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환장 통수 선협전-365화 (365/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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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이문의 향철을 만나다〉

오래 전, 암해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대륙이 있었다.

사실 그 대륙의 생성 또한 그보다 훨씬 오래 전에 신선들 몇이 뜻을 모아 이룩한 것이었다.

암해로 가로막힌 동과 서를 이어서 교류를 원활히 하자며 뜻을 모아 대륙을 이어 놓았던 것이다.

사나운 암해로 갈라진 양쪽 세상을 대륙으로 이어 놓고, 그 다리가 된 대륙에 번성하는 생명체들이 서로의 문명을 교류하게 하자는 생각.

다행히 그 계획은 오랜 세월이 흐르며 성과를 거두었고, 다리가 된 대륙에서도 많은 수사들이 탄생하게 되었다.

하지만 대륙을 이어 다리를 만든 신선들이 생각지 못한 것도 있었다.

서로 다른 생각이 만들어 낼 다툼.

다리 위에서 번성하던 수많은 종족들은 어느 날, 하나의 화두를 놓고 언쟁을 벌이게 되었다.

큰 스승을 모시고 배움을 얻어 대도의 길을 갈 것인가.

스스로 척박한 길을 헤치고 나아가며 서로 도와 대도를 이룰 것인가.

- 그게 무슨 차이가 있어요? 어느 쪽이든 혼자서는 안 되는 걸 알았던 거잖아요.

장우의 이야기를 듣던 몽이는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물었다.

“맞아. 아무리 역천의 길을 걷는 수사라도 혼자서 모든 일을 할 수는 없지.”

- 그런데 스승을 모시는 것과 모시지 않는 것이 무슨 차이가 있어요? 혼자 할 수 없다는 말은 항상 누군가로부터 배움을 얻어야 한다는 거랑 뭐가 달라요?

“그렇긴 하지. 그런데 그 때, 언쟁을 벌였던 신선들이 문제지.”

- 신선이요?

“한 쪽은 거대한 수도 문파를 만들어서 다리 대륙 위에 있는 모든 세력을 통합하려 했고, 다른 한 쪽에서는 그걸 거부하려 한 거거든.”

- 음, 결국 누가 옳았느냐 하는 건 문제가 아니었군요? 서로 핑계를 대고 싸운 것뿐이잖아요.

“맞아. 내 생각에는 거대 수도 문파를 만들려고 했던 신선 쪽이 욕심이 과했던 거 같아.”

- 네?

“혼자서는 밀릴 거 같으니까 세력을 이루려고 한 것이 아닐까 싶은데, 뭐 그건 내 짐작일 뿐이지만.”

- 그렇군요. 애초에 서로 내세운 명분 따위는 의미가 없었던 거네요. 한 족은 세력을 일구고 싶었던 거고, 다른 쪽은 그걸 막고 싶었던 거고.

“그래서 싸운 거지. 그리고 그렇게 서로 다르게 주장하는 명분을 따라서 밑에 있던 수사들도 갈라지게 된 거고.”

- 에휴, 그렇게 싸우다가 결국 다리 역할을 하던 대륙의 가운데가 끊겼다고요?

“그런 거지.”

그래서 그 두 신선은요?

“몰라. 다리를 끊어 버린 후로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고 하니까 어디 다른 곳으로 갔거나, 함께 죽었거나, 어디 갇혀 있거나 그러지 않았을까?”

으음. 그래서 그게 영찬 령보를 만드는 재료하고 무슨 상관이 있는데요?

“아, 그 이야길 하던 중이었지?”

네.

“대륙의 중간이 끊어졌어. 그리고 그 끊어진 부분이 암해 밑으로 가라앉았지.”

그런데요?

“원래 영찬이란 것이 깊은 땅 속에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건 알지?”

그럼요. 지금 장우님이 가지고 계신 그 영찬도 사실은 지하세계가 뒤집어진 곳에서 발견한 거잖아요. 생각해보면 완전 대운(大連)을 맞은 거죠.

“그래, 일반적으로 영찬은 깊은 땅 속에서 오랜 세월에 걸쳐 숙성된 거란 말이지. 그래서 그 영찬을 재련하는데 필요한 재료들도 깊은 지하에 있는 경우가 많아.”

아, 그렇군요.

“그런 거지. 대륙이 끊어져 바다 밑으로 가라앉았다는 말은 그 단면 부분이 원래는 엄청나게 깊은 땅 속이었다는 말이 되는 거니까.”

그래서 그곳에 영찬을 재련하는데 필요한 재료가 있을 거라고요?

“구수신귀의 증언이 얹어졌으니까 짐작이나 추측이 아니라 사실이라고 봐야 되겠지. 그곳에 그것이 있다는.”

그런데 하필 그 다리 끝에 수도 문파가 터를 잡고 있네요?

“그러게.”

