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환장 통수 선협전-358화 (358/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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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신기에 올라 암해를 바라보다〉

구룡승룡단(九龍乘龍丹)의 등장은 선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물론 처음에는 그저 몇 개의 역(域)에서만 화제가 되는 이야기였다.

어느 곳에서 거대한 금제가 나타났는데 그곳에서 서광이 솟구치며 약향이 널리 퍼졌다는 이야기.

그 금제를 뚫기 위해서 많은 수사들이 도전했고, 그 과정에서 또 엄청난 혈사가 벌어졌다는 이야기.

그러다가 결국 입령기, 성령기, 태령기를 넘어 진선경의 신선들까지 모습을 드러냈더란 이야기.

사실 여기까지는 고작 몇 개의 역(域)이 얽힌 이야기로 선계 전체로 따지자면 그리 큰 문제가 아니었다.

그런데 그곳에 관심을 가졌던 진선경의 수사조차 금제를 뚫고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다는 사실이 문제였다.

이후로 선계의 진선경 이상의 수사들 중에 그 일에 관심을 보인 이들이 늘어났고, 결국 다수의 신선급 수사들이 그곳을 다녀갔다.

그리고 구룡승천단이라는 이름이 알려지게 되었다.

물론 그 이름은 태령기 이하의 저계 수사들은 알 필요가 없는 것이었고, 또 알려지지도 않았다.

그 말은 구룡승천단이란 것은 진선경 이상의 신선급 수사들 사이에서 회자된 이름이란 뜻이다.

또 그것이 그만큼 엄청난 보물이었다는 뜻이고, 당연히 그것을 둘러싼 싸움도 치열했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겠다.

물론 신선들 사이에서 일어난 일이라 불로불사도 얻지 못한 저계 수사들에겐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당연히 일의 단초를 제공한 장우도 그런 사실은 전혀 알지 못했다.

그저 그 연단로가 자신이 감당할 수 없을 수준임을 알아차리고 일찌감치 도망을 쳤을 뿐.

어쨌거나 그렇게 재빨리 몸을 피한 덕분에 장우는 어떤 의심도 받지 않았고, 여유롭게 몸을 숨길 수 있었다.

번쩍 ! 콰과과과과광!

수 십 장의 거친 파도가 끝없이 밀려드는 해안 절벽.

말 모양을 한 거대한 산이 요란하게 달려오다가 바다를 만나 급히 다리를 들고 멈춰 세운 형상을 한 그곳에 샛노란 뇌전이 떨어졌다.

그 뇌전은 말의 정수리를 향해 떨어졌는데, 그 순간 녹색의 짙은 운무가 피어올라 그 뇌전을 막아섰다.

고작 운무에 불과한 것이 어찌 뇌전을 막을까 싶었는데 의외로 녹색 운무 안에서 뭔가가 꿈틀거리며 뇌전을 흡수했다.

그리고 연이어 다시 하늘에서 뇌전이 떨어져 내렸다.

하지만 이번에도 녹색 운무 안에서 뭔가가 그 뇌전을 간단하게 흡수하며 꿈틀거렸다.

번썩 ! 콰르르르르릉! 번쩍 ! 콰르르르르릉!

번개는 연이어 말의 정수리를 향해 내리쳤지만 한 번도 녹색의 운무를 뚫어내지 못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번개를 뿜어내던 구름이 갈라지며 오색의 서광이 녹색 운무를 향해 쏟아졌다.

가까운 곳에서 그 광경을 보는 수가가 있었다면 누군가 새로운 경지로 올라서는 승경임을 알아차릴 수 있었을 것이다.

그 오색의 서광은 보는 이를 황홀하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녹색 운무 안에서 잔결독공을 펼치고 있던 장우는 승경의 법열을 털어내며 서광 안으로 의념을 밀어 넣는 중이었다.

비록 좋은 의도로 장우를 거둔 것은 아니었지만 장문일은 장우에게 많은 가르침을 내렸다.

그리고 그 가르침 중에 수련에 대한 것들 중엔 잘못된 것은 없었다.

그런 장문일이 강조했던 것이 바로 승격의 법열에 속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 지극한 쾌락은 결국 좀 더 높은 곳에 닿으려는 수사를 방해하는 것일 뿐이라 했었다.

그래서 장우도 항상 승경 때마다 서광 너머에 있는 천지 법칙의 흐름을 읽으려 했고,그것은 항상 장우에게 득이 되어 왔다.

비록 승경이 끝나면 서광 너머에서 무엇을 보았는지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다.

하지만 장우는 수련을 하다가 막힐 때마다 쉽게 깨달음을 얻곤 했는데 그 때마다 그는 그것이 서광 너머를 엿본 덕분이라 생각했다.

스르르르르르릉 ! 스르르르릉 !

장우가 한참 서광 너머로 의념을 투사하던 중, 갑자기 서광이 빛을 잃고 세상이 어둑해지기 시작했다.

