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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선문이라 하였다 >
인솔 수사는 장우와 장호준을 구름에 태워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
그런 중에 그는 둘을 앞으로 불러 간단한 교육을 시작했다.
"나는 금공호라 하는데 너희에게는 스승 뻘이 된다."
그는 먼저 그렇게 자신을 소개했다.
"너희는 모르겠지만 신선이 되려는 공부를 하는 이들을 흔히 수사라 부른다. 그리고 그 수사들은 상하를 나눌 때에 무조건 그들이 이룩한 경지로 나누기 마련이다."
그렇게 말한 금공호는 따로 구름의 좌우편 끄트머리에 가부좌를 하고 앉아 있는 두 명의 수사를 한 번씩 바라보았다.
"저들은 너희가 수도계에 입문하게 되면 사형제 관계가 될 아이들이다."
"저 분들이 저와 사형제 관계가 된다는 말씀입니까?"
금고호의 말에 자우가 놀란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감히 눈도 마주치지 못할 선인과 자신이 사형제간이 된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너희 범인들이 말하는 신선이 되기 위한 공부란 너무도 다양하여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렵다. 하지만 어떤 공부라 하더라도 수련을 통해 밟아가야 할 경지란 것은 비슷하다.
처음 수련을 시작하여 작은 성취라도 얻게 되면 그 때부터 진정한 수사라 할 수 있고,그 경지를 연신기라 한다. 저 아이들이 바로 그 연신기 경지에 있느니라. 그리고 그 다음의 경지를 축기라 하고 내가 거기에 있다."
"연신기와 축기기라는 말씀입니까?"
"그렇다. 또한 연신기나 축기기는 1단공에서 10단공까지 세분하며 연신기 10단공이 되면 축기기에 올라설 준비가 된 것이다. 당연히 축기기 10단계는 그 다음 단계인 성단기에 도전할 준비가 되었음을 이른다."
"그렇습니까?"
장우는 금공호의 말에 구름의 좌우에 앉아 있는 선인들을 곁눈질 했다.
그것을 알아본 금공호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저 녀석들의 경지가 궁금하더냐? 저기 저 녀석은 연신기 6단공을 이루었고, 이쪽의 녀석은 연신기 9단공을 이루었다."
금공호는 두 제자의 경지를 그렇게 일러주고 이번에는 장우 옆에 앉아 있는 장호준에게 시선을 주었다.
장우의 나이는 열넷, 하지만 장호준의 나이는 고작해야 열 살이었다.
장우도 같은 마을에 살고 있어 장호준을 잘 알았다.
말수가 적고 내성적이지만 꽤나 영민하다는 소리를 듣던 아이였다.
"네 이름이 무엇이냐?"
금공호가 호준을 보며 물었다.
"호, 호준입니다."
"장가가 아니더냐?"
"자, 장호준입니다."
금공호의 물음에 호준이 급히 대답했다.
금공호는 긴장한 상태에서도 자신의 말을 알아듣는 호준이 기특하여 빙그레 웃었다.
"그래, 나는 금공호라 한다."
금공호는 다시 한 번 호준에게 자신을 소개했다.
그 모습에 장우는 금공호가 호준을 귀하게 여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적어도 장우 자신보다는 호준에게 더 관심이 있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
"눈치가 제법 빠르구나."
그런 장우의 마음을 알아차리기 라도 한 듯이 금공호가 장우에게 눈길을 돌리며 말했다.
장우는 급히 고개를 숙였다.
"네가 섭섭할지 모르지만 너와 여기 호준이는 선천적인 자질이 다르다. 당연히 너보다 호준이의 자질이 훨씬 뛰어나지."
"이유를 알 수 있습니까?"
장우는 시작부터 불공평한 상황을 맞게 된 것이 억울해서 그렇게 물었다.
"대도, 즉 수사의 길에 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영근이 있어야 한다."
"영근이 무엇입니까?"
"수사들은 영기라 하는 기운을 다루어야 하는데 그것을 가능하게 해 주는 근원이 바로 영근이다."
"그렇다면 호준이와 저의 차이는 무엇입니까?"
"호준이는 영근이 하나, 즉 일영근이고, 너는 영근이 다섯, 즉 오영근이다."
"영근이 기운을 다루는 근원이라면 수가 많을수록 좋은 것이 아닙니까?"
"영근의 수가 많으면 다양한 속성을 다룰 수 있지만 성장이 느리다. 그래서 경지를 올리기 어렵지."
"호준이는 나무 하나를 키우면되지만 저는 다섯 그루를 키워야 한다는 말씀입니까?"
"크게 틀린 비유가 아니구나. 그와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나무에 줄 물과 햇빛은 물론이고 양분과 거름이 항상 부족하다는 것이다."
