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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환장 통수 선협전-331화 (331/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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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문일의 제자가 되다 >

장우는 한참이 지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하지만 태어나 처음으로 경험해 보는 법열의 황홀함은 너무도 지극했다.

그래서 그것을 잃어버리는 것이 너무도 서럽게 느껴져서 한동안 말을 잃고 망연한 표정만 짓고 있었다.

장 선인은 그런 장우의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기만 했다.

어차피 수도의 길에 들어선 이라면 누구나 한 번은 경험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지금 느끼는 상실감이 이후 한동안은 수련에 몰두하는 빌미가 될 수 있음도 알고 있었다.

다시 그 법열을 느끼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며 수련에 임할 것임을 아는 것이다.

"선인님 오셨습니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장우의 눈에 초점이 맺히더니 장 선인을 보고 몸을 일으켜 꾸벅 인사를 했다.

아직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온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정신을 주스르긴 한 모양새였다.

"그래, 괜찮으냐?"

장 선인이 그런 장우를 보며 물었다.

"네, 괜찮습니다."

"어떠하더냐?"

"너무도 황홀하여 그곳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았습니다."

"네가 경험한 것은 깨달음의 쾌감, 법열이라 한다."

"법열(法脫)……. 그럼 다시 경험할 수도 있는 것입니까?"

장우가 눈빛을 반짝이며 물었다.

"그야 당연하지. 네가 이제 연신기의 1단공을 지났으니 매 단공을 올라갈 때마다 한 번씩 법열을 겪게 될 것이다."

"그럼 연신기 10단공까지 앞으로 아홉 번이나 더 이런 황홀을 느낄 수 있다는 것입니까?"

"클클클, 그 놈 빠져도 단단히 빠졌구나. 물론 네 말이 옳다. 연신기와 축기기는 10단공까지 있으니 매 단공을 이룰 때마다 법열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법열이 모두 같지는 않지."

"같지 않다는 말씀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있겠습니까?"

장우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제 장우도 장 선인이 범상치 않은 경지임을 짐작했기 때문이었다.

조금 전까지는 연신기에 들면서 느낀 법열로 정신이 온전치 못했지만 지금은 정신이 맑아지면서 자연스럽게 행동이 조심스러워 질 수밖에 없었다.

"이를 테면 대나무의 마디를 생각하면 된다. 중간에 얇은 마디가 있다면 그것을 뚫기는 쉽겠지. 하지만 쉬운 만큼 성취감도 적을 것이다. 하지만 굵고 두꺼운 마디를 만나서 그것을 뚫어내면 당연히 그 성취감도 클 것이다. 그처럼 경지를 올리는 난관이 클수록 법열도 커진다."

"그렇군요. 그럼 연신기에서 축기기로 올라설 때에 느끼는 법열이 다른 무엇보다 크겠군요?"

장우는 어렵지 않게 장 선인의 예를 이해했다.

"옳다. 옳아. 하지만 너는 깨달음의 법열을 마땅히 경계해야 할 것이다. 수도계의 오랜 격언을 보더라도 법열은 결코 수도자에게 유익한 것이 아니라 했느니라."

"유익하지 않다고요?"

"그래, 법열은 깨달음에 이른 수도자의 정신이 천지 법칙과 소통하는 것을 방해하기 위한 것이라는 것이 정설이니라."

"버, 법열이 방해를 하는 거라고요?"

"그래, 그러니 너는 다음에 또 기회가 된다면 그 때는 법열을 이겨내고 네 정신이 천지 법칙의 보푸라기 하나라도 잡아챌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혹여 그것에 성공하면 너는 더 높은 곳을 더 쉽게 오를 수 있게 될 것인즉!"

"아, 알겠습니다. 장 선인님."

장우는 이것이 큰 가르침이란 느낌에 진심을 담아 장 선인에게 허리를 숙였다.

"쯧. 너는 앞으로 나는 사부라 부르거라."

그런데 그런 장우를 보며 장 선인이 못마땅하다는 듯이 그렇게 말했다.

"사, 사부님이라고요? 그럼 제가 제자가 되는 것입니까?"

장우가 깜짝 놀라며 물었다

장우가 알기로 삼선문의 제자가 되기 위해서는 입문식을 반드시 거쳐야 했다.

그 때문에 지금 입선각에서 대기 중인 아이들이 아직도 삼선문의 제자가 되지 못한 것이다.

만약 삼선문의 제자가 되었다면 연신기에 오르지 못했더라도 연신기 제자들을 사형(師兄)이나 사저(師始)라 불렀을 것이다.

"네 입문식이 아직 몇 달 남았지만 굳이 그것을 기다릴 이유는 없다. 내가 하고자 하는데 누가 말릴 것이냐?"

