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환장 통수 선협전-341화 (341/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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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우야! 나, 영체기다! >

"저, 미우야. 근데……

"응? 뭐?"

"내가 밖에 있을 때, 이곳 혼천문 이야기를 바깥 사람들은 모른다고 들었거든?"

"그런데?"

"아니, 혼천문에 드나든 사람들이 있었다면 그럴 수는 없지 않나 싶어서."

"그러니까 뭐야? 혼천문에서 손님들을 내보낸다고 하고 실제론 죽이기라도 했다는 거야?"

장우의 말을 듣던 미우가 눈썹을 치켜 세웠다.

"잠깐 진정해 봐. 미우 네가 화를 내는 것도 이해는 하는데, 바깥 상황이 그렇다면 너도 좀 생각을 해 봐야 하는 거 아냐?"

"음. 정말 밖에선 우리 혼천문에 대해서 아는 사람이 전혀 없어? 그럼 장우 너희 스승들은 어떻게 알고 왔는데?"

"그거 오래 전, 혼천문이 존재했다는 기록이 있고, 갑자기 혼천문이 사라졌으니 그 이야기를 추적해서 알아낸 거지."

"그래?"

"그렇다니까."

"으음, 그럼 혼천문을 나가는 길이 위험한 건가?"

장우의 말에 미우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녀의 표정 어디에도 혼천문에서 손님들을 해쳤을 거라는 의심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장우는 미우가 그런 사실을 알면서 숨길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자그마치 3백 년이나 알고 지낸 사이가 아닌가.

미우가 장우를 보기만 해도 그 속을 짐작하는 것처럼, 장우 역시 미우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의 숨은 뜻을 대부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리고 장우가 아는 미우는 항상 깨끗하고 순수한 아이였다.

"그래서 언제 나가야 하는데?"

"음, 한 백 년? 그 정도 남았을 걸?"

"뭐? 백 년? 그럼 아직 많이 남았잖아."

"많이 남긴! 너 이제 영체기에 도전하기 위해서 폐관한다고 그랬잖아. 그럼 그게 얼마나 걸릴지 어떻게 알아?!"

"그런가?"

"설마 영체기도 한 번에 팍 하고 올라서 십 년 정도에 밖으로 나올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거야?"

"으음. 그건 아니고……

"아니긴! 딱 그런 거였네. 너 나한테 거짓말 해 봐야 안 되는 거 몰라?"

"아니, 그러니까 그렇게 오래 걸리진 않지 않을까 생각하긴 했는데……?"

"그봐 그봐. 우와, 영체기를 아주 무시하는 거지. 수련 자질이 뛰어난 걸 자기도 아니까 아주 기고만장해서."

"야, 내가 뭘? 그렇게까지는 아니거든. 나도 영체기가 쉽지 않다는 건 알고 있다고! 그래도 사부님이 영체기 승경에 도움이 될 영약을 주신 것이 있어서……?"

"어? 영단 받았어?"

"그, 그렇지."

"에헤헤, 나도 문주님께 받은 거 있는데, 우리 하나씩 바꿔 볼래?"

"뭐? 영체기 승경단을 바꾸자고?"

"그래, 나 두 개 받았거든. 그러니까 내가 하나 줄 게. 그럼 너도 하나 줘."

"야, 그래도 되냐?"

장우는 미우의 제안에 살짝 갈등했다.

화신기 초기의 사부가 준 영단과 성령기 수준의 혼천문주가 준 것은 확실히 차이가 있을 거 같았다.

하지만 사부가 준 것은 자신의 체질에 맞게 준 것일 수도 있어서 망설이게 되는 것이었다.

"저기, 미우야. 솔직히 문주님이 주신 영단이 탐나긴 하는데, 내가 받은 승경단은 사부가 내 체질에 맞춰서 주신 걸 수도 있거든? 그래서 너하고 안 맞을 수도 있어. 그러니까 괜히 바 꾸고 그러지 말자."

"아? 그런가?"

장우의 말에 미우가 좀 멍한 표정을 지으며 대꾸했다.

설마하니 장우가 그런 말을 할 줄은 몰랐다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미우는 금방 활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나는 문주님이 주신 영단 하나면 충분히 영체기가 될 자신이 있어. 그러니까 그냥 하나 줄 게."

"너, 나한테는 뭐라고 하더니, 네가 더 심하잖아. 그건 어디서 나온 자신감이래?"

"호호호. 솔직히 말하면 난 이미 영체기의 벽을 거의 뚫었어. 실패할 걱정은 없다는 말씀. 거기에 문주님의 영단까지 더하면 십할의 확률이지. 호호호호."

"너, 은근히 재수없다? 그러고 보면 항상 미우 니가 나보다 몇 달이라도 더 앞서서 경지가 오르곤 했었지?"

