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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고 간단한 방법이 있었다〉
장우는 평부령과 그 일행이 융생오금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에 귀가 솔깃했다.
가만히 상황이 정리되기만 기다리려 했는데, 눈앞에 융생오금이 있다니 기회를 엿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했던 것이다.
- 장우님, 어부지리를 노리시게요?
‘넌, 확실히 입속의 혀와 같구나. 하하하.’
장우는 몽이의 추측에 활짝 웃으며 더욱 바깥의 상황에 집중했다.
그런 중에 평부령은 여전히 소라껍질을 불었고, 그 동료는 단검으로 경지건의 태극문양을 공격했다.
그들은 굳이 경지건을 해칠 작정까진 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저 태극문양이 깨어지면 오행의 다섯 깃발로 만든 결계에 구멍이 생긴다. 그렇게 되면 부적으로 만든 진법을 이용하여 장거리 이동을 할 수 있겠어. 그런 방법으로 도망을 가려는 거야.’
장우는 대치하고 있는 양쪽의 상황을 살핀 끝에 그런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장우가 바라는 바가 아니었다.
- 도망치지 못하게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몽이도 장우가 파악한 사실을 알아차리고는 급한 기색으로 그렇게 물었다.
‘태이파 쪽을 도와서 저들을 공격하자고?’
장우가 몽이에게 물었다.
당장이라도 평부령 일행이 흑백의 태극문양을 깨트릴 듯 보이니 그것부터 막아야 할 것 같았다.
- 당연히 그렇게 해야죠. 일단 저들 셋이 도망을 치고 나면 그 후에는 기회가 없는 거잖아요.
‘으음. 그렇기는 하다만.’
- 왜요? 다른 생각이라도 있으세요?
‘그게……
몽이의 물음에 장우는 눈을 가늘게 뜨고 소용돌이 안쪽에 있는 원통형의 부적 진법을 자세히 살피며 말을 아꼈다.
- 왜요? 네? 뭔데요?
몽이는 그런 장우의 모습에 호기심을 참지 못하며 연신 대답을 재촉했다.
‘아! 그렇구나!’
그러던 중, 장우가 문득 뭔가를 깨달은 듯이 탄성을 터트렸다.
그리고 곧바로 4층탑 비행 법보를 은밀하게 움직여 그들로부터 멀어지기 시작했다.
- 어? 어기 장우님, 왜 이래요? 저기 융생오금이 있다잖아요.
그런 장우의 행동에 몽이가 깜짝 놀라며 다급하게 물었다.
하지만 장우는 최대한 의념을 끌어 올리고 영기를 뿜어내어 평부령과 경지건 등으로부터 멀어지는데 최선을 다했다.
그렇게 어느 정도 거리를 벌린 장우는 4층탑 비행 법보를 세우고 거룡 비행 령보를 불러냈다.
- 우아앗, 거용은 왜요?
몽이는 갑작스럽게 거룡 비행 령보를 소환하는 장우의 행동에 깜짝 놀라며 물었다.
‘기다려라. 해야 할 일이 많으니.’
장우는 그런 몽이의 물음에 대답을 해 줄 여유도 없었다.
그는 서둘러 거룡 비행 령보의 기능 중에 하나인 장거리 공간 이동을 준비했다.
그리고 준비가 끝나는 즉시 구십만 리의 거리를 뛰어 넘었다.
- 우우욱! 공간 이동은 힘들다고요!
거용이 한 순간에 먼 거리를 이동하자 몽이가 멀미라도 한다는 듯이 헛구역질 시늉을 했다. 하지 만 이번에도 장우는 그런 몽이와 어울려 주지 않았다.
그는 급하게 거룡 비행 령보를 수습하여 4층탑 비행 법보로 되돌린 후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밖으로 나간 장우는 4층탑 비행 법보까지 의념공간에 밀어 넣고 주변을 살폈다.
- 장우 님, 뭐 하시는 거예요?!
몽이가 그런 장우의 눈앞에서 어지럽게 날아다니며 물었다.
‘대응진이 이곳 어디에 있을 거다. 그걸 찾아야 해!’
장우는 의념을 펼쳐 주변을 살피면서도 다급한 음성으로 몽이에게 말했다.
- 대응진이요? 그게 무슨……? 설마 그 소용돌이 안의 세 수사가 이동할 곳이 이곳이란 말씀이에요?
몽이는 잠시 장우의 말을 이해하지 못해 머뭇거리다가 드디어 답을 알아차렸다.
