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환장 통수 선협전-370화 (370/499)

(370)

< 승경을 이루고 나오니 흉사가 있었다>

장우는 아미를 두고 훌쩍 떠 나왔다.

- 괜찮으세요?

몽이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장우를 보며 물었다.

‘괜찮지 않을 까닭이 없지. 아미 그 녀석도 어린 아이가 아니다.’ - 그건 그렇지만요.

‘연신기를 넘기고 축기기가 된 수사를 두고 내가 무슨 걱정을 한다는 말이냐? 그 정도면 제 앞가림은 제가 해야지.’

그러면서도 결국 축기기에 오를 때에는 수련을 멈추고 나가서 지켜보셨잖아요.

‘음, 그래서 그것을 후회했잖아. 그래서 이번에는 냉정히 돌아선 것이고.’

그런 것 치고는 아미가 축기기 경지를 안정시킬 때까지 또 머뭇거리셨는데요?

‘그래봐야 몇 년이나 된다고. 그 정도는 할 수 있지. 정식 제자는 아니라도 내가 거둔 아인데.’

뭐 그러시다면 그런거겠죠.

몽이는 그 정도에서 멈추기로 한 모양이었다.

어차피 장우의 마음이 편치 않을 것 같아서 위로하려던 것이었는데 겉으로 보기엔 그리 상심한 것처럼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아미가 배운 것은 평부령의 것이다. 그러니 엄밀히 따지자면 아미는 평부령의 제자라 할 수 있는 것이지.’

네네. 그렇죠. 그래서 아미에게 평부령의 모든 것을 주셨군요?

‘고작 수련 공법과 법보를 내어준 것을 가지고 무슨. 그 외의 재물은 모두 내가 챙겼는데.’

그 중에 일부를 덜어서 평부령 괴뢰를 만든 것은요?

‘그래도 남은 것이 더 많다. 융생오금(融生鳥金)도 내가 가졌고, 그것을 이용하는 거대 법진의 비전도 얻었지. 그게 얼마나 큰 가치가 있는지는 너도 잘 알텐데?’

하긴 그건 그러네요.

‘어쨌거나 내가 조금 미적거린 것은 분명하니 어서 가자꾸나. 서둘러 준비를 해야 깨달음의 단초를 놓치지 않을 테니까.’

장우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4층탑 비행 법보를 불러내어 올라타고 빠르게 어딘가로 날아갔다.

사실 그가 폐관을 했던 것은 화신기 중기에 오를 실마리를 얻었기 때문이었는데, 아미의 축기기 승경 시기가 다가오자 수련을 미루게 되었다.

안 그런 척 하면서도 사실 첫 제자인 아미에게 적잖은 애정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아미의 승경과 경지 안정을 지켜보고 다시 수련에 들었어야 할 장우가 아미가 경지를 안정시키는 것까지 지켜보느라 지금껏 화신기 중기를 위해서 쌓았던 수련의 일부가 허물어지게 되었다.

그러니 장우가 어찌 서둘지 않을 수가 있을까.

* * *

장우가 생각보다 일찍 화신기 중기를 넘볼 수 있었던 이유는 이번에도 잔결독공의 효과 덕분이었다.

애초에 잠력을 폭발시켜 수련 속도를 급격히 끌어 올리는 것이 잔결독공의 효과였다.

이는 사실상 1회용으로, 스스로 죽음을 부를 수밖에 없는 공법이었다.

하지만 장우의 경우엔 령호(靈湖)의 신비로운 해파리 진혈로 역법반서복원대법(逆法反臟復元大法)을 만들었고, 그로부터 부활의 공능을 얻었다.

이후 그 공법은 다시 한 번 성장하더니 잔결독공의 재료가 되는 선천지기, 즉 잠력을 보충해 주어 장우를 잔결독공의 위협에서 벗어나게 해 주었다.

그것이 장우가 화신기 중기에 빠르게 오를 수 있었던 이유였던 것이다.

- 조심하셔야해요.

아미를 떠난 장우가 도착한 곳은 뜻밖에도 암해 수중 세계의 공기방울 밖이었다.

장우의 수련 장소는 바로 암해의 수중 산맥에 만든 수련동이었던 것이다.

사실 굳이 수련동에 들지 않고 비행 법보에 숨겨진 공간에서도 수련을 할 수 있지만 승경과 같은 특별한 상황에서는 그것은 피해야 할 일이었다.

