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환장 통수 선협전-366화 (366/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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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융생오금(融生鳥金)이 필요한데?〉

암해의 동서를 이어주던 다리 대륙은 신선들이 인공적으로 만든 것이었기에 실제로 바다 위에 판을 올린 듯이 떠 있는 부분이 있다.

그리고 그와는 반대로 대륙을 떠받치는 기둥 역할을 하는 부분도 있었다.

그런데 태이파의 영역은 바로 그 다리의 기둥에 해당하는 곳이었다.

대륙을 떠받치는 기둥 위에 태이파가 자리를 잡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장우가 찾는 영찬의 재련 재료는 바로 그 기둥과 암해가 만나는 부분에 있었다.

장우는 남쪽 해안에서 서쪽으로 이동하다가 다시 해안을 따라서 북쪽으로 방향을 틀어 한 달을 날아간 끝에 목적지에 닿을 수 있었다.

‘저, 아래로 내려가야겠군.’

끊어진 다리 대륙의 끄트머리에서 장우는 검은 색에 가까운 암해를 내려다보았다.

바닷속까지 들어가야 하는 건가요?

몽이가 별로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장우의 코앞에서 눈을 맞추며 물었다.

‘그래, 해수면 밑의 기둥을 따라서 들어가다 보면 가라앉은 땅이 있는데 그 단면에 내가 찾으려는 융생오금(融生鳥金)이 있다고 영찬 령보 제작 비법을 적은 옥간에 기록되어 있었지.’

그런데 융생오금이 뭘까요?

‘쇠(金)지. 그것도 살아 있는검은 쇠.’

살아 있어요? 쇠가요?

‘음, 옥간의 기록에 의하면 영찬을 녹여서 변형이 가능한 상태로 만들어 주는 재료라 했지. 그러면서 영찬 특유의 성질은 정제해서 강화하고, 정체는 숨겨준다니 더없이 좋은 재료인 셈이지.’

아, 영찬으로 얻을 수 있는 효과는 강화하고 영찬 자체는 숨길 수 있다니 대단한데요? 우리에게 꼭 필요한 거군요?

‘그러니 내가 이렇게 억지를부려서 여기까지 온 거 아니겠냐?’

장우님이 억지는 무슨, 그런 적 없으세요.

‘이제 거의 다 오긴 했다만, 그렇다고 마음을 놓을 정도는 아니다. 내가 화신기 초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래봐야 이곳 선계를 놓고 보면 티끌만도 못한 존재이니.’

또 뭘 그렇게까지 말씀을 하시고 그러세요? 장우님이 저계 수사라고 해도 부활의 재주가 있으시니 두려울 것이 뭐가 있겠어요? 그러니 자신감을 가지세요.

‘그렇게 말을 해 주니 고맙긴 하다만, 솔직히 매번 상대할 엄두도 나지 않는 고계 수사들과 엮이다보니 걱정이 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구나.’

그래도 항상 결과가 좋았잖아요. 얻은 것도 많고요.

‘하긴 의념 공간에 들어 있는 것들을 헤아려보면 감히 화신기 초기의 나에겐 분에 넘치는 것들이 많지. 그리고 그걸 생각하면 내가 무척 운이 좋기도 했고.’

그러니까요. 제가 보기에도 장우님은 대천세계 천지 법칙의 사랑을 받으시는 거 같아요.

‘뭘또 그렇게까지.’

몽이가 너무 자신을 추켜세운다는 생각이 들어 장우가 슬쩍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그런 중에 4층탑 비행 법보를 움직여 해안 절벽을 타고 암해의 해수면 밑으로 내려갔다.

십여 장 크기의 4층탑 비행 법보는 표면에 얇은 바람의 막을 만들어 네 개의 층마다 있는 공간을 바닷물로부터 보호했다.

장우는 그 중 탑의 1 층 공간에 가부좌를 하고 앉아서 암해의 물속을 살폈다.

그렇게 내려가기를 꼬박 이틀이 되어서야 장우는 오래전에 무너져 잠겨 있던 대륙의 모습을 만날 수 있었다.

어디로 가야 해요?

그러자 다시 몽이가 조바심을 내며 물었다.

드디어 목적을 달성하기 직전이 되니 마음이 들뜬 것이다.

‘아직 더 내려가야……. 잠깐!’

장우는 몽이에게 대답을 하려다 말고 급히 4층탑 비행 법보의 내부 공간으로 몸을 숨기고 비행 법보도 팔뚝 크기로 줄였다.

최대한 기척을 숨기는 종련문 비행 법보의 특기를 발휘한 것이다.

