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환장 통수 선협전-348화 (348/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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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는 의념공간에서 유혼결(幼魂結)이 나왔어요!〉

있었는데 없다는 것은 분명 빈 자리를 만든다.

그것이 옆 자리의 공간이든 마음 속이든.

“에휴, 미우, 괜찮을까?”

장우는 지상으로 향하는 동굴을 뚫다가 무심코 홀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자신의 말에 자신이 놀라서 흠칫하며 일하던 것을 멈줬다.

“몽이야.”

-네,장우님.

“미우가, 보고 싶으네?”

으으음. 힘 내세요. 잘 있을 거예요.

“그래,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는 장우는 그렇게 마음으로나마 빌어볼 수밖에 없었다.

그런다고 크게 기운이 나는 것은 아니었지만.

장우님 !

그 때, 문득 몽이가 장우를 불렀다.

조금 전과 달리 기운찬 음성이라 장우가 눈에 힘을 주며 몽이를 쳐다봤다.

의념 공간에요.

“의념 공간이 왜?”

새로운 것이 나왔어요!

“응? 새로운 거 ?”

그러니까 장우 님이 영체기가 되면서 의념 공간이 크게 늘었잖아요.

“그렇긴 했지. 하지만 원가 특별히 나온 것은 없지 않았어?”

그랬는데요. 이번에 오래 기절해 계시는 동안에 의념 공간이 조금 더 늘었거든요.

“그래서 거기서 뭐가 나왔다고? 그걸 내가 왜 몰랐지?”

신기하게 이번에는 의념공간이 늘어난 끄트머리 어디에서 나온 게 아니라서 그래요.

“그게 무슨 소리야?”

그러니까 의념 공간에 쌓아둔 잡동사니 사이에서 불쑥 나타난 거라고요. 그래서 저도 그걸 모르고 있었고요.

“그런데 어쩌다보니 그걸 찾았다는 거네?”

- 에헤헤. 네. 저 잘 했죠?

“그래, 그래. 잘 했다. 그래서 새로 나온 게 뭔데?”

장우는 자신의 의념 공간에 비밀이 있음을 짐작했다.

전에 무한공을 얻었을 때에는 의념 공간의 문제가 아니라 그 무한공에 술법을 걸린 것이라 추측했었다.

하지만 이번에 또 다시 낯선 물건이 의념 공간에서 발견되었다면 장우 자신의 의념 공간 그 자체가 특별한 것이 분명했다.

어쩌면 원래는 무척 넓었던 의념 공간이 어떤 일로 좁게 줄어든 것일 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장우는 본래 경지가 높은 수사였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 봄직 했다.

- 짜잔, 이번도 옥간이네요.

장우의 물음에 몽이가 그렇게 말하며 그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장우가 손을 내밀자 그 위에 올라선 후, 의념 공간에서 옥간을 소환했다.

당연히 소환된 옥간에는 몽이가 간섭할 수 없었기에 곧바로 장우의 손바닥에 떨어졌다.

“이게 그거란 말이지?”

장우가 옥간을 들고 조심스럽게 의념을 풀어 넣었다.

혹시라도 옥간에 무슨 금제라도 걸려 있거나, 저주가 담겨 있을 것이 걱정되었지만 살펴보지도 않을 수는 없으니 조심스럽게 행동한 것이다. 하지만 걱정과는 달리 옥간에는 어떤 위험도 없었다.

장우는 어렵지 않게 옥간의 내용을 읽어 냈다.

〈유혼결 (幼魂結)〉

장우는 지상으로 올라가는 길뚫기를 멈추고 한동안 옥간에 실린 유혼결에 집중했다.

다행히 유혼결은 크게 어려운 공법은 아니었다.

다만 유혼결의 구결 자체에 뭔가 강력한 술법이 담겨 있음은 느낄 수 있었다.

이 유혼결 역시 단순한 공법이 아니라 아주 드높은 경지의 법술이 더해진 공법인 모양이었다.

