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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령토(高靈±) 복지 (福地)의 비밀을 찾아서 >
“이로서 네 개의 옥간을 모두 얻었다. 복토(覆土), 개토(開土), 활토(活土), 성토(盛±)의 수련공법이 모두 모였으니 이것을 합치면 복개활성완토공(覆開活盛完土功)이 된다.”
- 결국 태을선공환 네 개로 그걸 다 얻었네요? 좀 심하신 거 아니에요? 태을선공환이 수련에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큰 가치가 있는 건 아니었잖아요.
“녀석, 개똥도 필요할 때에는 천금을 주고 구할 때가 있는 법이다. 이번에 나와 거래한 이들 중에 누구 하나 불만인 자가 있더냐? 그러면 된 것이지.”
- 와! 진선경을 넘볼 수련 공법을 고작 태을선공환 몇 개로! 그래놓고 그런 말씀을! 역시 대단해요! 최고에요!
몽이가 쌍엄지를 치켜들며 호들갑을 떨었다.
건우가 과거의 기억을 모두 되찾은 후로, 몽이도 건우가 가진 지구의 기억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간혹 지금처럼 그 기억의 영향이 나오기도 했다.
건우도 스치듯 옛 기억을 떠올려 주는 몽이의 모습이 그리 싫지는 않았다.
“하하하. 녀석도 참. 자, 이제는 그만하고 다음 일을 생각해 보자꾸나. 고령토를 어찌 취하는 것이 좋을까? 그게 문제구나.”
- 뭐 일단 가서 생각해요. 가보면 또 방법이 있지 않겠어요?
“하하. 그래, 그래. 그렇겠지. 네 말이 맞다.”
몽이의 말에 건우가 짧게 웃고는 거용을 움직여 한 방향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 * *
성륜역의 서쪽 지역.
그 중에는 온통 하얀색으로 된 특별한 대지가 있으니 그곳에 있는 흙은 고령토(高靈土)라 했다.
이 고령토(高靈±) 대지는 정순한 토기(土氣)를 다른 곳에 비해서 열 배 이상 품고 있었다.
이 고령토 대지 위에서 토 속성 수련을 하면 그 성취가 엄청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그곳에 네 개의 토 속성 수련 문파가모여 있는 것도 크게 놀랄 일은 아니었다.
또한 고령토 지역에는 그들 네 수도 문파에 속하지 않은 수사들도 적잖게 들어와 있었다.
성륜역 전체를 따져 봐도 토 속성 수련에 이만한 곳이 없으니 수사들이 몰려드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큰 세력을 가진 네 개의 수도 문파가 그런 산수(散修)들을 내쫓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문파가 소유권을 내세우는 지역으로의 진입만 엄격히 금할 뿐이었다.
물론 그런 지역은 당연히 복지 중에서도 복지일 수밖에.
그런 곳에서 수련을 하고 싶으면 문파로 들어와 제자가 되라는 거지요?
“그렇지. 외문제자라도 되어 공을 세워야 그런 복지(福地)에 수련 동부를 얻을 수 있는 거지.”
하여간 어딜 가나 수사들이 사는 건 다 비슷한 거 같아요.
“그래도 선계는 인계나 영계에 비해서 좀 여유가 있어 보이지 않더냐?”
여유요? 그래서 장문일이 장우 님을 잡아먹으려 했군요?
"으음."
단박에 치고 나오는 몽이의 말에 건우는 할 말을 잃었다.
생각해보면 그 때에 해파리 공법이 없었다면 지금의 자신이 어찌 있을 수 있을까.
자, 그러니 괜한 생각하지 마시고 어떻게 하면 고령토를 훔쳐낼지 진지하게 고민을 해 보자고요. 어차피 고령토에 주인이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따지자면 4대 수도 문파가 주인이랄 수 있겠지만 또 고령토 대지 전체의 소유를 주장한 것도 아니니, 고령토 일부를 내가 가지고 간다고 해도 문제 될 것은 없겠지.”
그럼요. 그리고 당연히 알고 계시겠지만 고령토를 만들고 유지하는 비밀을 밝혀야 해요. 그것도 모르고 고령토만 의념공간에 쌓는다고 될 일이 아니죠.
“그래, 알고 있다. 그러니 어디 적당한 복지를 찾아 숨어들어 봐야지. 복지 정도는 되어야 고령토의 비밀을 알 수 있을 테니까.”
네네. 바로 그거예요. 적극적인 자세 !
“고작 도둑질에 적극적이라 좋다는 소리는 듣고 싶지 않다만.”
주인 없는 거라니까요! 없어요 주인!
“하하하. 몽이 네가 내 사고의 편린이란 것이 참……
* * *
복개활성완토공(覆開活盛完土功)은 원래 고령토 대지에 있던 수도 문파의 진산절기였다.
