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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환장 통수 선협전-342화 (342/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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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자야 너의 쓰임은 원래 이것이었느니라 >

"클클클, 제자야 드디어 영체기가 되었구나."

"아니! 사부님!"

장우는 드디어 영체기에 올라 경지를 수습하려 하는 순간에 사부가 나타나자 깜짝 놀랐다.

그럼에도 장우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예를 지키며 사부를 맞이했다.

"어떻게 딱 맞춰서 오셨습니까. 진정 오랜만에 이리 뵈오니 제가 감개무량합니다."

"클클, 그렇더냐?"

"그렇지 않겠습니까. 더구나 이리 제자의 영체기 승경에 맞추어 와 주시니 더욱 감사할 따름입니다."

특별한 순간에 나타난 사부.

장우로선 더없이 반가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물론 내심 한 구석에서는 꿈틀거리는 불안감이 없지는 않았지만 고작 영체기, 그것도 이제 겨우 승경에 성공하여 경지 안정도 시작하지 못한 마당에 화신기 사부를 상대로 뭘 할 수 있겠는가.

그저 사부가 나쁜 뜻이 없기만 바랄 뿐이었다.

그래서 더욱 사부 앞에서 활짝 웃으며 반가움을 표현하고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본능적으로.

"클클, 그래. 감사한 마음을 가지는 것이 당연하지. 오늘의 네가 있기까지 이 스승의 돌봄이 얼마나 컸더냐."

"그렇지요. 그렇고 말고요. 정말 사부님의 은혜를 어찌 말로 다 할 수 있겠습니까."

장우는 사부의 말을 부정하지 않고 도리어 더욱 추켜세웠다.

"그래, 그러니 너는 이제 그 은혜를 갚으면 되겠구나."

그런데 이어진 사부의 말이 장우의 불안을 구체화시키기 시작했다.

"사부님, 갑자기 은혜를 갚으라 하시면 제자가 어찌 하면 된다는 말씀입니까?"

장우는 표정이 굳어지며 그렇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너도 감이 있으니 느끼겠구나. 그래, 지금 내가 너에게 바라는 것이 네게 좋은 일은 절대 아니겠지. 그러니 너도 순순히 따르지 않을 것이고."

장문일은 그런 장우의 모습에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말하며 의념을 일으켜 장우를 옥죄었다.

"으윽, 사부님 어찌……"

장우는 장문일의 의념이 쇠사슬처럼 온 몸을 구속하는 것을 느끼며 의문을 표했다.

"이대로 죽기엔 너도 억울하겠지. 하지만 네가 지금의 경지에 이른 것이 누구의 덕분이더냐. 사실 내가 너를 돕지 않았다면 네가 어찌 연신기를 벗어날 수나 있었겠느냐. 혹여 운이 좋아 연신기를 벗어났다 하더라도 축기기를 넘지는 못했을 것이다."

장문일은 의념에 묶여 꼼짝도 하지 못하는 장우를 허공에 띄우고 전각의 지하로 내려가며 말했다.

전각의 지하는 오직 장문일의 수련장이 있는 곳으로 장우도 들어가본 일이 없는 곳이었다.

그런데 그곳으로 내려가자 수련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여러 장의 옥판이 맞대어 있는 진법 문양이 펼쳐져 있었다.

"드디어 이것을 쓰게 되었구나. 항상 가지고 다니며 펼쳐 두었지만 쓰지는 못했는데."

장문일이 그 진법을 보며 감회가 새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의념을 움직여 훌쩍 장우를 진법의 중앙에 내려놓았다.

"사부님! 왜 이러시는 겁니까?"

장우가 다급함을 느끼고 다시 고함을 질렀다.

"그래, 설명을 해 주어야 네가 여한이 없겠지. 잘 들어라."

장문일은 진법의 테두리를 돌며 영석을 설치하고 또 뭔가 술법을 펼치는 중에 홀로 중얼거렸다.

"너는 모르겠지만 나 역시 너와 같은 오행 속성의 영근을 가지고 있느니라."

"오행 속성 영근?!"

"그리고 내가 익힌 공법 역시 오행영기공이지."

장문일은 자신이 장우와 같은 공법을 익혔음을 처음으로 이야기 해 주었다.

장우는 놀랐지만 그게 지금 일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런데 나에게는 제대로 된 스승이 없었느니라. 나처럼 오행 속성 영근을 오행기란 것으로 묶어서 수련하는 것에 대해서 일러준 이가 없었단 소리다."

장문일은 그 말을 하며 정말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수련 자질은 괜찮았는지 천운으로 오행영기공을 얻어 빠르게 성취를 얻을 수 있었고, 결국 화신기에 이르게 되었지. 대단하지 않으냐?"

