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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수(九首)에게 영찬(靈豫) 령보(靈寶)의 비법을 구하다〉
“자, 그럼 우리는 여기서 이번 일에 대한 보상을 분배하기로 하지요.”
장우가 해미정의 움직임을 경계하고 있을 때, 그녀는 의외로 상식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녀는 자신이 챙긴 구지보의 공간낭에서 비행 법보 세 개를 꺼냈다.
그녀가 꺼낸 비행 법보는 각기 모양이 달랐는데, 평범한 베틀 북 모양이 하나 있었고, 다른 둘은 단검과 4층 탑의 모양을 하고 있었다.
“모두 알겠지만 이 비행 법보는 겉모습이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종련문 비행 법보의 특징은 이미 경험해서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해미정은 그렇게 말을 하고는 세 개의 비행 법보를 장우와 삼안 수사, 역사 수사에게 하나씩 날려 보냈다.
장우에겐 4층 탑 모양의 비행 법보가 날아왔다.
장우는 그것을 의념으로 끌어당겨 훑어 본 후 고개를 끄덕였다.
비행 법보 안쪽에 있는 공간이 충분히 만족스러웠고, 외형도 나쁘지 않았다.
이 4층의 비행 법보를 허공에 던져 펼치면 4 장(丈) 정도의 크기로 늘어난다.
그리고 그 상태로 비행을 하게 되는데, 그 때, 탑승자는 법보에 담겨 있는 공간에 들어가서 머물면 되는 것이다.
“좋습니다. 이로서 종련문주의 의뢰에 대한 보상은 받았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구수신귀를 도운 대가는 어찌 받을 수 있겠습니까?”
4층탑 비행 법보를 소매에 밀어 넣은 후, 장우가 해미정을 보며 물었다.
그러자 베틀 북 비행 법보를 챙긴 삼안 수사와 단검 비행 법보를 챙긴 역사 수사도 역시 해미정의 대답을 기다리며 그녀를 바라봤다.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제 곧 보상을 받게 될 테니까요.”
그런 세 수사를 보며 해미정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그런 그녀의 대답이 신호라도 된 것일까?
그 순간 발밑의 섬이 크게 흔들리며 요동치기 시작했다.
“어어엇? 이건……?”
“이토록 강력한 기운이라니.”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랍니까?!”
해미정을 제외한 세 명의 수사는 갑작스러운 사태에 깜짝 놀라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사방에서 엄청난 기운이 몰려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쿠롸롸롸롸롸! 쿠오오오오오!
그런데 다음 순간 아득히 먼 지평선 곳곳에서 거대한 용의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어엇? 설마 구수신귀?”
장우가 그것들의 정체를 짐작하고 깜짝 놀라 중얼거렸다.
“장 수사의 말이 옳습니다. 태령기 완경에 이른 구수신귀 어르신들입니다.”
해미정이 그런 장우의 추측이 옳음을 확인해 주었다.
“물론 본신은 아닙니다. 어르신들은 그리 쉽게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지요. 하지만 오랜 악연의 사슬을 끊어 준 우리들에게 고마움을 표하기 위해서 저렇게 화신을 보여주신 거지요.”
지금도 여덟 용머리가 뿜어내는 기세에 몸이 떨리고 오금이 저리는데 그것이 고작 화신이란다.
장우는 새삼 태령기 완경의 무서움을 뼈저리게 느끼며 최대한 의념을 견고히 해서 스스로를 지키려 애썼다.
“자, 우리가 마침 네 명이니, 어르신들이 두 분씩 나뉘어 우리들에게 보상을 주실 것입니다. 어떤 분이 어떤 선물을 주실 지는 저도 모르니 나중에 원망은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해미정은 그렇게 말을 하고는 훌쩍 몸을 날려 여덟 용머리를 향해서 날아갔다.
그러나 어느 순간 그녀의 모습이 허공에서 사라지고 용머리 여덟 중에 둘도 모습을 감추었다.
그리되자 삼안 수사와 역사 수사도 다급하게 용머리들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먼저 움직여야 더 좋은 보상을 받을 거라 생각하는 듯 했다.
- 우리도 가요
이에 몽이가 서둘러 장우를 재촉했고, 장우 역시 두 수사의 뒤를 따라서 허공을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엄청난 영기의 흡입력을 느꼈고, 곧바로 자신이 낯선 공간에 들어와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 *
“수련 자질이 아주 뛰어난 녀석이구나.”
“그러게, 의념이 매우 강력하군. 게다가 위험한 독공을 익혔는데 그것을 재생력으로 버텨내고 있어.”
“하지만독공의 성질이 너무 고약하군. 이리 두면 입령기가 되기 전에 죽겠군. 어? 아닌가? 뭔가 더 있는 듯도 하고……"
“알 수 없군. 우리 이목으로 알아차릴 수 없는 뭔가가 있다니.”
