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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환장 통수 선협전-384화 (384/499)

(384)

< 선량한 수사가 될 수 있도록 가만 뒀으면 좋겠다 >

깔끔한 마무리.

‘뭐? 철롱유와 갈포중을 죽인 거?’

네.영체는 살려주실 줄알았거든요.

‘내가좀 여린 사람이라서?’

솔직히 장우님이 그들의 사냥에 끼어든 거잖아요. 그렇게 생각하면 좀…….

‘그 놈들, 동료를 배신하고 제 욕심을 챙기려던 놈들인데?’

그야 그렇지만요.

‘하지만 내가 그들을 죽인 것은 후환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지 그들이 악한 놈들이기 때문은 아니야.’

네?

‘나도 떳떳하지 못한데 누굴 벌주고 말고 할 처지는 아니지. 어차피 수사의 길이란 것이 이런 것이라 생각할 뿐.’

그렇군요.

‘왜? 이런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거냐?’

저야 항상 장우님 편이긴 하지만, 그래도 장우님이 좋은 분이었으면 하는 바람은 있죠.

‘그래서? 이번 일이 너의 기준에 맞지 않다는 소리?’

그건 아니고요. 아슬아슬하지만 뭐 죽은 놈들도 착한 놈들은 아니었으니까 괜찮아요.

‘이미 말했지만 이번 일에서 내가 선악을 따져서 뭔가 한 건 아니다. 오해하지 마라.’

알았어요. 하지만 결과는 크게 나쁘지 않아서 좋으네요.

‘그래, 그렇게 생각해서 마음이 편해진다면 그것도 좋겠지.’

장우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아래쪽에 펼쳐진 화산지대를 살폈다.

높은 하늘에 멈춰 있는 4층탑 비행 법보 덕분에 아래쪽에 소세야(燒世野)의 모습이 드넓게 펼쳐져 보이고 있었다.

그런 중에 유독 눈길을 끄는 지형이 있었으니 여덟 개의 화산이 반원형으로 늘어서서 성벽처럼 솟아난 벽으로 이어진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반원의 중앙에 거대한 화산 하나가 있었으니 그 화산은 지금껏 소세야에서 장우가 봤던 것들 중에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거대했다.

저기가 염화궁인가 보네요.

‘그래, 철롱유가 말한 지형과 일치하네.’

장우는 그렇게 염화궁의 특별한 지형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는 곧바로 4층탑 비행 법보의 크기를 줄여 소매에 밀어 넣었다.

이후 장우의 모습은 녹색의 둔광과 함께 사라졌는데, 그가 다시 모습을 나타낸 곳은 거대한 화산의 기슭에 있는 계곡이었다.

장우가 그 계곡 앞에서 등을 돌려 보니 여덟 개의 화산이 서로 이어진 성벽이 저 멀리 보였다.

‘원래 이곳에는 열여섯 개의 화산이 이어진 성벽이 있고, 그 안에 염화궁이 있었다고 하더군.’

그게 언제 이야기에요?

‘그건 모르지. 갈포중이 염화궁에 대한 이야기들을 끌어 모아 정리한 내용이니까.’

그렇군요. 그런데 어쩌다가 망해버린 거래요? 고작 화산 폭발 같은 걸로 망하진 않았을 거 아니에요?

‘화산 폭발이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닌 것 같다만.’

왜 그러세요, 장우님도 어지간한 화산 몇 개 정도는 다스릴 수 있잖아요. 화신기의 극에 이른 정도로도 그게 가능한데 입령기나 성령기, 태령기라면 얼마나 대단하겠어요?

‘그렇지. 하지만 그것도 어지간해야 말이지. 너도 봐서 알겠지만 이곳 소세야에는 화산만 수만 개에 이른다. 그렇다면 소세야의 지하에는 얼마나 막대한 화기가 쌓여 있을까?’

우와, 그렇게 생각하니 무섭네요.

‘그렇지. 지금의 나라고 해도 소세야의 지하에 있는 용암에서 오래 버틸 수는 없을 거다. 나는 고작해야 지면에 있는 작은 화산들 정도나 다룰 수 있을 뿐이지.’

그러니까 염화궁의 멸망과 소세야 전체의 화산 활동이 관계가 있다는 말이네요?

‘갈포중이 알아낸 바에 의하면 그렇다더군. 오래 전에 이곳 소세야에서 엄청난 화산 활동이 벌어져서 소세야 전체가 하나의 화산처럼 변한 적이 있다고 말이지.’

그런 정도라면 어지간한 수사들은 버틸 수가 없었겠네요.

‘그래서 당시에 이곳 소세야에 있던 대부분의 수도 문파가 이주를 했다는데 유독 염화궁만 끝까지 버티다가 망했다지.’

