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환장 통수 선협전-403화 (403/499)

(403)

< 흡기토성유근(吸氣土性留根)의 구근을 손에 넣다 >

“흐, 흡기토성유근의 구근을 여럿? 한 둘도 아니고 여럿이라고?”

부도치가 경악을 숨기지 못하고 엉덩이를 들썩이며 물었다.

그는 당장이 라도 건우를 향해 달려들 듯이 흥분하고 있었다.

“정확히 말씀드리자면 몇 개의 구근을 배양할 수 있을지는 따질 문제도 아닙니다. 만약 하나의 구근이라도 배양해 낼 수 있다면 그것을 이용하여 계속 새로운 구근을 만들어 낼 수 있지 않겠습니 까?”

“허허. 하나만 성공할 수 있다면 이후는 시간의 문제일 뿐이란 말이군. 시간만 주어지면 얼마든지 같은 과정을 거쳐서 구근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바로 그렇습니다.”

“그 말은 자네의 연구에 특별한 수련 자원이 필요한 것도 아니란 소리겠군.”

“하하하. 이런 그것을 알아차리시면 이 강 모가 부 수사께 바가지를 씌울 수가 없지 않습니까.”

“바가지라니 ! 설마 나에게 무슨 대가라도 요구하려 했단 말인가?”

“어허 ! 부 수사. 어찌 그리 당연한 말을 정색하며 물으시는 것입니까? 그럼 이 강 모가 부 수사께 공으로 일을 해 드려야 한다는 것입니까?”

“쯧, 되도 않는 소리는 하지도 말게. 자네의 연구를 위해서는 반드시 내가 필요한 면이 있을 것이야. 그러니 나에게 거래를 하자고 했겠지. 그렇다면 그 연구의 성과도 함께 나누는 것이 옳지.”

“으음. 부 수사께서는 작은 일을 하시고 큰 이득을 보려 하시는군요. 제가 원하는 것은 사실 그리 대단한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대단하지 않다고? 거짓말하지 말게.”

부도치는 마치 건우의 요구를 이미 알고 있다는 듯이 자신 있는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이에 건우도 부도치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가지고 그리 자신하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부 수사께선 정말로 제가 원하는 것을 짐작하신단 말입니까?”

“이야기를 들어보면 자네가 원할 것이야 하나 밖에 더 있겠나? 그리고 그것이 없으면 자네의 연구는 진행될 수도 없는 것이지.”

“끄응, 맞는 말씀이긴 한데……. 정말 아십니까?”

건우가 설마 하는 표정으로 부도치에게 물었다.

“구근의 일부를 원하는 것이겠지. 이전에 흡기토성유근의 잔뿌리를 잘라 구근을 배양하다가 실패했다 했으니, 아예 구근의 일부가 있다면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겠지. 아닌가?”

“하하하. 역시! 연륜은 무시할 수가 없는 것인가 봅니다. 이 강 모가 부 수사의 혜안에 감탄을 금치 못하겠습니다. 옳습니다. 부 수사의 말이 한 치의 틀림도 없습니다.”

건우는 감탄하는 표정으로 손을 모아 공수 하며 부도치의 말을 인정했다.

부도치는 그런 건우를 노려보며 한참 말이 없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결심이 선 표정으로 건우에게 물었다.

“정말로 구근의 일부가 있으면 그것을 배양하는 것이 가능한가?”

건우는 딱딱하게 굳은 부도치의 표정에 그 역시 진지한 표정으로 정색하며 대답했다.

“열 번의 시도 전에 성공할 확률이 구 할입니다.”

“음? 구(九) 할?”

“열 번의 시도를 해서 그 중에 한 번 성공할 확률이라 했습니다.”

“그게 의미가 있나? 어차피 성공하느냐 아니냐의 문제일 뿐인데? 아니 설마 흡기토성유근의 구근을 열 조각으로 잘라야 한다는 것은 아니겠지?”

만약 그런 이야기라면 부도치는 절대 응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일(一)할의 실패 확률이라도 흡기토성유근의 훼손이나 상실을 감수해야 한다면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

“아닙니다. 설마 잔뿌리 한 마디 정도 크기를 흡기토성유근의 구근에서 잘라낸다고 무슨 문제가 생기진 않겠지요? 제 연구에 필요한 것은 딱 그 정도 크기인데 말입니다.”

“음? 잔뿌리 한 마디 크기? 그것은 한 치도 되지 않는 길이가 아닌가. 게다가 굵기는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이고.”

부도치가 깜짝 놀라며 확인하듯 물었다.

고작 그 정도 크기로 시도할 수 있는 일이라고?

그렇다면 한 번에 구근 백 조각이라도 가져다 줄 수 있는 문제였다.

