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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서 조율(調律:균형 맞추기)이라 한다 >
"또 당할 성 싶으냐!"
" 막아라!"
"버텨!"
하지 만 열 명 남은 수사들도 이전과는 달랐다.
화천독망질의 영기 파동이 일어나는 순간, 그것을 알아차리고 각자의 방법으로 방어에 나선 것이다.
그리고 그 시도는 모두 성공을 거두었다.
화신기 후기와 극경의 수사들은 물론이고 설상문의 다섯 제자도 화천독망질의 영기 파동을 막아내는데 성공한 것이다.
키에에에엑!
꾸르르르르르!
하지만 그들이 영기 파동을 막느라 주춤한 틈을 화천독망질 역시 놓치지 않았다.
화천독망질은 다시 온 몸에서 열기를 뿜어 땅바닥을 녹이며 지하로 숨어들기 시작했던 것이다.
"미련한 것!"
하지만 그 모습에 열 명의 수사들은 코웃음을 쳤을 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아직도 화천독망질은 서른세 개의 창이 만든 우리를 벗어나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 말은 서른세 개의 창에 냉기를 주입하면 이전처럼 다시 땅바닥에 굳을 것이란 소리였다.
게다가 화천독망질의 몸에는 아직도 커다란 창 하나가 박혀 있는 상태가 아닌가.
그렇기에 화천독망질이 멀리 도망갈 방법은 없다고 봐야 했다.
몸에 박힌 창은 여전히 화신기 극경의 수사가 의념으로 통제하는 중이라 쉽게 몸에서 뺄 수도 없었으니 지하로 파고드는 것도 한계가 있을 터였다.
"어서 매조지를 지읍시다. 그리고 저 위에 있는 놈의 주리를 틀어야지요!"
흑백 태극문 팔각패를 제어하던 화신기 극경의 수사가 매서운 눈빛으로 화산재 속을 노려보며 말했다.
그는 그 화산재 구름 안에 누군가 숨어 있음을 확신하고 있었고, 장우 역시 자신이 들켰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다만 아직 화산재 구름과 종련문 비행 법보의 은신 능력의 도움으로 정체를 완전히 들키진 않았으리라 생각했다.
'화산재 구름에 뿌려 둔 내 의념을 완전히 뚫고 들어오진 못했어. 게다가 저들은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장우는 의외로 여유로운 표정으로 두 개의 인공 화정을 언제 쓸 것인지 고민하는 중이었다.
- 장우님, 이번에는 조금 일찍 화정을 던지는 것이 어떨까요? 조금 전에는 살짝 늦을 뻔했잖아요.
몽이도 다급한 상황에서 가슴을 쓸어내렸던지 장우에게 조금 서둘 것을 권했다.
하지만 장우는 살짝 고개를 흔들고는 손가락 하나를 펼쳐 어딘가를 가리켰다.
그 방향은 용암의 강이 흘러가는 방향, 즉 용암 호수가 있는 곳이었다.
- 네? 거기 뭐가 있어요?
몽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그곳을 바라보며 정신을 집중했다.
그리고 이에 얼굴빛에 화색이 돌았다.
- 어? 화천독망질이 또 있었어요? 그것도 여러 마리가요?
몽이가 장우를 보며 물었다.
'고작 영체기 후기에서 화신기 후기 정도의 괴수들이지만 수가 제법 되니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겠다.'
장우가 그렇게 말을 하며 인공 화정에서 슬그머니 손을 떼었다.
그리고 그때는 아래에 있는 이미 열 명의 화신기 수사들도 용암강을 거슬러 오르는 화천독망질들의 등장을 알아차리고 있었다.
"이런! 화천독망질이 또 있었단 말입니까?!"
"이게 어찌 된 것입니까? 이럴 거라면 차라리 화신기급의 화천독망질을 노렸어도 되는 것이 아닙니까."
"그러게 말입니다. 사냥도 쉬웠을 것이고, 마릿수를 늘리면 얻는 수련 자원의 양이나 질도 충분했을 것입니다."