그렇게 특별한 금제 안에서 승경을 하게 되면 이후 천지 법칙의 한 자락을 쫓을 때에도 금제에 방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런 곳에 숨는다 하더라도 승경 과정에서 맞아야 할 천겁뢰를 피할 수도 없다.

그래서 차라리 떳떳하게 나서서 거리낌 없이 천지 법칙의 시험을 받는 것이 승경에 유리하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아주 작은 확률이라도 높여야 할 마당에 그런 이유가 있으니 비행 법보의 숨겨진 공간에서 승경 수련을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융생오금의 일부를 덜어서 그것으로 천겁뢰를 막을 진법을 만들어 뒀으니 승경에서 천겁뢰를 두려워 할 이유는 없겠지.’

- 평부령은 그 진법이 대천겁도 능히 막을 수 있을 거라고 했잖아요. 그러니 고작 화신기 중기의 승경 과정에서 나타나는 천겁뢰 따위는 문제도 아니겠죠. ‘그래, 그러니 결국 남은 것은 승경 그 자체란 말이지.’

-네. 힘내세요

장우의 말에 몽이가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며 승경의 성공을 빌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장우가 당장 화신기 중기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지금부터 잔결독공의 성취를 최대한 끌어 올려 승경에 도전해야 하는 것이다.

경지가 올라갈 기미를 보이지 않던 잔결독공이 결국 화신기 중기의 벽에 닿았으니 그것이 장우에게 승경의 단초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장우는 그 동안 준비해 둔 영단들을 꺼내 놓고 잔결독공의 수련에 매진했다.

그러다가 독기가 부족하다 싶으면 어김없이 그 영단들 중에 하나를 집어삼켰다.

그 영단들은 그 동안 장우가 여러 경로로 확보한 재료를 이용해서 만든 독단들로, 장우에겐 어떤 영단보다 효과가 좋은 약들이었다. 그렇게 장우의 화신기 중기 도전은 계속 이어졌다.

* * *

400년 후.

“이게 어찌 된 일이지?”

장우는 아미가 있던 수련동 앞에서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미의 수련동은 폐허가 되어 무너져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자연스럽게 주인이 떠나서 무너진 것이 아니라 분명 외부의 공격에 의해 폐허가 된 것이었다.

“어떤 놈들이!”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

장우의 몸에서 짙은 녹색 독기가 뿜어져 나오더니 수백 개의 촉수처럼 꿈틀거리며 휘몰아쳤다.

잔결독공의 독기가 장우의 분노에 반응하여 실체를 만들며 나타난 것이었다.

일단 아미의 소식을 알아보는 것이 우선이에요. 진정하세요 장우님.

몽이가 그런 장우의 얼굴 앞에서 요란스럽게 비행하며 짧은 팔을 휘저었다.

그 모습에 장우의 눈빛이 냉정하게 바뀌며 녹색의 독기들도 스르륵 장우의 몸으로 스며들며 모습을 감췄다.

‘그래,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보는 것이 먼저겠지.’

장우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의념을 집중하며 뭔가를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후, 무너진 수련동 앞에 있던 장우의 모습이 녹색 둔광과 함께 사라졌다.

이어서 그의 모습은 아미의 수련동에서 십여 리 정도 떨어진 계곡에 나타났다.

‘으음. 이것은……

- 영기 폭발에 의해 생겨난 계곡이네요. 처음에는 곧게 뚫렸던 지표면이 세월의 흐름에 허물어져서 이런 모양이 되었어요.

‘그래, 고작 4백 년도 되지 않았는데 이런 모습이 된 것은 이곳의 지반이 유난히 무르기 때문인 것 같군.’

장우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허공을 날아서 빠르게 계곡 안쪽으로 들어갔다.

이후 계곡이 끝나는 지점.

장우가 손을 내밀어 땅을 가리키자 작은 지진이 일어나며 땅 속에서 뭔가가 뽑혀져 나왔다.

평부령 괴뢰의 몸통이네요.

몽이가 그것의 정체를 곧바로 알아봤다.

‘맞다. 평부령 괴뢰가 여기서 부서졌다. 그나마 내가 심어 놓은 진법 덕분에 찾을 수는 있었지만 별로 기대할 것은 없어 보이는구나.’

영체기 초입 수준의 괴뢰가 당했다면 그보다 뛰어난 수사의 짓이란 거잖아요. 도대체 무슨 이유로 아미를 노리죠? 그럴 이유가 없잖아요.

‘아니, 평부령 괴뢰의 머리가 없는 것을 보면…….’