부도치는 건우의 말이 사실이라면 흡기토성유근의 수를 늘리는 것은 무조건 성공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연스럽게 그의 눈빛에 의심과 기대가 동시에 떠올랐다.

“그리 보실 것이 있습니까? 구근의 일부만 가지고 오십시오. 그럼 부 수사의 앞에서 직접 배양 과정을 보여드릴 것입니다. 아울러서 그 과정이 끝난 결과물의 절반을 부 수사께 드리지요.”

“대가를 받겠다더니?”

“이미 부 수사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는 사실이 밝혀진 마당인데, 어찌 대가를 요구하겠습니까. 그저 결과물을 절반으로 나누는 것에 만족하겠습니다.”

“재미있군. 그럼 흡기토성유근의 구근 조각 서른 개를 가지고 오면, 그 중에 열다섯 개는 나의 몫이란 소린가?”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 분배는 서로 하나씩 뽑아 가지는 방식으로 하면 되겠지요.”

“좋네! 좋아! 그렇게 하지 !”

건우의 말에 부도치가 크게 소리를 지르며 여러 번에 걸쳐 거래의 수락을 외쳤다.

건우는 갑작스러운 부도치의 태도 변화에 살짝 놀라긴 했지만 바라던 대로 일이 풀린 것에 만족한 웃음을 지었다.

“하하하. 참으로 거침이 없으십니다. 이리 흔쾌히 승낙을 하시다니 말입니다.”

“괜히 앞뒤를 재어 본들 달라질 것이 무엇이겠나. 아무리 따져 봐도 내가 손해 볼 것은 없고,성공하면 이득만 남을 일인데.”

“어쨌거나 결정이 쉽지 않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어쩌면 거절할 수도 있겠단 생각도 했지요. 그런데 이리 일이 잘 풀리다니, 정말 감사한 일입니다.”

“그리 말할 것은 아니지. 강 수사가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그 후환이 막대할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될 테니까.”

“이를 말이겠습니까.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 강 모가 절대 없는 말을 하지는 않았으니 말입니다.”

“그럼 조금만 기다리게. 내 곧바로 가서 흡기토성유근의 구근을 조금 잘라 오지.”

“그리 해 주시겠습니까? 저야 그저 감사할 일이지요.”

"음."

건우의 인사에 부도치는 짧게 대답을 하고는 곧바로 갈색 둔광과 함께 모습을 감췄다.

그리고 그렇게 사라진 부도치가 다시 모습을 드러내기까지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고작 차 한잔을 마실 시간도 되지 않아서 다시 돌아온 것이다.

“이것이면 되겠지?”

그는 건우에게 손바닥 크기의 얇은 상자를 내밀었는데, 건우는 그 하얀 상자가 고령토 복지의 흙으로 만들어진 것임을 알아보았다.

그리고 상자를 받아 열어보니 새끼손톱보다 작은 덩어리 수십 개가 들어 있었다.

“그 정도 크기면 부족하지는 않겠지?”

“물론입니다. 오히려 이 크기라면 서너 조각으로 더 잘라도 되겠습니다.”

“내가 가지고 온 조각의 숫자가 서른 개 인데, 그것으로 부족한가?”

“아닙니다. 서른 개로도 차고 넘치지요.”

“그럼 굳이 그것들을 더 잘게 나눌 이유는 없겠군.”

“하지만 숫자가 많아지면 이후 배양될 구근의 수도 늘어날 텐데요?”

건우는 뜻밖에도 부도치가 실험 대상의 수를 늘리지 않겠다는 말을 하자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항상 힘들고 어려울 때보다 편하고 쉬울 때에 경계를 끌어 올려야 하는 법이지. 강 수사.”

“네? 부수사.”

“강 수사가 흡기토성유근의 구근을 수백 개를 배양하면 그것을 모두 쓸 곳이 있는가?”

“아닙니다. 저야 고작 두세 개의 구근이면 충분하지요.”

“그럼 이 부 모는 몇 개의 흡기토성유근을 쓸 수 있을까? 내가 백 개의 흡기토성유근을 얻게 되면 그것을 모두 책임질 수 있을 것 같은가?”

“으음. 아닙니다. 확실히 부 수사의 연륜은 뛰어나십니다. 이 강 모가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과유불급! 확실히 제가 그 말을 잊는 과오를 범했습니다.”

건우는 진심으로 부도치를 향해 고개를 숙여 보였다.

드디어 흡기토성유근의 구근을 배양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에 흥분하여 과도한 욕심을 부리려 했던 자신을 반성하는 뜻도 담긴 인사였다.

어차피 자신은 흡기토성유근이 하나만 있으면 충분하다.

