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환장 통수 선협전-351화 (351/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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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아버린 영찬(靈豫)이 심상치 않은 것이었다 >

녹각성대성 경매장.

이곳은 녹각성의 특이성 때문에 오래 전에 만들어진 곳이었다.

녹각성에는 안록산(顔雇山)이란 곳으로 통하는 전송진이 있었다.

그 안록산은 사슴 얼굴을 닮은 산이란 뜻을 가진 곳이었는데 녹각성의 전송진만이 유일한 통로였다.

그 전송진 덕분에 녹각성에는 안록산의 사슴과 관련된 희귀 수련 자원이 많이 나게 되었고 그것을 유통하기 위해 경매장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런데 막상 경매장을 만들어놓으니 근역(近域:가까운 지역)에서 수많은 수사들이 몰려들었다.

평소 교류회나 물물교환 따위로 불안한 거래를 하던 수사들이 안전한 경매장을 찾아 몰리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녹각성은 이전보다 훨씬 규모가 커지게 되었고, 이후로 주변의 여러 역(域)들을 이어주는 허파 노릇을 하게 되었다.

당연히 경매장에 대한 투자도 계속 늘어나서 이제는 진선들도 감히 녹각성의 경매장에서 행패를 부리지 못할 정도가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녹각성 경매장과 연관된 수도 문파가 많이 있는데 그 문파들에는 진선경 이상의 수사가 여럿 속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이니 경매장에 대한 경계가 얼마나 삼엄할 것이고, 경매 대행에 대한 자부심은 또 얼마나 높을까.

그래서 경지가 낮은 수사가 물건을 가지고 오더라도 경매를 철저하게 진행하는 것이 그들의 자긍심이었다.

다행히 장우 역시 그런 혜택을 입고 영찬 경매를 어렵지 않게 진행할 수 있었다.

게다가 장우가 내 놓은 영찬은 의외로 높은 가치를 인정받아 상중하 중에서 중급 경매에 물건을 올려 높은 값에 낙찰이 되었다.

장우는 경매장에서 세 개의 소(小)영찬(靈豫)을 팔아 많은 영석을 얻었고, 그것으로 다시 수련에 필요한 것들을 쉽게 구할 수 있었다.

그렇게 장우가 녹각성에서의 일을 마치는데 꼬박 10년의 시간이 걸렸다.

이제 장우가 다시 길을 나서려 할 때였다.

장우가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녹각성의 외성에 있는 노점을 돌아보고 있을 때였다.

그런 중에 문득 수사들 셋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듣게 되었다.

그들은 녹각성 주변의 여러 역에서 큰 소란이 일었다고 하는데, 그중심에 영찬이 있다고 했다.

“그게 무슨 소리요? 영찬 쟁탈전이 벌어지다니?”

장우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곰의 형상이 남아 있는 웅족 수사를 보며 물었다.

장우는 노점에서 연단이나 재련, 괴뢰술 따위에 쓸 재료들을 구경하던 중이었다.

그런데 마침 괜찮은 괴뢰술 제작 공법을 발견하여 흥정을 하던 중에 세 수사가 나누는 ‘영찬 쟁탈전’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던 것이다.

세 명의 수사는 만난지 오래 되지 않은 일행인 듯 했는데, 그들은 이제 막 녹각성으로 들어온 참이라 했다.

그래서 그 동안 밖에서 모은 수련 자원을 장우가 상대하던 수사와 거래를 하려 기다리던 중이었다.

그러다가 심심풀이로 주고 받은 이야기에 영찬 쟁탈전이 나온 것이다.

“관심이 있소?”

장우의 반응에 중년의 웅(態)족 수인 수사가 반색하며 물었다.

장우는 고개를 끄덕 였다.

“물론이오. 자세한 이야기를 해 준다면 나도 이곳 녹각성에 대해서 아는 것을 정리해 줄 수 있소. 좋은 거래가 되지 않겠소?”

“그렇단 말이오? 좋소, 여기 거래가끝나면 함께 가서 이야기를 나눠 봅시다.”

장우의 말에 웅족 수사도 나쁘지 않다는 듯이 흔쾌히 허락을 했다.

그렇게 하여 장우와 웅족 수사를 포함한 세 수사가 가까운 객잔에서 술잔을 마주하고 앉게 되었다.

그곳에서 웅족 수사와 그 일행은 녹각성 영역 밖에서 성령기와 태령기 수사들이 얽힌 큰 싸움에 대해서 장우에게 이야기 해 주었다.

“그러니까 그 시작이 영찬이었단 말이오?”

장우가 확인하듯 물었다.

“그렇다니까 그러시오. 그것도 이곳 녹각성의 경매에서 나온 영찬이라 하는데, 어떤 운 좋은, 아니 운이 나쁘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화신기 선배 한 분이 영찬을 낙찰 받았다고 하오. 그런데 그 선배가 자신의 거처로 돌아가던 중에 성령기 어르신의 부름 을 받았다지요.”

