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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이야 네가 좀들어가 볼래?〉
장우는 고대 문파의 연단실 금제를 뚫고 끝내 연단로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 연단로의 크기는 자그마치 백여 장의 높이에 지름도 그 정도가 되는 엄청난 크기였다.
영체기 후기 경지의 장우로선 그 정도 규모의 연단로가 원래 상태라면 절대 감당할 수 없었다.
그래서 장우는 연단로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해원곡으로 돌아가 의뢰 등급이 잘못되 었다고 알리고 적당한 보상을 받고 끝낸다?’
그것은 장우가 손해 볼 것이 없는 깔끔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웃기는소리. 이런 보물을 어찌 다른놈들에게 넘겨?’
장우로선 절대 하고 싶지 않은 선택이기도 했다.
사실 장우는 꽤나 욕심이 많은 성품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상황은 장우에게 그리 나쁘지 않았다.
금제 안에 뭐가 있는지도 몰랐던 몰락 문파의 축기기 문주는 그저 독기를 없애줄 것을 해원곡에 부탁했을 뿐이었다.
‘그 모자란 놈은 이곳에 뭐가 있는지 확인할 능력도 없는 놈이었지. 게다가 이곳 연단실이 그 놈의 문파 것인지도 알 수 없고.’
워낙 오래 된 금제와 연단실이었다.
장우는 이런 연단실이 축기기가 문주로 있는 문파의 유산이라고 생각할 수가 없었다.
‘어차피 이곳의 문주놈도 모르는 것.’
게다가 해원곡도 이곳의 상황을 모르기는 마찬가지였다.
애초에 축기기의 저계 수사가 가지고 온 해원이라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은 해원곡이었다.
그래서 의뢰 내용을 확인할 때에도 성단기 입곡자를 보내서 어떤 독이 퍼지고 있는지를 알아보게 한 것이 전부였다.
그런데 그 성단기 경지의 입곡자 마저도 금제까지는 확인을 하지 않고 그저 흘러나온 독기만 담아가서 해원곡 객잔에 증거로 내보였다.
당연히 성단기 경지가 채취할 수 있을 정도의 독기이니 그리 대단할 것은 없다는 판단이 나왔고, 영체기 경지면 해결할 수 있는 등급으로 의뢰 등급이 정해졌다. 그것을 장우가 받아들인 것이다.
결국 일이 이렇게 공교롭게 흘러간 까닭에 장우가 뜻하지 않은 횡재를 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장우가 당장 그 횡재를 한 입에 삼킬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기엔 너무 큰 보물이었다.
‘시간을 벌어야겠군. 당연히 아무도 모르게 해야 하고.’
장우는 그렇게 결심하고 곧바로 고대 연단실을 차지할 계획을 세웠다.
그래서 장우는 우선 금제의 틈을 어떻게든 막아 놓고, 이후 해원곡에 의뢰 완수 했다고 보고했다.
그 때, 장우는 자신이 가진 것들 중에서 몇 가지 오래 된 보물을 의뢰 완수 증거로 해원곡에 가져다주었다.
금제 안쪽에 오래 된 보물이 몇 개 있었지만 그리 대단한 것은 없었고, 대부분 시간을 이기지 못해 허물어졌다는 핑계를 댄 것이다.
이에 해원곡도 고작 축기기 수사의 의뢰를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기에 장우의 말을 믿고 의뢰 완수를 인정했다.
당연히 의뢰자인 몰락 문파의 축기기 문주도 장우가 금제를 틀어막아 독기의 배출이 없어졌으니 의뢰가 이루어졌다고 확인해 주었다.
그 후, 장우는 남모르게 자신이 막아 둔 금제를 뚫고 들어가 거대 연단로를 차지했다.
- 괜찮습니까?
‘응, 그래 나쁘진 않아.’
장우는 수백장 크기의 연단로 위로 올라가 뚜껑의 손잡이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리고 이후 의념으로 연단로를 장악하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하지만 연단로는 장우가 쉽게 장악할 수 있는 수준의 보물이 아니었다.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법보는 넘어선 물건, 어쩌면 영기를 넘어 영보 이상일지도 모를 보물이었다.
그래서 연단로를 장악하려는 장우의 시도는 거의 진전 없이 시간만 흐르는 중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주 이득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장우는 연단로에서 흘러나오는 독기를 흡수하여 잔결독공을 수련할 수 있었고, 아울러서 연단로 안에 들어 있는 정체모를 영단의 약기를 흡수하여 독기로부터 몸을 지킬 수도 있었다.
그렇게 의도치 찮게 장우는 다시 잔결독공을 연성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에서 수련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몇백 년 후.
빛한점 들지 않는 거대한석실 안.