"알겠습니다. 저와 호준을 두고 선인께서 무언가 주신다 하더라도 제가 아닌 호준에게 주시겠지요. 될 성 부른 나무를 키우는 것이 당연하니 말입니다."
"옳다. 같은 투자로 더 확실한 성과를 얻을 수 있다면 그리 해야 옳지 않겠느냐?"
금공호는 그렇게 말했고, 장우는 고개를 숙이며 어금니를 깨물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생각해도 금공호의 말이 옳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문득 장우가 고개를 들고 금공호를 보며 물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저를 함께 데리고 가시는 데에는 마땅히 이유가 있겠지요?"
"어린 녀석이 생각이 깊구나. 물론이다. 수도계에는 항상 수사가 부족하지. 그러니 작은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모두 데려다가 기회를 준다. 그래서 때로는 오영근 아니라 팔영근의 가장 낮은 수련 자질 로도 높은 경지에 이르는 수사가 나오기도 하지."
"그렇습니까?"
"하물며 영근이 없이 태어난 범인이 결국 수도계에 발을 들이는 경우도 간혹 생기는데, 영근을 지닌 이가 어떤 놀라운 성과를 얻을지 어찌 알겠느냐. 너도 힘을 내어 보거라."
"감사합니다."
금공호의 말에 장우는 깊이 고개를 숙여 인사를 올렸다.
어쨌건 희망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며 응원까지 해 주었으니 고마운 일이었다.
"자, 그럼 계속 이야기를 이어갈 테니 잘 듣거라. 수도계에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수도 문파가 존재한다. 문파란 것은 너희도 알겠지만 스승으로부터 가르침을 내려 받는, 사승 관계로 묶인 이들,그런 세력을 이르는데 그 형태도 워낙 많아 딱히 이거다 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아주 간단하게 말하자면 어떤 이유로든 수사들이 무리를 지어 하나의 세력이 되었다면 그것을 모두 수도 문파의 한 종류라 보아도 된다."
"그렇군요. 그럼 저희가 가는 수도 문파는 어떤 곳입니까?"
"삼선문(三仙門)이라 한다."
장우의 물음에 금공호가 경건한 표정으로 옷깃을 바로하며 대답했다.
그는 삼선문이란 이름을 무척 귀하게 여기는 모습이 역력했다.
장우 역시 금공호의 그런 태도를 보고 저도 모르게 꿇어앉았던 자세를 애써 바르게 고치려 했다.
딱히 그릇된 것이 없는 자세였음에도 신경이 쓰인 것이다.
"삼선문은 수도계에서도 아주 큰 이름이라 대천세계 전체를 아우른다. 그렇기에 삼선을 조사로 모시는 삼선문은 실로 그 세력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그리 대단하다는 말씀입니까?"
"당연하지. 삼선의 이름만으로 이곳 고련성 일대에서 우리 삼선문을 업신여기는 이들이 없을 정도인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는 일이지."
"......?"
장우는 금공호의 말을 들으며 뭔가 조금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감히 그것을 묻지는 못했다.
그러는 중에 금공호는 장우의 표정이 변한 것을 모르는 척하며 계속 이야기를 이어갔다.
어차피 금공호 역시 고작해야 축기기에 불과한 저계 수사일 뿐이었다.
당연히 삼선문에 대해서나 삼선문의 하위 분파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지 못했다.
그저 자신이 속한 고련성의 삼선문은 삼선문의 수많은 분파 중에 하나란 사실만 어렴풋이 알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런 사정을 아직 제자 입문식도 하지 않은 아이에게 말해 줄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금공호는 애써 장우의 의문을 외면하며 삼선문에 대한 설명을 장황하게 이어갔다.
그리고 비행법기인 운편(雲編)을 타고 이틀을 날아간 끝에 드디어 삼선문의 산문 앞에 도착하게 되었다.
"여기가 삼선문의 산문이다."
금공호는 구름을 지면 가까운 곳까지 낮추더니 장우와 장호준을 의념으로 붙들고 산문 앞으로 뛰어내렸다.
그 뒤를 연신기의 두 제자도 말없이 뒤따랐다.
장우는 그 두 제자가 지금껏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은 것을 떠올리며 이상하게 여겼지만 물어볼 기회를 얻지 못했다. 금공호가 산문으로 다가갔기에 장우와 장호준도 곧바로 그 뒤를 따라야 했기 때문이다.
"금사형, 장씨촌에 다녀오시는 길이십니까?"
"그렇습니다. 여기 출입패가 있습니다."
금공호가 문을 향해 다가가자 아무것도 없던 허공에서 스르륵 한 사람의 모습이 나타나더니 말을 걸었고, 금공호는 그에게 윤기나는 나무패 하나를 보여 주었다.
