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환장 통수 선협전-344화 (344/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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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쪽 산, 우물 >

장우는 영체기의 경지를 안정시키는 것과 동시에 자신이 어떻게 다시 되살아났는지를 궁구했다.

그리고 결국 알아낸 것이 바로 역법반서복원대법(逆法反聯復元大法)의 효용이었다.

- 진혈을 지닌 생명체를 죽이면 그 진혈을 흡수하여 축적하는 공법이라니 생각도 못했어요.

'그렇게 모은 기운을 가지고 죽은 주인을 살리는 것도 대단하지.'

- 그러게요.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닌 거 같아. 아직 경지가 일천해서 나타나지 않을 뿐, 좀 더 많은 효능이 있어.'

- 그건 좋은 거네요. 그런데요 제가 역법반서복원대법에 대해서 생각하다가 알아낸 것이 하나 있어요.

'응? 뭘 알아냈는데?'

- 이게 어디서 나온 기억인지는 확실치 않은데, 어딘가에 살고 있는 해파리 중에 붉은 빛을 띠는 것이 있데요.

'그래서?'

- 그런데 그 해파리가 불로불사 한다는 거예요. 적어도 자연사는 하지 않는 거죠.

'아니 어떻게?'

- 그 점이 중요해요. 제가 기억해 낸 해파리의 그 특이성이 역법반서복원대법과 비슷하거든요.

'그래서 그게 어떤 건데? 자꾸 궁금하게만 하지 말고.'

- 네. 그 해파리는 홍해파리라고 부르는데 몸을 늙어 죽을 때까지 쓰다가, 죽기 직전에 다시 어린 시절의 몸으로 돌아간다고 해요. 그런 식으로 영생을 하는 거죠.

'신기하네. 그런 해파리가 있었어?'

- 네, 아마도 장우님이 해파리 진혈로 무한공의 술법을 펼쳤기 때문에 그런 특징이 역법반서복원대법을 만든 것이 아닌가 싶어요.

'무한공에 대해선 아는 것이 별로 없으니까 아니라고 하기도 어렵네. 어쨌거나 해파리 중에 그런 특별한 것이 있다면 해파리의 진혈에 그와 같은 특성이 조금이라도 있었을 수 있겠 지.'

- 그리고 무한공의 술법이 진혈에 섞여 있는 여러 특성들 중에 바로 그 특성을 골라서 수련 공법을 만들었다면!

'역법반서복원대법(逆法反除復元大法)이 나를 살린 것도 설명할 수 있겠지. 다만 다시 대법을 펼치기 위해서는 소진된 기운을 다시 축적해야 하겠지만.'

그게 어디에요. 죽어도 다시 살아나는 건데요.

'그건 그렇지. 하지만 경지가 높아질수록 축적해야 하는 기운의 양이 늘어날 거란 사실이 문제가 될 수도 있겠어.'

그만큼 많은 생명을 죽여야 하니까요?

'음, 그래. 어쩌면 혈명(血名)을 얻게 될지도 모르겠네.'

그거야 어쩔 수 없죠. 수사가 어디 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 경지를 올릴 수 있나요? 수련 자원 하나를 얻기 위해서 위험한 곳을 헤매고 다녀야 하는 게 수사인데요.

'그래, 그렇지. 수도계에서 피를 무서워해서야 어떻게 살겠어?'

이미 장문일에게 큰 배움을 얻은 장우었다.

그토록 정성을 다해서 제자를 키워 자신의 약점을 채우려 하다니.

그런 배신을 당한 마당에 어찌 마음이 독해지지 않을 수 있을까.

장우는 어금니를 깨물며 명상 삼매경에서 빠져 나왔다.

"괜찮아?"

그런 장우를 미우의 커다란 눈동자가 맞이했다.

마치 얼굴이 닿을 듯이 가까운 곳에서 장우를 바라보다 눈이 딱 마주친 것이다.

그럼에도 미우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질문을 던졌다.

"우와, 놀랐잖아."

"응? 왜?"

"눈을 떴는데 네 눈동자만 보여 봐. 이게 뭔가 싶지 않겠어?"

"그런가? 그럼 다음에는 장우 니가 해 봐."

"쯧, 나보고 니가 깨어날 때까지 네 얼굴을 하염없이 쳐다보고 있으라고?"

"누가 하염없이 쳐다보래? 깨어날 때 쯤, 응? 기회를 딱 봐서! 그렇게 하면 되는 거지."

"됐다. 내가 놀랐다고 너까지 놀라게 해서야 되겠냐?"

"칫! 재미없어."

"하하."

"그래서, 경지는 잘 안정시켰어?"

멋쩍은 장우의 웃음에 미우가 화제를 돌렸다.

"응. 영체가 제대로 자리를 잡았어."

장우는 의념공간에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장난을 치고 있는 영체를 느끼며 말했다.

