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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 방심할수 없는 수도계 >
“감히 담이 크기도 하구나. 네가 우리 일을 방해하고 무사할 성 싶으냐!”
팔각패 수사에 이어서 창을 다루는 수사까지, 화신기 극경 수사들이 더는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엄청난 분노를 드러냈다.
그리고 결국 흑백 태극문 팔각패의 여덟 모서리에서 작은 흑백 태극문이 하나씩 떠올랐는데 그 문양들이 일제히 화산재 구름 쪽으로 결계 광선을 쏘기까지 했다. 어떻게든 화산재 안에 있는 정체 모를 수사를 잡아 두겠다는 의지로 보였다.
‘전력을 다해도 모자랄 판에 고작 그런 수작으로 나를? 어림도 없지.’
하지만 장우는 그런 흑백 태극문 법보의 공격에 아랑곳하지 않고 코웃음을 치고 있었다.
애초에 4층탑 비행 법보는 필요할 때면 언제라도 거룡 비행 령보로 변할 수 있는 보물이었다.
그리고 거용으로 변한 비행 령보라면 아래에 있는 열 명의 수사들을 따돌리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태령기 수준의 령보가 기운을 드러내면 저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장우는 가소롭다는 듯이 코웃음을 치며 다시 지상의 상황을 살폈다.
꿀렁 꿀렁 꿀렁!
치지지지지지 치지지지직!
제일 먼저 먼저 파탄이 드러난 것은 상류에서 흘러오는 용암을 막고 있던 얼음성이었다.
애초에 그 성은 규모도 작고, 성벽 위에도 장수는 없이 병사들뿐이었다.
그래선지 장우가 던진 인공 화정이 폭발하자 성벽 위에 병사가 거의 남지 않을 정도로 큰 피해를 입었다.
성벽 병사들의 숫자는 곧 얼음성의 방어 능력을 나타내는 것.
병사들이 사라진 성은 금세 용암에 점령당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성과 성벽이 있으니 조금 버티는가 싶었지만 이내 한 줌의 수증기만 남기고 용암에 묻혀 버리는 얼음성.
"이, 이런!”
이에 설상문의 제자들이 급하게 손을 뻗어 무너지는 얼음성에서 법보를 회수했다.
그것이 본명 법보가 아니었다면 법보를 희생하여 조금 더 얼음성을 유지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들의 본명 법보를 그런 식으로 버리는 것은 감히 상상하지 못할 일이었다.
그렇게 본명 법보를 잃게 된다면 그들은 이번 사냥이 성공을 거두더라도 이득 보다 손해가 클 것이다.
하지만 막상 얼음성이 무너지고 용암이 서른세 개의 창으로 이루어진 원으로 흘러가자 모두들 마음이 급해졌다.
저 용암이 화천독망질을 회복시키게 될 것이 분명했고, 그리되면 사냥이 실패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모두 숨기고 있는 것을 꺼내야 할 것이다! 차아앗!”
“나 역시 동감이다!”
화신기 극경의 수사 둘이 입을 맞춘 듯이 그렇게 고함을 지르며 영기를 더욱 끌어 올리는 한편 수십 장의 법부를 화천독망질의 구덩이로 날려 보냈다.
그 법부들은 하나같이 서늘한 금빛 문양이 선명했는데 용암과 닿을 때마다 에일 것 같은 냉기를 뿜어냈다.
그러자 눈치를 살피던 화신기 후기의 수사 셋도 제각각 새로운 법부와 법기를 지상을 향해 내던졌다.
쿠콰과과과과광! 콰과과과광!
키에에에엑 키에에에에엑!
“솟아라!”
한 순간 집중된 냉기의 공격에 구덩이의 용암이 얼어붙어 갈라지고 또 터져 나갔다.
그 속에서 화천독망질의 고통스러운 포효가 터져 나왔는데, 그 순간 창 법보를 쓰는 화신기 극경의 수사가 양손을 땅으로 내렸다가 하늘로 끌어 올렸다.
쿠구구구구구구궁! 쿠구구구구!
그러자 원을 이루고 화천독망질을 가두고 있던 서른세 개의 창들이 일제히 위쪽으로 끌어 올려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창들이 땅에서 뽑히는 것이 아니라 원 내부에 있는 땅을 모두 끌어안고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잘 했소! 바로 그것이오!”
그 모습에 팔각패의 수사가 탄성을 지르며 창 수사를 칭찬했다.
