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환장 통수 선협전-374화 (374/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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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중 세계를 떠나, 암해를 가로지르다>

‘그건 뭐였지?’

장우는 무너진 흙더미에 깔린 상태로 역법반서복원대법(逆法反臟復元大法)의 힘을 빌려 몸을 회복하며 몽이에게 물었다.

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짐작은 해 볼 수 있겠죠. 법칙의 힘이요.

‘그래. 아주 강력한 법칙의 힘이었던 거 같지?’

장우 역시 그렇게 짐작했다.

권능은 삼안 수사와의 싸움을 통해서 단편적으로라도 경험을 해 봤다.

그래서 이번에 당한 것이 권능과는 비교할 수 없는 힘임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힘은 장우가 알기로 권능 위에 있다는 법칙의 힘 밖에 없었다.

장우님이 생각을 잘못 한 거죠. 그 흙인형의 본체가 이미 이쪽을 살피고 있었다고 봐야겠죠.

‘그건 아닐 거야. 아마, 마지막순간에 끼어들었다고 봐야겠지. 그나마 해미정이 흙인형을 불러낸 힘이 약해서 내가 살아남을 수 있었겠지. 흙인형이 그렇게 쉽게 무너져 버리지 않았다면 그 짧은 순간에 한 마디 호통으로 장우님을 이렇게 만들었으니 정말 무시무시하네요.

‘음. 확실히 신선이라 불리는 수사들의 능력이 이런 건가 싶은데, 가늠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막연하네.’

그런데 아미는 어때요?

문득 몽이가 장우에게 아미의 상태를 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공동이 무너질 때에 두 명의 평씨 수사는 물론이고 아미까지 함께 흙더미에 깔렸기 때문이다.

‘아미는 운이 좋았는지, 아니면 운이 나빴는지 바닥이 갈라지며 솟구치는 해수를 타고 지상으로 올라갔다.’

하지만 장우는 아미가 어떻게 되었는지 알지 못했다.

마지막 순간에 공동이 무너지고 땅속에 파묻힐 때에, 장우는 어떻게든 아미도 챙기려 했다.

하지만 흙인형의 호통에 입은 부상이 너무 커서 그럴 기회를 놓쳤고, 곧바로 바닥이 갈라지며 솟구친 물기둥이 아미를 휘감고 올라가 버렸던 것이다.

장우는 그것까지 확인하고 정신을 잃었는데, 다시 정신을 차린 것은 그로부터 보름이 지난 후였다.

다시 말하자면 지금은 공동이 무너지고 보름이 지난 후란 이야기였다.

그러니 아미가 어떤 상태인지 알 길이 없었다.

당시에 아미가 즉사하지 않은 것이 용하죠. 화신기의 수사들을 죽을 지경에 이르게 한 호통인데요. 아마 평씨 수사 둘은 곤죽이 되어 죽지 않았을까요?

어쩐 일인지 흙인형의 호통은 한쪽 구석에 쓰러져 있던 아미에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장우와 평씨 수사들이 쓰러질 때에 아미는 즉사를 면치 못했을 것이다.

‘아닐 걸? 몸뚱이는 크게 상했어도 어떻게든 영체라도 살려서 빠져 나가지 않았을까?’

그래봐야 경지의 손해가 막심할 텐데요?

‘어쨌거나 그들이 죽었다는 확실한 증거는 없어. 내 생각엔 살아 있을 거 같아.’

하긴, 그들이야 죽거나 살거나 무슨 상관이겠어요? 이제 어차피 수중 세계에선 더 머물 것도 아니잖아요.

‘하하. 그래. 몸을 추스르면 곧장 떠나야지. 물론 그 전에 해미정의 영체부터 처리를 하고.’

장우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다시 눈을 감고 역법 반서복원대법의 재생력에 몸을 맡겼다.

* * *

암해를 가르는 4층탑 비행 법보 안쪽의 공간, 장우가 가부좌를 하고 앉아서 몽이와 대화를 하고 있었다.

어떻게 해미정과 평씨 수사들의 공간낭을 챙길 생각을 다 하셨어요?

몽이는 조금 전에 장우가 내용물을 정리한 몇 개의 공간낭을 두고 이야기를 꺼냈다.

죽은 해미정의 공간낭은 물론이고 평만래와 평종윤의 공간낭까지 챙겨온 것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그럼 그 아까운 것들을 땅에 묻어 두고 온단 말이 냐?’

- 하긴, 그런 걸 놓치면 수사라 할 수 없긴 하겠죠. 기회만 되면 먹이를 노리고 놓치지 않는 만구(彎拘:하이에나)처럼 살아야…….

‘그야 당연하지. 그런 자세도 되어 있지 않고서야 수도계를 살아간다 할 수 없겠지.’

몽이가 자신을 만구에 빗대어 말하는데도 장우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도리어 긍정하고 나섰다. 자신의 행동에 대한 거리낌이 없다는 뜻이었다.

- 참, 그런데 이번에도크게 사고를 치셨네요?