다른 수사들과 달리 장우의 의념 공간에는 이런저런 물건들이 많이 있었는데, 영체는 그것들을 뒤적이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다가 옥간 같은 것을 발견하면 한동안 그것에 집중하기도 했다.

물론 장우가 읽지 않은 옥간을 영체가 읽어 내리면 장우 역시 그 내용을 알게 되는데,그것은 장우가 한꺼번에 두 가지의 일을 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물론 영체기에 오른 장우에게 그 정도의 정신 분배는 어려운 일이 아니어서 문제될 것이 없었다.

"다행이네."

"미우 넌? 넌 어때? 나랑 비슷하게 영체기에 오르지 않았어?"

"내 걱정은 안 해도 되네요! 난 너처럼 죽다 살아난 일이 없으니까."

"아, 그거 말이야."

장우는 미우의 말에 문득 생각이 난 듯이 뭔가 말하려 했다.

"응? 뭐?"

"내가 다시 살아난 거. 그거."

"그게 왜?"

"내가 예전에 먹었던 진혈 때문인 거 같아. 무슨 해파리 진혈이었는데, 해파리 중에서 늙어서 죽기 직전에 다시 어린 몸으로 돌아가는 것이 있다며? 그거와 비슷한 거 아닐까 싶어."

장우는 무한공의 역법반서복원대법에 대해선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대충 비슷하게 자신의 부활을 설명했다.

"응? 해파리? 으음, 아! 있다. 그런 해파리가 있긴 해. 무척 귀한 놈인데 그 진혈을 먹었다고?"

"예전에 장문일 수사의 수련동부 연못에 연신기 수준의 해파리가 있었거든, 나는 그걸 적광온옥해철이라고 생각해서 연단술 재료로 쓰면서 진혈을 뽑아 먹었지."

"뭐? 장문일 그 놈이 키우던 해파리를 잡아 먹었는데 그 덕분에 되살아났다고? 호호호호. 재밌다. 그런 우연도 있을 수 있구나."

"생각해보면 그 때, 사부, 아니 장문일 그 자가 무척 아까워했던 것 같아. 그래도 이미 내가 잡아먹은 후라서 별 말은 하지 않았지."

"호호호. 잘 했네. 잘 했어. 그 덕분에 장우 니가 이렇게 살아 있는 거잖아. 호호호호."

미우는 장우의 말에 무엇이 그리 좋은지 한동안 웃음을 그치지 못했다.

장우 역시 그런 미우의 웃음에 전염이라도 된 듯이 한참을 함께 웃었다.

"호호, 조금이라도 그 놈에게 앙갚음을 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지네. 너도 그렇지?"

"음, 그, 그래."

"자, 그럼 이제 길을 나서보자. 우리 혼천문의 북쪽에 큰 산이 있는데, 그 산의 정상에는 깊은 우물이 있어."

"우물?"

"어, 예전에 하늘에 제사를 지내면 천지를 관통하는 어마어마한 영기가 치솟던 곳이라고 해. 그런데 우리 혼천문이 이곳에 갇히고 난 후로는 메말라서 깊은 우물만 남았지."

"그곳을 간다고?"

"맞아. 그 우물이 바로 우리 혼천문 밖으로 벗어날 수 있는 통로야. 엄청 깊은데, 그 밑바닥까지 내려가면 이곳을 벗어날 수 있지."

"응? 그렇게 쉬워? 그런데 왜 혼천문 제자들은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거야? 들어보니 고계 수사들에게 시키는 연구가 그런 거라며? 봉인을 푸는 방법."

"맞아. 우리들의 힘만으로는 봉인을 풀 방법을 찾지 못해서 새롭고 창의적인 생각을 얻기 위해 외부인들을 연구에 참가시키는 거지. 이곳에 걸린 금제 봉인의 힘은 여기서 태어난 혼 천문인들에게만 적용이 되니까."

"그렇구나. 그래서 외부인들은 그곳을 통해서 밖으로 나갈 수 있다는 거구나?"

"으응."

장우의 물음에 미우의 대답은 석연치 않았다.

자신감이 없이 두루뭉술하게 대답한 것이다.

장우가 그런 미우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솔직히, 나도 몰라. 그곳이 외부로 나가는 통로는 분명한데, 전에 네 말을 듣고는 확신이 없어졌어."

"밖에 혼천문에 대해 아는 이들이 없다는 말?"

"응, 그거. 네가 그랬잖아. 주기적으로 외부인들이 이곳을 다녀갔는데 왜 그들의 이야기가 전해지지 않냐고."

"그랬지. 그런데 미우 너도 모른다는 거잖아."

"내가 다 알아봤는데, 분명히 우리 혼천문을 다녀간 외부 수사들이 굉장히 많았거든. 그런데 너는 외부에선 우리를 모른다 하고……

미우는 뭔가 잘못이라도 한 듯이 장우의 눈치를 살폈다.

장우는 그런 미우에게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었다.