그런 중에 살펴보니 허공으로 떠오르는 서른세 개의 창이 안쪽에서 휘어지며 거꾸로 뒤집힌 새장처럼 하나의 꼭짓점으로 모여 있었던 것이다.
화천독망질은 그렇게 만들어진 거대한 우리 안에 갇혀서 빠져 나가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키에에에에에!
화천독망질은 땅과 함께 떠오르는 중에 더더욱 화를 내며 열기를 뿜었는데, 그러자 우리 안쪽에 굳어 있던 바위들이 녹아 우리 밖으로 흘러 떨어졌다. 당연히 그럴수록 화천독망질의 몸뚱이만 우리에 남게 될 뿐이었다.
키에에에에에 키에에에에!
촤롸롸롸롸롸롸롸 !
화천독망질은 자신의 몸을 가려 줄 용암이 모두 우리 밖으로 흘러나가 맨몸이 드러나자 흉폭한 괴성을 질렀다.
그리고 동시에 온 몸에서 촉수 수천 가닥을 뽑아내어 수사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허엇?!”
터덩!
“이런, 겨우 이런 걸로?!”
터더더덩! 츠리릿!
하지만 수사들은 그리 만만하지 않았다.
비록 촉수에 담긴 힘이 강력하기는 했지만 그것을 막아내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던 것이다.
다만 그들도 화천독망질의 공격을 지속적으로 받으면 견딜 수 없음을 알아차리고 있었다.
왜냐하면 화천독망질의 촉수에는 강력한 물리력은 물론이고 화기와 독기가 함께 어우러져 있는 탓이었다.
그저 촉수를 막아낼 뿐이지만 그 때마다 뜨거운 기운이 수사들에게 몰아치는 것은 피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 화기에 노출된다는 것이 곧 독기에 중독되고 있다는 말과 같으니 장기전은 절대 피해야 할 일이었다.
“차아아앗! 사제들! 다시 한 번 힘을 내라!”
그 때, 설상문의 대사형이 기합소리와 함께 사제들을 독려했고, 사제들은 사형의 명에 따라서 일제히 서른세 개의 창에 불어넣는 냉기의 양을 증가시켰다.
치지지지지지지직!
키에에에에에, 케이이이이이!
화천독망질은 피부를 보호해주는 용암이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얼어붙은 서른세 개의 쇠창에 휩싸인 상태였다.
그런데 그 쇠창의 냉기가 더욱 심해지자 소금을 맞은 지렁이처럼 꿈틀거릴 수밖에 없었다.
“이제 마무리를 짓는다!”
이에 창을 다루는 수사가 크게 고함을 지르며 다시 수인을 맺고 법문을 읊기 시작했다.
“이기옴! 미요옴타이라??????나이자아암……라앙호오오……타리지인겨어엉……"
꾸드드드드득! 꾸드드드드득!
키에에에에에!
그러자 서른세 개의 창이 일제히 휘어지며 화천독망질을 감싸서 구형(球形)의 쇠구슬처럼 변하기 시작했다.
그 안에 갇혀버린 화천독망질은 이제 끝장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새하얀 냉기가 가득한 쇠창이 옥죄여지며 금속 구(球)를 만들어 화천독망질을 가두는 상황.
장우는 드디어 자신이 나설 때가 되었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였다.
하류 쪽에서 얼음성과 대치하며 싸우고 있던 화천독망질들이 일제히 포효를 터트렸다.
키에에에에 키에에에에에!
키리리릭 키리리릭!
크라라라라롸!
그리고 그와 동시에 화천독망질의 옆구리가 터지며 피막이 펄럭이기 시작했다.
“저, 저런! 화천독망질이 어찌 비행(飛行)을!”
“저런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나, 날아옵니다!”
화천독망질 수컷이 짝짓기 겨룸을 할 때에 때로 목숨을 걸고 비행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사실을 이곳에 있는 그 누구도 몰랐기에 경악은 클 수밖에 없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세 명의 화신기 후기 수사들이 날아오는 화천독망질을 막기 위해 나설 수밖에 없었다.
사냥이 막바지인 지금 그들 이외엔 나설 이들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은 셋뿐인데 용암 강에서 솟구쳐 날아오르는 화천독망질 수컷의 수는 서른 마리에 가까웠다. 비록 경지가 낮은 괴수라 하더라도 쉽게 정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이야기였다.
“조금만 버텨라. 금방 끝낼 터이니."
그 모습에 흑백 태극문 법보의 수사가 고함을 질러 그들을 응원했다.
그리고 최대한 힘을 쥐어짜서 흑백 태극문의 법보에 기운을 보탰다.
