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환장 통수 선협전-380화 (380/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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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천독망질(火川毒?蛭)을 몰아치는 수사들  >

키에에에에엑!

푸화화화화화홧!

하지만 입령기 수사와 대등할 것이란 화천독망질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으리란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화천독망질이 긴 포효와 함께 기운을 끌어 올리자 엄청난 열기가 쏟아져 나왔다.

그 열기는 순식간에 바닥을 녹여 용암으로 만들었고, 화천독망질은 그대로 땅을 녹이며 지하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못 가게 막아라!"

그러자 지금껏 상황을 지켜보던 또 다른 화신기 극경의 수사가 고함을 질렀다.

이에 설상문의 다섯 수사들이 일제히 진법을 움직여 냉기를 화천독망질이 바닥을 녹이고 파고든 용암 구덩이로 집중시켰다.

"가거라!"

거기에 앞서 용암강에 쇠기둥을 박아넣어 화천독망질의 도주를 막았던 수사가 손짓을 하며 쇠기둥을 허공으로 뽑아 올렸다. 장우는 바닥에서 뽑혀 올라온 쇠기둥들이 사실은 창이었던 것을 그 때에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창을 뽑아 올린 수사는 다시 손짓을 하더니 그 창들을 그대로 화천독망질이 숨어든 구덩이 주변에 원형으로 내리꽂았다. 한 번의 손짓에 서른세 개의 창이 땅바닥에 꽂혔는데 그 하나하나가 아름드리 고목처럼 길고 굵었다.

"서두르시오!"

하지만 고작 땅에 창을 박아 넣은 것이 끝이 아니었던 모양인지 지켜보던 다른 화신기 극경의 수사가 창을 부리는 수사를 재촉했다.

이에 창을 꽂은 수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땅에 꽂은 창을 향해 수인을 맺으며 술법을 펼치기 시작했다.

"오오옴! 묘오오라…… 나아암…… 라앙호오오…… 타경 ……"

그는 복잡한 수인과 알아듣지 못할 법술문을 이어갔다.

그리고 그에 따라서 땅에 박혔던 서른세 개의 창들이 진동하며 조금씩 굵기가 줄어들었다.

"어서 냉기를 창에 불어 넣어라!"

그러자 지휘만 하던 화신기 극경의 수사가 다시 한 번 설상문 제자를 향해 고함을 질렀다.

이에 설상문의 제자들이 다시 진법을 변화시켜 냉기를 서른세 개의 창대에 나누어 주입하기 시작했다.

'음, 창을 땅속 깊은 곳까지 밀어 넣고, 거기에 냉기를 흘리는 거군. 그렇게 냉기를 전달해서 용암을 굳게 만들어 화천독망질이 도망치지 못하게 하는 거야.' - 땅을 녹이고 도망가기는 틀린 거네요? 금속으로 된 창이 냉기를 빠르게 전달하겠어요.

'그걸 노리는 거지. 게다가 남은 다섯 수사들 역시 강력한 공격을 준비하고 있어.'

장우는 지금까지 조용히 기다리는 화신기 후기의 다섯 수사들을 놓치지 않고 있었다.

- 와, 다들 냉기를 품은 법보를 준비했네요?

몽이도 그 다섯 수사가 꺼낸 법보들이 풍기는 기운을 바로 알아보았다.

'사냥감이 사냥감이니만큼 그럴 수밖에 없었겠지.'

- 아, 결국 화천독망질이 땅 밑으로 도망가지 못하고 다시 올라오는 모양이에요!

그 때, 몽이가 탄성을 지르며 다시 지상의 상황에 집중했다.

장우 역시 화천독망질이 지면으로 올라오는 것을 느끼며 어떤 반격을 해 올 지 흥미진진한 표정을 지었다.

키에에에엑! 푸화화화화확!

"나왔다! 공격!"

"공격해라!"

갈라지는 듯이 날카로운 포효와 함께 용암이 솟구쳐 사방으로 비산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묵직한 영기의 파동이 동심원을 그리며 퍼져 나갔다.

화천독망질이 모습을 드러내자 미리 대기하고 있던 수사들이 곧바로 달려들어 공격을 시도했지만 그것이 패착이 되고 말았다

"크아악!"

"커억!"

"크으으윽!"

동심원으로 퍼져나간 영기의 파동에 열두 명의 수사들이 모두 피를 토하며 비틀거렸다.

그만큼 화천독망질의 공격이 위력적이었다.

"화기(火氣)를 몰아내라!"

"끄으으윽! 화기(火氣)에 독기(毒氣)가 스며 있……"

"모두 해독단을!"

"놈이 도망치지 못하게 냉기를 유지해야 한다! 어서!"

"푸확! 쿨럭 쿨럭!"

"안 되면 독을 팔다리로 몰아넣은 후 잘라내라! 팔다리야 다시 회복하면 될 일!"

"그 방법이라도 써야 할 판이긴 하오이다!"