"괜찮아. 네가 뭘 어떻게 한 것도 아닌데 뭐."

"하지만 그곳이 위험한 곳일 가능성이 높으니까……

"그렇다고 거기 말고 다른 곳이 있어?"

"아니, 그건 아니지."

"그럼 혼천문의 행사가 벌어질 때에 외부인이 어디 숨어도 되나?"

"응? 그건 절대 안 되지. 문주님의 의념은 혼천문 전체를 한번에 살피고도 남는다고. 이곳을 누구보다 잘 아시는 문주님의 의념을 어떻게 속이고 숨어? 그건 불가능하지. 그리고 숨어 있다가 들키면? 아우우!"

미우는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이 끔찍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까 나갈 곳이 한 곳 밖에 없는데 뭘 고민하겠어? 일단 가서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최선 아니겠어?"

"으응. 그것도 그렇긴 한데……"

"그럼 가자. 다른 방법이 없는데 망설여봐야 어쩌겠어? 일단 가서 부딪혀 보는 게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낫겠지."

"그, 그래. 가자."

장우의 말에 미우도 망설임을 떨쳐내고 불쑥 장우의 손목을 잡았다.

"넌 틈만 나면 내 손목을 노리는구나?"

"호호호. 기분이 좋거든. 네 손목을 잡고 있으면."

"원래는 남자가 여자 손목을 잡는 건데, 어째 거꾸로 됐다니까."

"흥, 난 손목을 잡는 것도 좋아."

"그 말은 잡히는 것도 좋다는 거네?"

"으으. 치잇, 조용히 해. 이제 갈 거니까!"

장우의 말에 말문이 막혔는지 미우가 얼굴을 붉히며 둔술을 펼쳤다.

여전히 장우의 손목은 꼭 잡은 채.

순간 장우와 미우의 모습이 작은 석실에서 빛과 함께 사라졌다.

*  *  *

"여기가 북쪽 산이야?"

"응."

"그럼 저기는 뭐야?"

장우는 미우와 함께 여섯 달을 걸려서 북쪽 산의 정상에 올랐다.

고작해서 수 십만리에 불과한 혼천문에서 북쪽 산봉우리에 오르는데 그렇게 시간이 오래 걸린 것은 이유가 있었다.

북쪽으로 올수록 강력한 금제와 봉인들이 곳곳에서 앞을 막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장우가 산봉우리에 도착해서 미우에게 이곳이 북쪽 산이냐고 물은 이유가 있었다.

산 정상에서 북쪽을 바라보면 그곳에도 까마득히 펼쳐진 대지가 보였기 때문이다.

그 땅은 풀 한 포기 자라지 않은 황무지였지만 분명 남쪽의 혼천문 넓이만큼 넓게 보였다.

"저쪽으론 어차피 갈 수가 없으니까 여기를 북쪽 산 정상이라고 하는 거야. 우리 혼천문은 남쪽에 있잖아."

미우가 대답했다.

"하지만 전체 공간 중에는 이곳이 중앙인 거 같은데?"

장우가 사방을 둘러보며 말했다.

"응, 따지자면 그렇지. 혼천문이 남쪽에 있고, 북쪽에는 저런 황무지가 있는 거야. 여기는 가운데라고 볼 수 있지."

미우도 장우의 말을 확인해 주었다.

지금 그들이 있는 곳은 혼천괴가 몸 안에 만들어낸 내부 공간의 중심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여기 이 구멍으로 내려가면 혼천문 밖으로 나갈 수 있다는 거지?"

장우가 산 정상에 있는 우물을 보며 말했다.

벽돌을 쌓아서 원형의 벽을 세우고 그 위에 돌로 된 사각형의 덮개 고정틀을 만들어 놓은 우물이었다. 당연하다는 듯이 그 우물의 덮개는 단단하게 덮여 있었다.

"이거 안 열리겠지?"

장우가 미우를 보며 물었다.

"응, 혼천문의 행사가 시작될 때가 되어야 열려."

"그래? 그럼 그 전에 장문일 수사 등이 여기에 올 수 있지 않아?"

"아니야. 외부인들도 행사의 시작은 함께 지켜보게 한다고 했어. 손님 대접을 해서 보내는 거지."

"그래?"

"응, 하지만 우물의 뚜껑은 행사 시작에 맞춰서 열리니까 우리는 먼저 들어갈 수 있어."

"우리? 너도 함께 가는 거야?"

장우가 미우의 말에 반색을 하며 물었다.

"아니야. 난 못 나가잖아. 그냥 장우 너를 배웅하려는 거지."

"그, 그래?"

미우의 대답에 장우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리고 미우 역시 비슷한 표정을 지었다.

그 동안 서로 내색을 하지 않으려 애썼던 것인데, 이렇게 슬그머니 드러나고 만 것이다.

피하고 싶은 이별이, 이미 저만치 다가와 장우와 미우를 애타게 하고 있었다.

< 북쪽 산, 우물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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