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환장 통수 선협전-334화 (334/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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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깐 나갔다 오는 게 30년이에요? >

"사부님께서 삼선문에 안 계신다고요?"

"그렇다."

"어디로 가셨는데요? 언제 오시나요?"

"음. 잠깐 외유를 하신다 하셨으니 고작해야 2, 30년 정도면 돌아오시지 않겠느냐."

"20 년이요?"

"그보다는 좀 더 걸릴 수도 있지. 태상원로께서 잠깐의 외유라 하시면 대게 20년은 넘고 30년은 안 되는 경우가 많았으니."

"그럼 그 전에 돌아오시진 않으실까요?"

"그렇게는 어렵겠지. 외유라 하셨으니 삼선문의 영역 밖으로 나가셨을 것이고, 영역 끝까지 오가는 기간만 따져도 몇 년은 족히 될 테니까."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어르신."

장우는 넋 빠진 표정으로 삼선문의 집객당을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수련실을 나와서 문일동부에 머물며 스승이 오기를 기다렸지만 몇 달이 지나도 스승이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스승의 거처를 벗어나 삼선문까지 왔다.

그 시간만도 또 두 달이나 걸렸다.

그런데 도작해서 스승의 행방을 물어보니 잠깐 외유를 가고 없다는 것이다.

"잠깐 나갔다가 오신다는게 30년이야?"

장우가 터덜터덜 걸음을 옮기며 몽이에게 중얼거렸다.

그러게요. 역시 화신기 경지의 수사는 시간 개념도 확 다른 거 같아요.

"화신기에 오르면 천겁 이외에는 죽을 일이 없다고 하던데."

그랬죠. 하지만 천겁을 몇 번 넘겨도 결국 대천겁이란 더 무서운 천겁이 나타난다고 했잖아요. 결국 완전한 불로불사를 위해서는 훨씬 높은 경지인 진선에 이르러야 한다죠.

"그래. 하지만 그건 나하곤 상관 없는 일이라고. 연신기 수사의 수명은 고작해야 200년 정도 밖에 안 된단 말이야."

그런데 어쩌면 30년이나 사부를 기다리고 있어야 할 상황이된 거네요?

"하아, 어쩌면 좋을까? 나는 이미 삼선문의 제자가 아니어서 삼선문에서 가르침을 받을 수도 없는데."

믿을 건 사부님 밖에 없는 거잖아요. 그러니 사부님의 동부로 돌아가서 방법을 찾아보죠.

"그래, 그래야지."

장우는 몽이의 말대로 하는 것밖에는 다른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시 부지런히 걸음을 옮겨 스승의 거처인 문일동부로 돌아왔다.

그나마 사부가 동부를 지키는 결계를 드나들 수 있도록 허락을 해 주었기에 출입에는 별 문제가 없었다.

만약 장우가 아닌 다른 수사가 허락 없이 동부 영역으로 들어오려 했다면 크게 화를 당했을 것이다.

그것을 생각하면 장우는 동부 영역에만 있으면 위험할 일은 없을 것 같았다.

그래도 이만한 곳을 장우님 혼자 쓸 수 있다니 다행이지 뭐예요.

"그런가?"

보세요. 약초밭엔 다양한 영초들이 자라고 있고, 연못에는 영기를 품은 고기들이 있어요. 대나무 숲도 평범하지 않고, 정자 또한 기운을 모으기에 좋은 곳이죠. 수사가 수련하기에 이만한 곳이 또 어디 있겠어요?

"하긴, 그렇게 생각하면 또 그러네."

몽이의 말에 장우는 상황을 나쁘게만 볼 것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따지고 보면 화신기 수사의 수련 거처가 아닌가.

이런 곳을 연신기의 저계 수사인 자신이 사용할 수 있다면, 그 수련 성취가 얼마나 빠르게 오르겠는가.

"좋아! 여긴 사부님의 거처고, 나는 사부님의 제자니까 이곳에 있는 것들을 내가 사용해도 괜찮을 거야."

그렇죠!

"뭐, 중요한 곳이라면 사부님께서 내가 함부로 들어가지 못하게 해 놓으셨겠지."

맞아요.

"그러니까 내가 들어갈 수 있는 곳이면 사부님이 허락했다고 생각해도 될 거야. 또 그런 곳에 있는 건 내가 써도 되는 거고."

억지란 것을 알고 있긴 했지만 장우는 일단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리고 누가 듣기를 바라기라도 한다는 듯이 그런 내용을 크게 떠들었다.

하지만 장우가 그렇게 소리쳐도 누구하나 나타나 장우의 행동을 말리지 않았다.

그래서 장우는 마음대로 하기로 결정했다.