장우가 끌려간 곳은 원형의 석실이었는데 벽을 둘러가며 아홉 개의 의자가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 중에 두 개의 의자에 백발의 청년과 노란색 머리카락의 청년만 앉아 있었다.
장우는 그들이 구수신귀의 아홉 머리 중에 둘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들은 장우를 앞에 두고 잔결독공과 역법반서복원대법(逆法反臟復元大法)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어쩐 일인지 역법 반서복원대법에 대해서는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으음, 잠력을 폭증시켜 갉아먹는 독공인데, 그걸 감쇄할 수단을 만들었군. 그런데……"
“그게 뭔지 알수가 없단 말이지. 이것 참, 우리 체면이 말이 아니군. 이래서야무슨 선물을 준단 말인가.”
“그러게 말이지. 저 놈을 제대로 파악할 수가 없으니 마땅한 선물을 정하기도 쉽지 않군.”
“흐음…. 그럼 어디 직접 물어볼까? 어떤 선물을 주는 것이 좋을지?”
“그래볼까?”
장우를 앞에 두고도 저들끼리만 떠들던 두 수사는 그렇게 합의를 하고는 동시에 장우를 바라보았다.
장우는 그들의 눈빛에 가슴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끼고 급히 두 손을 모아 내밀며 고개와 허리를 숙였다.
“후배 장우가 어르신들을 뵙습니다.”
“그래, 너도 알겠지만 우리는 아홉 머리 중에 둘이다. 우리는 아홉이지만 동시에 하나이기도 하니 굳이 각각을 구별하여 부를 필요는 없다. 그저 구수(九首)라 불러라.”
“네,알겠습니다. 구수 어르신.”
장우는 백발 청년의 말에 그렇게 대답하며 더욱 허리를 깊이 숙였다.
“너도 들었으니 알겠지만, 네게 무엇을 줄까하고 너를 살펴보았느니라. 그런데 우리의 이목도 닿지 않는 재주가 네게 있더구나.”
“제가 익힌 공법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그러하다.”
“그럼 그 공법을 털어 놓아야 하는지 물으려던 장우, 하지만 백발 청년이 그 말을 가로막았다.
“우리가 네게 무엇을 요구하거나 할 일은 없겠지. 그것은 도리가 아니다.”
“옳지. 우리가 너를 이리 부른 것은 도움에 대한 보답을 하기 위해서지 네게 해를 끼치기 위함이 아니다.”
“그렇지. 그런데 우리가 너를 판단하기 어려우니 합당한 보답을 하기 어려워진 것이 문제다.”
“그래서 묻겠다. 네가 원하는 것이 있느냐? 가능하다면 네 원을 들어 주마.”
백발과 황발의 두 수사는 말꼬리를 이어가며 그렇게 상황을 설명하고 장우에게 선물을 선택할 기회를 주었다.
장우는 그런 두 수사의 배려에 잠시 생각에 잠겼다.
‘뭐가 좋을까?’
그러게요. 자그마치 태령기 완경의 수사가 준다는 선물인데.
‘아무거나 달라고 할 수도 없고. 이것 참.’
그럼 암해를 건너게 해 달라면 어떨까요?
‘뭐?’
위험한 암해를 장우님이 애써 건널 필요 없이 그냥 분혼이 있는 방향으로 암해를 건너게 해 달라고 하는 거죠. 그럼 좋지 않을까요?
‘으음. 가능하다면 나쁘진 않을 거 같지만, 종련문의 비행 법보가 있는데 그런 걸로 기회를 버리긴 아깝지.’
그럼요?
‘이참에 본명법보를 만드는 것이 어떨까?’
본명법보요?
‘이미 오래 전에 만들었어야 했는데 워낙 일이 많아서 아직 만들지 못했잖아. 그러니까……
본명 법보는 스스로 만들어야 하는 거니까 만들어 달라고 할 수는 없을 테고, 그럼 제작 비법 같은 걸 알려 달라 하려고요?
‘그래. 그게 좋겠다. 이왕이면 영찬을 이용한 본명법보, 그러면서 영찬의 기운은 완벽하게 숨길 수 있는 그런 거.’
좋기는 할 거 같은데……. 고작 태령기 완경의 구수신귀가 진선들이 눈독을 들였던 영찬의 기운을 가릴 방법이 있을까요?
‘뭐, 일단물어보기나 하지. 손해 볼 거야 없지 않겠어?’
네에. 장우님 뜻이 그렇다면 저도 좋아요.
그렇게 몽이와 의논을 마친 장우는 슬쩍 고개를 들고 두 수사에게 말했다.