무슨 일이에요? 왜 그래요? 누가 와요?

몽이가 장우의 눈앞을 바삐 오가며 물었고, 장우는 조심스럽게 밖으로 의념을 펼쳐 상황을 살폈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아홉 명의 수사가 심해에서 솟구쳐 오르다가 멈춰서 서로 대치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다행히 모두가 화신기 정도에 불과하다. 그보다 높은 경지의 수사는 없어.’

장우가 의념으로 확인된 그들의 모습에 살짝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 아, 저기 보세요. 소매를 보니 태이문의 수사가 여섯이에요.

그 때, 몽이도 세 수사를 포위한 여섯 수사가 오른쪽 소매 끝에 푸른색의 띠가 있고, 거기에 특이한 문양을 새긴 것을 알아보았다.

‘경지는 비슷하다. 화신기 중기에서 후기. 포위된 이들이 누군지는 몰라도 후기가 둘에 중기가 하나고, 태이문의 여섯 수사는 후기 하나에 중기가 다섯이야.’

- 그래도 싸우면 태이문이 이기겠죠? 경지만 따지면요.

‘화신기 후기가 중기 셋은 어찌어찌 감당한다고 보면 태이문이 크게 유리한 것도 아니지. 칠대 팔 비율이라 보면 되니까.’

화신기 후기 수사를 중기 수사 셋으로 놓고 보면 태이문은 여덟, 포위된 쪽은 일곱이다.

그래서 장우는 성급히 어느 한 쪽의 손을 들어주기 어려웠다.

“쥐새끼처럼 여기까지 숨어들어 수작을 부리다니! 겁이 없구나.”

그 때, 여섯 태이파 수사 중에 유일한 화신기 후기 수사가 잔뜩 화가 나 포위한 세 수사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흥! 우리가 어찌 고작 태이파 따위를 겁낸단 말이냐? 게다가 여기는 네 놈들의 땅도 아닌데 뭐가 문제지?”

그러자 포위 된 세 수사 중에 화신기 후기인 여성 수사가 전혀 주눅든 기색 없이 빈정거리는 투로 대거리를 했다.

“평부령(枰溥嶺), 오늘은 빠져 나갈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긴 소리 할 것 없겠지. 선택하거라. 감춘 것을 내어 놓으면 곱게 돌려보내 줄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오늘이 네 마지막이 될 것이다.”

“흥, 내가 그 말을 믿는다고 해도 따르지 않을 텐데, 하물며 믿지 못할 네 놈의 주둥이에서 나온 말을 고려나 할 것 같으냐?”

“감히!”

“호호호호. 덤벼 보거라.”

평부령이란 수사는 이미 싸움을 각오한 듯이 거침이 없었다.

이에 비해서 우세를 점하고 있는 태이파의 수사는 조금 머뭇거리는 감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평부령이 끝내 의념을 펼쳐내며 바닷물을 끌어들여 소용돌이를 일으키기 시작하자 태이문의 수사도 그에 대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3:6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평부령은 자신과 함께 하는 다른 두 명의 수사까지 에워싸는 거대한 소용돌이를 만들었다.

그리고 또 다른 화신기 후기의 수사는 소매에서 단검 수 백 개를 소환하여 그 소용돌이 안에 던져 넣었는데, 그 단검들이 소용돌이를 따라서 휘돌며 사나운 기세를 만들어 냈다.

다른 화신기 중기의 수사는 소용돌이 안쪽에 생긴 고요한 공간에 서른아홉 개의 부적을 원통형으로 띄워 놓고 주문을 외우는 중이었다.

이에 태이문의 화신기 후기 수사도 다급하게 수인을 맺으며 고항을 질렀다.

“결계를 세워라! 물샐 틈이 없게 만들어 도망치지 못하게 해라!”

"네, 당주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당주님!”

그의 신분이 어떠한 당(堂)의 우두머리였던지 다른 제자들이 그를 당주라 불렀다.

그리고 평부령(枰溥嶺)이 펼친 소용돌이가 커지는 것을 의념과 영기를 쏟아 막으며 각자 하나씩의 깃발을 소환해 허공에 꽂아 넣었다.

장우는 그 깃발 다섯이 모두 오행의 속성을 품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장우 역시 오행영기공(五行靈氣功)을 통해 오행기를 익혔던 경험이 있었기에 그것을 알아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게다가 다섯 깃발이 각기 오행의 기운 하나씩을 가지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그것이 하나로 뒤섞이며 오행기 비슷한 기운을 만들어 내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오행의 기운을 서로 상생시키는 방법으로 내외를 단절시키는 결계를 만드는 거로군. 그런데 결계가 완성되지 못하고 있다.’

