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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환장 통수 선협전-312화 (312/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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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眞)대상총(大象塚)에 들다 >

진광이 처음 발견했던 대상총은 고작해야 방원 십여 리의 작은 분지에 불과했다.

그 작은 분지 안에 수 만 년 정도 유지된 상두족의 무덤이 있었다.

영체기에서 화신기, 간혹 입령기에 오른 상두족 수사가 마지막 삶을 정리하는 곳 정도로 밝혀진 장소였다.

그래서 영체기와 화신기, 입령기의 수사가 남긴 유물들이 곳곳에 은밀하게 숨겨져 있었다.

이를테면 상두족 후손들을 위한 기연을 안배한 곳이라고 할까.

때문에 상두족은 이곳 대상총을 일정 기간마다 한 번씩 개방해서 유망주를 들여보내곤 했단다.

그렇게 기회를 얻은 이들이 대상총에서 무엇을 얻을지는 오직 각각의 능력과 운에 달렸던 것이다.

그런 곳을 진광이 발견해서 쓸만한 것을 챙긴 후에 건우에게 소개를 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곳에 상두족의 진짜 무덤이 있을 줄을 어찌 알았을까.

"진광이 욕심을 낼 법도 했겠네요. 자그마치 태령기 완경의 상두족 수사들이 마지막을 준비한 곳이라니 말이죠."

길매가 진대상총에 들기 전에 주위를 살피며 말했다.

"그리 욕심을 부리다가 결국은 길매 궁주에게 진극멸기만 보태주고 윤회로 돌아갔지. 분수를 모르면 그런 꼴을 당하기 마련이니 항상 삼갈 줄을 알아야 할 것이다."

흑선풍이 짐짓 길매를 노려보며 말했다.

이전 진광이 죽은 후에 그 공간낭은 물론이고 진광이 남긴 진극멸기까지 길매가 챙긴 것을 탓하는 것이었다.

"호호호, 그걸 그리 마음에 담아 두시고 그러셨답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진광이 남긴 진극멸기까지 이후의 분배에서 반드시 계산할 테니 말이에요."

"그 말,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다."

"이를 말이겠어요? 다만 상공께서 다른 결정을 하신다면 그건 제 탓이 아님을 알아두세요."

"주인님께서 너를 아끼신다고 해도, 지금껏 공평하지 않으셨던 적은 없었다. 그것이 아니라도 어차피 내 모든 것이 주인님의 것인데, 탓이고 뭐고 할 것이 어디 있단 말이냐?"

"호호. 알았어요. 역시 흑 림주는 믿음직해요."

"쓸데없는 소리 할 것 없다. 그보다 지금은 눈앞에 있는 진대상총에 집중할 때다."

"흐응, 그렇긴 하지만 솔직히 저는 이런 금제나 결계에 대해선 그리 재주가 없는 편이라……

"이런 건 사실 주인님께서 잘 아시는 편이긴 하지."

잠시 진광이 남긴 진극멸기를 두고 신경전이 오갔지만 그들은 곧 진대상총으로 관심을 돌렸다.

그리고 그런 두 수사가 결국 바라본 대상은 건우였다.

이미 건우가 자신들이 모시는 주인과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 짐작하고 있었기에, 금제와 결계에 대한 건우의 능력에 믿음을 가지는 것이었다.

"원래 진대상총은 3천 년에 한 번씩 은밀하게 통로를 열었던 모양입니다."

건우가 둘의 시선을 받으며 자신이 알아낸 내용을 설명했다.

"그럼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한다는 거지요?"

길매가 물었다.

"사실 기다릴 필요는 없습니다. 이미 입구는 열려 있습니다."

건우가 길매의 물음에 그렇게 대답하며 소매 안에서 뭔가를 꺼냈다.

"그건 뭐지요?"

"상아(象分)로 보이는군."

"그걸 누가 몰라요? 뭐 하는 상아냐고 물은 거잖아요."

"이건 일종의 출입패와 같은 것입니다. 상두족이 3천 년에 한 번씩 은밀하게 진대상총을 열고, 그곳으로 성령기 이상의 족인들을 들여보냈는데, 그 때에 이것을 내어주었지요."

건우가 자신의 손에 들고 있는 상아에 대해 설명했다.

그 상아는 고작해야 한 척 정도로 짧았는데 표면에 금색 무늬가 화려하게 그려져 있었다.

"그 무늬는 영기를 응결하여 새긴 것 같네요. 법문이나 술법인가요?"

길매가 그 무늬를 보며 물었다.

"상두족의 고대 문자입니다. 법문이나 술법은 아닌데, 대신에 의념을 녹여 넣었습니다. 이것이 없으면 진대상총의 문이 열렸더라도 안전하게 통과할 수가 없지요."