"이제 알았어? 넌 나보다 요만큼 모자라!"

미우가 엄지와 검지를 닿을 듯, 말 듯 하게 벌리고 장우를 놀렸다.

장우는 와락 인상을 썼지만 또 그런 미우의 말을 부정할 수도 없었다.

정말 항상 간발의 차이로 미우에게 뒤진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자, 받아."

장우가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데 미우가 휙하니 뭔가를 던졌다.

장우는 그것을 잡아채면서 곧바로 작은 옥함임을 알았다.

그리고 그 안에 들어 있는 영단의 기운도 확인할 수 있었다.

"야, 이런 걸 그냥 주면 어떻게 해?"

장우가 놀라며 미우에게 소리쳤다.

"흐응, 그럼 너도 줘. 네 사부님이 줬다는 승경단."

그러자 미우가 쌜쭉한 표정으로 장우에게 손바닥을 내밀었다.

장우는 잠시 망설이다 공간낭을 더듬어 장문일이 준 승경단 하나를 꺼내 미우에게 내밀었다.

"솔직히 이게 너희 문주님이 주신 것만큼 좋지는 않을 거야. 그래도??????"

"됐어. 그냥 기념으로 받는 거야. 영체기가 되면 쓸 곳도 없을 텐데 뭐. 뒀다가 나중에 쓸 곳이 생기면 쓰던지 하지 뭐."

"그, 그래."

"참, 그리고 영체기 승경을 마치고 나오면 곧바로 나를 찾는 거 잊지 마. 알았지?"

"그야 당연하지."

"그래,나도 문내 행사때 밖으로 나간 손님들이 어찌 되었는지 좀 알아볼게."

"야, 위험한 짓을 하지 말고!"

"호호호. 걱정하지 마. 내가 미우야 미우! 그럼 영체기 되고 나서 봐. 빨리 나오고!"

"어? 미우,미우야!"

장우는 몸을 띄워 유려하게 날아가는 미우를 불렀지만 달려가 잡지는 못했다.

고작 허공을 날아가는 정도라면 둔술 한 번으로 손목을 잡아낼 수 있겠지만, 이런 때에는 그렇게 하면 안된다는 둘 사이의 암묵적인 규칙이 있었다.

저리 떠나는 것은 잡지 말라는 것이고 또 잡아서는 안 되는 것이다.

장우가 둔술을 펼치면 미우도 펼칠 것이고,그 순간이 헤어짐의 끝이 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저리 유유히 날아가는 미우의 뒷모습이라도 보이지 않는가.

조금이라도 더 길게 헤어짐의 아쉬움을 남기는 지금의 방식을 둘은 선호했다.

"금방 나올게!"

장우가 사라지는 미우의 뒷모습이 보이지 않을 즈음 크게 고함을 질렀다.

- 우웩! 둘만 만나면 분위기가 이상해요. 막 닭살이 돋는 거 같고.

'그래? 난 안 그런데?'

- 그렇겠죠. 하아, 왜 두드러기는 나만의 몫이란 말인가요. 흐흐흑.

'장난치지 말고. 어서 가자. 이제 볼 일도 없는데 폐관이나 서둘러야지.'

- 그렇겠죠. 빨리 시작해야 빨리 끝을 보고, 그래야 미우를 만나는 것도 빨라지겠죠.

'그런데 오해하지는 말자? 너도 알지만 미우는 친구일 뿐인 거?'

- 알았어요. 확실히 그 쪽은 검증을 좀 해 봐야 해요.

'시선 아래로 두지 마라.'

- 내가 언제요? 그런 적 없어요.

'내가 널 못 속이는 거처럼, 너도 날 못 속여!'

- 쳇!

미우가 떠나고 장우는 몽이와 말장난을 하며 거처인 전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금제를 두르고 영체기 승경을 위한 폐관에 들었다.

*  *  *

"이상하지?"

미우는 아무것도 없는 텅 빈 공간에 홀로 앉아 있었다.

그런 미우의 손에 들려 있는 것은 장우가 건네 준 승경단이었다.

옥함에서 꺼낸 승경단의 표면에는 금빛의 신비로운 문양이 일렁거리고 있었다.

"내가 가진 영단이 훨씬 좋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바꾸자는 말에 망설였어."

미우가 중얼거렸다.

그녀는 그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분명히 장우는 자신의 이익을 무척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미우도 장우에게 득이 될 수 있도록 많은 것을 내어 주었다.

그리고 그것이 장우와 가까워질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했고, 또 장우도 그런 이유로 자신을 가까이 하는 것이라 여기고 있었다.

그런데 승경단을 바꾸자고 했을 때, 장우의 반응은 생각과 전혀 달랐다.

"나에게 해가 될 것 같아서 망설인 거였어. 이게 자기에게 더 좋을 거 같아서 내어주기 싫었던 것이 아니라."