네? 왜 그랬데요?

‘갈포중은 당시의 염화궁주가 스스로의 능력을 과신해서 그리 되었다고 했지. 염화궁 전체에 거대한 결계와 금제를 두르고 천재지변을 이겨내려 했다니까 말이지.’

그랬군요.

‘아무튼, 그 후로 오랜 세월동안 소세야는 어떤 수사도 드나들지 못할 정도로 뜨거운 곳이 되었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 결국 염화궁에 대한 이야기도 아는 이들이 없게 되었지.’

그걸 갈포중이 찾았다는 거네요?

‘갈포중만 찾은 건 아니지. 철롱유도 찾았으니까.’

- 네에. 그러네요. 역시 그걸 우연이라고 하지는 못하겠죠?

‘수도계에는 우연도 많지만, 항상 의심해야 하는 것도 분명하지. 자, 이만 들어가 볼까?’

한동안 염화궁의 옛 이야기를 들추던 건우와 몽이는 결국 이번 일에도 어떤 음모가 끼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계곡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당연히 장우는 보보(步步)마다 긴장과 경계를 아끼지 않았다.

계곡을 따라 들어가다가 결국 화산 안으로 이어지는 동굴을 만났고, 그 동굴 안쪽에서 인공적으로 다듬어진 복도를 발견했다.

그 복도가 바로 철롱유와 갈포중이 오갔던 곳이었는데 그 후로 장우의 경계는 더욱 심해졌다.

하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장우의 걸음은 철롱유와 갈포중이 되돌아 나와야만 했던 곳에 닿을 때까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런 곳에 용암 호수가 있다니.’

장우는 복도가 끝나고 나타난 거 대한 공동을 보며 감탄했다.

온통 밝은 붉은 색의 용암으로 가득한 지하 용암 호수가 그곳에 있었다.

지금도 용암들이 천천히 흐르며 그 열기를 뿜어냈는데 색이 밝아질수록 뜨거웠고 어두워지면 조금 시원해졌다.

하지만 아무리 시원해져도 평범한 쇳덩이는 금방 녹여버릴 열기임엔 분명했다.

장우가 문득 소매에서 법부 한 장을 꺼내어 허공에 던졌다.

그러자 법부가 곧바로 한 마리의 독수리로 변하더니 용암 호수로 날아갔다.

키이이익! 퍼벅 푸쉬쉬쉿!

하지만 고작 십여 장도 가지 못하고 곧바로 용암으로 떨어져 불꽃과 함께 사라져 버렸다.

그 독수리는 장우가 법부로 만들어낸 괴뢰였는데 성단기급의 힘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괴뢰가 단숨에 잿더미가 되어 버린 것이다.

‘역시 이곳에선 용암을 밟거나 혹은 용암 속으로 헤엄쳐야 한다는 말이 맞는 모양이다.’

역시 철롱유와 갈포중에게 들었던 내용이었다.

염화궁으로 통하는 통로의 용암 호수에는 신묘한 금제가 있어서 벽이나 천정을 허물지 못하고 비행을 할 수도 없다고 했다.

게다가 먼 거리를 이동하는 둔술 따위도 쓸 수 없다 했다.

그런데 문제는 용암 호수에는 수천 마리의 화천독망질이 서식하고 있다는 것.

용암 호수로 들어가지만 않으면 괜찮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침입자로 보고 공격을 한다고 했다.

그것이 철롱유와 갈포중이 암컷 화천독망질을 사로잡은 이유였다.

- 어쩌실 거예요? 암컷 화천독망질을 꺼내 놓으면 곧바로 용암 호수 전체에서 수컷들이 서로 죽이고 죽는 싸움이 벌어질 텐데요?

원래 철롱유와 갈포중은 그렇게 수를 줄인 후에, 암컷을 용암호에 풀어 넣어서 교미를 시키고, 그 사이에 안전하게 호수를 지날 생각이었다. 하지만 장우는 그들과 생각이 달랐다.

‘어디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수련동부부터 파야지. 그리고 이제부터 화천독망질의 씨가 마를 때까지 잔결독공을 익혀야지.’

장우는 그렇게 말하며 활짝 웃었다.

*   *   *

용암 호수에는 깊은 곳일수록 나이를 먹은 화천독망질이 살고 있었다.

신기하게도 용암 호수에 살고 있는 화천독망질은 모두가 수컷이었고, 그것들은 서로 싸우는 법이 없었다.

그저 평화롭게 용암 속을 헤엄치며 화기를 흡수하고, 용암 속에 사는 다른 먹잇감을 사냥할 뿐이었다.