"네?"

"너에 대한 문제는 내가 문주를 만나 해결할 것이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누가 너에게 묻거든 앞으로 너는 나 장문일의 제자라 하거라."

"사부님께서 장 문자 일자를 쓰시는군요?"

"그래, 나는 이곳 삼선문의 태상원로이니 그렇게 알면 된다."

"태상원로......"

장우는 스승인 장문일이 삼선문의 태상원로란 말에 입을 떡 벌렸다.

원로는 나이가 많이 들어 일선에서 물러난 늙은이들이 얻는 직위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 문파의 원로는 어른 대접을 받으며 하는 일 없이 명예를 누리기 마련이다.

태상원로라면 그런 원로 중에서도 최고 배분이란 소리가 아닌가.

이쯤 되면 문파의 수장인 문주보다 더 큰 힘을 가지는 경우도 많다.

장우가 그런 것까지 모두 알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태상원로란 자리가 굉장히 높은 자리임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일단 너는 나와 함께 내 동부로 가자꾸나. 이제 연신기 1단공을 이루었으니 지조각 따위에서 머물 이유도 없느니라."

장문일은 그렇게 말을 하고는 장우의 손목을 잡았다.

그리고 다음 순간 장우는 번쩍이는 푸른 섬광에 눈이 머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렇게 잃었던 시야는 곧바로 돌아왔는데 장우는 그 순간 자신이 낯선 곳에 와 있음을 깨달았다.

"여, 여기가……"

"내가 머무는 거처니라."

놀라는 장우에게 장문일이 그렇게 말을 하고는 뒷짐을 졌다.

장우는 장문일의 배려로 여유를 가지고 주변을 살필 수 있었다.

문일동부(問一洞府)라고 새긴 석조 편액 아래에 큰 나무문 입구가 있었다.

그 편액과 나무문은 십여 장의 커다란 바위에 있었는데, 바위는 비스듬한 산기슭에 박혀 있는 것이었다.

그러니 스승의 동부는 바위 안쪽으로 동굴처럼 이어져 있을 터였다.

그리고 그런 동부의 입구 앞쪽으로는 탁 트인 분지가 있었는데 그 분지에는 이리저리 구획이 나뉘어져 약초밭과 대나무 숲, 연못, 정자와 석판이 깔린 연무장 등이 있었다.

"어떠냐? 보기에 좋으냐?"

장우가 그런 것들을 살피고 있으려니 장문일이 곁으로 다가와 은근한 어조로 물었다.

장우는 그 목소리에 어쩐지 칭찬을 잔뜩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대단해요 이런 곳을 처음 봐요 여기가 모두 사부님 땅인가요?"

"뭐? 내 땅? 클클클클. 대도를 걷는 수사에게 땅이 무슨 소용일꼬. 하지만 굳이 따지자면 이곳이 내 영역임은 분명하지. 클클클 땅의 주인이라니, 그런 소리를 처음 듣는구나. 특이한 놈이로고."

장문일은 장우의 특이한 발상이 재미있다는 듯이 그렇게 웃었다.

따지고 보면 문일동부 근처의 일정 영역은 그의 땅이라 해도 무방하긴 할 것이다.

"재미있어 보여요. 여기."

그런 장문일을 보며 장우가 정말 기쁜 표정으로 활짝 웃었다.

그렇게 장우는 문일동부에서 스승을 모시게 되었다.

물론 이 일은 삼선문에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

태상원로가 사사로이 제자를 받아들인 일인 것이다.

그것도 장문일은 장우를 삼선문의 제자로 들인 것이 아니었다.

장우는 장문일 개인의 제자였다.

***

동부 안의 수련실

영기를 집중하고 정신을 맑게 하는 진법이 설치된 수련실 바닥에 장우와 장문일이 마주보며 가부좌를 하고 있었다.

지난 한 달, 장우는 옥간에서 얻은 삼선비기를 수련하며 스승의 가르침을 받고 있었다.

그런 중에 잠깐의 휴식 시간이 되어, 두 사제가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어째서 저는 삼선문의 제자가 되지 못하지요?"

이야기 중에 장우가 자신의 처지에 대해서 이렇게 물었다.

그러자 장문일은 대수롭지 않은 투로 대답 대신 질문을 던졌다.

"너는 내 제자인데,경지가 연신기에 불과하다. 그러면 삼선문의 축기기 놈들이 네게 어떤 항렬이 되겠느냐?"

"아, 연신기 경지라면 제가 사형제 관계가 되고, 그보다 경지가높은 축기기 제자들은 스승 항렬이 되겠군요?"