그러자 흑백 태극문 법보에서 한층 강력한 냉기가 쏘아져 이제는 거의 구가 된 금속창을 얼음덩어리로 만들었다.
꾸드드드득! 꾸드드드드득!
그런 중에도 창 법보의 주인인 화신기 극경의 수사는 술법문을 외우기를 멈추지 않았고, 그의 힘을 받은 쇠창은 이제 완전히 밀착하며 거대한 크기의 쇠구슬을 완성시켰다.
키이이이이이이이!
마지막 틈까지 막히는 순간, 그 사이로 화천독망질의 미약한 울음소리가 흘러나왔지만 이미 힘은 모두 잃은 상태였다.
“드디어!”
그 모습에 흑백 태극문의 수사가 쾌재를 올리며 기뻐했다.
그것은 설상문의 사형제는 물론이고 다른 수사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키에에에에에!
콰과과광! 콰드드득!
하지만 아직 싸움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화천독망질 수컷들이 이제는 함께 죽자는 식으로 덤벼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이제 겨우 암컷 화천독망질을 사로잡은 수사들 역시 다시 싸움에 가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 때였다.
문득 흑백 태극문 팔각패의 수사가 창을 다루는 수사와 은밀한 눈빛을 나누었다.
그리고 둘의 소매에서 거의 동시에 황금색 문양이 가득한 법부가 튀어나와 화천독망질이 들어 있는 철구에 달라붙었다.
그런데 그 두 장의 법부는 원래 하나였던 모양인지 서로 마주치는 부분의 선들이 여지없이 들어맞았다.
그리고 그렇게 두 장의 찢어졌던 법부가 하나가 되는 순간!
화화화화홧!
“어엇?!”
“서, 설마!”
“이런! 노사! 갈노사!”
“소, 속았다!”
“놈들이 도망갔다!”
일은 순식간이었다.
나누어진 법부가 하나로 결합된 순간 장거리 전송진이 허공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 전송진은 두 명의 화신기 극경의 수사를 향해 밧줄 같은 선을 뻗었고, 두 수사는 그것을 잡고 화천독망질이 들어 있는 금속 구와 함께 모습을 감추었다. 남은 것은 설상문의 다섯 제자와 세 명의 화신기 후기의 수사들 그리고 서른 마리 가까운 수컷 화천독망질 뿐이었다.
- 장우님! 장거리 전송진이에요!
몽이는 두 화신기 극경 수사들의 돌발 행동을 알아차리고 깜짝 놀라고함을 질렀다. 그 순간 장우 역시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아아, 내가 방심을 했구나. 어찌 여유를 부렸단 말인가. 반성할 일이다.’
그리고 스스로의 태만한 마음과 행동을 반성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화천독망질을 놓칠 수는 없는 일.
장우는 곧바로 의념을 가다듬어 거룡 비행 령보를 불러 냈다.
하지만 아래쪽에서 싸우는 수사들이 알아차리지 못하게 기운을 갈무리하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지금 밑에 있는 수사들이나 화천독망질을 경동시킬 이유가 없었다.
지금은 입령기 수준의 화천독망질을 빼앗긴 것이 중요했다.
‘감히 내 것을 훔쳐가?!’
적반하장이라 할지라도 장우 역시 이번 일을 위해서 애쓴 노고가 작다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그 보상은 받아야 할 것이 아닌가.
-되겠어요?
장우가 무얼 하려는지 안다는 듯이 몽이가 물었고, 장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놈들이 급히 떠나긴 했지만 거용의 능력이라면 놈들이 사용한 전송진을 추적할 수 있다.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지.’
- 그렇게 쫓아간 후에는요? 화신기 극에 이른 수사 둘을 한꺼 번에 상대할 수 있겠어요?
‘놈들도 이미 화산재에 담겨 있던 잔결독공의 독기에 중독되었다. 화천독망질의 독기라고 생각하고 방심했겠지만 그게 놈들의 숨통을 조일 것이다.’
장우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곧바로 거룡 비행 령보에 달려 있는 진법 몇 개를 불러일으켜 장거리 이동을 시작했다.
그 장거리 이동의 목적지는 앞서 떠난 두 수사가 사용한 전송진을 추적해서 나온 곳이었다.
태령기 수준의 령보에게 그 정도는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
다만 화신기에 불과한 장우가 쓰기에 부담이 클 뿐.
스홧!
화산재 구름 안에서 모습을 드러 냈던 거용이 장우의 의 념을 받아 순식간에 모습을 감췄다.
< 역시 방심할 수 없는 수도계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