장우는 아무리 용을 써도 공동의 벽과 천정에는 수련동을 만들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통로의 한 쪽을 뚫고 넓혀서 수련 동부를 만들었다.

당연히 그 수련 동부 주변에는 강력한 금제와 결계를 가득 펼쳐 두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화천독망질 사냥을 하며 잔결독공을 수련하기 시작한 것이 십여 년.

오늘도 장우는 화신기 초기 급의 화천독망질 한 마리를 잡아서 수련동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곧바로 잔결독공을 운용하여 화천독망질의 독기를 흡수했다.

신기하게도 잔결독공은 화기와 독기가 반반으로 섞여 있는 화천독망질의 기운을 무리 없이 흡수했다.

그 덕분에 장우는 잔결독공의 독기에 화기를 더하여 독기가 불에 약하다는 약점을 완벽하게 극복할 수 있었다.

‘이제 곧 입령기에 도전해 볼 수 있겠군.’

십여 일의 운공으로 화천독망질 한 마리를 흡수한 장우가 운공에서 깨어나며 중얼거렸다.

이미 화신기의 극에 이르러 있었지만 입령기는 넘볼 생각을 하지 못하던 장우였다.

그런데 고작 십여 년 동안 화천독망질을 잡아먹었다고 벌써 입령기에 도전할 준비가 된 것이다.

역시 잔결독공! 선천지기를 갉아 먹는 극악한 공법이라 수련 성취는 엄청나네요.

몽이는 벌써 몇 번이나 잔결독공의 수련 효과에 감탄하는 중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여기서 입령기 승경에 도전을 할 수가 없다는 거지. 지켜보는 놈들이 더는 여유를 주지 않을 거 같단 말이지.’

장우가 살짝 한숨을 쉬 며 고개를 흔들었다.

몇 년 전부터 염화궁으로 가는 통로에 수사들의 기척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두세 명 정도였던 수사들의 수가 근래에는 빠르게 늘어서 수십 명이 되었다.

그 말은 지금 염화궁에 대한 소문이 성륜역 경계 지역에 널리 퍼져 있다는 말일 것이다.

그냥 이곳을 빠져 나가는 방법도 있는데 그렇게 하실 생각은 없으시죠?

몽이가 별로 기대하지 않는다는 듯이 물었고, 장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내가 뭘 잘못했다고 꼬리를 내린단 말이냐?’

그래서 어쩌시게요?

‘수사 두어 놈이 용암 호수에 빠져 죽은 후로 다른 놈들은 용암 호수를 통과할 방법을 찾고 있지. 어쩌면 지금처럼 수사들이 모이게 되면 여럿이 힘을 모아 화천독망질을 토벌하고 용암 호수를 지나 갈 수 있을지도 모르지.’

에? 말도 안 되죠. 용암 호수 바닥에 있는 그 엄청난 놈은 어쩌구요? 그건 적어도 입령기 수사 한 둘은 있어야 감당할 수 있지 않을까요?

몽이가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것은 용암 호수의 주인이라 할 수 있는 화천독망질 수컷에 대한 이야기였다.

장우도 그것의 존재를 3년이 지나서야 파악할 수 있었다.

마침 그 때, 화천독망질 암컷 하나가 발정기가 되어 호수의 화천독망질 사이에 싸움이 벌어졌고, 그 때에 그 놈이 존재감을 드러냈던 것이다.

이곳 용암 호수에 암컷이 없다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었음을 그 때, 알게 되었다.

암컷이 있는데, 강력한 힘을 지닌 수컷 한 마리가 모두 독차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뭐, 어쩌 면 그 놈은 움직이지 않을 수도 있지 . 움직이면 대부분 죽는다고 봐야겠지만.’

장우는 피식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그러다가 뭔가 생각이 났다는 듯이 혹시 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또 모르지 그 놈의 암컷을 누가 건드리면……'

우와, 그런 무서운 말씀을. 암컷을 건드리면 누구라도 무사하지 못할 걸요?

‘그건 그렇지. 하지만 혹시라도 암컷의 발정기가 시작되면 용암 호수를 지날 틈이 생길지도 모르지. 전에 한 번 난리가 났던 때를 생각하면.’

음, 그래서 그런 기회가 생기면 장우님은 도전을 해 보실 거예요? 아니잖아요.

‘하하, 뭐 그렇지. 어쨌건 중요한 건, 내가 당분간 화천독망질을 잡아먹을 이유가 없어졌다는 거고, 내 수련을 방해한 놈들이 주위에 우글거린다는 거지.’

음, 장우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어쩐지 피바람이 불어올 것 같아요.

‘설마? 난 선량한 수사가 되고 싶은 사람이야.’

< 선량한 수사가 될 수 있도록 가만 뒀으면 좋겠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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