이 때의 장문일은 너무나 자랑스러워 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초석을 잘못 올린 것이 문제였지. 처음에 오행의 속성을 잘못 다루는 바람에 영체를 만들 때에 무리를 했느니. 그래서 그것이 화가 되어 화신기 초기에서 수련이 멈추고 말았더니라."

"수련이 멈췄다고요?"

장우도 수사인지라 오행 속성 영근을 지녔다는 사부가 수련이 멈췄다는 말에 놀라 그 이유가 궁금했다.

"클클클. 그렇지. 그래. 너는 그리도 영민한 아이였지."

장문일을 그런 장우의 모습이 기특하다는 듯이 웃더니 계속 말을 이었다.

"하지만 너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애초에 오행영기공으로 속성 영근을 제대로 성장시켜, 영체까지 만들어 내지 않았더냐. 참으로 다행한 일이지."

"사부님, 그럼지금 이것은……"

"네가 봐서 알겠느냐만, 이 진법은 바로 너의 영체를 흩어 내기 위한 것이니라."

"사부님, 그럼 저를 죽이시려는 것입니까?"

장우가 깜짝 놀라며 장문일에게 물었다.

"클클클. 원래 네 쓰임이 그러했던 것이니 네가 이해를 하거라. 내가 영체를 만들며 생긴 균열을 깔끔하게 메꾸어 넣기 위해 너를 키운 것이니 말이다."

"그, 그게 어찌 가능하다는 말입니까. 제가 이룬 영체로 사부님의 영체를 고치다니……"

"클클클,오행영기공을 익힌 영체를 이용하여 내 모자람을 채우는 것은 이미 오래 전에 확립한 방법이니라. 다만 오행영기공을 익힐 자질을 가진 놈을 찾기 어려웠던 것일 뿐

"사, 사부님……."

"클클클, 끝까지 나를 사부라 부르느냐? 이젠 그럴 필요가 없느니라. 너는 내 제자가 아니라 그저 제물에 불과하며 나 또한 네 스승이 아니니."

"그, 그런……"

장우는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저도 모르게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 장우님, 어쩌지요? 빠져나갈 길이 없어요.

그런 장우의 눈앞에서 몽이가 안타까운 표정으로 이리저리 날아다녔다.

'승경 직후라 영체기의 힘은 낼 수도 없는 상황이다. 아니 영체기의 힘을 모두 쓸 수 있다고 해도 화신기인 저 자를 어찌 이기겠느냐. 게다가 이렇게 묶여서 한치의 영기도 내 뜻대로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니 할 수 있는 일이 없구나.'

장우는 몽이를 보며 처연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궁리를 해 봐도 지금 상황을 벗어날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자라리 영체를 흩어서 사부를 곤란하게라도 만들고 싶었지만 그마저도 할 수가 없었다.

지금 장우는 자신의 의념 한 가닥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장문일이 장우가 승경 직후 약해진 틈을 완벽하게 틀어 쥔 상태였다.

그것이 아니라면 아무리 화신기 스승이라도 장우가 의념 한 올 움직이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죄송해요. 의념 공간도 장악당해서 여닫을 수가 없어요.

몽이가 애를 쓰다가 안 되는 것을 알았는지 침울한 표정으로 장우의 얼굴 앞에서 울먹였다.

'하하하. 이리 허무할 수가 있을까. 모두가 내가 부족한 탓이다. 사부를 완전히 믿지도 않았으면서 안일하게 때를 보며 기다리기만 했어. 그 전에 어떻게든 사부에게서 벗어났어야…….'

그게 불가능했다는 건 장우님도 아시잖아요. 틈이 있었으면 어떻게든 도망을 갔겠죠.

'아니, 아니야. 연신기 때에는 기회가…….'

그 때는 저 늙은이를 의심할 정신도 없었어요. 수도계가 뭔지도 제대로 몰랐던 때였는데…….

'그럼 애초에 나는 도망갈 곳도 없이 사육되던 꼴이었음을 받아들이고 인정해야 한단 말이냐?'

-흐흑,장우님

장우와 몽이에게서 동시에 깊은 절망과 탄식의 기운이 흘러나왔다.

장문일은 장우가 그러거나 말거나 여전히 진법 발동을 준비하고 있었다.

"내가 필요한 것은 네 안에 있는 영체뿐이다. 그러니 너는 죽어 윤회에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즉, 다시 태어나면 이번처럼 흉한 꼴을 당하지 말고 범인으로 평범하게 살거나,수사가 된다면 누구도 믿지 말고 홀로 유아독존하여 큰 대도를 이루거라. 수도계는 애초에 무정한 법이니라."