그것은 확실했다.

3백 년이나 장우를 지켜본 그녀였다.

장우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정도는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날……. 먼저라고 생각했단 말이지. 자기 이익보다."

미우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뭔가 간질간질한 느낌에 묘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그 때였다.

그녀가 있던 공간 전체가 꿈틀거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허물이 벗겨지듯 방의 모습이 무너지며 그 안에서 꿈틀거리는 살덩어리의 흉측한 모습이 드러났다.

혼천괴의 본모습이 나타난 것이다.

미우는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혼천과 본체가 미우가 있는 곳에 대한 통제를 잃고 술법이 허물어진 것이다.

미우는 당황했지만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녀 또한 혼천문에 있는 모든 문도들처럼 혼천괴가 만들어 낸 분체일 뿐이었다.

그러니 본체의 행사에 어떤 간섭도 할 수 없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자신의 감정변화가 혼천과 본체에 영향을 끼쳤다는 것.

그리고 혼천괴가 그것을 기뻐하고 있다는 것.

혼천괴가 잠시 흔들린 것은 미우가 얻은 새로운 감정에 흥분한 까닭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혼란은 오래가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미우의 공간은 다시 본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그리고 미우는 다시 자리에 앉아서 장우가 준 승경단을 요리조리 돌려보며 조금 전에 느꼈던 간질간질한 느낌을 수도 없이 되새겼다. 어차피 미우는 영체기 승경이 필요 없었다.

혼천괴의 경지가 성령기 수준이니 영체기 따위를 흉내 내는 것은 문제도 아니었던 것이다.

"장우가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 헤헤헤."

미우는 그렇게 장우의 폐관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  *  *

축기기 이후, 성단기부터는 10단공으로 나누는 것이 아니라 초기 중기 후기로 경지를 구분한다.

그리고 후기 경지에서 승경에 도전할 수준이 되면 따로 완경이라 이르는데, 후기에서 완경이 되는 데에는 따로 벽이 없다.

그저 승경에 도전할 수 있을 정도로 경지가 무르익었음을 완경이란 말로 나타내는 것일 뿐이다.

장우는 성단기 완경에서 폐관에 들어 영체기에 도전했는데, 영체기는 성단기에 만든 단(丹)을 란(卵)으로 삼아 그 안에 영체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영체라 함은 영기로 이루어진 수사 수련의 결정체라 할 수 있는데, 이것을 이루는 순간부터 사실상 영체가 수련자 본인이라 할 수 있다.

원래 수련자의 몸은 영체를 보호하는 갑옷으로나 의미가 있을까.

수사의 모든 것은 그 영체에 깃들게 된다.

그러니 그 과정이 어찌 쉬울까.

정신은 물론이고 의 념공간까지 모두 새로 구성한 영체에 귀속시켜야 한다.

장우도 영체기에 도전하며 직접 경험한 후에야 그런 사실들을 하나씩 깨우쳤다.

그리고 첫 번째 도전에서는 스승이 준 승경단을 복용하고도 승경에 실패하는 아픈 경험을 하고 말았다.

이후, 장우는 두 번째 도전에서는 스승이 준 승경단을 아끼고, 미우에게 받은 승경단을 이용하여 승경에 도전했다.

그것은 사부의 승경단이 자신에게 맞춘 것이라 아꼈다가 혹시 두 번째 실패를 하고 나면 마지막으로 그것을 쓰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다행히 장우는 두 번째 도전에서 쉽게 영체기에 올랐는데, 사실 혼천문주의 승경단이 워낙 효과가 좋았기 때문이다.

혼천문주의 승경단은 장우가 크게 애쓰지 않아도 영체를 만들어 유지시켜 주었다.

거기에 자신의 모든 것을 밀어 넣는 것이야 장우 개인의 능력에 달린 것이었지만 영체 유지에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것은 참으로 큰 도움이 되는 일이었다.

하늘에서는 보랏빛 구름이 무섭게 휘몰아치고, 그 안에서는 언제든지 천겁뢰가 쏟아질 듯 뇌성을 울렸다.

그런 중에 침착하게 또 하나의 자신인 영체를 완성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영체의 틀이 굳건히 버텨주는 상황은 장우에게 여유를 주었고, 그것이 쉽게 승경에 이를 수 있는 받침이었다.

장우가 머무는 전각 위에 오색의 구름이 번지며 휘황한 광채가 뿜어질 때, 미우가 전각의 담 위에 모습을 나타냈다.

하지만 미우가 전각으로 몸을 날리기 전에 한 발 앞서서 장문일이 전각 안으로 뛰어들었다.

미우는 잠깐 사이에 기회를 놓치고 아쉬운 눈빛으로 담장 위에 머물러야 했다.

< 미우야! 나, 영체기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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