"그렇다면 그 상아를 만든 이가 진대상총 안에 있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진대상총을 관리하는 이가 있다면 앞으로 우리 일이 쉽지 않겠군."

건우의 말에 흑선풍이 날카롭게 상황을 짚어냈다.

길매도 흑선풍의 말을 듣고 깨달은 바가 있는지 건우에게 설명을 바라는 눈빛을 보냈다.

"나도 그것이 궁금해서 그 동안 진대상총을 두루 살폈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를 알아냈지요."

"그게 뭔가요?"

"으음?"

"진대상총 안에는 코끼리가 있습니다."

"코끼리 라고요?"

"평범한 코끼리는 아니겠군."

"절대 평범하지는 않겠지요. 제가 알아낸 바로는 그 코끼리가 상두족의 근원이라 합니다."

"종족의 근원이란 말씀인가요?"

"어떤 존재일지 궁금하군. 그 이상은 알아낸 것이 없는 건가?"

"네, 그 코끼리가 3천 년에 한 번씩 이런 상아를 상두족에게 내리고, 상두족은 상아를 자질이 뛰어난 족인들에게 나눠주었다합니다."

"그럼 그렇게 상아를 들고 들어가서 기연을 얻고 나온다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대가는 없나? 그저 후손을 위한 배려일 뿐이란 건가?"

"아닙니다. 상아를 받은 상두족은 후일 대가를 치러야 하지요."

"공짜는 아니란 말이네요? 그래서 그 대가는 뭔데요?"

"흑 수사께선 대중 짐작을 하신 듯 하지만, 그냥 제가 말씀을 드리지요. 상아를 받은 이들은 이후 선계 비승을 하지 못하고 죽음을 앞두게 되면 반드시 진대상총으로 돌아와 삶 을 정리해야 합니다."

"아, 그런 식으로 진대상총이 지금까지 유지가 되었다는 말이군요?"

"으음. 뭔가 그게 끝은 아닐 듯 한데? 길 수사는 혹시 아는 것이 있나?"

길매와 달리 흑선풍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었던지 그렇게 물었다.

하지만 건우는 고개를 저었다.

"그 이상은 나도 알아낸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짐작해 보자면 진대상총 안에 있는 코끼리를 만나면 모든 것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니면 싸우게 될 수도 있겠지요?"

"상두족의 금역에 우리가 들어가면 침입자나 마찬가지니 당연히 그렇게 되겠지. 더구나 길매 궁주와 나는 극멸기 수련 수사이니 물을 것도 없겠군."

길매와 흑선풍은 진대상총의 코끼리와 싸우게 될 것을 확신하고 있었고, 건우도 거의 그럴 것이라 예상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소매에서 두 개의 상아를 더 꺼내며 길매와 흑선풍에게 말했다.

"두 분은 극멸기를 사용하니 이 상아와 충돌을 일으킬 것입니다. 그러니 이것을 받은 후로는 절대 극멸기를 끌어 올리지 마십시오. 그냥 상아를 들고 있으면 제가 두 분을 이끌 고 진대상총 안으로 들어가겠습니다."

"기운을 절대 운용하지 말라면 범인처럼 있어야 한다는 건가?"

"그거 위험하지 않아요?"

건우의 말에 흑선풍과 길매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잠시만 버티면 됩니다. 내가 두 분을 해칠 일이 있겠습니까? 어차피 입구만 통과하면 그 후에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겁니다. 입구를 지난 후에는 우리를 강제로 쫓아낼 수 없을 테니 말입니다."

"그러니까 입구의 결계가 강력하다는 말이군요?"

"그렇습니다. 억지로 그것을 뚫자면 못할 것도 없지만 적어도 수 백 년의 시간이 걸릴 일이라서, 그냥 상아의 도움을 받아서 들어가려는 것입니다."

"좋아요. 길 수사가 알아서 하겠죠."

"나도 길 수사가 시키는 대로 하지. 주인님께서 그리 명하셨으니."

길매와 흑선풍은 내키지 않는 기색이 면서도 건우의 말을 거부하지 않았다.

"자, 그럼 곧바로 들어가지요. 두 분은 이리 오셔서 이걸 받으시고, 내게 몸을 맡기시면 됩니다."

건우는 길매와 흑선풍에게 상아를 하나씩 건네고, 이어서 그들의 몸을 의념으로 붙들고 혼돈기로 감싼 후, 그 겉을 다시 영기로 둘렀다.

길매와 흑선풍의 극멸기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하면서 영기와 중돌하지 않도록 중간에 혼돈기를 끼워 넣은 것이다.

이후 건우는 그 둘을 허공에 띄운 후 곁에 세우고 진대상총 입구로 걸음을 옮겼다.

수많은 결계와 금제로 숨겨져 있던 진대상총의 입구를 잠시 겉으로 드러나게 해 두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스르르르륵 스르륵!