“으음. 이거 좋은데?”

- 그러네요. 분혼을 만들어서 성장시킨 후에 그것을 흡수하면 의념의 위력이 두 배로 늘어난다는 거잖아요.

“의념의 양이 늘어나는 것은 아닌데, 그 강함이 두 배가 된다는 건데, 그것만도 엄청난 거지.”

- 그런데 인계, 영계, 선계로 나누어서 한 번씩만 쓸 수 있다는 건 뭘까요?

“그러게. 이걸 인계에서 익힌 다음에 영계로 오르고, 그 다음에 선계까지 오르면 의념이 여덟 배나 강해진다는 소리잖아.”

- 아쉽네요. 이곳은 이미 선계라서 그렇게 할수가 없으니까요.

“그래도 의념이 두 배로 강해지는 것만도 어디냐?”

- 하긴 그러네요.

“안 되겠다. 당분간 자리를 잡고 앉아서 이 유혼결을 장악해야겠다.”

- 뭐, 지상으로 가는 것이 크게 급한 것도 아니 니까 그게 좋을 거 같네요. 저도 찬성이에요!

몽이가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며 찬성 의견을 밝혔다.

장우는 곧바로 위로 향하던 동굴을 수평으로 뚫어 자그마한 동부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럴듯한 동부를 완성한 후에는 곧바로 유혼결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어렵지 않은 공법이라 하지만 그렇다고 곧바로 펼칠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한 것은 아니었다.

분혼을 생성하면 그 분혼에 특별히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곧바로 새로운 몸을 찾아 떠나게 된다.

그것은 혼과 관계된 현상이라 영체기 수준으로는 막기 어려운 일이다.

어쨌건 그렇게 분혼이 떠나고 나면 이후에 다시 만날 것을 대비해서 분혼과 소통하는 정신 감응이 필요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곁에서 지켜보는 것처럼 분혼의 상황을 알 수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다고 되어 있었다.

물론 그런 경우에도 분혼이 있는 방향이나 최소한의 상태 정도는 파악할 수 있다고 했다.

당연히 그 정도는 대비가 되어 있어야 분혼을 다시 만나서 합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 막으로 분혼을 찾은 후에 합일 하는 것도 간단치는 않았다.

어떻게든 분혼과 본혼의 수련 경지가 같아야 한다는 조건이 달려 있었다.

“지금 분혼을 만들어 내보내면 그 분혼이 영체기가 될 때까지는 하나가 될 수 없다는 거네?”

- 분혼은 무조건 범인에서 시작을 하는 거라니까 그럴 수밖에 없겠죠.

“그럼 내 경지가 높아지면 분혼과 합일할 가능성이 점점 줄어드는 거겠군?”

- 아무래도 분혼과 장우님이 모두 같은 경지까지 올라야 하니까 그렇게 되겠네요.

“그렇다고 내가 수련과 승경을 멈출 수는 없는 일이고?”

- 그래도 일단 유혼결은 익혀 놓고 보는 것이 좋겠죠. 여러 번 분혼이 죽거나 하지 않는다면 장우님이 크게 손해볼 일은 없으니까요.

“그건 아니지. 분혼을 여러 번 만들면 결국 혼에 문제가 생긴다고 되어 있잖아.”

- 경지가 높아지고 시간이 흐르면 충분히 회복 가능하다는 이야기도 있었죠. 그래서 장우님은 유혼결을 안 익히실 거예요?

“누가 그러겠데? 당연히 익혀야지.”

장우는 몽이의 물음에 추호의 머뭇거림도 없이 그렇게 대답했다.

크게 손해 볼 것이 없는 대신에 성공하면 엄청난 이익이 될 일을 왜?

‘당연히 해야지.’

마음의 결정을 내린 장우는 곧바로 유혼결의 구결을 외우며 공법을 실행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한참의 시간이 흐르고 장우는 진땀을 흘리며 눈을 떴다.

“몽이야, 이거 문제가 심각하다.”

