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환장 통수 선협전-332화 (332/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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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신기 2단공에 오르다 >

"너는 운이 좋게도 다섯 영근이 오행의 속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니 그것을 오행기란 하나의 기운으로 동반 성장을 시킬 수 있지."

"그러니까 각각의 영근을 따로 성장시킬 필요가 없다는 말씀이지요?"

"그래, 바로 그러하다. 하지만 그러려면 뭐가 필요하겠느냐?"

장문일이 장우를 시험하듯 그렇게 물었다.

하지만 장우는 그 답을 어렵지 않게 내어놓았다.

"오행기를 익힐 수 있는 공법이 필요하겠네요. 그렇지요?"

"클클, 똑똑하구나. 바로 그렇지. 오행기, 그것이 필요하니라.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오행을 다루는 수련 공법은 수도계에도 적지 않은 편이다."

"그래요?"

"물론 그렇다고 그런 공법을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경지의 한계가 높은 수련 공법은 더더욱 손에 넣기 어렵다."

"그래도 사부님께선 좋은 공법을 가지고 계시겠지요?"

장우가 잔뜩 기대하는 눈빛으로 스승을 보며 물었다.

"클클. 고얀 것."

장문일이 장우의 행동에 야단을 쳤지만 입으로만 그럴 뿐 보이는 눈빛은 부드럽기 그지없었다.

"헤헤헤."

장우도 스승의 눈빛에서 깊은 애정을 읽고는 기분 좋은 웃음을 흘렸다.

"자, 이걸 주마. 이걸로 무엇을 해야 할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 이미 한 번 해 본 것이니."

그런 장우에게 장문일이 불쑥 오각형의 옥패 하나를 내밀었다.

그 패의 표면에는 다섯 가지의 색이 소용돌이 모양으로 휘말린 기이한 문양이 있었다.

장우는 그 다섯 색이 오행을 뜻하는 것임을 느낄 수 있었다.

옥패에서 오행의 기운이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이거……. 옥간처럼 뭔가가 들어 있는 거군요?"

장우가 오각 옥패에 비밀이 숨겨져 있음을 느끼고는 그렇게 물었다.

"모른다 요 녀석아. 이제 그건 네가 알아서 해야 할 일이다. 성취를 이루거든 다시 보자꾸나."

하지만 장문일은 어떤 도움도 주지 않고 그 말만 남기고 모습을 감췄다.

게다가 어차피 오행 속성의 기운을 얻으려는 것이, 그 기운을 옥패에 불어넣어 봉인을 풀려는 것이라면, 이미 옥패 자체에 담겨 있는 기운을 쓰는 것이 더 나을 듯 했다.

어디 한 번 해 봐요. 정말 움직일 수 있는지.

몽이 역시 장우의 생각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리고 그 후로 장우와 몽이는 오각 옥패에 담긴 오행의 기운을 사용할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의념으로 옥패의 오행 속성 기운을 움직일 수는 있는데, 한 번에 다섯 가지를 모두 움직여야 해. 하나만 움직이면 옥패에 담긴 기운의 균형이 흐트러지고, 봉인이 더욱 강력해져."

- 맞아요. 잘못하다간 옥패가 상할 수도 있어요. 그러니까 최대한 오행 속성을 동일하게 움직여야 해요.

"음, 쉽지 않은데?"

장우는 그렇게 몽이와 이마를 맞대고 옥패 연구에 빠져들었다.

사실 그 연구에서 오행 속성의 기운을 움직여 봉인을 풀어가는 과정이 곧 옥패에 담긴 오행기공법을 익히는 순서임을 장우는 아직 모르고 있었다.

그렇게 장우는 장문일의 안배에 따라서 오행영기공을 차근차근 익혀 나갔다.

***

"이렇게 되는 거구나! 좋았어!"

수련실 포단 위에 가부좌를 하고 앉아 있던 장우가 어느 날 환호성과 함께 눈을 번쩍 떴다.

- 성공했어요?

몽이 그 모습에 쪼르르 얼굴 앞으로 날아와 눈을 맞추며 물었다.

"그래, 오행영기공과 삼선비기를 연결하는데 성공했다. 하하하하."

그런 몽이를 보며 장우는 자랑스럽다는 듯이 크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 말처럼 방금 장우는 오행영기공과 삼선비기를 한 번에 운용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사실 그것은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니었다.

오행영기공을 운용하면 다섯 속성의 기운을 모아서 그것을 하나의 기운, 즉 오행기로 만들어준다.

그런데 그것을 곧바로 의념 공간의 속성 영근에 밀어 넣는 것은 그리 효율적이지 못했다.

제대로 된 영기 운용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행영기공은 단지 다섯 속성을 오행기로 만드는 것일 뿐, 영근을 성장시키는 것과는 상관이 없는 공법이었다.

그러니 오행영기공을 익혔어도 만들어진 오행기를 제대로 활용할 수가 없었다.

이 때, 장우와 몽이가 생각해 낸 것이 바로 삼선비기를 이용하여 오행기를 의념 공간에 축적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시도는 보기 좋게 성공했다.

