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환장 통수 선협전-385화 (385/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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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문도(趙聞道)와 손잡고 판을 짜다 >

“어느 분께서 저를 찾으셨습니까? 모습을 드러내시지요?”

조문도(趙聞道)는 갑자기 느껴지는 이질적인 기운에 감고 있던 눈을 뜨며 말했다.

그러자 한 줄기 바람이 일어나며 장우가 모습을 드러냈다.

“어이구, 이런 귀하신 분께서 어쩐 일로 이곳까지 오셨습니까?”

조문도가 깜짝 놀라며 가부좌를 풀고 일어나 두 손을 모아 공수 인사를 했다.

장우는 그런 조문도를 보며 코웃음을 쳤다.

“그러는 수사께선 매금벌의 행수가 어쩐 일로 이곳에 머물고 계십니까?”

조문도는 과거 장우와 화천독망질에 대한 정보를 거래했던 바로 그 행수였다.

조문도는 장우가 그 사실을 알아차린 것이 의외라는 듯이 살짝 눈이 커졌다.

“하하, 갓을 벗었음에도 어찌 그런 사실을 알아차렸는지 모르겠군요. 그 갓이 나름 정체를 가리기엔 괜찮은 기물인데 말입니다.”

“내가 어찌 수사의 정체를 알았는지는 수사가 재주껏 알아볼 일이 아니겠습니까?”

“아, 그게 그렇게 되는군요. 하하하. 알겠습니다. 그런데 어찌 불러야 할까요? 저는 조문도라 합니다.”

“통성명이라……. 나쁠 것은 없겠지요. 나는 장우라 합니다.”

“장우 수사라……. 역무청에서 적잖은 활약을 한다던 그 노사셨습다그려 ?”

“조 수사가 나를 어찌 보는지는 내 알 바가 아니니 우리 사이의 일이나 의논을 합시다.”

장우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조문도를 매섭게 노려봤다.

“무슨 일인지 몰라도 장 수사께서는 이 조 모를 탐탁찮게 여기시는 것 같습니다?”

조문도도 장우의 태도에 날이 선 것을 알아차렸는지 굳은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지금 이곳으로 수사들이 몰려드는 이유가 조 수사의 계략 때문임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내가 속 좋게 조 수사를 기껍게 볼 수 있겠습니까?”

“으음, 이곳으로 수사들이 몰린 이유가 나 때문이란 말씀이오?”

“발뺌을 하려면 신중하게 생각하시는 것이 좋을 겁니다. 자칫 나와의 관계를 돌이킬 수 없게 될 수도 있으니.”

장우의 말에 조문도가 잠시 침묵에 빠졌다.

그는 태연한 척 하고 있었지만 내심 정말로 장우가 이번 일에서 자신이 꾸민 짓을 알고 있는지 혼란스러워 하고 있었다.

“어째 말이 없으시오?”

장우가 그런 조문도를 재촉했다.

“좋소. 인정하겠소. 내가 염화궁에 대한 소문을 퍼트린 것은 분명 사실이오.”

“그건 나도 알고 있소. 그런데 그 이유는 모르겠단 말이오. 나는 이곳에서 그저 수련삼매에 빠져 있었을 뿐인데 갑자기 불청객들이 늘어나 수련에 방해를 받았는데.”

“그럼 장우 수사는 염화궁으로 가려는 생각이 없단 말이오?”

조문도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

“능력이 된다면야 누군들 유적을 탐내지 않겠소. 나 역시 여건이 된다면 염화궁 수색을 마다하지 않을 거요. 하지만그 전에 우선 막바지에 이른 수련이 먼저인 것은 분명하오.

"으음."

“그런데 그걸 조 수사가 방해를 했으니 내가 어쩌면 좋겠소?”

그렇게 조문도를 추궁하는 장우의 눈빛이 매서웠다.

조문도는 그런 장우의 모습에 어찌 대처해야 할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일이 그렇게 되었다니 미안하오. 솔직히 나는 장 수사가 이곳에 있다는 사실을 몰랐소. 그저 염화궁에 들어갈 방법을 만들려 했을 뿐이오.”

“내가 있는 것을 몰랐다? 그걸 믿으란 말이오?”

“장 수사. 내 말은 거짓이 아니오. 백여 년 전에 염화궁에 대한 기록을 발견한후, 몇몇 수사들에게 은밀하게 의뢰를 하여 그 진위를 확인하게 한 적이 있었소이다.

“음, 매금벌에서 의뢰를 했었단 말이오?”

“따지자면 매금벌의 행수인 이 조 모가 사사로이 수사들을 부렸다는 말이지요.”

“그래서 염화궁을 발견했단 말이오?”

“그렇소이다. 철롱유와 갈포중이란 수사가 있었는데, 그들이 다행히 염화궁을 발견했지요.”

“철롱유와 갈포중?”

장우는 그들의 이름이 조문도의 입에서 흘러 나오자 궁금하다는 듯이 되물었다.