드디어 승경 과정이 모두 마무리가 되어 암해라 하는 이곳의 본모습으로 돌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암해(暗海)는 장우가 구룡승룡단의 연단로를 발견한 곳에서 70년을 도망쳐 와서 만난 바다였다.

유독 어두운 물색은 물론이고 하늘까지 그 물색을 닮아 맑은 날이 없는 곳.

장우는 결국 그 암해의 해안절벽에서 걸음을 멈추고 화신기 승경을 준비했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 장우는 어렵지 않게 화신기 승경에 성공한 참이었다.

우아아아앗! 역시 잔결독공! 화신기에 이렇게 빨리 오르다니!

몽이는 장우가 화신기 승경에 성공하자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환호성을 올렸다.

‘몽이야, 그건 아니다. 내가 화신기에 오른 것은 잔결독공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역법반서복원대법이 뛰어나서 그런 거야. 그게 아니었으면 난 진작에 죽었어.’

하지만 장우는 몽이의 말에 동의할 수가 없었다.

화신기에 오른 주력 공법은 분명히 잔결독공이 맞았다.

하지만 장우는 원래 오래 전에 죽었어야 할 몸이었다.

잔결독공이 선천지기를 모두 고갈시켜 폭주 직전까지 가지 않았었나.

그 때, 그 녹색의 열매 영단을 얻지 못했으면 그대로 죽었을 것이다.

그리고 영단을 얻었더라도 역법반서복원대법이 없었다면 선천지기를 회복할 수 있었을까?

아니 잔결독공이 흡수하는 잠력을 지속적으로 회복시킬 수 없었다면 지금까지 살아 있을 수 있었을까?

장우는 절대 그럴 수 없었을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

잔결독공이 잠력을 폭주시키는 공법인 이상, 장우는 이미 죽어도 몇 번은 죽었어야 했다.

그럼에도 살아 있는 것은 오로지 역법반서복원대법의 힘이었다.

잔결독공이 문제가 많은 공법이긴 하죠. 그건 저도 인정해요. 하지만 그 문제들을 잘 해결했잖아요. 그래서 이렇게 빨리 화신기에도 오르게 된 거고요.

야, 문제를 해결하긴 뭘 해결해? 잔결독공의 공법은 하나도 바뀐 게 없는데? 오히려 이 놈의 공법이 지닌 문제는 더욱 심각해졌지. 화신기에 올라서도 공법을 멈출 수가 없고, 성취가 올라간공법은 더 많은 잠력, 선천지기를 빨아들이고 있는데?’

어? 정말 그래요? 하긴 독공의 경지가올랐으니 당연히 흡수하는 선천지기도 많아졌겠네요. 하지만 뭐 그래도 아직은 충분히 버틸 만 하죠?

장우는 몽이의 질문에 다시 한 번 자신의 상태를 확인해 보았다.

그러자 잔결독공이 화신기 경지에 오르면서 얼마나 많은 선천지기를 빨아들이는지, 그리고 공법에서 나온 독기는 또 얼마나 심하게 몸을 공격하는지 금방 알 수 있었다.

그럼에도 장우는 피식 웃었다.

‘괜찮네. 크게 문제는 없겠어. 재생력도 충분히 독기를 이겨내고 있어. 이러면 따로 신경 쓸 필요가 없지.’

지속적으로 독기가 흘러나와 몸을 공격하는 부작용이 있지만 그것 역시 역법반서복원대법의 효과인 재생력을 넘어서진 못했다.

이야, 다행이네요. 그럼 또 한동안은 걱정할 것도 없겠군요?

‘그렇지.’

그럼 잔결독공은 계속 익히실 거죠? 여기서 멈춰 버리기엔 아깝잖아요.

‘끄응, 그렇긴 하지. 이렇게 빨리 경지를 끌어 올릴 수 있는 공법을 또 얻기 전까진 이걸 버릴 수가 없겠지. 어차피 공법의 부작용을 못 이기고 죽을 때까지는 계속 익힐 생각이었다.’

- 그렇죠. 저도 그랬으면 했어요. 그럼 이제 당분간 화신기 초기의 경지를 안정시켜야 되겠네요?

‘그래야지. 그리고 그 뒤엔.’

당연히 분혼을 찾아서 가야죠. 뭐 저 암해라는 곳은 쉽게 건널 수 없는 금지라곤 하지만 안 갈 수도 없으니까요.

‘그렇긴 하지. 분혼이 저 너머에 있다는 게 느껴지니 어쩔 수 없는 일이지. 그걸 위해서 화신기까지 죽어라 올라선 것이고.’

장우는 그렇게 말을 하면서도 화신기 경지로 정말 암해를 무사히 건널 수 있을지 자신할 수가 없었다.

대충 알아본 바에 의하면 암해를 화신기 경지로 넘어오는 이들이 간혹 있기는 한 모양이었다.