"설마 알고 그랬겠습니까? 몰랐으니 그랬겠지요. 안 그렇습니까? 노사(老師)?"
"우리들 중에 화천독망질이 더 있다는 것을 알았던 이가 하나도 없으니 갈 노사께서도 몰랐을 수 있겠지요."
"하지만 입령기 수준의 화천독망질을 욕심내어 그것을 숨겼을 수도 있는 것이 아닙니까!"
"어허! 그게 뭐 그리 대수랍니까? 어차피 우리가 사냥할 화천독망질에 대한 정보는 틀린 것이 없었습니다. 다른 화천독망질이 더 있는지는 따질 일이 아니지요."
"하지만 그것들이 저리 몰려오니 문제가 아닙니까!"
열 명 남은 수사들은 각자의 생각을 주장하며 떠들었다.
하지만 그런 중에도 진법과 창대로 가둬둔 화천독망질을 압박하는 것은 멈추지 않았다.
이제 거의 사냥이 끝난 마당에 그리 큰 전리품을 놓치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설상문의 동도들께서 다시 한 번만 힘을 내어 주십시오. 저 아래에서 몰려오는 화천독망질들을 잠시만 막아주면 될 듯 합니다."
그 때, 팔각패 법기를 다루는 화신기 극경의 수사가 다급한 표정으로 설상문의 다섯 수사를 향해 도움을 청했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은 다섯 수사는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중에 가장 서열이 높아 보였던 수사가 인상을 찌푸리며 고함을 질렀다.
"이미 우리는 할 바를 다 했습니다. 지금까지 사냥에서 우리 사형제들만큼 희생하며 또 공을 세운 이가 누가 있다는 말입니까. 게다가 하류에서 몰려오는 화천독망질들을 우리가 어찌 다 막습니까? 지금 유지하고 있는 진법만 두 개입니다. 어렵습니다!"
"그 무슨 말도 안 되는 핑곈가! 어차피 저기 펼친 빙성(氷城)은 한 번 펼친 후에는 따로 관여할 것이 없지 않나. 그런데 어찌 진법을 유지할 수 없다는 핑계를 댄단 말인가!"
설상문 제자의 말에 태극문 법보의 화신기 극경 수사가 대뜸 화를 내며 잘못을 추궁했다.
그러자 설상문의 다섯 제자들 낯빛이 흉하게 구겨졌다.
"무슨 말을 그리 하십니까? 저 소진을 발동하기 위해서 우리 사형제가 사용한 다섯 법기는 모두 본명법보입니다. 그 뜻을 모르십니까? 본명 법보는 그 자체로 우리들의 의념을 따라 움직이는 것입 니다. 그런 즉 저 성 역시 우리들이 안간힘을 써서 유지하는 것이란 말입니다! 알지도 못하면서 말을 함부로 하지 마십시오!"
이에 설상문 대사형이 다시 나서 고함을 질렀다.
그리되자 태극문 법보의 주인인 화신기 수사는 난처한 상황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방법이 없다는 것이냐!"
이번에는 창을 다루는 또 다른 화신기 극경 수사가 설상문의 대사형을 보며 물었다.
그의 표정은 워낙 험악하여 자칫하면 설상문 제자들을 공격이라도 할 듯이 느껴질 정도였다.
"잠시라도 막고자 한다면 극한의 냉기를 품은 보물 다섯 개를 주시오. 그러면 그것을 이용하여 다시 한 번 저기 있는 소진과 같은 진을 펼쳐 볼 것이니."
이에 설상문 대사형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의 양보라는 듯이 그렇게 말을 하고는 고개를 돌려 버렸다.
그 후로 설상문의 다섯 제자는 지금껏 하던 대로 화천독망질을 포위한 서른세 개의 창대에 냉기를 불어 넣는 일에만 집중했다.
"이런! 시간이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저것들이 여기까지 이르게 된다면 필히 갇혀 있는 화천독망질이 포위를 풀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어찌 하자는 것입니까!"