"몽이야, 일단 동부를 모두 돌아보자. 내가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해야지."

네, 장우님.

장우는 몽이를 데리고 문일동부의 곳곳을 살피고 다녔다.

그리고 생각보다 문일동부에 많은 방들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장우가 들어갈 수 없는 곳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장우는 자신이 들어갈 수 없는 곳들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화신기 경지의 사부가 막아놓은 곳을 연신기의 자신이 어찌할 수 없다는 것은 굳이 확인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인 것이다.

"좋아. 다른 곳은 몰라도 여긴 정말 마음에 든다."

그러다가 장우가 석실 한 곳을 발견하고 환호성을 올렸는데, 바로 이런저런 하급 옥간들을 모아놓은 작은 장서고였다. 그곳은 사실 옥간들이 먼지를 뒤집어쓰고, 버려진 듯이 쌓여 있어서 겉으로 보기에도 별 것 아닌 것 같은 곳이었다.

당연히 쌓여 있는 옥간들도 대단한 것들은 아니었다.

하지만 옥간들이 대단찮은 것들이란 그 사실이 장우에게는 최고의 패가 되었다.

이제 겨우 수도계에 입문한 상태인데 가르침을 줄 스승도 없는 장우에게 버려진 옥간들은 수도계에 대한 대략적인 정보를 배울 수 있는 최고의 수단이 된 것이다.

장우는 그 허름한 장서고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그 외의 시간은 항상 오행영기공과 삼선비기를 수련했다.

그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장서고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조금씩 장우가 할 수 있는 일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 시작은 연단술이었다.

단약을 만든다고요?

"응! 여긴 약초밭도 넓게 있으니까 단약을 만드는 것도 가능할 거 같아."

하지만 약초를 함부로 써도 될까요?

"오래 되고 귀한 건 어차피 쓰지도 못해. 그런 건 연화할 능력도 안 되니까. 그리고 이번에 얻은 비방의 단약은 그리 귀한 약초가 필요하지 않아."

그렇군요.

"응, 그리고 너도 알잖아. 수련에 도움이 되는 단약을 먹는 건 무척 중요하다고. 솔직히 수련 자원의 보조 없이는 경지를 빠르게 올릴 수가 없어."

그건 그렇죠. 단약 없이는 일영근의 자질을 지녔더라도 연신기에서 축기기가 되는데 수명이 빠듯할 정도라고 옥간에서 본 기억이 있어요.

"바로 그거야. 내가 지금 조금 성취가 빠른 것도 예전에 먹은 그 세신환 덕분일 거야. 그게 자그마치 중급이었다고 했잖아."

사부가 그 일을 말하며 중급 세신환을 줬던 그 제자에게 넘치는 보상을 했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어쨌거나 장우가 삼선비기를 한 번 운용한 것으로 연신기에 들 수 있었던 것도 따지고 보면 그 세신환의 약효 덕을 톡톡히 본 것이 아닌가.

그래서 장우님이 수련에 도움이 될 단약을 만들어 복용을 하시겠다는 거군요?

"그렇지. 누가 줄 사람도 없으니까 내가 먹을 걸 내가 만들겠다는 거지."

그럼 필요한 약초가 여기에 다 있기는 한 건가요?

"음, 그건 아니야. 그리고 아직 나는 약초에 대해서 잘 모르기도 하고."

어떻게 하시려고요?

"장서각 옥간에서 연단에 대한 것들을 모아서 읽어 볼 생각이야. 다른 것도 많지만 그쪽 계열을 파 봐야지. 그리고 여기 없는 약초들이 있어도 상관없어."

왜요?

"수사들은 항상 모자란 것을 남는 것으로 바꿔 오는 것을 잘 해야 한다고 했거든."

그것도 옥간에 있던 내용이에요?

"응, 옥간의 주인들이 대부분 저계 수사들이라 그런지 읽다보면 안습인 경우가 많아."

안습이요?

"어? 내가 그랬어? 어라, 그랬네? 그런데 무슨 뜻이지?"

또 이상한소리를 했네요.

"그러게. 그래도 대충 의미는 통하지? 눈에 습기가 찬다는 뜻이니까 눈물이 날 정도로 불쌍해 보인다 뭐, 그런 의미 아니겠어?"

느낌적인 느낌은 있는데 어디서 그런 이상한 말이 떠오르는지 모르겠네요.

"그건 너도 가끔 그러잖아. 그래서 우리 둘 다 조금 이상하다고 인정하는 거고."

뭐, 그렇죠. 그리고 사실 별 상관은 없기도 해요. 문제가 생길 건 아니니까요.

"그렇지."