장우는 4층탑 비행 법보를 십여 장 크기로 키우고, 그 1 층 공간에 가부좌를 하고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 앞쪽으로는 아직도 암해는 보이지 않고 드넓은 대륙이 존재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삼십여 만 리만 더 나아가면 암해가 시작된다는 것을 장우는 알고 있었다.

그리고 눈앞에 있는 작은 숲에서부터 그 암해까지가 한 수도 문파의 영역임도 알았다.

그가 바라보는 작은 숲은 겉보기엔 그저 평범한 숲으로 범인들의 마을까지 있는 곳이지만 실제론 수도문파가 영역 표시를 해 놓은 이정표 같은 곳이었다.

지금껏 장우가 몽이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던 것은 그 이정표를 발견하고 수도 문파의 제자가 나타나길 기다리며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서였다.

의념을 통하여 자신의 등장과 대면에 대한 요구를 알렸으니 곧 문파의 접객담당이 나올 것이라 기대하고 있었다.

“어디서 온 고인이십니까?”

그리고 그 기대는 어긋나지 않았다.

장우가 있는 4층탑 비행 법보의 앞쪽 백여 장 즈음에 둔광을 터트리며 수사 셋이 모습을 나타냈다.

그 중에 질문을 던진 이는 중앙에 있는 이로 화신기 초기의 경지였고 뒤에 따라선 다른 둘은 영체기 완경으로 중앙의 수사를 보좌하는 역할로 보였다.

“나는 장우라 합니다. 암해를 건너려는 중에 이렇듯 길목에 위치한 수도 문파를 만났으니 인사나 하려고 기다렸습니다.”

“인사라고요?”

“그냥 지나치려 해도 귀 문파를 거치지 않으려면 멀리 암해로 나아가 둘러 가야 하는데 굳이 그럴 이유는 없지 않겠습니까.”

“으음. 그저 지나갈 뿐이니 관심을 두지 말라는 뜻입니까?”

“하하하, 어찌 그런 뜻이겠습니까. 귀 문파의 위치가 공교롭게 길목을 막고 있다곤 하지만 이미 자리를 잡은 문파를 두고 무례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다행이군요.”

장우가 자신이 속한 문파를 얕잡아 보거나 욕보일 생각이 없다는 것을 알았는지 학창의 수사의 목소리가 조금 누그러졌다.

장우는 세 명의 수사가 복장이 제각각인 것에 비해서 오른쪽 소매 끝에 공통적으로 푸른색 띠를 두르고 그 띠에 특이한 문양을 새긴 것을 확인했다. 셋 모두 같은 문양을 가지고 있으니 그것이 그들의 문파를 상징하는 것이라 볼 수 있을 듯 했다.

“내가 견문이 짧아서 귀 문파에 대해서 아는 것이 많지 않습니다. 그저 귀동냥으로 듣기로는 귀 문파의 이름이 태이파(合美派)라 한다지요?”

장우는 이곳까지 오는 동안에 몇몇 저계 수사를 족쳐서 알아낸 태이파에 대한 이야기를 떠올리며 물었다.

“그렇습니다. 내가 속한 문파가 바로 태이파입니다. 나는 태이파 접객전의 향철이라 하지요.”

접객전이면 찾아오는 손님을 맞이하는 역할을 하는 곳으로 문파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곳이다.

“아, 향철 수사셨습니까? 만나서 반갑습니다.”

장우가 반가운 기색으로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비행 법보 밖으로 나갈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여차하면 비행 법보 안쪽의 공간으로 들어가 거룡 비행 령보의 힘을 빌려 위험을 벗어날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 번에 백여 만 리를 이동할 수 있으니 어지간한 추적은 따돌릴 수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장우 수사를 만나 반갑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사적인 입장일 뿐, 태이파로선 장우 수사를 가벼이 대할 수가 없습니다.

“으음. 설마 태이파에 무슨 일이라도 있습니까? 나는 단지 태이파의 영역을 거쳐서 암해로 들어가기를 바랄 뿐인데요?”

“아닙니다. 본 문에는 특별한 일이 없습니다. 그저 장우 수사가 굳이 우리 문파의 영역을 가로질러 가려는 이유가 궁금할 뿐입니다.”

향철은 그렇게 말을 했지만 장우는 그가 뭔가 감추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그것을 따져 물을 상황은 아니었기에 그저 자신의 뜻만 전하기로 했다.

“으음. 향천 수사께서 내 말을 잘못 알아들으신 모양입니다. 실상, 나는 굳이 태이파를 가로지르거나 할 생각은 없습니다. 태이파에서 그것이 불편하다면 조금 돌아가더라도 태이파의 영역을 피해서 암해 쪽으로 가면 그 뿐이겠지요.”

장우는 쓸데없는 충돌이나 의심을 피하고 싶다는 뜻을 담아 향철에게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 장우의 태도에 향철은 속으로 민망하기 짝이 없었다.