살아남은 세 명의 화신기 후기 수사들이 다급하게 서로의 얼굴을 살피며 소리를 질렀다.
"끙 이것이면 되겠느냐! 다섯 개의 잎을 내어 주겠다."
그 때, 태극문 법보의 주인이 소매에서 새하얀 나뭇가지 하나를 꺼내 설상문 제자들에게 내밀었다.
그 나뭇가지에는 꼭 다섯 개의 잎이 달려 있었는데, 한 면은 검고, 다른 한 면은 흰 색이었다.
"품고 있는 냉기를 보면 가능할 듯도 싶지만 나뭇잎 다섯 개로 충분할지 모르겠소."
설상문의 대사형이 잠시 의념을 풀어 그 나뭇가지를 훑어보고는 그렇게 말했다.
"끄응, 나뭇가지도 다섯 도막을 내어 함께 쓰면 되겠지?"
태극문 법보의 수사가 앓는 소리를 내며 아니라곤 못할 거란 표정으로 설상문 대사형을 노려보았다.
설상문의 대사형은 그 물음에 잠시도 머뭇거리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될 것입니다. 그리고 어차피 진법을 세우는데 쓰인 재료는 우리 사형제들의 본명 법보와 달라서 다시 거두어 쓸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니 우리가 무슨 이익을 보기라도 한다는 듯이 그리 보 지 마십시오."
"으음. 미안하네. 워낙 귀한 재료라……"
설상문 대사형의 말에 팔각패 법보의 주인 화신기 극경의 수사가 아쉬운 표정을 가까스로 수습하며 나뭇가지와 나뭇잎을 설상문 제자에게 날려 보냈다.
그리하여 나뭇잎이 붙은 부분을 절묘하게 잘라서 다섯 개로 만든 것을 설상문의 제자들이 각각 하나씩 받아들게 되었다.
"애를 좀 써 주게!"
설상문 제자들이 나뭇잎과 가지를 받아들자 곧바로 태극문 법보의 주인인 화신기 극경의 수사가 앞서의 일은 잊었다는 듯이 부드러운 표정으로 부탁했다.
이에 설상문의 제자들도 아무 말 하지 않고 곧바로 용암강의 하류 쪽을 바라보며 손에 든 재료를 연화하기 시작했다.
재료를 연화하여 통제할 수 있어야 진법을 구축할 것이 아닌가.
이에 남은 다섯 수사들은 모두가 설상문 제자들이 늦지 않기를 바라며 마른침을 삼키고 있었다.
"가랏!"
"타아아앗!"
"타앗!"
그리고 다행히 설상문의 다섯 제자는 하류에서 용암을 거스르는 화천독망질들이 도착하기 전에 손을 떨쳐 흑백의 나뭇잎이 붙은 가지를 던져 냈다. 당연히 다섯 개의 가지는 설상문 제자들이 익힌 특별한 진법을 따라서 자리를 잡았고, 용암이 강 위에 떨어지는 순간 혹한의 성을 다시 한 번 소환해 냈다.
"오오오. 이전보다 훨씬 크고 매섭습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저기 보십시오 성 위에 병사들 뿐만이 아니라 장수도 있습니다."
"대체 그것이 무슨 나무였기에 저런 신통을 부리는 것일까요?"
"그걸 어찌 알겠습니까? 노사께서도 그에 대해선 알려줄 생각이 없어 보이지 않습니까."
"하긴, 저리 귀한 것에 대한 정보를 쉬이 주지는 않겠지요."
단번에 용암 강을 얼려버리고 그 위에 웅장한 모습을 드러낸 얼음 성.
그 모습에 화신기 후기의 세 수사가 과장되게 호들갑을 떨었다.
"자! 어서 마무리를 지읍시다!"
그 때, 용암강의 하류에서 올라오는 화천독망질을 어는 정도는 막아낼 수 있다는 자신이 생겼는지 태극문 법보의 수사가 다른 수사들을 재촉했다.