단 한 번의 영기 파동은 열두 수사에게 적잖은 피해를 주었다.

그들은 화천독망질이 갑작스럽게 공격을 할 줄을 예상치 못했고, 또 그 공격이 그렇게 위험할 줄도 몰랐다.

영기의 파동에는 강력한 화염의 기운이 담겨 있었고, 그 화염의 기운을 접하는 순간 그 곳에 담긴 독기에 중독되었다.

문제는 보통 독기를 없애기 위해 수사들이 주로 쓰는 방법이 그것을 태워 버리는 방식이란 것에 있었다.

"푸헉! 쿨럭! 쿨럭! 이, 이럴 수가!"

그리고 그런 일상적인 대응이 결국 수사 한 명에게 큰 재앙이 되었다.

그는 독기를 느끼고 그것을 해독하기 위해서 강력한 화기로 태우려 했는데, 그 즉시 화천독망질의 독기가 수십 배로 증폭되고 만 것이다.

그 화천독망질의 독기는 화염의 기운을 받아 증폭되며 수사의 내부를 일순간에 불태우고 녹여 버렸다.

"이, 이런!"

화신기 후기의 수사 하나가 힘도 쓰지 못하고 땅바닥으로 추락해 떨어지자 곁에 있던 다른 수가 급히 그를 잡기 위해 몸을 날렸다.

키이이익! 콰득!

휘리리리릭! 휘리릭! 츠르르륵!

"어엇? 놓, 놓아랏!"

하지만 그의 손이 닿기 전에 추락하던 수사는 화천독망질의 입에 물려 박살이 났고, 도와주려던 수사는 화천독망질의 몸에서 자라난 촉수에 휘감겨 잡혀 버렸다.

"뭣들 하는가! 어서 공격하지 않고!"

그 모습에 지금까지 앞으로 나서지 않고 지휘만 하던 화신기 극경의 수사가 고함을 지르며 법보를 펼쳐냈다.

하얀색과 검은색의 태극 문양이 선명한 팔각패가 그의 손을 떠나 허공에서 크게 변하며 하늘을 가렸다.

이어서 팔각패의 중앙에 있던 흑백 태극 문양이 하늘과 땅의 기운을 흡수하더니 새하얀 빛을 내며 아래쪽 화천독망질을 향해 쏘아 냈다.

'음, 기이한 법보다. 소세야의 화기는 물론이고 하늘의 태양빛까지 흡수하여 반대 속성인 냉기로 만들어 내다니!'

장우가 그 법보의 효능을 알아차리고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 신기하네요. 어떻게 정 반대의 기운으로 바꾸는 걸까요?

몽이도 눈을 똥그랗게 뜨며 놀라워했다.

쩌저저저저적!

흑백 태극문 팔각패는 강력한 냉기로 화천독망질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이에 다른 수사들 역시 힘을 내어 공격에 동참했다.

물론 아직까지 화천독망질의 독기를 완전히 해독하지는 못했기에 너나없이 초췌한 안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특히 설상문의 다섯 제자들은 경지가 낮은 탓에 더욱 안색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 다섯이 펼치는 한빙진은 지금 상황에서 흑백 태극문 팔각패보다 훨씬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들의 한빙진이 화천독망질을 가둬두고 수사들의 냉기 공격 전반을 조율하고 있었던 것이다.

"크아아아아압!"

그 때, 창을 다루던 화신기 극경의 수사가 수인을 맺기 위해 잠시 넣어 뒀던 금속 지팡이를 꺼내들고 기합 소리를 냈다. 그러자 그의 금속 지팡이 법보가 커다랗게 부풀어 오르며 한쪽 끝에 영기가 응결된 창날이 생성되었다.

"마무리를 지으시오!"

그 모습에 흑백 태극문 팔각패를 부리고 있던 화신기 극경 수사가 고함을 질렀다.

창을 불러낸 수사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손짓을 하여 허공에서 새하얀 구슬 하나를 불러냈다.

이후 그는 그 구슬을 날려 자신이 만든 창에 부딪혀 깨트렸는데 그 순간 거대한 눈꽃 문양이 허공에 떠올랐다.

"가랏!"

창에 눈꽃 문양이 떠오른 것을 확인한 순간, 수사는 다시 한 번 고함을 지르며 양쪽 손을 들어 하늘에서 땅으로 긁어 내렸다.

후웅! 푸화확!

그러자 허공에 떠 있던 창이 그대로 땅에 있는 화천독망질을 향해 벼락 내리듯 내리꽂혔다.

키에에에에엑! 키에에에에!

화천독망질은 피부가 새하얗게 얼어붙은 상황에서 냉기 속성이 가득한 거대한 창에 꼬치 꿰듯 꿰인 상태가 되어 꿈틀거렸다.

그 모습은 마치 지렁이를 이쑤시개로 찔러 땅에 꽂아 놓은 것 같았다.

"이제 곧!"

"방심하지 마라!"

