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환장 통수 선협전-359화 (359/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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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련문의뢰에 가담하다〉

장우가 종련문(終燥門)을 착았을 때, 그곳에는 그보다 앞서 의뢰에 지원한 수사가 셋이나 있었다.

그들은 화신기 중기의 수사 둘과 후기 경지의 수사 하나였다.

그런 중에 화신기 초기의 장우가 나타났으니 그 대접이 박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 영수 사냥에 참가하고 싶다고?”

종련문의 문주가 거대한 전각의 대전에서 장우를 맞이하며 물었다.

종련문 문주는 거친 갈옷을 입고 이마에도 갈건을 묶었는데 그 모습이 대장장이를 떠올리게 했다.

특히 그가 허벅지 위에 올려놓은 망치는 새파란 불꽃을 머금고 있어 보는 이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그의 좌우에는 종련문의 장로로 보이는 수사 둘이 서 있었는데 그들 역시 문주와 비슷한 복장을 하고 있었다.

게다가 들고 있는 법보가 쇠로 만든 집게와 작은 모루로 제련에 특기가 있는 종련문의 정체성이 잘 드러나고 있었다. 그 외에도 먼저 의뢰에 지원한 세 명의 수사가 대전 한쪽에 늘어서서 장우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렇습니다."

장우는 그런 분위기 속에서도 전혀 주눅들지 않은 태도로 담담하게 대답했다.

“고작해야 화신기 초기의 재주로 우리와 함께 할 수 있겠느냐?”

종련문 문주는 그런 장우의 모습에 은근한 어조로 물었다.

무얼 믿고 그리 당당한 것인지 궁금하다는 뜻이 분명했다.

“영수 사냥을 하신다 하지 않았습니까? 제 특기가 독공입니다.”

장우는 그렇게 대답하며 슬그머니 잔결독공의 독기(毒氣)를 끌어 올려 오른손 위에 뭉쳤다.

그러자 녹색의 기운이 손 위에 뭉치며 흉험한 기세들 떨쳐내기 시작했다.

그 순간 대전에 있던 여섯 수사들이 일제히 위험을 느끼고 저도 모르게 기운을 끌어 올려 독기를 방어하기 시작했다. 본능적으로 장우의 손에 맺힌 독기가 사납기 그지 없음을 알아차린 것이다.

“어떻습니까? 이만하면 한 자리 끼어도 제 몫은 할수 있지 않겠습니까?”

장우가 그런 여섯 수사를 둘러보며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물었다.

종련문주는 장우의 손에 맺혀 있는 잔결독공의 독기를 매섭게 노려보다가 허벅지 위의 망치를 들어 올렸다.

“잠시 시험을 해봐도 되겠지?”

그리고 그렇게 묻고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곧바로 장우를 향해 망치를 내밀었다.

후우우우웅!

치지지지지직! 치지지직!

“이런 성격도 급하십니다. 쯧쯔.”

그러자 망치에서 새파란 불꽃이 뻗어나가 장우의 손에 맺힌 독기를 위협했다.

장우는 잔결독공의 독기가 파란 화염에 타들어 가는 것을 보며 혀를 차고는 곧바로 더욱 독기를 끌어 올려 보충했다.

그렇게 되자 종련문주의 파란색 화염과 장우의 독기가 서로 대치하는 형국이 벌어졌다.

“크흡! 모두 조심하시오."

“독기가 퍼지고 있소.”

“이런!”

그런데 종련문주와 장우의 싸움은 그것을 지켜보던 다른 이들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종련문주의 화염이 장우의 독기를 태우기는 했지만 완전히 정화하지 못하여 대전에 두루 퍼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종련문의 장로들과 의뢰를 수락한 세 수사들이 경각심을 가지고 독기를 밀어내기 시작했다.

“이쯤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계속 하다가는 다른 수사들에게 폐가 될 것 같습니다만.”

상황이 이리 되자 장우가 여전히 파란 화염을 멈추지 않는 종련문주를 보며 먼저 겨룸을 멈출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종련문주는 생각이 다른 모양이었다.

“아니오. 이참에 모두 재주를 조금씩이라도 내보이는 것이 좋겠소. 마침 암해에서 사냥할 영수가 독을 품고 있으니 수사의 능력이 예행연습으로 딱 맞겠소.”

종련문주는 그렇게 말을 하더니 양쪽에 있는 장로들을 향해 말했다.

“모두들 재주껏 장우 수사의 독기를 버텨 보시오. 그 정도 재주는 있어야 이번 사냥에 한 몫을 할 수 있을 것이오. 그리고 이는 독기를 버틸 수 있는지 시험하는 것이니 장우 수사를 공격하는 일은 없도록 하시오.”

종련문주는 마침 잘 되었다는 듯이 그렇게 고함을 질렀다.

이에 장우는 피식 웃으며 왼손에도 독기를 끌어올려 응결시켰다.