이에 창을 다루는 화신기 극경의 수사와 다른 세 명의 화신기 후기 수사가 다시 맹렬하게 화천독망질이 파고든 대지를 향해 냉기 공격을 뿌리기 시작했다.
- 저 봐요. 이전보다는 훨씬 공세가 약해졌어요. 저게 다 장우님 때문인 거죠?
'그렇지. 내가 위에 있음을 아는데 어떻게 이전처럼 전력을 다할 수 있겠냐? 뭐, 이전에도 3할 정도는 힘을 숨기고 있는 놈들이 대부분이었겠지만.'
- 하긴, 다른 수사들을 어찌 믿고 제 힘을 다 내겠어요? 그러다가 횡사를 당한 두 수사가 어리석긴 하지만요.
'그렇긴 하지. 급박한 순간에도 제 능력을 모두 끌어내진 못했으니 멍청하다는 소리를 들어도 어쩔 수 없겠지.'
- 아! 저기 보세요. 화천독망질들이 드디어 얼음 성과 싸우기 시작했어요.
몽이가 하류 쪽에 세워진 얼음 성을 가리켰다.
그 말대로 마침 용암 위로 머리를 드러낸 화천독망질 한 마리가 엄청난 용암 줄기를 얼음 성을 향해 뿜어내는 중이었다.
이에 얼음성에서도 병사와 장군이 창을 던지고 활을 쏘고, 또 술법을 이용하여 냉기를 쏘아내며 그것을 막았다.
푸쉬쉬쉬쉬쉬쉬쉬! 첨벙! 첨벙!
허공에서 부딪힌 영기과 냉기는 굳은 돌덩어리를 만들었고, 그 돌덩이는 다시 용암강으로 떨어져 용암의 강을 출렁이게 만들었다.
- 또 나왔어요! 그리고 또 한 마리! 또!
이어서 연이어 용암강에서 화천독망질의 머리가 솟아났고, 그 때마다 몽이가 신이 나서 고함을 질렀다.
'음, 그럼 나도 조금 도와 볼까?'
그 때, 장우도 흥이 났다는 듯이 남은 두 개의 인공 화정을 모두 들고 4층탑 비행 법보 밖으로 나섰다.
그리고 곧바로 잔결독공의 독기를 극성으로 끌어 올렸다.
하지만 이전처럼 화정에 독기를 두르지는 않았다.
그 때는 화정에 독기를 둘러 화정이 폭발하면서 자신의 독기가 타들어가는 것을 다른 수사들에게 보여준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화정을 던지고 촌각을 기다렸다가 화산재 전체에 독기를 담아서 아래쪽으로 흩뿌렸다.
"그 놈이 다시 나타났다!"
"조심해라!"
장우가 화정을 던지자 아닌 듯 하면서도 경계를 늦추지 않았던 열 명의 수사들이 모두 단번에 그것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떨어지는 화정을 막기 위해 의념을 날카롭게 벼려냈다.
"아니?"
"이런!"
하지만 장우의 화정은 수사들이 예상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곳으로 떨어져 내렸다.
두 화정은 수사들이나 화천독망질이 숨어든 구덩이가 아니라 설상문의 제자가 만든 두 개의 얼음성 위로 떨어졌던 것이다.
화천독망질을 포위하고 있던 열 명의 수사들은 그런 장우의 화정을 제대로 막아낼 수가 없었다.
워낙 빠른데다가 방향마저 예상과 다르니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푸화화화화확! 푸화화화화확!
그렇게 두 개의 인공 화정이 별다른 방해을 받지 않고 두 곳의 얼음성 위에서 폭발했다.
그리고 그 폭발로 얼음성 위의 병사들이 다수 녹아내리고 말았다.
이는 곧 얼음성의 방어 능력이 크게 떨어짐을 의미했고, 상류에서 밀려오는 용암과 하류에서 쏘아지는 화천독망질의 공격을 막기 어려워졌다는 뜻이었다.
"이 노오옴! 누구냐! 도대체 어떤 놈이냐! 내 너의 뼈를 씹으리라!"
< 일러서 조율(調律:균형 맞추기)이라 한다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