하지만 오행영기공을 펼쳐 오행기를 모으고 다시 삼선비기를 펼쳐 의념공간에 축적하는 과정은 번거로운 면이 있었다. 이에 장우는 오행영기공과 삼선비기를 동시에 펼치면 어떨까 하고 몽이와 의논했고, 결국 그것을 시도해 보기로 한 것이다.

그 후, 적잖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보완에 보완을 거듭한 결과, 드디어 오행영기공과 삼선비기를 동시에 운용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 이제 조금만 더 하면 2단공에 오르는 건 문제도 아니겠어요.

몽이가 흥분된 표정으로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말했다.

장우 역시 그렇게 기대를 하고 있었기에 밝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금방 될 거야. 벌써 의념 공간에 느낌이 오고 있다고."

장우는 그렇지 않아도 의념 공간에 오행기가 쌓이면서 영근들이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다른 수사들과 달리 의념 공간을 훨씬 구체적으로 보고 느낄 수 있는 장우였기에 그런 면에서는 유리한 바가 많았다.

문제는 그런 사실을 장우만 알고 있고, 장우는 그것이 특별하단 사실을 아직 모르고 있다는 것이지만.

- 정말 기대가 되요. 이제 장우 님이 2단공에 오르면 의념 공간도 더 늘어나게 되겠죠?

"그렇겠지."

- 그런데요, 제가 느끼기에 장우님의 의념 공간이 늘어나면 뭔가 틀별한 일이 생길 거 같아요.

"특별한 일?"

- 네.

"아직 그게 뭔지는 모르고?"

- 네에.

"응? 왜 그렇게 기가 죽어? 무슨 몽무룩이야?"

- 몽무룩이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글쎄, 무슨 소릴까? 몽이가 시무룩하다는 소린 거 같지?"

- 장우님은 가끔 이상한 말을 하고 그래요.

"그건 너도 그러거든?"

- 그렇긴 하죠. 어째 우리 둘 모두 좀 이상한 구석이 있나봐요.

"뭐, 사부님이 그랬잖아. 수사들 중에 특이하지 않은 이들을 찾는 것이 더 어렵다고 말이야. 내가 너랑 이야기 하는 것도 그냥 혼잣말이라고 생각하시는데 뭐."

- 그야 사부님이 저를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니까 그렇죠. 뻔히 눈앞에 있어도 모르잖아요. 그러니 없는 거라 여기는 거고, 그래서 장우님이 저랑 이야기하는 걸 일종의 환각병 같은 걸로 보는 거죠.

"상관없어. 몽이는 분명히 여기 있으니까."

장우는 살짝 심각해지려는 분위기를 그 한 마디로 정리해 버렸다.

누가 뭐라든 무슨 상관인가.

분명히 몽이가 있고, 자신은 몽이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는데.

언젠가 경지가 높아지면 몽이의 정체를 알게 될지도 모르지만, 그 전이라도 장우는 몽이를 허상으로 대할 생각이 없었다.

"자, 그럼 이제 진짜로 2단공에 올라 볼까? 오래 걸리진 않을 거야."

장우는 두 공법의 연결을 완성한 기념으로 2단공 승경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 그전에! 일단 뭐 좀 먹어야죠. 너무 오래 굶었다고요.

물론 아직 경지가 낮아서 먹지 않고 살 수는 없으니 배부터 채워야 했지만.

***

장우는 오행영기공과 삼선비기를 동시에 운용하며 무아지경에 들어 있던 중에 문득 자신이 2단공의 벽을 허물고 있음을 느꼈다.

그리고 그 순간 장우는 자신의 의식이 어디론가 빨려 들어가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아아아아!'

동시에 밀려드는 극도의 황홀감.

장우는 연신기 1단공에 들어설 때에 느꼈던 그 지극한 황홀함이 다시 찾아온 것을 알고 몸을 떨었다.

'이제 다시 그 쾌감이…….'

그리고 그것을 온전히 느끼기 위해 마음의 준비를 했다.

하지만 그 순간.

- 갈(限)! 법열은 수도자의 정신이 천지 법칙과 소통하는 것을 방해하기 위한 교묘한 수작임을 잊지 말아야 할 터! 정신 차리거라!

장우의 머릿속에 숨겨져 있던 장문일의 심언이 터져 나왔다.

장문일이 장우가 깨달음을 얻어 법열을 맞이할 때에, 그것을 경고하기 위해 심어 놓았던 호통이었다.

'아!'

장우는 그 호통에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스승의 가르침을 기억해내고 법열을 경계하는 마음을 품었다.

그러자 장우의 의식은 법열의 황홀함에서 벗어나며 조금 더 천지 법칙에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그 순간 장우는 자신의 의식에 변화가 생기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것은 오래가지 못했다.

'아아아!'

장우의 의식은 어린아이가 입에 문 어미의 젖을 빼앗기는 기분을 느끼며 천지 법칙으로부터 멀어져 문일동부의 수련실로 돌아오고 말았다.

그런데 그 기분이 천상에서 마구간의 두엄으로 처박히는 것 같아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장우는 그 때문에 수련에서 깨어나서도 한동안 우울한 기분을 떨치지 못했다.

그런 장우에게 기운을 북돋워 준 것은 다름 아닌 몽이였다.

- 장우님, 보세요. 장우님의 의념 공간에 뭔가 있어요!

< 연신기 2단공에 오르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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