‘그래, 부적으로 만든 원통형 진법을 살펴보니 대충 알겠더군.’
- 아니 그게 말이 안 되잖아요. 그럼 태이문의 수사들도 이곳을 알 거 아니에요?
몽이는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물었다.
‘알겠지. 하지만 안다고 어쩔 거냐? 그들이 한 순간에 이곳까지 장거리 공간 이동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 아, 목적지는 알아도 따라올 방법이 없다는 거군요?
‘그렇지. 고작 화신기 경지에 어찌 백만 리를 한 순간에 움직인단 말이냐? 지금의 내가 기물의 도움 없이 한 번에 최대한 이동할 수 있는 거리는 고작해야 만 리도 되지 않는다. 그걸 생각하면 저들에게 기물 이 있다고 하더라도 절대 여기까지 올 수는 없지.’
- 그건 그러네요. 그래서 도망쳐 오는 이들을 노리겠다는 거네요?
‘그래, 그러니까 어서 대응진을 찾아……, 아 저기 있군.’
장우는 넓게 펼친 의념에 걸려든 은밀한 은폐 진법을 발견했다.
그의 의념이 다른 수사들에 비해서 네 배나 강하지 않았다면 절대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잘 은폐된 진법이었다.
장우는 곧바로 둔술을 펼쳐 진법이 있는 곳으로 이동했고, 그곳에서 장거리 이동을 보조하는 대응진을 찾아냈다.
- 그럼 이제 어떻게 해요?
‘어떻게 하긴, 함정을 파야지.’
몽이의 물음에 그렇게 대답한 장우는 곧바로 대응진을 포위한 형태로 진법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가 만드는 진법은 강력한 금제와 잔결독공의 독기를 담은 것이었다.
일단 금제로 대상을 억누르고 그 상태에서 독기에 중독시키는 형태였던 것이다.
장거리 이동 직후에 곧바로 금제를 당하고 강력한 독기를 맞이할 테니, 그들이 그것을 벗어나긴 어려울 터였다.
‘됐다. 이제 놈들이 오기만 기다리면 되겠군.’
장우는 꼬박 하루에 걸쳐 금제 진법을 펼치고 독기를 뿌렸다.
그리고 여유롭게 금제 진법 밖에서 평부령 일행이 이동해 오기를 기다렸다.
- 그런데요. 장우님.
‘응?’
- 혹시라도 태이파 쪽이 이기게 되면 어떻게 되는 거에요?
‘뭐, 어쩌긴, 괜한 헛고생만 하는 거지.’
- 아니요, 그건 그런데요 혹시 태이파 제자들이 이곳을 찾아올 수도 있잖아요.
‘대응진을 타고 오면 함정에 빠질 테니까 걱정할 필요가 없고, 다른 방식으로 이곳을 찾아오면 그 전에 내가 알아차릴 수 있겠지.’
장우는 자신의 강력한 의념을 믿었다.
지금껏 다른 수사를 상대해 본 결과 동급의 수사들 중에서 자신이 상대하지 못할 이들은 없었다.
물론 삼안 수사처럼 특별한 경우라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그런 수사는 그리 흔하지 않을 것이라 믿었다.
게다가 여차하면 거룡 비행 령보를 불러내어 어떻게든 몸을 피하는 방법도 써 볼수 있고, 그것 조차불 가능한 경우라면 역법반서복원대법(逆法反臟復元大法)도 있지 않은가.
‘조금 더 과감해도 된다는 이야기지.’
- 네? 갑자기 무슨 말씀이에요?
‘별 말 아니니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 네에.
우우우우우웅! 후화화화확!
“온다!”
장거리 이동 대응진에 함정을 만들고 지키기를 이틀.
드디어 대응진에 영기가 모여들며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분명 평부령 일행이 이동해 오는 징조였다.
장우는 긴장하며 그들의 모습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스화홧! 스슷!
“하악!”
“커억!”
그리고 한 순간 대응진에 응결된 영기가 빠르게 고갈되며 두 명의 수사가 대응진 위에 모습을 드러냈다.
평부령과 부적 진법을 만들었던 화신기 중기의 수사였다.
장우는 대응진의 작동이 멈춘 순간, 곧바로 금제를 발동시키고 독기를 부풀려 올렸다.
“아악!”
“크아아아악!”
순간 평부령이 비명과 함께 진법 바닥에 주저 앉았고, 화신기 중기 수사는 몸은 물론이고 영체까지 녹아 흩어져 버렸다.