“그렇다면 저도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다만 독기를 대전 안에만 채워 볼 것이니 다들 버텨 보십시오.”

자신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독기를 버티거나 혹은 없애는 시험이 되었으니 부담이 확 줄어든 장우였다.

이에 내친김에 독기를 최대한 끌어 올려 대전에 퍼트렸다.

이에 종련문의 문주와 장로 둘은 화염의 기운을 뿜어내어 독기를 태우는 것으로 대응했고, 다른 세 명의 객경 수사들은 제각각 다른 방법을 선보였다.

“독이야 정화하면 그만이지요.”

그 중에 유일한 여성 수사는 팔뚝 크기의 하늘빛 옥병을 꺼내더니 장우가 뿜은 잔결독공의 독기를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독기를 옥병에 담아 넣어 정화하려는 것이었다.

“굳이 그럴 이유가 있나? 독기가 닿지 못하게만 하면 그 뿐인 것을.”

상의를 입지 않은 역사(方士) 모습의 수사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금색의 기운을 몸 위에 덧씌웠는데, 장우의 독기가 그 금색의 기운과 만나 충돌을 일으켰다.

치지지지직! 치지지직!

“크흡! 제법 독하군.”

그런데 장우의 독기가 역사 수사의 금빛 막을 녹여 구멍을 낼 듯 보이자 수사가 한층 의념을 집중하여 금빛 막을 보완했다.

그렇게 되자 그 금빛 막이 역사의 모습을 닮은 갑옷형상임이 드러났고, 대전에 퍼진 독기가 더는 그 막을 녹이지 못했다.

“재주들이 용하십니다. 하지만 저는 따로 그런 재주는 없군요.”

마지막 남은 수사는 이마에 붉은 눈동자 하나를 더 가지고 있는 삼안의 수사였다.

그는 의념을 펼쳐 몇 가지 술법으로 장우의 독기를 막아보다가 결국 포기했는지 그렇게 말하며 독기를 그대로 맞았다.

그런데 그 얼마 후, 독기에 중독된 삼안의 수사는 마치 분신술을 펼치듯 몸을 둘로 만들었는데 한쪽은 독기에 중독된 몸이었고, 다른 한 쪽은 멀쩡한 상태였다.

이후, 멀쩡한 상태의 삼안 수사도 다시 독기에 노출되었지만 그 즉시 분신에게 독기를 넘겨주는 방법으로 중독을 피했다.

“하하하하. 다들 나름의 재주들이 있으십니다. 좋습니다. 이 정도면 암해의 영수가 지닌 독을 크게 걱정할 일은 없겠습니다.”

그렇게 저마다의 재주를 내보이자 종련문주가 크게 기뻐하며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장우에게 손짓을 하며 시험을 끝낼 뜻을 보였다.

장우는 그 손짓을 보고는 대전에 퍼진 독기를 다시 끌어 들였다.

그리고 아울러서 삼안 수사의 분신이 품고 있는 독까지 다시 뽑아내어 회수했다.

이 모습에 대전에 있던 여섯 수사가 모두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독기를 제어하는 장우의 의념이 삼안 수사의 의념을 넘어섰다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고작 화신기 초기의 수사가 화신기 중기인 삼안 수사의 술법을 넘봤다니.

여섯 수사들의 머릿속에서 장우를 경시하는 마음이 사라지고 반대로 경계하는 마음이 피어 올랐다.

“다들 이만하면 제가 사냥에 끼어드는 것에 불만은 없으시겠지요?”

장우가 독기를 모두 거둬들인 후에 여섯 수사를 보며 물었다.

장우는 이제 자신의 의념이 평범한 수사들에 비해서 월등히 강력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 덕분에 지금까지 자신이 유달리 영기 감응력이 좋다고 느꼈던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자신의 의념이 강력한 이유는 따져 볼 것도 없이 유혼결 때문일 것임도 짐작하고 있었다.

‘인계와 영계를 거치면서 유혼결을 수련했던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내 의념은 같은 경지의 일반 수사들에 비해서 네 배는 강력한 것이다.’

“크하하하하. 대단합니다. 내 장우 수사에게 실수를 했습니다. 같은 화신기 경지인데 초기라고 함부로 한 것을 사과하겠습니다.”

그 때, 종련문주가 망치를 거둬 허벅지에 올리고 크게 웃으며 장우에게 말했다.

첫 만남부터 하대를 하며 약간 무시하는 행동을 했던 것에 대한 사과였다.

장우는 그런 종련문주에게 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괜찮습니다. 수도계가 경지로 상하를 나누는 것이 관례인데 후기의 수사가 초기의 수사를 아래로 본 것이 무슨 문제가 되겠습니까?”

“물론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때로는 초기와 후기가 서로 대등하게 교류하는 일도 있는 법이지요. 나 구지보( 支保)는 장우 수사가 능히 그럴 자격이 있음을 인정합니다.”

장우의 말에 종련문주 구지보는 그렇게 장우를 인정하며 환하게 웃었다.