“그런 자들이 있습니다. 저에게도 염화궁에 대해서 숨기고 의뢰 완수를 하지 않았지만 저를 속일 수는 없었지요. 그래서 그 뒤로 제가 그들을 감시했지요.”

“으음. 그래서 어쨌다는 거요?”

“지금 화천독망질이 있는 용암 호수를 철롱유와 갈포중도 지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방법을 찾기 시작했지요.”

“음? 무슨 특별한 방법이라도 있단 말이오?”

“네, 철가와 갈가는 입령기 수준의 화천독망질 암컷을 이용하여 이곳 용암 호수의 화천독망질을 처리할 생각을 했습니다.”

“으으음. 입령기 수준의 암컷이라……. 확실히 가능성이 있긴 하겠군요.”

“그렇습니다. 그래서 저도 관심을 가지고 그들을 살피고 있었지요. 그런데 그들이 우리 매금벌이 아닌 역무청에 의뢰를 하여 그 암컷을 사냥하기로 한 것입니다.”

“그렇군요. 하지만 그것이 조 수사가 내 수련을 방해한 것과 무슨 상관이란 말입니까?”

장우는 조문도가 자신이 그에게서 화천독망질 암컷에 대한 정보를 샀음을 모른다는 것을 알았기에 시치미를 떼고 다음 이야기를 기다렸다.

“아, 더 이야기를 들어 보시지요. 그 철롱유가 갈포중이 암컷 화천독망질을 사로잡으려 다른 수사들을 모았는데 거기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문제라니요?”

“그 사냥에 투입된 열두 명의 수사들이 모두 실종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열둘 모두?”

“정확히 말하자면 그 열두 수사의 뒤를 좇아간 한 명의 수사까지 열셋이지요.”

“오호?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그럼 열세 번째 수사가 의심스럽지 않겠습니까?”

“사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제가 알아본 바로는 마지막 순간에 암컷 화천독망질을 사로잡게 되자 철롱유와 갈포중이 모두를 버리고 도망을 쳤다 합니다.”

“그렇습니까? 그런데 조 수사께서 그건 어찌 아셨습니까?”

“제가 어찌 알았는지는 장 수사께서 능력껏 알아보셔야……. 하하하, 농입니다. 이런 일에 무에 그리 눈을 치켜뜨고 그러십니까?”

조문도는 슬쩍 분위기를 바꿔 보려는 듯이 농담을 던졌다가 정색하는 장우의 모습에 손사래를 쳤다.

“마저 이야기나 해 보십시오.”

“좋습니다. 사실 철롱유와 갈포중이 도망간 후에 남은 수사들이 화천독망질 수컷들을 피해 도망을 치려했습니다. 하지만 암컷을 빼앗긴 수컷들의 분노를 감당할 길이 없었지요.”

“그래서 그중에 하나를 조 수사가 제압하여 저간의 사정을 캐물었다는 그런 이야깁 니까?”

“하하하. 정말 영민하십니다. 어찌 그리 눈으로 본 듯이 말씀을 하십니까?”

장우의 말에 조문도가 즐겁다는 듯이 웃으며 손뼉을 쳤다.

“말이 길어지는 것 같습니다. 저는 아직도 조 수사의 이야기가 여러 수사를 이곳으로 불러들여 제 수련을 방해한 것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 만 장우는 다시 정색을 하며 조문도를 추궁했다.

“끄응, 정말 화가 많이 나신 모양입니다. 이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사실 철롱유와 갈포종이 문제였습니다. 그들이 암컷 화천독망질을 가지고 이곳으로 왔다면 문제가 없었을 텐데, 그렇지가 않았다는 것이 문제지요.”

“그들이 사라졌기 때문에 이곳의 용암 호수를 넘을 마땅한 방법이 없게 되었다는 말이오?”

“그렇습니다. 그래서 일이 틀어진 김에 염화궁에 대한 소문을 퍼트려 수사들을 끌어 모은 것입니다. 이제 수사들이 제법 모였으니 조만간 용암 호수를 뚫으려는 시도가 있지 않겠습니까?”

“그러다보니 의도치 않게 내 수련을 방해하게 되었다는 변명인데……. 내가 그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할 이유가 있소?”

장우는 조문도의 이야기가 모두 끝나자 의념을 끌어 올려 잔결독공의 독기를 두 손에 모으며 말했다.

조문도의 이야기는 그저 염화궁에 들어가기 위해서 수사들을 끌어모아 자신의 수련을 방해했다는 것일 뿐이었다.

그 과정에서 조문도가 염화궁을 찾기 위해 의뢰를 했다거나 철롱유와 갈포중이 뭔가 했다는 것은 장우와 상관이 없는 일이라 할 수 있었다.

적어도 이 순간 장우는 피해자일 뿐이니까.

“진정하시오 장우 수사. 사실 장우 수사가 시기를 잘못 맞춘 탓도 있는 일이 아닙니까. 전적으로 나에게 잘못을 물을 일은 아니지요.

그런 장우의 모습에 조문도 역시 의념을 끌어 올려 맞서며 말했다.