그런데 그 수도 문파가 어떤 신선에게 미움을 받아 멸망하며 그들의 절기인 복개활성완토공이 네 개의 조각으로 나누어지게 되었다.
재미있는 것은 원래 그 문파에서 복개활성완토공을 기록한 옥간이 여럿 있었는데, 그것이 전부 네 조각으로 나뉘어져 뿔뿔이 흩어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이후에 고령토 대지에 4대 수도 문파가 섰는데 그 수도 문파들이 쪼개진 네 개의 옥간들을 나누어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수도 문파들의 건립에 이전 문파를 폐문시킨 신선이 개입했을 것이란 이야기는 정설이었다.
왜냐하면 4대 수도 문파가 복개활성완토공(覆開活盛完土功)의 쪼개진 옥간을 종류별로 나누어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로 그렇게 안배할 수 있는 이가 신선이 아니면 누구겠는가.
“그리고 이렇게 네 개의 서로 다른 옥간을 모두 모아서 고령토 대지에 묻으면 하나로 합쳐지며 복개활성완토공(覆開活盛完土功)이 완성되는 거지.”
설마 여기에 묻으실 건 아니죠? 그러다가 활토문의 제자들이 알아차리게 되면 곤란하다고요.
건우가 옥간 네 개를 손에서 굴리는 모습에 몽이가 결사반대의 표정으로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지금 건우가 있는 곳은 다름 아닌 활토문의 제자들에게만 허락된 금지 중에 하나였기 때문이다.
“걱정하지 마라. 절대 그럴 일은 없을 테니까. 복개활성완토공의 옥간을 완성하는 데에도 적잖은 파동이 생길 터인데, 이곳에서 그런 짓을 할 수는 없지.”
휴우, 다행이네요.
“하지만 평범한 고령토 대지에서 할 일도 아니긴 하지.”
네? 그게 무슨 말씀이에요? 지금 고령토 대지에 있는 복지 중에 4대 수도 문파가 장악하지 않은 곳이 어디에 있다고요.
건우의 말에 몽이가 깜짝 놀라며 물었다.
“그게 문제는 문제지. 하지만 어차피 의념 공간에 고령토 복지를 만들기로 하지 않았느냐. 그렇게만 된다면 굳이 옥간 조각을 묻을 복지를 따로 찾을 이유가 없지.”
맞아요. 그러네요. 그런데 그러자면 결국 복지의 비밀을 찾아야 하는 거잖아요.
“그렇지. 그러니까 우리는 이제부터 이곳 복지의 지하 깊은 곳으로 한 번 들어가 보자꾸나. 땅 위에는 비밀이 없으니 결국 땅 밑에 있지 않겠느냐.”
개토공(開土功)이 좋겠네요. 땅 파기에 그만한 것도 없죠.
건우의 말에 몽이가 적당한 공법을 이야기했다.
이번에 얻은 네 종류의 옥간 중에 하나인 개토공에 대한 것이었다.
“개토공만 놓고 보면 그다지 대단할 것은 없지. 땅굴을 파는 데에 쓸 만한 공법일 뿐. 그래도 몽이 네 말대로 땅파기엔 나쁘지 않으니 그걸 쓰도록 하자.”
신공절학이라 할 수 있는 복개활성완토공의 일부인 개토공이지만 그 자체만 두고 보면 영계 3류 공법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이를테면 입령기 수준에서나 익혀볼까 그 이상이 되면 돌아보지 않을 수준이란 소리다.
하지만 땅파기만으로 보자면 충분히 성령기 수준에서도 쓸만한 공법이다.
“들어가자.”
장우는 머릿속으로 개토공을 떠올리며 영기를 움직였다.
그러자 장우의 몸 주위로 갈색의 영기가 나타나더니 길게 늘어져 지면을 파고들었다.
- 우엑! 생긴 게 꼭 지렁이 같아요!
그 모습에 몽이가 진저리를 쳤다.
하지만 그렇게 한 번 파고든 영기가 끝도 없이 뻗어나가는 것을 알아차리곤 입을 다물고 말았다.
어디든 기운이 강하게 맺혀 있는 곳은 그만큼 수사의 술법이 상쇄되기 마련이다.
땅을 파는 것도 영기가 거의 없는 땅과 영기가 짙은 곳의 땅에서는 그 효과가 다르기 마련이다.
성령기나 된 건우가 실제로 땅 밑으로 파고드는 것은 물속을 잠수하는 것만큼 쉬운 일이다.
하지만 다른 곳보다 영기가 강한 성륜역에서 토 속성 기운이 수십 배나 강력한 고령토를 파고드는 것은 그것과는 다른 문제였다.
성령기인 건우도 고령토, 그 중에 고령토 복지를 파고드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 우와 한 번에 십여 리를 파고 들었네요?