하지만 수백 장 크기의 고풍스러운 연단로는 그 자체로 은은한 붉은 빛을 내뿜었고, 연단로 아래에는 흰 빛에 가까운 청염이 연단로를 달구고 있었다.
장우는 그 연단로의 뚜껑에 있는 둥근 손잡이 위에 가부좌를 하고 앉아 있었다.
- 이러다간 오래지 않아서 화신기 승경까지 도전을 해 볼 수 있겠어요.
오랜만에 장우가 수련 삼매에서 정신이 깨어나자 몽이는 장우의 수련 경지가 빠르게 올라가는 것에 기뻐 흥분하며 그렇게 소리쳤다.
그 사이에 잔결독공의 성취가 크게 높아져 조만간 화신기를 넘볼 수 있을 정도가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우로선 그것을 무조건 좋아할 수만은 없는 이유가 있었기에 표정이 밝지 못했다.
혹시 자신이 화신기 승경에 도전하면 그 기미를 많은 수사들이 알아차리게 될 것이다.
비록 대부분 성단기 이하의 저계 수사라고 하지만 장우에 대한 소문이 퍼지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화신기 승경이 시작되면 그 과정에서 모여드는 천지 영기에 조금이라도 혜택을 보려는 이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산수들은 승경을 시도할 때에는 한적한 곳에서 남모르게 하는 것이 아닌가.
산수가 아니라면 또 소속 문파에서 호법을 서 주는 것이 당연한 일이고.
아무튼 장우에 대한 이야기가 퍼지는 것은 좋지 않았다.
그렇게 되면 혹여 장우가 해원곡의 의뢰를 거짓으로 비틀어 놓은 것이 들킬 수도 있었다.
더구나 영체기 후기에 오르고 고작 몇 백 년 만에 화신기에 오르다니.
그 비법을 탐내는 이들이 또 얼마나 몰려들 것인가.
이런 상황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으니 어찌 마냥 기뻐만 할 수 있을까.
‘승경? 그 전에 먼저 죽게 생겼다 이 녀석아!’
하지 만 사실 그보다 더 급한 것은 잔결독공이었다.
지금 장우의 선천지기는 거의 고갈된 상태였다.
그것은 잔결독공의 운공이 멈출 때가 머지않았다는 이야기다.
선천지기가 말라붙어 잔결독공의 운공이 중지되면?
장우는 그 즉시 죽게 될 것이었다.
잔결독공은 원래 그렇게 만들어진 공법이었고, 아직까지 장우는 그것을 벗어날 방법을 찾지 못한 상태였다.
‘하지만 지금 죽어선 너무 억울하지. 이 연단로를 내 것으로 만들지도 못했는데!’
더구나 이 아까운 보물을 어찌 포기한단 말인가.
장우의 심어에 상황에 대한 분노가 가득 담겨 있었다.
- 하지만 당장 고갈된 선천지기를 어떻게 할 방법이 없잖아요. 그러니 잔결독공의 운공이 가능한 지금 승경에 도전하는 것이 최선이에요.
몽이의 생각은 장우가 당장이라도 승경에 도전하라는 것이었다.
‘죽어도 승경에 성공하고 죽으란 거지?’
- 당연하죠.
‘그런데 그거 큰 문제가 있다는 건 알고 있는 거냐?’
- 뭐가요?
‘내가 화신기가 되버리면 역법반서복원대법에 비축해 둔 진혈의 기운이 너무 부족하다는 거. 그래서 부활을 해도 화신기 경지로 되살아나긴 어렵지.’
- 네에? 어? 어라? 정말 그렇겠네요? 경지가 높을수록 많은 진혈기가 필요한데 지금은 엄청나게 부족하겠어요.
‘그렇지? 사실은 영체기 중기, 후기에 올라설 때부터 문제였던 거다.’
- 그럼 지금까지 역법반서복원대법의 재생력 효과를 본 건요? 그거 부활에 필요한 만큼 축적한후에 남는 것만 쓰는 거 아니었어요?
‘원래는 그랬지. 그런데 경지가 올라가면서 그 틀이 무너진 후로는 그냥 재생력이 진혈의 기운을 끌어 쓰던데? 지금은 이대로 부활하면 영체기 경지도 찾기 어려울 정도야.’
- 뭐예요 그게! 그랬으면 진작 이야기를 했어야죠. 그리고 사냥이라도 자주 다녔으면 좋았잖아요.
몽이는 장우가 진혈의 기운을 경지에 맞춰서 제대로 비축하지 않은 것을 야단쳤다.
‘야, 너 잊어 버렸냐? 언제부턴가 이 연단로에서 얻는 약기의 도움이 없으면 이미 잔결독공의 독기에 녹아내렸을 거라는 거? 재생력만으론 절대 못 버텼을 독기를 약기운으로 지금까지 버틴 거잖아.’