“나 역시 장우 수사를 인정해요.”

그 때, 하늘빛 옥병으로 장우의 독기를 흡수했던 화신기 후기의 여성 수사 역시 구지보의 말에 동의를 표했다.

그녀가 들고 있는 하늘빛 옥병의 3할 정도가 검은 빛으로 물들어 있었는데, 그것은 그만큼 아직 장우의 독기를 모두 정화하지 못했다는 뜻이었다.

물론 다르게 말하자면 아직 7할 정도는 더 많은 독기를 흡수할 여력이 있다는 뜻이기도 할 것이다.

“두 수사께서 그리 말씀을 하시는데 우리야 뭐 달리 이견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동행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동등하게 대하겠습니다.”

“나도 장우 수사에게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이번 사냥에도 크게 도움이 될 거 같기도 하고.”

역사 수사와 삼안 수사가 연이어 구지보와 여성 수사의 뜻을 받아들였다.

이곳 대전에 있는 수사들 중에 구지보와 여성 수사만이 화신기 후기의 경지이니 그보다 낮은 경지의 장로들이나 두 객경 수사가 반대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암해 영수 사냥에 장우의 참가가 결정되었다.

아울러서 장우가 구지보나 여성 수사에게 인정을 받음으로서 의뢰 보상에 대한 처우에서도 동등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게 되었다.

“자, 그럼 이제 이번 의뢰에 대해서 상세한 이야기를 나눠 볼까요?”

그 즈음 화신기 후기의 여성 수사가 종련문주 구지보를 보며 그렇게 제안했고, 이후 장우를 포함한 일곱 수사들은 여러 날에 걸쳐서 영수 사냥에 대해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며칠 후, 종련문에서 하나의 거대한 비행 법보가 날아올라 암해를 향해 어둑한 빛과 함께 사라졌다.

*  *  *

‘신기하네.’

그러게요. 종련문의 비행 법보는 특이하네요.

몽이가 가부좌를 하고 앉은 장우의 주변을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말했다.

‘지금까지 봤던 모든 비행 법기들 중에서 가장 은밀한 형태인 것도 분명하고, 독특한 것도 분명해.’

대신 좀 위험하지 않을까요? 밖으로 드러나 있는 매개체가 훼손되면 공간 자체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잖아요.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매개체 근처에서 공간이 풀리게 되는 형태라 크게 위험하진 않을 거 같은데?’

매개체를 일거에 소멸시키면 거기에 속해 있는 공간에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잖아요.

‘그렇게까지 돼 버리면 그 때는 정말 할 말이 없는 거지. 공간 폭발로 함께 죽거나 폭발의 힘에 어딘가로 날아가겠지. 하지만 그래도 종련문의 비행 법보가 뛰어난 보물인 것은 분명해.’

하긴, 다른 수사들도 모두 종련문의 비행 법보에 감탄한 것을 생각하면 그렇긴 한 거 같네요. 장우님도 의뢰 보상으로 만족하시는 거 같고요.

‘당연하지. 이런 비행 법보를 싫어할 수가 있나. 잘만 하면 입령기 경지의 이목도 속일 수 있다잖아.’

네. 뭐 장우님이 만족하시면 저도 불만은 없어요.

‘그래, 어서 일을 마치고 비행 법보를 받았으면 좋겠구나.’

장우는 그렇게 대꾸를 하며 의념을 펼쳐 자신이 타고 있는 비행 법보를 다시 살피기 시작했다.

그가 탄 비행 법보 안의 공간은 높이가 150장 정도 되는 야트막한 산이 있었다.

그 산에는 몇 곳의 수련 동부가 있고, 약초밭과 인공 영천(靈泉)까지 갖추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 공간은 종련문주가 장악한 작은 비행 법보에 담겨 있었다.

종련문의 비행 법보는 고작해야 손바닥 크기에 불과했는데, 그 비행 법보 안에 이토록 넓은 공간을 담아 놓았던 것이다.

그래서 크기가 작고 겉으로 드러나는 기운이 미약한 종련문의 비행 법보는 은폐 능력이 아주 뛰어난 특성을 지녔다.

암해를 건너야 하는 장우로선 꽤나 마음에 드는 특성일 수밖에 없었다.

= 모두 준비하십시오. 목적지에 거의 닿았습니다.

장우가 그렇게 비행 법보를 살피고 있을 때, 종련문주 구지보의 심언(心言)이 전해져 왔다.

드디어 영수가 사는 곳에 도착한 것이다.

장우는 의념을 더욱 강하게 펼쳐 비행 법보 바깥의 모습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리고 비행 법보가 드넓은 암해에서 거대한 대륙으로 다가가고 있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암해에 이렇게 넓은 땅이 있단 말인가?’

장우가 그렇게 놀랄 때에 비행 법보는 대륙의 해안선 위에서 멈춰섰다.

〈종련문의뢰에 가담하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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