그런데 개토공 운용 한 번에 땅 밑으로 십여 리를 내려갔으니 어찌 놀라지 않을까.
“생각보다 나쁘지 않구나. 게다가 개토공으로 통로를 뚫기 전에 그 사이의 땅 상태를 미리 파악할 수 있으니 탐색용으로도 나쁘지 않아.”
건우는 다시 한 번 개토공으로 땅굴을 뚫으려다가 문득 그 진행로에서 인위적인 구조물을 발견하고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당연히 개토공을 이용한 통로는 딱 그 구조물 앞에서 멈췄다.
-결계인가요?
“그래. 평범한 수준이구나. 복지 지하에 수련동부를 만들고 그것을 보호하기 위해서 결계를 만든 것이다. 수준은 성령기 후기 정도에 걸쳤을 듯하구나.”
- 안쪽의 수사는 살필 수 없는 건가요?
“내가 강력한 의념을 지녔으니 결계를 뚫고 안쪽을 살피는 것은 가능하겠지. 하지만 그래서야 주인에게 침입자가 있음을 들키지 않을 수가 없겠지. 물론 내가 누군지는 알기 어렵겠지만.”
- 그래서요? 어쩌실 거예요?
“내가 복지에 있는 수사를 만나고자 했으면 이렇게 몰래 숨어 들어왔겠느냐? 나는 복지에서 수련하는 수사가 아니라, 복지 아래에 있는 비밀을 찾아온 것이니라.”
건우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곧바로 다시 개토공을 이용하여 지하 깊은 곳으로 굴을 뚫었다.
그렇게 다섯 번.
거의 백여 리 깊이까지 내려온 건우는 작은 공동을 만들고 잠시 행보를 멈추었다.
-왜 그러세요?
몽이가 물었다.
“이리 깊이 들어왔는데 기이하게도 고령토에 담긴 토 속성 기운의 편차가 없다. 표면에서부터 지금까지 속성력이 균일해.”
그럼 특별히 살펴볼 곳이 없다는 이야기네요? 토 속성이 유독 짙게 뭉친 곳이 있을 줄 알았는데 말이죠.
“이러하니 그 동안 고령토 대지의 비밀을 밝혔다는 이가 나타나지 않은 것이겠지. 도대체 이것이 어찌 된 연유일까?”
건우는 복지 깊은 곳으로 들어오면 토 속성의 변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백여 리를 내려와도 토 속성의 차이가 없었다.
있다고 하면 복지에 둥지를 틀고 수련 중인 수사들이 토기를 흡수하여 생기는 빈틈으로 흘러드는 움직임뿐이었다.
수사가 빨아들인 토기(土氣) 공백을 주변의 토기가 흘러들어 평균으로 맞추는 식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언젠가는 이곳의 토기도 다른 곳에 비해 크게 나을 것이 없게 될 텐데요?
“그야 그렇게 되면 복지의 기운이 다하였다 하여서 다른 복지를 찾지 않더……. 그렇구나!”
네? 갑자기 무슨?
“이미 만들어진 복지는 비밀이 없는 것이다. 복지를 만든 비밀은 사라지고 복지만 남은 것이지. 그렇다면 복지를 아무리 살펴봐야 알아낼 것은 없을 터.”
아,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그럼 이제 어떻게 해요? 복지가 아니라 복지가 만들어질 예정지 같은 곳을 찾아야 한다는 거잖아요. 고령토 대지에서 그런 일이 있었다는 이야긴 없었던 거 같은데요?
“아주 없지는 않았다. 지난 오랜 세월 동안 몇 번, 복지가 새로 만들어졌다는 이야기가 있긴 했지.”
정말 가끔씩 일어나는 일이었단 말이에요?
아니지. 그건 산수들이 발견한 복지에 대한 것일 뿐, 실제로 4대 수도 문파가 장악한 지역에선 꽤나 많은 복지가 새로 만들어졌을 것이다. 아니 그들이 의도적으로 고령토 생성의 비밀을 숨기고 있 는것이겠지.”
음, 그럼 복지가 아닌 곳, 그러면서도 4대 수도 문파가 엄중하게 관리하는 곳을 찾아야 되겠군요? 특히 경계가 강한 곳일수록 비밀이 있을 가능성이 높을 테고요.
“바로 그렇지!”
몽이의 말에 건우가 무릎을 치고는 곧바로 개토공을 운용하여 지면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후 건우는 고령토 대지 곳곳을 돌아다니며 4대 수도 문파의 금지를 은밀히 살폈다.
그리고 결국.
드디어 찾았어요! 여긴 뭔가 확실히 달라요오!
몽이의 호들갑이 아니더라도 지금껏 경험했던 고령토 대지와는 사뭇 다른 곳에 도착했음을 건우도 직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건우도 예상치 못했던 고령토의 비밀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 고령토(高S±) 복지 (福地)의 비밀을 찾아서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