건우가 길매와 흑선풍을 데리고 진대상총의 입구로 걸어들어가자 모래 스치는 소리와 함께 그들의 모습이 입구 안으로 사라졌다.

이후 영기가 강력하게 응결되어 있던 진대상총의 입구는 원래 상두족이 펼쳐놓은 은폐 결계의 힘이 되살아나며 씻은 듯이 사라져 버렸다.

이제 십여 리 넓이의 작은 분지는 과거처럼 황량한 모습만 남았을 뿐, 건우가 만든 금제나 결계, 봉인도 보이지 않았고, 상두족이 만든 은폐 결계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모습을 감춘 진법, 결계를 찾아내려면 진법, 결계에 대해 건우와 버금갈 능력을 지닌 이가 아니면 불가능할 것이다.

"여기가 진대상총?"

"기이한 곳이네요."

건우와 함께 진대상총의 입구를 통과한 길매와 흑선풍은 뜻밖의 광경에 혼란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것은 앞서 들어온 건우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았다.

"굉장히 크군요."

건우의 첫 마디는 그랬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 그들 셋이 느끼는 감정을 가장 잘 표현한 말이었다.

넓게 펼쳐진 지평선과 그 위에 우뚝 서 있는 거대한 코끼리.

그런데 그 코끼리의 발목에 구름이 걸려 있다.

즉, 코끼리가 워낙 커서 발목이 어지간한 거산의 높이와 비슷하다는 이야기다.

"코끼리도 크지만 그 큰 코끼리를 쇠사슬로 묶어 놓았다는 것이 더 놀랍네요."

길매가 멍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 말처럼 크기를 가늠하기 조차 어려울 정도로 거대한 코끼리가 있었는데, 그 코끼리는 온 몸에 쇠사슬을 두르고 있었다.

그 코끼리를 묶은 쇠사슬은 사방으로 뻗어나가 지면의 거대한 비석에 휘감겨 있었다.

"쇠사슬의 숫자는 모두 삼백육십, 당연히 비석의 수도 삼백육십이어야 하는데, 몇 개가 더 많다."

그 때, 언제 쇠사슬의 수를 헤아렸는지 흑선풍이 중얼거렸다.

건우 역시 비석들 중에서 쇠사슬이 묶이지 않은 것을 몇 개 발견했다.

"모두 몇 개나 되는지는 둘러봐야 알 수 있겠지만 눈에 보이는 것만 세 개군요. 그런데 비석들의 위치를 보아하니 비석의 종 숫자는 삼백육십육 개가 맞을 겁니다."

건우가 지면에 있는 비석들을 가리키며 그렇게 말했다.

"뭔가 알아낸 것이 있는 모양이군?"

흑선풍이 물었다.

"이제 입구를 지났으니 두 분도 의념을 펼쳐 살펴보시지요. 이곳 공간 자체가 의념을 제약하지 않으니 이 정도 넓이라면 한 번에 살필 수 있을 겁니다."

건우는 활짝 웃으며 입구를 들어오기 위해서 길매와 흑선풍에게 걸었던 제약을 거둬 주었다.

그러자 길매와 흑선풍도 빠르게 의념을 펼쳐 진대상총 내부를 훑었다.

"아, 저 코끼리!"

"살아 있군."

길매와 흑선풍이 제일 먼저 거대 코끼리를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평범한 생명체는 아니지만 분명히 살아 있습니다. 저도 놀랐습니다."

건우가 둘의 반응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저 거대한 코끼??? 정말로 살아 있다니 그로서도 놀라울 따름이었다.

지금까지 건우도 저렇게 큰 생명체는 본 적이 없었다.

"봉황이 날개 끝에서 끝까지가 9만 리라 하던데, 저것은 그보다 휠씬 커 보이는데?"

"그건 신화에나 나오는 이야기죠. 실제로 선계의 봉황도 고작해야 수천 장에 이를 뿐이라고 들었어요."

"그건 봉황들 중에서 작은 것들이 그런 거지. 실제로 우리 본계의 심처에 있는 태고 괴수들 중에는 상상도 못할 크기가 있다더군. 그러니 선계에 뭐가 있을지 어찌 알까."

"흥, 우리 멸계가 선계만 못할 것은 없겠지요. 그나저나 저 코끼리는 도대체 뭘까요?"

길매가 화제를 다시 코끼리에게로 집중시켰다.

"일단 비석기등을 살펴보기로 하지요. 뭐가 기록된 것이 있으니 읽어보면 알겠지요."

건우가 그렇게 제안하고 몸을 띄워 가까운 비석기둥으로 날아갔다.

그러자 흑선풍과 길매도 빠르게 건우의 뒤를 따라붙었다.

< 진(眞)대상총(大象塚)에 들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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