‘사고라니? 내가 무슨?’

장우가 무슨 말이냔 듯이 물었다.

그러면서도 얼굴에 억울하다는 표정이 드러난 것을 보면 어느 정도는 몽이의 말뜻을 짐작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전에는 지하 세계에 대홍수가 일어나 신선들이 싸웠죠. 그래서 땅이 뒤집어져 반지천을 만들었고요.

‘그게 어째서 내 책임이냐?’

왜라니요? 그 때, 미우가 장우님을 따라나서는 바람에 혼천괴가 무너진 거잖아요. 그건 인정하셔야죠. 미우가 혼천괴의 본신이라는 거 장우님도 알고 있잖아요.

‘아니 그렇다고 반지천 사태를 내 책임이라 하는 건 많이 억울하지.’

장우는 그렇게 항변했지만 몽이는 상관하지 않고 계속 말을 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수중 세계의 일부가 다시 물에 잠겼네요?

‘결과가 그렇게 되긴 했지만그게 내 책임은 아니지.’

어쨌거나 이번 일도 장우님과 얽혀 있는 건 사실이잖아요.

‘그래서하고 싶은 말이 뭔데?’

결국 장우도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저항을 포기하고 그렇게 물었다.

따지자면 몽이의 말이 아주 틀린 것만도 아니란 것을 그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냥 묘하게도 장우님은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의 일과 연관이 된다는 걸 잊지 말자는 거죠. 전에도 비슷한 말씀을 드렸던 거 같지만요.

‘후우, 그래 알았다. 경솔하게 행동하지 말고 신중 하라는 말이잖아. 한 순간에 훅 갈 수 있는 일에 얽힐 수 있으니까.’

장우도 어느 정도는 받아들이겠다는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아무리 부활의 능력이 있다고 하지만 신선의 경지에 있는 수사를 만나고도 그 능력을 쓸 수 있으리라 장담할 수는 없다.

그러니 몽이의 말처럼 조심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그렇죠. 바로 그걸 말하고 싶었던 거였어요. 그게 장우님 뜻대로 되는 건 아니겠지만요.

‘녀석, 내 뜻대로 안 되는 걸 알면서 그런 말을 했다는 거냐? 그리고 이번에 내가 조금 적극적으로 움직이겠다고 생각했던거 하고, 이번 해미정의 일은 전혀 관계가 없었잖아.’

장우가 부활의 능력이 있음에도 너무 소극적이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했던 것이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그런데 몽이에게 신중할 것을 지적 받고 그것을 수용하자니 스스로 변덕이 심한 거 같아 이런 사족을 다는 것이다.

문제는 제가 보기에 지금 장우님이 묘하게 위험한 행동을 하시는 거 같단 말이죠.

‘걱정도! 내가 설마 무모한 짓을 할까.’

정말 그랬으면 좋겠는데, 장우님이 들고 나오신 그 기석(氣石)이 문제죠. 왜 하필 진선으로 추측되는 그런 존재의 기운이 담긴 돌을 챙겨 나오셨을까요? 네? 제가 보기엔 그걸로 그 진선을 찾으려 하시는 게 아닌가 싶은데요.

몽이는 장우가 묻혀 있던 땅 속에서 특이한 기운을 품은 돌을 하나 챙겨 온 것을 두고 불안해하고 있었다.

그 돌에 담겨 있는 기운이 바로 과거 지하 세계의 주인이 품었던 기운과 같은 것이며, 얼마 전 흙인형이 가졌던 바로 그 기운이었던 것이다.

그러니 그런 것을 챙긴 장우에게 반드시 어떤 계획이 있을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했고, 그것을 말리려 하는 것이었다.

‘설마 내가 지금 당장 그 기운을 쫓아가서 뭔가 할 거라고 걱정하는 거면 그럴 필요 없다. 절대 그럴 일은 없으니까.’

그런데 그 돌은 왜 가지고 오셨어요?

‘지금 당장은 아니어도 언젠가는 쓸 곳이 있겠지. 누군가 돌에 담긴 기운으로 그 주인을 알아볼 수도 있을 거고.’

그러니까요. 그게 불안한 거죠. 그걸 알아서 뭐 하시게요?

몽이가 다그치듯 물었다.

‘미우.’

- 네?

장우의 짧은 대답에 몽이가 곧바로 그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멍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미우가 그 녀석에게 끌려갔을 가능성이 높잖아. 그래서 그런 거지.’

- 아! 미우를구하려고요?

‘아니, 당장 구하겠다는 생각은 아니야. 다만 일단 소식이라도 알 수 있으면 좋겠지. 미우에겐 마음의 빚이 크니까.’

마음의 빚이 크다는 장우의 말에 몽이는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장우는 몽이가 자신의 마음을 이해해 준다는 느낌을 받고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그러다가 문득 이번 일로 축소된 수중 세계의 영역을 떠올렸다.