"좋습니다. 셋이 출문하여 다섯에왔군요. 저 둘이 이번에 새로 입문하게 될 제자들입니까?"
"그렇습니다. 운이 좋게도 수련 자질이 있는 아이를 둘이나 발견할 수 있었지요."
"공적 점수를 꽤나 후하게 받으시겠습니다. 축하합니다."
"어쩌다 생긴 운일 뿐이지요. 그래도 일영근 자질을 얻은 것은 저로서도 놀랍고 기쁜 일입니다."
"그러고 보니 일영근의 뛰어난 수련 자질을 지닌 아이가 있군요. 하하하. 금사형께서 크게 상찬을 받으시겠습니다."
수문장 역할을 하던 수사는 그리 말을 하면서도 눈빛에 시기심이 감돌았다.
뒤에서 지켜보던 장우도 그 낌새를 느낄 수 있을 정도였으니 금공호라고 그것을 모르진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금공호는 허허 웃으며 몇 마디 이야기를 더 나누다가 일행을 데리고 산문을 넘었다.
"어?"
장우는 산문을 통과하는 순간, 뭔가 기묘한 기운이 몸을 훑고 지나가는 것을 느끼고 우뚝 걸음을 멈췄다.
"이런, 수련 자질은 미천한데 영기에 대한 감각은 뛰어난 모양이구나. 앞으로 어찌 성장할지가 매우 궁금해지는 녀석이구나."
금공호도 장우의 그런 기색을 알아보았는지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그는 오영근의 장우 보다는 일영근인 장호준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래서 장우를 오래 살필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결국 금공호는 장우를 입문 예정인 아이들이 머무는 전각에 데리고 가서 그곳을 관리하는 연신기 제자에게 맡기고는 장호준만 데리고 어딘가로 가버렸다.
장우는 그렇게 자신을 데리고 온 금공호와 헤어지게 되었다.
"우리 삼선문은 3년에 한 번씩 신입 제자 입문식을 거행한다. 다음 입문식까지는 2년이 남았으니 너희는 그 때까지 잡일을 하며 삼선문에 대한 것을 배우게 될 것이다."
입선각이란 편액이 붙어 있는 전각에는 여덟 살에서 열일곱 살의 아이들이 생활하고 있었다.
전각이 워낙 커서 백여 명의 아이들이 있음에도 방 하나에 두세 명의 아이들이 함께 생활할 정도로 여유가 있었다.
'앞으로 2년은 더 있어야 한다고 했으니까 아이들은 계속 늘어나겠네. 그럼 방 하나에 여섯에서 아홉 명이 생활해야 한다는 소리니까, 그 때는 좀 비좁을 수도 있겠네.'
장우는 입선각을 관리하는 수사의 말을 듣고 그렇게 짐작했다 하지만 그렇게 영민한 장우였지만 밤이 되어 잠자리에 들었을 때에는 장씨촌에 계실 어머니 생각에 베개를 적실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밤마다 베개를 적셨지만 그래도 장우는 빠르게 입선각의 생활에 익숙해졌다.
그렇게 보름 가까이 지났을 때, 드디어 입선각을 관리하는 맹도척이 장우를 불러 임시 소속을 정해 주었다.
"너는 앞으로 조식을 마치면 곧바로 지조각(紙造閣)으로 가거라."
"네, 맹수사님."
장우는 맹도적에게 공손히 인사를 하고 곧바로 지조각으로 향했다.
지조각은 삼선문에서 사용할 종이를 만드는 곳으로 장우는 그곳에서 허드렛일을 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장우의 삼선문 생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그리고 또 그와 같은 날, 장우의 운명을 바꾸어 놓은 만남이 이루어졌다.
- 안녕하세요. 저는 몽(夢)이라 해요. 정확히는 어떤 분이 꾸는 꿈의 파편이지요.
장우의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 손바닥 크기의 어린아이는 그렇게 자신을 소개했다.
장우는 그 몽(夢)을 보는 순간 몽과 자신이 하나로 묶여 있음을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몽이란 아이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알 수가 없었다.
"너, 혹시 요괴냐?!"
그나마 장우가 떠올릴 수 있는 가장 그럴듯한 정체가 그것뿐이었다.
- 누구를 보고 요괴라는 겁니까? 꿈의 파편이라니까요. 몽(夢).
"그럼 몽편, 혹은 편몽이 되어야 하는 거 아냐?"
- 그래도 그냥 몽입니다 몽
"그래, 나에게 해코지 할 거 같지는 않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런 생각이 들어."
- 당연합니다. 절대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그래, 그럼 된 거지. 반갑다 몽, 난 장우야. 장우(張遇). 열네 살.
장우는 그렇게 몽과 첫인사를 나눴다.
< 삼선문이라 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