“그 성령기 어르신이 화신기 선배의 영찬을 빼앗아 갔고, 그 후에 다시 그 성령기 어르신의 것을 다른 태령기 어르신이 빼앗았다?”

“맞소.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오. 근래에 녹각성 경매장에서 낙찰된 영찬이 수십 개가 있었는데, 그 중에 유독 세 개만 문제가 되어 곳곳에서 서로 다투는 일이 벌어진 것이오."

“세 개의 영찬이라……

“어쨌거나 시간이 갈수록 그 쟁탈전이 격화되어 어느 때부터는 태령기가 아니면 얼씬거릴 수도 없는 상황이 되었다오.”

“그게 얼마나 된 이야깁니까?”

장우는 웅족 수사에게 몇 번 사실을 확인한 후에 이번에는 그 일이 일어난 시기를 물었다.

“하하하. 그게 참으로 재미있습니다. 고작 10년 사이에 벌어진 일이니 말입니다.”

“네? 그게 말이 됩니까? 가까운 지역이라 하더라도 오가는데 수십 년이 걸리는 곳도 있을 텐데 어찌 십년 사이에 그런 일이 벌어진단 말입니까?”

장우는 놀란 듯이 묻지 않을 수 없었다.

혹시 하는 생각에 몇 번을 확인했는데, 시기가 그렇다면 결국 그 영찬이 자신의 손에서 나간 것일 가능성이 높았던 것이다.

“처음 경매 낙찰을 받은 이들이야 돌아갈 때에 전송진을 이용했으니 거리가 문제가 될 것이 없고, 이후에는 성령기 어르신과 태령기 어르신들의 일인데 우리와 같겠습니까? 우리가 백 년을 가야 할 거리를 태령기 어르신들은 단 번에 갈 수도 있지 않겠습 니까.”

“아, 우물 안의 개구리가 감히 하늘 넓음을 생각지 못했군요. 옳습니다. 그런 고계 어르신들의 일을 우리 같은 영체기가 어찌 짐작이나 하겠습니까. 그런데……

“무엇을 더 알고 싶습니까? 장우 수사?”

웅족 수사가 넉넉한 웃음으로 장우를 보며 물었다. 그는 이미 장우가 녹각성에 대해서 정리해 준 옥간을 받았기에 여유가 넘쳤다.

“도대체 그 영찬이란 것이 뭐라고 그런 일이 벌어졌답니까?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이곳 경매에서 화신기 수사가 낙찰을 받은 정도의 물건을 가지고……

“그러게 말입니다. 사실 저도 그것이 궁금하긴 합니다. 하지만 감히 그것에 대해서 알아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왜요? 태령기 어르신들이 무서워서요?”

장우가 농담하듯 웃으며 물었다.

“하하하. 태령기 어르신도 무섭지만 진선경 이상의 신선들께서 나서셨다면 더욱 조심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네? 진선경의 신선들께서요?”

장우도 그 말에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태령기 수사들이 영찬을 다툰 것도 놀랄 일인데 거기에 더해서 진선경이 왜 나온단 말인가.

“그렇다고 합니다. 어느 날 한 시에 영찬 쟁탈전이 끝나고 말았는데, 그럴 수 있는 분이 누구겠습니까. 다들 진선경 신선께서 그리 하셨다고들 이야기를 하고있습니다.”

“그렇군요.”

“믿기지 않겠지만 서로 멀리 떨어진 세 곳에서 벌어지던 쟁탈전이 거의 동시에 흐지부지 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그 후에 진선경 신선에 대한 이야기가 나돌았고요.”

“알겠습니다. 네. 그럴 만 하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장우는 더는 들을 것이 없다 싶었다.

그래서 잠시 후, 그 세 수사와 헤어져 거처로 돌아왔다.

독립된 전각을 제공하는 숙소에서 장우는 한참 생각에 잠겼다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내가 팔아버린 영찬이 보통 물건이 아닌 모양이다.’

그러게요. 절대로 의념공간에서 꺼내면 안 될 거 같아요.

‘맞다. 그리고 최대한 빨리 녹각성을 벗어나야 할 거 같다.’

그래봐야 진선의 이목을 피할 수 있을까요?

‘경매장의 고집을 믿어야지. 고객에 대한 정보는 철저하게 보호해 준다는.’

그럼 굳이 도망갈 일도 없잖아요.

‘시간은 항상 모든 것을 낡게 만드는 법이다. 예리하게 날이 서 있는 경매장의 자긍심도 언젠가는 무너질 수 있지 않겠냐? 그 전에 최대한 몸을 숨겨야지.’

그런다고 진선이 쫓아오는데 그걸 피할 수 있겠어요? 죽기 전에는 불가능한 일일 걸요?