상대는 그저 태이파의 영역을 거처 지나가려 양해를 구한 것 뿐인데 자신이 과도한 반응을 보였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하지만 향철에게는 또 나름의 고충이 있었다.

눈앞에 있는 장우란 수사는 모르겠지만 근 십여 년 간 태이파는 골치아픈 일에 휘말려 있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이거 미안합니다. 내가 공적인 임무를 맡아서 장우 수사를 맞이하다보니 어쩔 수 없는 면이 있습니다.”

“으음. 그 말은 내가 귀 문파의 영역을 지나가기 어렵다는 말로 들립니다만?”

“솔직히 말하자면 본 문에 약간의 우환이 있어서 외부인의 방문을 반길 입장이 아닙니다."

“아까는 아무 일도 없다고……. 하긴 문파의 내밀한 일을 외인에게 쉽게 이야기하는 것도 웃긴 일이긴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태이파의 입장이 그러하다니 어쩔 수 없지요. 그렇다면 내가 남쪽으로내려가 해안을 따라서 서쪽으로 가는 것은 괜찮겠습니까?”

장우는 대충 처지를 이해한다는 듯이 그렇게 향철의 의향을 물었다.

향철은 장우의 물음에 선뜻 허락을 말을 하지 못하고 망설였다. 따지고 보면 그 해안이란 곳도 태이문에 속한 땅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것까지 안 된다고 선을 긋기도 어려운 면이 있었다.

화신기 초기의 수사가 나름 양보를 하며 사소한 부탁을 하는 마당에 그것까지 내친다면 어찌 언짢은 마음이 생기지 않을까. 향철은 장우란 수사가 자신이나 태이문에 섭섭한 마음을 품지 않았으면 했다.

“좋습니다. 그 정도야 뭐가 어렵겠습니까. 자, 여기 이것을…… 받으십시오.”

향철은 소매에서 옥간 하나를 꺼내어 이마에 대고 태이문 남쪽 해안과 서쪽 해안에 대한 지도를 담았다.

그리고 그것을 장우에게 밀어 주었다.

장우는 허공을 가르며 날아오는 옥간을 손바닥을 뒤집어 받아냈다.

옥간에 심상치 않은 의념과 영기가 담겨 있었지만 그것은 화신기 수사에겐 대수롭지 않은 인사치레 같은 것이었다.

그 한 수의 교환으로 서로 만만치 않은 경지에 있음을 확인하는 것이다.

“보시면 장 수사가 가야 할 길을 자세히 기록해 두었습니다.”

장우가 옥간을 확인하는 모습을 보며 향철이 말했다.

장우는 잠시 이마에 붙였던 옥간을 떼며 향철을 향해 웃었다.

“알겠습니다. 이 장 모는 절대로 향 수사께서 주신 옥간의 지도 밖으로 벗어나는 일이 없이 하겠습니다.”

옥간에 굳이 지도를 자세히 기록해 넘긴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그것은 향철이 장우에게 선을 그어준 것이 분명했고, 장우도 그 사실을 깨닫고 그것을 지켜 주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향철은 그런 장우의 말에 활짝 웃으며 두 손을 보아 보였다.

“고맙습니다. 그리만 해 주시면 이 향 모와 장 수사가 얼굴을 붉힐 일은 없겠지요.”

“분명 그럴 것입니다. 맹세하거니와 이 장모는 향수사께서 주신 지도 밖으로 나서지 않겠습니다. 그럼.”

장우는 향철의 인사를 앉은 자리에서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받아 넘기고 곧바로 4층탑 비행 법보를 남쪽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다시 뵙기를 바라겠습니다.”

“이 장 모도 그런 날을 기대하겠습니다."

공허한 작별 인사가 그렇게 허공을 맴도는 중에 장우의 비행 법보가 빠르게 남쪽으로 쏘아져 모습을 감췄다.

“부전주님, 서둘러 돌아가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잠시 장우가 사라진 곳을 살피 던 세 수사.

그 중에 창을 든 수사가 조금 서두르는 목소리로 향철에게 말했다.

그 곁에 있는 다른 영체기 제자 역시 얼굴 표정에서 여유가 사라져 있었다.

“그래. 돌아가자꾸나. 다행히 장우수사는 그저 지나가는 객일 뿐이었구나.”

향철은 그렇게 말을 하고는 두 제자와 함께 둔술을 펼쳐 태이문으로 돌아갔다.

그가 있던 곳은 아슬아슬하게 태이문의 영역 안이라 태이문 전체에 걸려 있는 신통을 이용하여 먼 곳까지 한 번에 이동할 수 있었다.

그 시간 장우는 다리 대륙의 남쪽 해안을 향해 빠르게 날아가는 중이었다.

‘향철 수사가 준 지도에 내가 가려던 곳이 포함 되어 있으니 굳이 무리를 할 필요도 없겠다. 다행이지.’

정말 그러네요. 헤헷.

〈태이문의 향철을 만나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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