“소인이 본명법보를 만들기 위해서 영찬을 구했는데, 그 후로 그것을 제대로 다룰 재주가 없어 방치하고 있었습니다.”
“영찬이라고?”
“운이 좋았던 모양이구나. 본명법보의 시작을 영찬으로 할 수 있다니.”
장우의 말에 두 수사가 조금 놀란 기색으로 눈빛을 반짝였다.
“혹시 영찬의 기운을완전히 가리면서 법보를 만들 방법이 있겠습니까?”
이에 장우가 다시 두 수사를 보며 물었다.
“굳이 영찬의 기운을 가리려 한단 말이냐?”
“으음. 가만, 얼마 전에 영찬 때문에 한바탕 소란이 있었지?”
“아, 그래. 그렇군. 두 명의 진선이 영찬을 두고 다퉜다고 했던가? 그러다가 영찬의 종적을 찾지 못해서 때를 기다린다 했었지.”
“보물은 언제고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게 되어 있으니 불로불사의 진선이야 때가 되기만 기다리면 된다는 생각이었겠지. 그나저나 저 녀석이 그 영찬을 가졌다고?”
“하지만듣기로 영찬황이 연관이 있다 했는데?”
“으음. 영찬황을 가지진 않았겠지. 그랬다면 우리가 그 기운을 느끼지 못할 턱이 있나. 영찬후라면 모를까 영찬황의 기운을 저 녀석이 어찌 가렸겠어?”
“그건 그렇지;
두 수사는 장우를 앞에 두고 저들끼리 이리저리 떠들었다.
하지만 장우는 그들의 대화를 듣는 것만으로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자신이 가진 영찬 중에 가장큰 것이 영찬황, 그리고 작은 것이 영찬후일 것이다.
그리고 그 영찬을 진선들이 욕심내고 있는 것도 분명하고.
“네가 가진 것이 영찬후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건 귀한 영찬을 지니긴 한 모양이구나.”
“그러니 그것을 빼앗기기 싫어서 꽁꽁 숨겼겠지. 좋다, 네게 영찬을 이용하여 령보를 만들 방법을 일러주마.”
“하지만 네가 지닌 영찬의 수준이 그에 미치지 못한다면 령보가 아니라 령기나 법보가 될 수도 있다. 그것은 오직 네가 가진 영찬에 달렸겠지.”
“하지만 령보라 하는 것이 영찬 하나만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니 제조 방법과 함께 몇 가지 재료를 내어주마.”
“모자란 것은 네가 알아서 구해야 할 것이고.”
“하지만 그것도 네가 입령기는 되어야 제작을 시작할 수 있을 게다. 의념이 강력하니 그나마 입령기라 하는 것이지, 아니었다면 성령기는 되어야 한다 했을 게다.”
“가, 감사합니다. 그리 귀한 가르침을 주신다니.”
장우가 급히 손을 모으고 허리를 숙여 감사의 인사를 올렸다.
그러자 두 수사가 빙긋 웃더니 각자의 소매에서 작은 주머니 하나씩을 꺼내 장우에게 밀어 주었다.
장우는 허공을 가로질러 날아온 주머니를 의념으로 받아 소매에 밀어 넣었다.
“영찬 재련에 대한 상세한 내용이 들어 있을 것이다. 거기에 영찬으로 만들 수 있는 령보에 대한 옥간도 있을 것인데.”
“그 옥간에 몇 개의 령보에 대한 설명이 있을 터, 너는 그 중에 하나를 택하여 내용을 살피거라.”
“하지만 그 하나 이외의 내용은 그 즉시 지워질 터, 그러니 심사숙고 하여 네게 맞는 령보를 택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준 다른 재료들은 영찬 령보 제작에 필수적인 것들이고, 네가 택한 령보의 특성에 맞는 것은 네가 직접 구해야 할 것이다.”
“자, 그럼 이만 물러가거라.”
“이만하면 네게 줘야 할 보답은 충분히 한 듯하구나.”
두 수사는 그렇게 설명을 하고는 모든 일이 끝났다는 듯이 장우에게 축객령을 내렸다.
장우는 두 수사에게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언제고 신수(神獸)가 되신 구수님을 뵙기를 기대하겠습니다.”
“하하하.”
“인연이 닿는다면 그리 될 터. 이만 가거라."
장우의 말에 두 수사는 크게 웃으며 소매를 저었고 다음 순간 장우는 아득한 암해의 허공에 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주변 어디에도 해미정을 비롯한 다른 수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장우는 그곳에서 종련문의 4층탑 비행 법보를 꺼내 띄우고 열흘을 기다렸다.
하지만 다른 수사들은 결국 나타나지 않았고, 장우는 어쩔 수 없이 비행 법보를 움직여 암해를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 구수(九首)에게 영찬(靈豫) 령보(3S)의 비법을 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