- 평부령 괴뢰의 기억을 담당하는 옥간이요? 그걸 노렸다고요?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지. 내가 괴뢰를 만들 때에 평부령을 닮게 만든 것이 잘못이었을 수도 있겠어.’

- 평부령을 아는 수사들 중에 누군가가 평부령 괴뢰를 보고 평부령의 죽음을 확신했다면 그 괴뢰를 노리는 것도 가능했겠네요.

‘그래서 하는 말이야. 평부령을 닮은 꼴로 만들지 말았어야 했다고.’

- 음, 괴뢰가 여기서 죽었다면 아미도 무사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은데요?

‘그래, 내가 떠나고 백 년도 지나지 않아서 사달이 난모양이니, 그 때에도 아미의 경지는 축기기 초기였을 거야.’

- 아주 낮은 확률로 축기기 중기가 되었을 수도 있죠.

‘그래, 아미의 영근이 평부령의 공법과 잘 어울리고, 평부령의 본명법보인 나각(轉角) 법보도 있으니……. 으음. 어쩌면 찾을 수 있겠군.’

장우는 대화 중에 문득 아미에게 줬던 나각 법보를 떠올리며 중얼거렸다.

그 소라 껍데기 법보를 찾는다면 아미의 소식도 어렵지 않게 알아낼 수 있을 터였다.

‘이미 품을 벗어난 제자라지만 이대로 모른척을 할 수는 없겠지. 도대체 그 때에 아미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보리라.’

장우는 그렇게 결심하고 곧바로 가장 가까운 대성으로 이동했다.

* * *

“그러니까 결국 아미 수사는 찾지 못했다는 말이구나?”

“그렇습니다 어르신. 당시에 많은 수사들이 아미 수사의 괴뢰를 탐내어 몰려갔으나 괴뢰만을 보았을 뿐, 아미 수사는 볼 수 없었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그 일을 주도한 것은 누구라더냐?”

“그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일입니다. 말씀드리겠습니다.”

“어서 말 하거라!”

“평씨 가문에서 주도한 일이었습니다.”

“뭐라? 평씨?”

“그렇습니다. 아시겠지만 평씨 가문은 삼 대에 한 명씩은 매번 수사를 배출하는 명문가가 아니겠습니까.”

“으음. 그래서?”

“그런 중에도 평부령 어르신의 이름은 밤하늘의 드높은 별과 같고 말입니다.”

“결국 평씨 가문의 수사가 제 선조의 모습을 한 괴뢰를 때려 부수고 그 혈족인 아미를 쳤다는 소리냐?”

“원래 평부령 선자의 경지가 드높아 모든 평씨 혈족이 존경하였는데, 그 어르신의 모습을 한 괴뢰가 발견되었으니 어찌 놀라지 않았겠습니까. 게다가 그 괴뢰의 수법이 평부령 선자의 그것과 같은 괴뢰가 알고 있는 평부령 선자의 공법과 지식을 탐냈다는 말이구나. 그래서 제 선조의 제자를 공격했어!”

장우가 버럭 고함을 질렀다.

원래 이곳 암해 수중 세계에는 이름 난 수도 가문이 여럿 있었는데, 그 중에 평씨 가문도 포함되었다.

산수들의 뜻을 받드는 세상이라 문파는 만들어지지 않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몇몇 가문에서 수사를 연이어 배출하며 수도 명가로 성장한 곳들이 있었던 것이다.

장우는 수중 세계로 오기 전에 이미 평부령으로부터 그 이야기를 들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장우는 원래부터 기득권자들을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었다.

그래서 평부령과 약속을 지키면서 수도 명문가인 평씨 가문과 얽히는 일이 없었으면 했다.

그 때문에 어렵게 찾은 곳이 평씨 혈족 중에서 수도계와 연관이 없는 소성의 범인 평가장이었던 것이다.

‘어찌 되었던 흉수가 밝혀졌으니 마땅히 그 대가를 치르게 해야지. 절대 그냥 넘어갈 수는 없는 일이다.’

장우는 사건의 내막을 어느 정도 파악한 후, 곧바로 수도 가문인 평씨 가문을 벌하기로 마음먹었다.

물론 그 평씨 가문이 아미를 데리고 왔던 소성의 그 평가장은 아니었기에 장우의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수중 세계의 중심 도시로 향하고 있었다.

오래 전, 다리 대륙이 무너질 때 공기방울이 생성되어 지금까지 암해 수중 세계의 중심지 역할을 하는 그곳에 수도 명문인 평씨 가문의 본가가 있었다.

< 승경을 이루고 나오니 흉사가 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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