그 하나만으로도 언제든 필요할 때에 새로운 구근을 배양해 낼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부도치를 두고 생각해 보더라도 그가 책임질 수 있는 흡기토성유근의 수에도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가 성토문의 대상장로라 성토문 전체를 이용하여 흡기토성유근을 관리한다고 해도 책임질 수 있는 숫자가 몇이나 되겠는가.

부도치는 그런 사실을 잊지 않고 경계하며 건우에게 충고를 해 준 것이다.

“자, 이제 제 스스로 잘못을 알았으니 같은 과오를 다시 범하진 않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일단 흡기토성유근의 구근을 진짜로 배양할 수 있는지부터 확인을 하시지요.

“자신이 있다고 했으니 기대를 하겠네.”

“알겠습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자리에 앉으시지요.”

건우는 그렇게 부도치에게 의자를 권하고는 이내 부도치에게 받은 상자에서 흡기토성유근의 구근 조각 하나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엄지와 검지로 집어 든 그 구근 조각에 생기 법칙을 불어 넣기 시작했다.

“허엇! 버, 법칙의 힘?”

그런데 건우가 생기 법칙을 사용하기 시작하자 맞은 편에 앉아 있던 부도치가 그것을 알아보고 기겁을 하며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진정하십시오. 이 강 모가 아무렴 아무 생각도 없이 부 수사께 무례했겠습니까? 모두 감당할 자신이 있었으니 그랬던 것이 아니겠습니까.”

“고작 성령기 초기에 불과한데 벌써 법칙의 힘을 다루다니, 정말 놀랄 일이군. 그런데 분명 기물의 힘을 빌린 것은 아닌 것 같은데, 진정 그게 맞는 것인가?”

“물론입니다. 제가 쓰는 법칙의 힘은 다른 무엇의 도움을 받은 것이 아니라, 깨달음의 일부를 수습한 것입니다. 즉 온전한 제 능력이라는 말이지요.”

“허허허. 그래, 그러니 성령기 초기 경지에 있는 놈이 나에게 그리 대거리를 하며 불손하게 굴 수 있었겠지.”

부도치는 건우가 자신과 의념 싸움을 벌였던 순간을 떠올리며 등에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그 당시 건우가 의념에 법칙의 힘을 담았다면 어찌 되었겠는가.

그 의념을 받은 모두가 법칙의 힘에 휩싸였을 것이다.

그리 되었다면 누가 눈앞의 수사를 막을 수 있었을까.

부도치 자신도 막을 자신이 없는 수사인데.

“그리 금칠을 해 주실 것은 없습니다. 고작해야 법칙의 힘, 그 일부를 취했을 뿐이니까요. 아, 보십시오. 첫 번째 시도부터 성공적인 것 같습니다. 하하하.”

건우는 크게 웃으며 부도치에게 뭔가를 내밀었다.

“뭐라 첫 시도부터 성공이라고? 그게 정말인가?”

부도치는 건우가 법칙의 힘을 익혔다는 사실에 크게 놀란 상태였는데, 흡기토성유근(吸氣土性留根)의 구근을 새로 배양하는 데 성공했다고 하자 또다시 놀라고 말았다.

“살펴보시지요. 저보다는 부 수사께서 흡기토성유근에 대해서 더 잘 아실 것이 아닙니까.”

“으음. 확실히 크기만 작을 뿐, 흡기토성유근과 다르지 않은 것 같군.”

“맞습니다. 운이 좋아서 생기 법칙을 제대로 적용할 수 있었습니다. 본체에서 잘린 일부분을 본체로 만드는 데 성공하고 말았지요. 이로서 저는 제가 익힌 법칙의 이면을 조금이라도 더 알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거 축하할 일이로군. 성령기 초기에 법칙의 힘을 조금 더 장악할 수 있게 되었다니 말이야. 그리고 이거… 이건 분명히 흡기토성유근의 구근이네. 크기만 빼면 다를 것이 하나도 없어.”

부도치는 다른 이야기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그저 구근 배양에 성공한 사실만 두고 놀라며 건우를 치하했다.

건우는 슬쩍 고개를 숙여 보이고는 다시 흡기토성유근의 구근 배양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 후, 부도치의 감시 아래에서 건우는 서른 번의 시도를 이어갔고, 원래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열여섯 개의 성공작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럼 이제 강 수사와 내가 서로 번갈아 가며 열여섯 개의 흡기토성유근의 구근을 나눠 가지는 일만 남았군.”

부도치가 여전히 흥분을 감償? 못한 눈빛으로 건우 앞에 놓인 흡기토성유근의 구근 조각을 노려보았다.

그는 건우 쪽 탁자에 가지런히 놓인 열여섯 개의 구근 조각을 하나씩 살핀 후에 직접 구근을 선택할 생각이었다.

< 흡기토성유근(吸氣土性留根)의 구근을 손에 넣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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