자, 그럼 우리 공부나 해요. 연단에 필요한 내용들을 배우는 거죠? 저도 도울게요.

"그래. 옥간들 중에 그런 내용이 있으면 알려줘."

네, 그러죠.

장우는 몽이와 함께 허름한 장서각으로 들어가 옥간들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런 중에 몽이도 장우와 떨어져 옥간에 손을 대고 내용을 읽었다.

신기하게도 얼마 전부터 몽이는 장우와 같은 수준의 옥간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몽이는 지금처럼 장우가 원하는 내용을 대신 찾아주기도 했다.

연단술 배운다면서요? 약은 언제 만들 거예요?

장우가 허름한 장서고에서 연단술 비방 하나를 얻은 후로 벌써 2년이 흘렀다.

장우는 그 이후로 몽이와 함께 장서고의 옥간들을 통해서 연단에 관한 지식들을 쌓아왔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장우가 연단술 공부를 그만두고 정자에 나와 앉았다.

그리고 정자에 앉은 장우는 매일같이 정자 옆에 있는 연못만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다.

몽이가 그런 장우를 걱정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했다.

"있잖아. 여기 연못 안에 있는 물고기들 중에 영기를 품고 있는 것들이 있어."

그런데요?

"이것들 중에 진혈을 가진 것은 없을까?"

네? 진혈이요?

"응, 진혈을 구할 수 있으면 무한공을 익힐 수 있잖아."

연단술을 하다가 뜬금없이 무한공은 또 왜요?

"아니, 연단술 옥간에서 약초 말고 영물이나 요괴, 마수에 대한 내용을 봤거든."

저도 몇 가지 본 기억에 있긴 하네요.

"거기에 진혈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단 말이지. 진혈은 따지고 보면 영기를 품고 있는 금수충(禽獸蟲)의 생명체라면 모두 가지고 있다고 말이야."

그런가요? 어느 정도 급이 되는 영물들만 진혈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니었어요?

"수도계에서 진혈이라고 부를만한 것은 당연히 그런 것들이지. 하지만 무한공에서 말하는 진혈은 또 다를 거 같단 말이야. 무한공은 아무리 하찮은 진혈이라도 괜찮다고 했으니까."

그래요?

"시작점이야 어떠하든 상관없다고 했잖아. 그리고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는 가늠할 수 없다고도 했고."

그래서 연못 속에 있는 것들 중에 하나를 잡아서 진혈을 얻어볼 생각을 하고 있는 거예요?

몽이가 장우의 속을 알겠다는 듯이 그렇게 물었다.

"그래, 어차피 무한공으로 만드는 공법은 영근과는 상관이 없는 거니까 일찍 병행해서 익히면 좋을 거 같아서."

조금이라도 경지가 낮을 때에 시작을 해보고 싶다는 거군요?

"맞아. 너는 어떻게 생각해?"

저야 항상 장우님 편이죠. 하지만 그러다가 나중에 사부님께서 크게 경을 치지 않을까요?

"괜찮을 걸? 내가 옥간들을 보면서 알게 된 건데, 여기 연못에 있는 것들은 그리 귀한 것은 아니야. 사실 사부님 경지에서는 도대체 왜 연못에 넣어 기르는지도 모를 정도로 하잖은 것들이더라고."

그래요? 그렇다면 한두 마리 정도 어찌한다고 큰 일이 생기진 않겠네요.

"그렇지? 그리고 겸사겸사 진혈을 뽑은 후에 그것들을 연단술에도 써 보면 좋지 않을까?"

그럼 일단 연단술에 쓸 놈을 택하죠. 그럼 나중에 사부님에게도 변명거리가 생기겠죠.

"그러니까 연단술을 익히기 위해서 연못의 물고기를 잡았다고 하자는 거지?"

말만 그렇게 하자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연단까지 해야죠. 그래야 제대로 된 핑곗거리가 되죠.

"음, 그래. 좋아 그렇게 하자. 그럼 일단 어떤 걸 만들지부터 정해야겠네. 다행히 그 동안 새로 발견한 연단 비방이 몇 개 있으니까 이거부터 살펴보자."

장우는 자신의 뜻을 따라주는 몽이에게 고마워하며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몇 달 후, 장우는 정자 옆에 있는 영천(靈泉)에서 붉은 빛의 해철(海철:해파리) 한 마리를 포획했다.

신기하네요. 원래 바다에 산다는 건데 연못에 있다니요.

몽이가 연못에서 나온 붉은 해파리를 보며 무척 신기해했다.

그리고 그 해파리는 곧바로 진혈이 뽑힌 후, 가루가 되어 단약의 재료로 쓰이고 말았다.

< 잠깐 나갔다 오는 게 30년이에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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