그러니 장우 역시 도전해 볼 자격은 되는 셈인데, 오는 길과 가는 길은 또 다를 것이니 준비해야 할 것이 많을 것이다.

특히.

‘일단 경지 안정을 시키고 제일 먼저 비행 법보부터 마련하자. 의념 공간에 들어 있는 것들도 전부 영체기가 쓰던 수준이라 그대로 쓰기엔 부족함이 많으니까.’

- 그렇죠. 확실히 장우님도 좋은 비행 법보를 하나 마련하긴 해야 해요. 네 맞아요. 어서 경지 안정을 시키세요. 그 후에 함께 비행 법보를 만들어 봐요. 아, 만들기 어려우면 어디서 구해 보거나요.

‘그래, 그러자꾸나.’

장우는 몽이의 말에 따라서 우선 경지 안정부터 시작했다.

그렇게 또 세월이 흘렀다.

*  *  *

분혼이 암해 너머의 어딘가에 있다.

그런데 암해를 건너는 장거리 전송진이 없다.

혹여 어디 있는지도 모르지만 장우의 깜냥으로 알아본 바로는 찾을 수 없었다.

그러니 결국 암해를 직접 건너야 하는데, 암해 자체가그리 만만한 곳이 아니다.

간혹 암해를 건너오는 수사들이 있지만 그 중에 화신기 이하로는 한 명도 없었다고 했다.

그래서 장우도 연단로로부터 도망쳐서 이곳에 도착한 후로, 감히 암해로 뛰어들 생각을 하지 못하고 화신기 승경에 도전한 것이다.

다행히 화신기가 되었고, 경지도 안정시켰으니 이제는 암해를 건널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당연히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비행 법보일 수밖에.

그래서 장우는 경지 안정을 마친 직후, 암해와 맞닿아 있는 여러 역을 돌아다니며 비행 법보를 만들거나 개량할 방법에 대해서 수소문하고 다녔다. 그리고 그런 노력 끝에 드디어 최상급 법보 등급의 비행법기에 대한 소문을 들을 수 있었다.

“그러니까 의뢰의 보상으로 나왔다는 말이냐?”

“그, 그렇습니다. 선배님.”

“좋구나. 그곳의 문주가 화신기 후기라고?”

“네, 어르신.”

“화신기 후기의 문주가 있는 수도문파의 보물이라. 그것을 보상으로 의뢰를 한다고? 그것도 영수 사냥을?”

장우는 혼잣말처럼 방금 들은 이야기를 읊조렸다.

“그렇습니다. 네네.”

장우에게 붙들린 영체기 수사는 연신 고개를 조아리며 같은 대답을 반복하고 있었다.

하지만 장우는 미심쩍은 점이 있어 쉽게 그의 말을 믿지 못했다.

“그런데 말이다.”

“네네. 하문하시지요.”

“영수 사냥에 그곳의 문주와 장로 둘이 참가한다고 하지 않았더 냐. 그리고 나같은 객을 몇 명 더 청할 것이고.”

“그, 그렇습지요.”

“그럼 도대체 누구에게 비행 법보를준다는 말이냐? 비행 법보가 여럿이라도 된다더냐?”

장우가 의심스러워 하는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

그런데 장우의 물음을 들은 영체기 수사는 도리어 얼굴 빛이 밝아졌다.

“아, 그런 것을 걱정하신 것입니까? 그렇다면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뭐라? 문제가 없어?”

“그렇습니다. 방금 어르신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종련문(終燥門)의 비행 법보는 모두 열다섯 개나 있습니다. 그러니 서너 개 정도를 내어 주지 못할 것은 아니지요.”

“그래?”

“그렇습니다. 종련문은 원래부터 법기와 법보 제작에 이름이 높은 문파입니다. 그리고 오래전에는 입령기와 성령기의 문주님도 있었던 문파이지요.”

“오래 전이라면 지금은 없다는 이야기냐?”

“그건 알 수 없지만 오래도록 모습이 보이지 않았던 것은 분명합니다. 어째거나 종련문의 비행 법보는 대대로 이어진 것이라 수가 많지요. 하지만 능력이 부족하면 있어도 쓰지 못하는 것이 법보가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주인 없는 비행 법보가 여럿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 것을 내어주며 영수 사냥에 동행을 청했단 말이지?”

“네,어르신.”

“그 영수는 어디에 있다더냐?”

“아, 그건 암해의 어디라고만 하고 그 이상은 알려줄 수 없다 했습니다.”

“그래?”

장우는 사냥감인 영수가 암해에 있다는 말에 눈빛을 번뜩였다.

이참에 암해를 경험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수고했다. 이만 가 보거라.”

장우는 지금껏 붙잡고 있던 영체기 수사에게 영석 몇 개를 던져주고 돌려보냈다.

그리고 곧바로 종련문이 있다는 방향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 화신기에 올라 암해를 바라보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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