수련 중인 수사들 사이에 은원은 없었다.

그리고 서로를 노리거나 해칠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니 폐철이 목회령을노릴 이유도 없었다.

하지만 이처럼 강력한 금기를 사용할 수 있는 이는 오행봉과 오행지를 통틀어 오직 폐철밖엔 떠오르는 이가 없었다.

“하지만 왜? 무슨이유로?”

목회 령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 하나.

“설마! 천지오행진에 가둔 그 수사 놈이?”

< 시작! 함정에 빠진 건우의 통쾌 통수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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