장우는 소용돌이를 감싸는 다섯 깃발의 결계가 불완전한 것을 곧바로 알아차렸다.

기이하게도 그 결계는 원통형이었는데, 그것은 소용돌이 안에 있는 화신기 중기 수사가 만든 부적 진법의 모양과 동일했다.

‘저러면 위아래가 터져서 적을 가두는 효과가 없을 텐데?’

장우가 그 모습에 의아해 하는 순간이었다.

당주라 불린 화신기 후기의 태이문 수사가 두 손을 교차하며 빙글빙글 돌렸는데 거기서 흑백의 태극문양이 만들어졌다.

“이런! 놈이 우리를 가두려 합니다.”

그 모습에 부적으로 원통형 진법을 만들었던 수사가 다급한 표정으로 고함을 질렀다.

그러자 평부령과 다른 화신기 후기 수사가 곧바로 소용돌이를 키우고 단검에 담긴 기운을 증폭시켰다.

“으으윽!"

“끄응! 당주님!”

“저들이 작정을 한……"

당연히 태이문의 제자들이 받는 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었고, 다급해진 제자들이 당주에게 도움을 청했다.

“걱정할 것 없다! 흐아압!”

이에 당주가 기합 소리와 함께 소용돌이를 향해 흑백의 태극문을 날려 보냈는데, 그것이 날아가며 흑과 백의 원판 모양으로 바뀌어 오행기가 완성한 원통형 결계의 아래위를 틀어막았다.

검은 원은 바닥을 이루고 하얀 원이 뚜껑이 되었던 것인데, 그 순간 아래 위의 원판이 서로 호응하며 소용돌이 안쪽에 부적으로 만들어진 원통을 압박했다. 그러자 원통형의 부적 진법에 흐릿한 흑백 태극문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런! 막혀버렸습니다!”

그 모습에 부적으로 원통형 진법을 만들었던 화신기 중기 수사가 깜짝 놀라며 고함을 질렀다.

“걱정할 거 없습니다.”

“이제 저 경 가가 함정에 빠진 것이니 우리가 유리합니다.”

하지만 화신기 중기 수사의 고함에 평부령과 다른 화신기 후기의 수사는 도리어 밝아진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리고 곧바로 소용돌이 안쪽, 원통형 부적 진법에 나타나기 시작한 흑백 태극문양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소용돌이에서 은은한 금광을 머금은 단검 수십 자루가 되돌아 나와서 태극문양을 쪼아대기 시작했다.

가만히 지켜보면 단검들은 실체가 아닌 기운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진법을 만든 부적들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않았다.

“호호호호. 경지건(徑沚建), 어디 맛을 보아라!”

거기에 평부령 또한 새로 손바닥을 뒤집어 법보를 꺼내 흑백 태극문양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법보는 커다란 소라 고동이었는데 그것을 나각(聽角:소라 고동 악기)처럼 입에 물고 불었다.

장우가 생각하기엔 세상이 온통 물로 가득한 바다속에서 그런 것이 어떻게 소리를 낼까 싶었지만 의외로 평부령의 나각 법보에선 우렁찬 소리가 났다.

뿌우우우우우우우!

푸스스스스스스!

“허엇! 고약한!”

그러자 평부령의 나각 소리가 경지건이란 태이문 당주의 태극 문양을 떨게 만들며 가루로 갉아내기 시작했고, 경지건이 인상을 구기며 고함을 지르게 만들었다.

“경 가야, 지금 상황에선 네가 끼고 온 그 다섯 놈들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니 너 혼자서 우리 둘을 상대하는 격이 아니냐. 너는 이길 수 없음이니 그만 포기하고 물러나라.”

그런 경지건을 향해 단검을 부리는 화신기 후기 수사가 비웃음을 담아 놀리며 물러날 것을 권했다.

상황을 지켜보던 장우도 여기서 경지건이 더 고집을 피우다가 부상을 입으면 다른 다섯 제자도 무사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경지건이 이대로 물러나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적어도 융생오금에 대한 말이 경지건의 입에서 나오기 전까지는 강 건너 불을 보는 마음이었던 것은 분명했다.

“너희가 감히 우리 태이문의 허락도 없이 융생오금(融生鳥金)을 훔치고도 무사할 것 같으냐?”

하지만 평부령 일행이 융생오금을 가지고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 장우님! 저것들이 융생오금을 훔쳤데요!!

< 내가 융생오금(融生鳥金)이 필요한데?〉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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