그리고 장우는 등에 식은땀까지 흘리며 중얼거렸다.

- 그러네요. 분혼이 안 만들어지는 것을 보면.

“이미 분혼이 있다는 이야기지.”

-네.그러네요.

“내가 유혼결을 펼친 기억이 없으니까 이건 분명히 뭔가 문제가 있다는 소리지? 게다가 의념 공간도 그렇고.”

- 장우님이 원래는 엄청난 고계 수사였을 가능성이 높아졌네요. 어쩌다가 장우님으로 태어나셨는지는 모르겠지만요.

“그래, 그렇지. 그런데 그 답을 찾으려면 내가 뭘 해야 할지는 알 수 있겠다.”

- 뭘해야 그걸 알수 있는데요?

“분혼을 찾아서 합일을 하면 되는 거지.”

- 아, 합일은 못해도 분혼에게 그간의 사정을 들을 수도 있겠네요. 그럼 모든 의문이 풀리겠어요.

“그래, 그런 방법도 있겠지. 그런데 문제는.”

- 네? 또 문제가 있어요?

“아무리 유혼결에서 배운 분혼과의 정신 감응을 해 봐도 소용이 없다는 거야. 아무 느낌도 없어.”

- 에? 그거 무지 이상한 거잖아요. 유혼결에선 무조건 분혼을 느낄 수 있다고 했는데요?

“그러게 말이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지.”

장우는 맥 빠진 표정으로 중얼거리곤 한동안 미동 없이 앉아 있었다.

그리고 며칠 후, 장우의 눈빛이 빛나며 생기를 되찾았다.

궁리 끝에 지금 상황의 답을 추측해 낼 수 있었던 것이다.

“미치겠네. 몽이야, 이거 누가 정말 엄청난 수사가 분혼을 가둬서 숨겨 놓은 것이 아니라면 답은 하나다.”

-그게 뭔데요? 이유를 찾았어요?

“분혼이 아직 몸을 얻지 못한 상태면 말이 된다.”

- 네?

“분혼이 몸을 얻지 못한 상태로 봉인이 되어 있으면 지금 상황이 된다는 거지. 몸을 얻어 활동을 시작해야 감응이 되는데 그렇지 못한 상태라 정신 감응이 안 되는 거란 말이지.”

- 그럼 누가 분혼을 봉인해 뒀는데요?

“아까 그랬잖아. 어떤 무지막지한 고계 수사가 벌인 일이라면 그건 대책 없는 거라고.”

- 음, 그런 경우가 아니면 유혼결을 펼친 직후에 분혼을 봉인하는 방법이 있겠군요? 그리고 그런 일을 한 사람은.

“나. 그러니까 기억을 잃기 전, 지금의 나로 태어나기 전의 내가 그걸 했겠지.”

- 우와, 그게 그렇게 되는 거면 당연히 봉인한 분혼은 다른 곳에서 찾을 것도 없겠군요?

“맞아. 분혼을 봉인해서 둘 곳은 한 곳 뿐이지. 다시 태어나도 나에게 전해질 수 있는 곳, 그리고 전해진 곳.”

- 의념공간!

“의념공간!”

장우와 몽이가 동시에 답을 외쳤다.

- 그런데 없는데요?

그리고 몽이가 뒤이어 힘빠지는 답을 내 놓았다.

장우의 의념 공간에 분혼이 담긴 봉인 따위는 없었던 것이다.

그건 장우 역시 분명히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숨겼단 말이지?"

- 장우님이 일정 경지가 될 때까지는 발견하지 못하게 만들었을 수도 있어요.

“그렇다는 말은 영체기 정도론 봉인을 찾아도 풀지 못할 거란 소리가 되는 걸까?”

- 그럴 수도 있지만 굳이 그렇게 봉인을 어렵게 할 이유는 없을 거 같은데요?