“어? 이, 이런.”
장우는 그 모습에 깜짝 놀라며 독기를 다시 거두어 들였다.
하지만 영체가 녹아버린 화신기 중기 수사의 죽음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 우와, 엄청난 싸움을 벌였나 봐요.
몽이가 쓰러져 있는 평부령의 몸 위로 날아가 이리저리 살피며 말했다.
‘그런 거 같네. 영기가 거의 고갈되었고, 내상도 심각해. 올 때부터 상처가 깊었어.’
장우가 발동시킨 금제 때문에 기운이 억압되었고, 거기에 잔결독공의 독기에 중독까지 되어서 상태가 더욱 나빠졌다. 하지만 그 이전에 입은 상처가 심각했던 것도 분명 사실이었다.
“누, 누구냐?”
그 때, 평부령이 힘겹게 고개를 들어 장우를 보며 물었다.
“그걸 알아서 어디에 쓰겠습니까? 선한 자는 오지 않고, 온 자는 선하지 않다 했습니다.”
“호, 호, 호. 스스로 선하지 않은 자라 하는구나. 울컥!”
평부령은 어렵게 웃음소리를 내다가 영기가 뒤섞인 피를 토해냈다.
“이렇게 상처를 입고 올 것은 생각지 못했습니다. 그저 금제를 가하고 원하는 것만 얻어 갈 생각이었는데, 일이 공교롭게 되었습니다.”
“죽일 생각은 없었다는 말이냐?”
“세 분이 모두 저보다 경지가 높은데 감히 죽일 생각을 했겠습니까? 그저 원활한 협상을 위해서 얕은 함정을 판 것뿐이지요.”
“그런데 내가 그 함정조차 버티지 못하는 상태로 이곳에 온 것이로구나?”
“그런 것이지요.”
“호호. 이리 허망할 수가 있다니. 이제야 겨우 대천겁을 넘을 방도가 생겼다 싶었더니 이리……"
장우의 대답에 평부령이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며 중얼거렸다.
"대천겁이 가까우신 모양입니다.”
장우가 물었다.
대천겁을 앞두었다면 평부령은 적어도 1 만 5천년 가까운 시간을 살아온 수사란 뜻이었다.
그 대천겁이 두 번째라면 3만 년을 살았다는 소리일 것이고.
“그렇다. 그러니 여기서 네게 목숨을 구걸하는 것도 구차할 뿐이지. 대천겁까지 몸을 회복하기도 어렵겠지만 네가 나를 기다린 것이 융생오금 때문이라면 그것을 내어주곤 작은 희망조차 없을 테니까.”
“제가 융생오금을 원할 것은 어찌 아셨습니까?”
“그 이외에 내가 보물을 가졌다는 소문이 날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군요. 그럼……"
“그리 애쓰지 않아도 된다. 네가 원하는 것은 물론이고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내어 줄 것이니.”
장우가 조심스럽게 융생오금을 요구하려는데 평부령이 그렇게 선수를 쳤다.
“으음. 바라는 것이 있습니까?”
장우는 평부령이 그리 순순하게 나오는 데에는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작은 부탁이 있을 뿐이다.”
“들어보겠습니다 어차피 상황이 유리하긴 하지만 그래도 일을 순리대로 풀 수 있다면 나쁘지 않겠지요.”
“함정을 판 놈이 순리대로라니 웃기지도 않다. 하지만 크게 양보하여 앞서의 일을 잊고, 지금 상황만 놓고 보겠다.”
평부령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짓더니 다시 정색을 하며 말을 돌렸다.
“그리 따지면 나는 부상이 심하여 죽음이 눈앞인 상황이고, 그런 중에 네가 나타났으니 네게 작은 부탁을 하고 그 대가로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내어 주는 것으로.”
“하하하. 좋습니다. 그리 해 주신다면 정말 아름다운 거래가 될 것입니다.”
장우는 평부령의 말을 기꺼워하며 그렇게 대답했다.
그리고 그 후 평부령은 실제로 장우에게 한 가지 부탁을 하고는 그녀가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그에게 넘겨 주었다.
이후 장우는 곧바로 암해의 수면 위로 떠올라 4층탑 비행 법보를 소환한 후 서쪽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 달 후 장우는 다시 수면 아래로 들어갔는데 고작 수 백 장을 내려가자 결계를 두른 작은 세상이 모습을 드러냈다.
평부령이 장우에게 알려준 암해의 수중 세계였다.
〈 쉽고 간단한 방법이 있었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