‘그렇다고 가만히 았아서 운이 좋기만 기대할 수는 없지 않느냐. 일단 녹각성을 벗어난후에 꽁꽁 숨어서 수련을 할 곳이 있는지 찾아보자.’

아이 참, 왜 자꾸 장우님에게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모르겠어요. 속상하게.

‘영찬을 발견했을 때에는 운이 좋다 했었지. 그것이 지금은 화가 되었다 하고 있고. 이렇게 보면 현상이란 항상 상대적인 것이 아니냐. 그러니 너무 전전긍긍하지는 말자꾸나.’

체에, 알았어요. 저야항상 장우님 편이니 염려하지 마세요.

“갈협 선인, 그것을 내어 주시지요. 고작 하나를 가지고 어디에 쓰시렵니까?”

머리에 관을 쓰고 손에는 쥘부채를 든 중년의 수사가 머리에 뿔이 나 있는 이족 수사에게 손을 내밀고 있었다. 그들이 있는 곳은 온통 새하얀 운무가 흘러 천지 분간이 되지 않는 곳이었다.

“하나든 둘이든 의미가 없기는 마찬가지 아닙니까. 차라리 정 선인께서 제게 은혜를 베푸심이 어떻습니까?”

추궁을 당한 이족 수사는 뒷짐을 진 상태로 도리어 손을 내민 수사에게 은혜를 베풀라며 들은 말을 되돌려 주고 있었다.

“그것 참, 서로의 의견차이가 이리 클 줄은 몰랐습니다.”

“어썰 수 없는 일이 아닙니까. 누가 있어 이런 보물을 쉽게 내어 주겠습니까?”

말은 그렇게 하지만 사실 그들 둘은 누구도 상대에게 보물을 내어주는 일이 없을 것임을 뻔히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이런 자리를 만든 것은 나중을 위해서였다.

“아무리 그래봐야 영찬황(靈豫皇)을 얻지 못하면 그것들이 무슨 소용이랍니까. 그것은 정 선인께서도 아시겠지요?”

이족 수사가 학사풍의 인간 수사를 보며 그렇게 물었다.

“끄응, 결국 우리 둘 중에 누가 영찬황을 얻는가 하는 것으로 내기를 하자는 말이군요?”

“정 수사도 이미 그렇게 하는 것이 최선임을 아시지 않습니까. 설마 우리가 영찬황을 두고 서로 소멸에 이를 싸움을 할 수야 있겠습니까?”

“사는 것이 지겨워졌다면 그럴 수도 있겠지요.”

“하하하. 그럴 일이 없으니 이리 내기를 하자고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어떻습니까? 그리 하시겠습니까?”

이족 수사는 다시 한 번 정 수사의 뜻을 물었다.

하지만 이번 물음에는 매우 강력한 이념이 담겨 있어서 정 수사도 허랑하게 대답을 흘릴 분위기가 아니었다.

결국 정 수사 역시 굳은 얼굴로 이족 수사 갈협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우리가 가진 영찬후(靈豫后)의 영찬황을 먼저 취하는 쪽에게 가진 영찬후를 모두 몰아주는 것으로 하시지요. 지금은 내가 두 개를 가지고 있고, 갈협 선인께서 하나를 가지고 있지만 이후에야 어찌 될 줄을 어떻게 알겠습니까. 그러니 당장의 손해는 생각지 않겠습니다.”

정 선인이라 불린 학자풍의 수사는 결국 그렇게 세부 내용을 자신이 정하는 것으로 이야기의 주도권을 되찾았다.

애초에 갈협을 불러낸 것이 그였는데 갈협이 내기를 먼저 거론하여 주도권을 가지고 가려 했지만, 이제 그것을 어느 정도 되찾은 셈이었다.

“그나저나 여섯 후(后)를 거느린 황(皇)은 도대체 어떤 영찬일지 궁금하기 짝이 없습니다그려. 하하하하.”

그런데 문득 갈협이 그렇게 말했고, 정 수사는 내심 의아해 했다.

자신이 파악하기로 이번 영찬황은 일곱 개의 후를 거느렸다.

그런데 여섯이라니?

설마 갈협이 후를 하나밖에 가지고 있지 않아서 잘못 파악한 것일까?

아니면 일부러 영찬황의 가치를 낮추려 수를 쓰는 것일까?

“그러게 말입니다. 여섯 후를 거느린 영찬황이라니 정말 기대가 됩니다.”

하지만 정 수사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맞장구를 쳐 주었다.

무슨 생각이든 자신은 일곱 후를 거느린 영찬황의 존재를 이미 알고 있으니 상관없다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얼마 후, 그들은 영찬황의 주인이 다른 모든 후를 차지하는 것으로 다시 한 번 약조하고 헤어졌다. 이후 녹각성에 신선들의 등장에 대한 이야기가 나돌아 한동안 소란스러워졌다.

< 팔아버린 영찬(靈豫)이 심상치 않은 것이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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