"더욱 냉기를 가중시켜라!"

그 모습에 열 명 남은 수사들은 사냥 성공을 예감하며 다들 흥분한 모습을 보였다.

화천독망질의 촉수에 잡혀 있던 수사가 그들의 공격에 새하얀 얼음 동상이 되었다가 산산이 부서진 것은 안중에도 없는 모습이었다.

- 저러다 잡히는 거 아니에요?

그 모습에 몽이가 발을 동동 굴렀다.

'뭔 입령기 수준의 괴수란 놈이 저렇게 허무하게 잡혀?! 저대로 둘 수는 없는데 말이지.'

장우도 상황이 좋지 않게 돌아가는 것을 느끼며 살짝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결국 무릎 앞에 놓여 있던 세 개의 인공 화정 중에 하나를 집어들었다.

아무래도 그것을 써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 잠깐만요!

하지만 아직은 장우가 인공 화정을 쓸 때가 아닌 모양이었다.

갑자기 막아 뒀던 두 번째 통로가 터지며 엄청난 용암이 쏟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푸쉬쉬쉬쉬쉬쉬!

"이, 이런!"

"내, 냉기를 더욱 끌어 올려라!"

"이대로 놈이 화기를 얻게 해서는 안 된다!"

"막아라!"

두 번째 통로를 막아 뒀던 바위가 결국 용암에 녹으며 통로가 열려 버린 것이다.

그렇게 되니 상류에 쌓였던 용암이 이전보다 훨씬 강력하게 쏟아졌고, 그 화기는 곧바로 창에 꽂혀 꿈틀거리는 화천독망질에게로 밀려갔다.

만약 용암이 화천독망질을 뒤덮게 된다면?

지금까지 쌓아 뒀던 공이 한꺼번에 무너질지도 모르는 상황이니 수사들이 다급해질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군! 사제들 소진(小陣)을!"

"끄응, 알겠습니다."

"그리 하지요."

그 때, 설상문의 다섯 제자들 중에 하나가 다른 제자들을 보며 뭔가를 명했고, 이에 설상문 제자들이 내켜하지 않으면서도 어썰 수 없이 그 뜻을 따라 움직였다.

그런 그들이 다음으로 한 행동은 자신들의 법기를 밀려오는 용암 쪽으로 일정한 진법을 형성하여 내던지는 것이었다.

파파파팟 파치치칭! 파치칭!

극음의 기운을 머금은 다섯 개의 법기가 날아가 밀려오는 용암과 화천독망질의 사이에 떨어쳤다.

그러자 법기가 떨어진 자리에 얼음으로 된 커다란 소성(小城)이 솟아올랐다.

그리고 그 소성의 성벽에는 수 백의 얼음 병사들이 자리했는데, 그 병사들은 밀려오는 용암에 맞서 용감히 싸우기 시작했다.

'재미있는 술법이네.'

장우는 그 모습을 흥미롭게 지켜봤다.

성과 성의 병사를 만들어 내는 술법은 그로서도 처음이었던 것이다.

"되었다! 조금만 더 냉기를 뿜어라! 그러면 저것을 그대로 얼려 죽일 수 있다!"

얼음 소성이 나타나 용암을 막아서자 흑백 태극문 팔각패의 주인이 크게 고함을 질렀다.

그의 말처럼 창에 찔려 땅에 박힌 화천독망질은 이제 거의 죽을 때가 된 듯이 기식이 엄엄해 보였다.

장우는 상류에서 용암이 쏟아지는 것을 보고 화정 던지기를 멈춘 것을 후회했다.

'이거 늦은 거 아닌가 모르겠다.'

그리고 곧바로 잔결독공의 독기를 가득 끌어 올려 화정을 감싼 후, 4층탑 비행 법보 밖으로 들고 나가 아래로 던져 버렸다.

콰르릉!

"허엇? 어떤 놈이!"

"마, 막아맛!"

"이미 늦었소!"

순간 아래쪽의 수사들은 난리가 나고 말았다.

갑자기 하늘에서 뭔가가 내리치는데 그것을 막을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푸화화화홧!

"미친, 화기(火氣)다!"

"어떤 놈이 우리의 공을 무너뜨리려 한다는 말이냐!"

"곱게 죽지 못하리라!"

장우가 던진 화정은 아쉽게도 화천독망질에 직격하지 못하고 팔각패에서 쏘아지던 냉기에 맞아서 터지고 말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화정에서 뿜어진 화기(火氣)가 화천독망질을 뒤덮기는 충분했다.

그렇게 화천독망질은 한 순간이라도 냉기를 걷어내고 화기를 충전할 여유를 얻을 수 있었다.

키에에에에엑! 키이이이이!

화천독망질이 고개를 세우고 날카로운 포효를 터트리며 다시 한 번 동심원의 영기 파동을 뿜어낸 것은 그 직후였다.

< 화천독망질 (火川毒야®)을 몰아치는 수사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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