‘그나저나 지하에서 솟구친 해수 때문에 수중 세계의 공기방울 일부가 날아간 것은 좀 미안하네. 그만큼 큰 규모의 지각 변동까지 일어났을 줄은 몰랐지.’

- 장우님과는 상관없는 일이라면서요?

‘그래도 그냥, 뭐랄까 작은 마음의 부담? 뭐 그런 것도 없을 수야 있나.’

- 이미 떠나온 곳인데 크게 마음 쓰지 마세요.

‘그래도 아미가 있는 곳이니 마음이 쓰이네.’

장우는 수중 세계에 두고 온 평아미를 떠올리며 그렇게 말했다.

장우가 지하에서 몸을 회복하고 다시 지상으로 올라왔을 때, 그곳은 공기방울이 사라지고 암해의 일부가 되어 있었다.

흙인형의 호통으로 갈라진 땅으로 암해의 바닷물이 솟구쳤고, 그 기세가 워낙 강력하여 수중 세계를 지키는 공기방울의 일부가 물기둥에 휩쓸려 사라졌다. 그리고 그 물기둥은 공기방울을 뚫고 나가서 공기방울을 짓누르고 있던 암해의 바닷물과 연결이 되고 말았다.

그 과정에서 결국 적잖은 공기가 유실되어 수중 세계의 영역이 1할 정도 축소되기까지 했다.

그런 중에도 아미가 죽지 않고 살아난 것은 장우로서도 놀랄 일이었다.

장우가 아미를 찾았을 때, 그녀는 해미정이 걸어두었던 금제가 말끔하게 사라진 상태였다.

술법을 펼친 주체가 사라지자 소환이나 강림이라는 힘이 흩어져 버린 것이다.

어쨌건 장우로선 아미에게 걸렸던 금제가 사라진 것이니 반가운 일이었다.

하지만 장우는 어렵게 찾은 제자의 앞으로 나서지 않았다.

그저 새로 수련 동부를 만드는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기만 하다가, 수련 동부가 완성되자 축하 선물만 남기고 떠나왔다.

두 번 다시 보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어차피 자신이 계속 거두어 키울 것은 아니었기에 그렇게 이별을 고한 것이다.

그리고 그 후, 장우는 수중 세계를 떠나 암해의 상공에서 서쪽으로 쉬지 않고 날아가는 중이었다.

당연히 최대한 기운을 감추기 위해서 비행 법보를 최소의 크기로 줄여 기운을 감추고 빠른 속도로 비행을 하는 중인 것이다.

당연히 장우는 그 4층탑 비행 법보 안에 마련된 공간에 머물고 있는 것이고.

대도무정(大道無情)!

‘그래, 그 말이 옳다. 아미는 아미대로 알아서 살아야지. 나 또한 당장 눈앞에 닥친 일이 급한 마당에 그 아이에게 계속 신경을 쓰고 있을 수는 없겠지.’

맞아요. 이젠 다른 생각은 하지 말고 분혼을 찾아서 가자고요. 어서 분혼을 흡수해서 잊어버린 기억을 되찾아야죠.

‘그래. 몽이 네 말이 옳다. 그래야지.’

원래 장우는 최대한 빨리 분혼을 찾으려 했었다.

하지만 막상 암해에 이르러서는 화신기 이하의 경지로는 감히 암해를 넘을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래서 지금까지 경지를 끌어올리기 위해서 시간을 보내며 많은 일들을 겪은 것이다.

‘평부령의 부탁을 무시했더라면 더 나았을까?’

그건 모르죠. 하지만 해미정이 끝까지 쫓아오지 않았을까요?

‘그렇지. 설마 해미정 역시 거룡 비행 령보를 노리고 있을 줄은 몰랐지.’

구수신귀가 해미정과 삼안 수사에게 모두 거룡 비행 령보에 대한 이야기를 해 준 것이 문제죠.

‘그야 그들이 나와는 달리 구수신귀에게 그런 보상을 달라 했기 때문이지.’

하긴, 장우님도 영찬황에 대한 것이 아니었다면 종련문의 보물에 대해서 물어봤을지도 모르겠네요.

‘아, 그러고 보니 융생오금을 얻었으니 영찬 재련의 기초 작업을 시작할 수 있겠군. 어디 그럼 암해를 건너는 동안 그거나 해야겠군.’

네? 영찬을 재련한다고요?

‘물론 의념 공간에서 꺼낼 수 없는 상황이니까 우리 몽이가 고생을 좀 해야겠지?

어? 제가요?

‘그럼 너아니면 누가 있어?’

그렇기는 하지만……

‘융생오금(融生鳥金)을 이용하면 영찬의 기운을 숨길 수 있으니 일단 그 작업만 해 두자. 그러면 이후에도 영찬들을 꺼내도 문제가 없겠지.’ - 장우님이 시키시니 제가 어쩌겠어요, 해야죠 뭐.'

대답하는 몽이의 어깨가 추욱 늘어져 처연하게 보였다.

< 수중 세계를 떠나, 암해를 가로지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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