"그렇지. 그럼 내가 그 축기기 녀석들과 격이 같아지거나 그 놈들이 나와 같은 격이 되어야 하는데, 그건 둘 다 불가능하지."

장문일은 절대 그럴 수 없다는 기색을 보이며 말했다.

"그래서 제가 삼선문의 제자가 아니면 된다는 건가요?"

"그렇다. 그러면 그냥 선배 수사로 대우하면 그만이 아니겠느냐. 물론 그조차도 나는 내키지 않지만."

"그런 건가요?"

스승의 말에 장우도 별로 문제될 것은 없는 건가 하는 태도를 보였다.

원래 꼭 삼선문의 제자가 되고 싶은 것도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어쨌거나 나는 삼선문의 어린 것들이 내 제자를 함부로 하는 꼴을 보고 싶지 않다. 그래서 너는 삼선문의 객장으로 있게 되는 것이다."

"객장이면 손님이란 의미인가요?"

"그렇지. 삼선문 제자는 아니지만 삼선문에 머물며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 정도라 생각하면 되겠지."

"사부님, 이게 좋은 건가요?"

장우는 스승의 말에 본능적으로 자신의 처지가 불안한 것을 느끼고 그렇게 물었다.

"물론 홀로 떠돌거나 혹은 능력이 되지 않은 스승을 둔 산수(散修)라면 곤란하겠지. 하지만 네 사부가 누구냐? 바로 내가 아니냐. 그러니 너는 걱정할 것이 없느니라."

하지만 그런 장우의 불안을 한 방에 날려버리려는 듯 장문일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사실 그도 그럴 것이 장문일의 경지는 화신기 초기로 삼선문에서는 최고의 경지에 있는 이였던 것이다.

그리고 근방 수 백 만 리 안에서 그보다 경지가 높은 수사도 없었으니 그의 말이 틀린 것도 아니었다.

"그렇군요."

장우는 스승의 자신만만한 태도에 마음이 놓였다.

"네가 결국 근본 없는 산수인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 하지만 네가 나만큼의 경지에 오르게 된다면 그 때는 스스로 새로운 삼선문을 연다고 해도 누가 뭐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래도 제자를 산수로 만든 것이 미안했던지 장문일이 슬쩍 그렇게 덧붙였다.

"네? 삼선문을 제가요?"

"클클클. 네가 익힌 공법이 삼선비기인데 무엇이 문제란 말이냐?"

"아! 제가 삼선비기를 익혔네요."

장우는 새삼 알았다는 듯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본원(本原) 삼선문은 그 뿌리가 넓고도 깊다. 그런 중에 우리 삼선문은 잔털 같은 위치일 뿐이지. 너는 이토록 수도계가 넓고 넓음을 또 한 번 가슴에 새겨야 할 것이다."

"네, 사부님."

장우는 잘은 몰라도 사부의 말을 잊지 않겠다는 생각에 단단한 어조로 대답했다.

"자, 그럼 결국 모든 것은 네 실력에 달린 것임을 알 것이다. 그러니 그런 의미에서 이제 너는 나에게 새로운 공법 하나를 배우도록 하자꾸나."

그런 장우에게 장문일이 동부로 온 후, 처음으로 새로운 가르침을 내릴 기미를 보였다.

장우는 그런 사부의 말에 눈빛을 반짝였다.

"이미 일렀던 적이 있거니와 너는 화수목금토, 다섯 속성의 영근을 가지고 있는 오영근 자질의 수사다."

"네."

이미 알고 있던 이야기라 장우는 짧게 대답했다.

"그러면 너는 네 의념 공간의 다섯 속성 영근을 느낄 수 있느냐?"

"네, 사부님."

장우는 장문일의 질문에 자신 있게 대답했고, 장문일은 순간 눈썹을 꿈틀거렸다.

벌써 의념 공간의 영근을 확인할 수 있다는 말에 놀란 것이다.

하지만 그런 장문일도 장우가 영근을 확인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눈으로 보는 것처럼 그것을 살필 수 있을 거란 사실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래서 질문도 영근을 느낄 수 있느냐고 한 것이었고.

"좋다. 네가 느꼈다니 알겠지만 너는 분명히 화수목금토의 다섯 속성 영근을 지녔다. 그리고 그렇게 다섯 영근을 지니고 있으면 성장이 무척 느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사부님, 전에 사부님께서 제 다섯 영근은 오행이란 것으로 묶일 수 있다면서요? 그러니까 하나의 영근보다 나을 수도 있다고……

"클클, 그것을 기억하고 있었느냐? 그래, 옳다. 그리고 지금부터 내가 하려던 이야기도 그것이었느니라."

"네, 사부님."

장우는 사부의 말에 의문을 접고 다시 공손한 자세로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 장문일의 제자가 되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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