“시기를 잘못 맞췄다? 그러니까 조 수사가 일을 꾸민 중에 내가 이곳에서 수련을 시작했으니 내 잘못이란 말이구려?’’

“그럼 내가 장우 수사의 사정을 보아가며 일을 꾸몄어야 합니까? 그렇게 생각한다면 억지가 심하다 할 수밖에요.”

“하하하핫, 실로 수도계의 일이란 것이 그렇습니다. 자기주장을 하려면 응당 그만한 자격이 있어야 하겠지요.”

장우는 뻔뻔하게 나오는 조문도의 모습에 크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모든 내막을 따져보면 장우 자신도 떳떳할 수는 없겠지만, 몽이와 자신 이외엔 모르는 일인데 뭐 어떠냐 하는 마음인 것이다.

“장우 수사, 수련에 방해를 받은 것에 분노하는 것은 이해를 하지만 너무 이 조 모를 몰아세우진 마십시오. 내가 지금껏 장우 수사에게 이렇게 구구절절 설명을 한 이유가 있지 않겠습니까?”

그런 장우를 향해 조문도가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장우는 조문도가 자신을 설득하려 하는 것을 짐작했다.

그리고 장우도 당장 조문도와 생사결을 벌일 생각은 아니었다.

조문도 하나만이라면 문제가 아니겠지만 지금 염화궁 통로에는 쉰 명에 가까운 수사들이 몰려 있는 상황이었다.

화약고에 굳이 자신이 불을 붙일 필요가 있을까.

“어디 들어 봅시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하지만 명심하는 것이 좋을 겁니다. 승경을 앞둔 내 수련을 방해한 대가는 결코 간단치 않을 것임을 말입니다.”

“하하하. 알겠습니다. 내가 장우 수사에게 작은 실수를 했음은 인정합니다. 마땅히 그만한 양보를 하겠습니다.”

장우의 말에 조문도는 활짝 웃으며 그렇게 말을 하고는 예상대로 함께 힘을 모아서 염화궁을 취하자며 장우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   *   *

“장우 수사, 여기는 설상문의 냉제문(冷制要) 수사, 이쪽은 진법 금제로 명성이 높은 소명(給銘) 수사, 마지막으로 연단술에 뛰어난 초여정(草餘퉈) 수사입니다. 세 분도 인사하시지요. 이 분이 장우 수사이십니다.”

조문도가 장우와 세 명의 수사를 서로 소개하며 인사를 시 켰다.

장우를 비롯한 다섯 수사는 조문도의 수련동 전실에서 돌로 된 탁자를 마주하고 앉아 있었다.

“자자, 이미 대충 설명을 한 것처럼 우리는 서로 경계할 이유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모두 염화궁에서 바라는 바가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서로 쉽게 말문을 트지 않고 경계하는 수사들을 보며 조문도가 나섰다.

자연스럽게 장우를 비롯한 네 명이 그에게 시선을 모으게 되었다.

“설상문의 냉 수사는 염화궁에서 전설처럼 내려오는 빙염(氷炎)을 찾으려 하십니다. 소명 수사께서는 진법과 관계된 보물에 우선권을 가지실 것이고, 초여정 수사께선 연단술에 필요한화기(火氣) 를 원하시지요.

물론 연단술과 관계된 것들에 대한 우선권도 가지실 것입니다. 그리고 장우 수사께선 염화궁에 비축되어 있을 화천독망질의 부산물 전체를 원하셨고,이 조모는 염화궁의 궁주만이 익혔다는 수련 공법을 원합니다.”

“듣기에는 우리 다섯이 모두 서로 다른 것에 관심이 있는 것 같군요.”

“제가 분명 진법과 관련된 것들을 원하기는 합니다만……"

“저 역시 연단술에 관한 것에 우선권이 있다면 불만은 없습니다만.”

조문도의 말에 냉제문과 소명, 초여정이 여전히 불안한 낯빛을 지우지 못하며 말했다.

이에 조문도가 자리에서 일어나 두 손으로 탁자를 짚으며 네 명의 수사와 한 번씩 눈빛을 맞추며 말했다.

“뭐가 문제란 말입니까? 우리 다섯 중에 누군가가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다른 넷이 그 하나를 벌하면 그만인데 말입니다. 설마 그게 안 되기야 하겠습니까?”

“그렇긴 합니다. 솔직히 우리 다섯이 함께 한다고 하지만 온전히 서로를 믿을 수 있기를 바랄 수는 없지요. 하지만 분배 기준을 정하고 그에 대한 벌칙을 정한다면 크게 문제가 될 것은 없을 거 같습니다.”

조문도의 말에 뜻밖에도 장우가 손을 들어 동감을 표했다.

그러자 다른 세 수사들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함께 할 뜻을 보였다.

- 일단 몸집 부풀리기엔 성공했네요? 그것도 모두가 화신기 극경의 경지니 다른 패거리들에 밀릴 일도 없겠고요.

일이 그렇게 마무리되자 몽이가 나타나 팔짱을 끼고 고개를 끄덕였다.

< 조문도(趙聞道)와 손잡고 판을 짜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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