“그렇지? 일정 경지가 되어야 드러나도록 해서 내 의념 공간에 숨긴 봉인에 또 무슨 금제 따위를 씌워 놓을 이유는 없겠지. 결국 내 경지가 낮아서 분혼 봉인이 아직 나오지 않았다는 거네?”

- 하지만 머지않아 분혼 봉인이 나올 거라는 건 기대할 수 있죠.

“유혼결이 먼저 나왔으니까?”

-딩동댕!

“음? 그건 뭐냐?

- 그러게요? 아무튼 유혼결이 나왔으니까 조금만 더 하면 분혼까지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어쩌면 영체기 중기만 되어도 가능할지 몰라요.

“아니면 화신기가 되거나?”

-그건좀 먼이야기 같은데요?

“어쨌거나 영체기 중기에 기대를 걸고 수련을 해 봐야 한다는 거네?”

- 네! 그렇게 되겠네요. 전 영체기 중기엔 나올 거라고 생각해요! 힘내세요!

“그래 고맙다. 뭐 그 전에 일단 지상으로 올라가야지. 여기서 수련하기엔 내가 너무 빈털터리잖아.”

- 우울한 이야기네요. 뭐 그래도 어찌 될 거예요. 아자아자!

“하하하. 그래 아자아자!”

장우는 그렇게 몽이의 응원을 받으며 다시 지상으로 향하는 통로를 뚫기 시작했다.

“여기 지반은 참 이상해. 일반적인 땅이랑 너무 다르다고.”

- 영기를 품고 있으니까 그렇죠. 불평 그만 하시고 뚫으세요.

“크흐으!”

★ ★ ★

“음, 그러니까 나오긴 했는데, 여기가 거긴 아닌 거 같지?”

장우는 끝내 지상으로 올라오는데 성공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곳이 원래 장우가 태어났던 그곳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 장우의 머리 위에는 별과 달이 흐르는 밤하늘이 펼쳐져 있다.

그런데 그 하늘의 절반은 또 땅에서 솟아 오른 대지가 절반쯤 펼쳐져 있었다.

“뭘 하면 세상이 이런 꼴이 될 수 있는 거지?”

장우가 중얼거 렸다.

- 어쩌면 그 때, 미우를 데리고 갔던 수사가 태령기가 아니라 그 윗줄이 아니었을까요?

“진선?”

- 그보다 더 위였을 수도 있고요.

“그러니까 지저 세계에 있던 진선 혹은 그보다 고계 수사가 혼천괴로 인한 홍수에 열이 받아서 튀어나가 밖에 있는 비슷한 수준의 수사와 싸웠다? 그래서 세상이 이 꼴이 되었다고?”

- 음, 그게 제일 그럴듯한 이야기일 거 같은데요?

“아니지. 그건 정말 끔찍한 추론이지.”

- 왜요?

“그런 수사의 손에 미우가 들어갔다는 이야기니까!”

- 아, 그러네요.

장우의 고함에 몽이가 이제야 알았다는 듯이 떨떠름한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잠시 후.

- 장우님, 수도계에선 정이 많은 것도 큰 약점이라고 했어요. 아시잖아요.

몽이가 슬쩍 장우에게 충고를 던졌다.

장우는 그저 씁쓸한 웃음만 지으며 이제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할 뿐이었다.

“그나저나 시간이 얼마나 지난 거야? 적어도 수 백 년은 지난 거 같은데.”

장우가 주위를 둘러보며 자신이 기절한 동안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렀을지 알아볼 수 있는 뭔가를 찾았지만 끝내 찾아낼 수 없었다. 그가 올라온 지상은 이전과 너무도 달라져 있었던 것이다.

“에휴, 어쩔 수 없지. 천천히 다른 수사들과 교류하며 상황을 알아봐야겠다.”

결국 장우는 산수로 떠돌며 세상의 변화를 알아보기로 했고, 몽이는 그런 장우의 결정을 열렬하게 반겼다.

- 세상 구경은 좋은 거예요! 그럼요!

< 이번에는 의념공간에서 유혼결(幼魂結)이 나왔어요!〉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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