장문일은 진법 발동 준비를 마친 후, 진법의 중앙에 묶여 있는 장우를 보며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자신은 장우가 세워져 있는 곳과 연결된 작은 진법의 중앙으로 들어가 가부좌를 하고 앉았다.

"클클클 수 천 년의 회한을 오늘에야 풀게 되는구나. 크하하하하."

그리고 통쾌한 웃음을 터트리며 진법을 발동하는 장문일.

후우우우우웅!

"크아아아아아악! 아아악!"

순간 장우는 영체가 쥐어 짜이는 끔찍한 고통을 느끼며 비명을 질렀다.

어떻게든 그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어 안달을 했지만 장우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것은 너무나 큰 절망이었고 또 허무함이었다.

장우는 어느 순간부터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끔찍한 고통을 느끼면서도 비명조차 없었다.

이 순간 장우에게 남은 것은 허망함뿐이었다.

장우님! 정신 차리셔요! 장우님!

그런 장우를 몽이 목이 터져라 부르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장우의 영체는 진법의 힘에 녹아서 하나의 금빛 덩어리로 응결되어 스르르 장문일에게로 흘러갔다.

다음 순간 진법에 고정되어 있던 장우의 몸은 바닥으로 허물어져 내렸고, 장문일을 큰 소리로 환희가 섞인 웃음을 터트렸다.

"그래, 이것이다. 바로 이것이야. 내 수련을 막고 있던 영체의 흠결이 완벽하게 메워졌다. 크하하하하. 이로써 보이는구나. 화신기 중기는 금방이고, 그 이상도 이제는 막힘이 없을 것 이야. 으하하하하하."

장문일은 기쁨을 추스르지 못하고 한참을 그렇게 웃었다.

그리고 잠시 후, 그는 조용히 눈을 감고 장우의 영체를 받아들인 상태를 관조하기 시작했다.

혹시 작은 흠결이라도 있는 것이 아닌지 살피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장문일의 계획은 완벽하게 성공하여 어떤 문제도 없는 듯 했다.

장우의 영체는 장문일의 영체와 하나가 되어 완벽한 일체화를 이루고 있었다.

이제 영체의 문제로 고민할 일은 없을 것이고, 당연히 장문일이 완벽한 화신을 만드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완벽한 화신, 그것은 곧 수사로서 새로운 탄생이라 할 정도로 중요한 과정인데, 영체에 문제가 있어 지금껏 얼마나 고생을 했던가.

하지만 이제는 그 어떤 문제도 남아 있지 않았다.

장문일은 꼼꼼하게 몇 번이고 자신의 상태를 살피고는 드디어 안심할 정도가 되어서야 눈을 떴다.

"음? 이 놈의 시체가 어디로 갔지?"

그런데 그가 눈을 떴을 때, 장우의 시체가 진법 위에서 모습을 감추고 없었다.

영체만 뽑아 낸 후라서 죽은 놈의 시체는 분명히 남아 있어야 하는데 문제가 생긴 것이다.

"으음. 장우 놈의 시체를 누가 가지고 갔을꼬? 설마 친구라고 하던 그 혼천문 제자의 짓인가? 하지만 그 제자의 경지 역시 고작 성단기라 했는데? 그 사이에 승경을 했어도 고작 영체 기일 텐데……."

자신이 전각으로 들어올 때에 담장 위에 있는 것을 보았었다.

하지만 담장 위에 있기에 모르는 척 그냥 두었다.

어차피 안으로 들어오지만 않으면 어디에 있건 무슨 상관일까 싶었던 것이다.

아마도 그 녀석의 짓일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게 그렇게 큰 문제는 아니었다.

어차피 제자는 영체를 뽑아서 죽였다.

영체를 얻은 수사는 몸뚱이가 사라져도 죽지 않는다지만, 반대로 영체를 잃고서는 절대 살아남을 수 없다.

그것은 수도계의 절대적인 법칙과 같았다.

그러니 장우가 죽은 것은 분명했다.

그 시체로 뭔가 할 수는 있겠지만 그래봐야 고작해야 영체도 사라진, 영체기 수사의 빈 몸뚱이일 뿐이다.

장문일은 괜한 일로 혼천문의 제자와 다투고 싶은 생각이 없었기에 그저 그러려니 하고 말기로 했다.

게다가 오래지 않아서 혼천문에 들어와 있는 외부인을 모두 밖으로 내보낸다 하지 않았나.

지금은 그에 대비할 때였다.

< 제자야 너의 쓰임은 원래 이것이었느니라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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