- 아, 맞다. 장우님 해원곡에서 나올 때부터 재생력이 많이 부족했었죠? 그러네요.
몽이도 이제 생각이 났다는 듯이 장우의 불평을 인정했다.
결국 장우가 역법반서복원대법이 부활에 필요로 하는 진혈기를 충족시켜 놓지 못한 것은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 아이 참, 그럼 이제 어떻게 해요? 네?
상황을 모두 확인한 몽이가 몸이 달아 안달을 하며 장우에게 물었다.
‘어쩌긴, 죽을 각오를 하고 연단로에 들어 있는 영단을 뽑아 먹어 봐야지.’
- 네? 영단을요?
‘지금으로선 내가 아무리 애를 써도 연단로 전부를 연화해서 장악하는 것은 불가능해. 그러니 안에 들어 있는 영단이라도 하나 훔쳐 먹는 수밖에.’
- 무슨 영 단인지도 모르는데요?
‘뭐, 당장 죽게 생겼는데 가릴 것이 뭐가 있겠어? 그리고 지금 연단로에서 영단 하나 꺼내 먹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야. 가능성이 열에 들도 될까 말까 해.’
-그렇게나어려워요?
‘뚜껑도 못 여는 상황에서 영단 하나 꺼내 먹어야 하는 건데 쉽겠냐?’
- 그렇군요.
‘그나마 연단로의 약기운이 잔결독공을 억누르는 효과가 컸다는 건 분명하니까 믿고 먹어 보려는 건데, 잘 될까 모르겠다.’
사실 장우는 거대 연단로에서 영단을 꺼낼 자신이 없었다.
그나마 어차피 죽을 거란 생각에 마음 편히 시도를 해 보려는 것일 뿐, 가능성은 무척 낮았다.
그만큼 장우가 올라앉은 연단로가 엄청난 보물이라는 소리였다.
‘그래서 말인데 몽이야!’
- 왜요? 장우님?
‘너, 연단로 안에 좀 들어가면 안 되겠니?’
-제가요? 연단로에요?
‘안될까?’
음, 저한테 왜 이러세요? 제가 어떻게 연단로를 뚫고 들어가요?
‘정말 안될까? 해본적도 없잖아.’
그렇긴 하죠.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내가 너한테 뭘 시킨 적이 없지. 그냥 의념 공간에 물건을 넣거나 빼는 것만도움을 받았지.’
그게 얼마나 도움이 된 거 였는데요 !
‘그런데 생각해보면 네가 손댈 수 있는 거면 모두 의념공간에 넣을 수 있었단 말이지.’
모두는 아니죠. 그랬으면 여기 있는 연단로도 넣을 수 있어야 했겠죠. 이렇게 연화가 필요한 것들은 주인 허락 없이는 의념 공간에 못 넣는다고요.
‘그래, 그건 나도 아는데, 연단로 안에서 숙성되고 있는 영단, 그건 주인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잖아. 그러니까 몽이 네가 아공간으로 옮길 수 있지 않을까?’
- 하지만 연단로, 무서운데요. 엄청나게 강력한 기운이 휘몰아치고 있다고요.
‘야, 지금 당장 내가 죽게 생겼는데, 넌 무서운 게 문제야?!’
장우가 망설이는 몽이를 향해 버럭 강력한 심어를 날렸다.
그러자 몽이가 울상을 지으며 장우의 눈치를 살폈다.
‘정말 위험할 거 같으면 포기 해도 되잖아. 그러니까 일단 시도라도 해 보자. 응?’
장우가 그런 몽이를 이번에는 부드러운 말로 설득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 번의 실랑이가 오고간 후, 몽이는 결국 장우를 도와 연단로에서 영단을 훔칠 결심을 하고야 말았다.
좋아요! 해 봐요. 네, 해 볼 테니까 장우님도 도와주세요.
‘그래, 뭘 도우면 될까?’
그야 장우님이 조금이라도 연단로를 장악해서 안쪽을 엿볼 수 있어야죠. 장우님이 모르는 건 저도 모르니까요.
‘으음. 아주 잠깐이라면 가능할 거다. 그러니 너도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긴장하고 있어.’
장우도 몽이의 한계는 분명하게 알고 있었다.
그러니 어떻게든 자신의 능력으로 연단로 안쪽을 엿볼 수 있어야 몽이가 활약할 기회가 생긴다.
그래서 장우는 다시 연단로 뚜껑 손잡이에 앉아서 의념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연단로 안으로 의념을 밀어 넣어야 했다.
‘흐으음. 간다아!’
〈 몽이야 네가 좀 들어가 볼래?〉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