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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환장 통수 선협전-311화 (311/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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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모든 것은 진광의 오해에서 비롯되었다 >

"커어억! 배, 배신을……

진광이 스스러져 피를 토하며 길매를 향해 손가락질을 했다.

그의 가슴에는 길매가 맺은 수인이 화상 자국으로 남아 있었다.

"누가 배신을 했다고 하시나요?"

"그러게, 상황 판단을 이리 못하는 모자란 놈일 줄은 몰랐군."

길매가 웃으며 대답할 때, 그 곁으로 흑선풍이 나란히 섰다.

진광은 그런 흑선풍을 피가 맺힌 눈으로 노려보았다.

지금 진광의 하체를 허벅지까지 갉아 먹고 있는 것이 바로 흑선풍의 몸에서 나온 흑금색의 매미들이었기 때문이다.

"진광, 눈치가 그리 없으니 결국 그런 꼴을 당하는 것이 아니냐. 나는 될 수 있으면 너를 멸계로 돌려보내려 했는데, 네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지 않았느냐."

그 때, 건우가 길매와 흑선풍 앞으로 나서며 진광을 향해 말했다.

진광은 그런 건우의 등장에 끝까지 잡고 있던 저항의 의지를 놓고 말았다.

"크흐흐. 어쩌다 일이 이렇게 되었지? 길 수사 네 놈이 꾸민 것이냐?"

진광이 허탈한 기색으로 건우를 향해 물었다.

"그럴 리가! 말했던 그대로 나는 약속을 지킬 생각이었다. 내가 굳이 진광 너를 해칠 이유가 뭐가 있단 말이냐. 어차피 멸계로 돌아가면 다시 볼 일이 없는 너를 굳이?"

"그렇다면 진대상총이 나타난 것이 진정 우연이라고?"

"그것을 의심했단 말이냐? 맹세코 나는 진대상총에 대해선 아는 바가 없다."

"네 놈이 금제와 결계, 봉인에 그토록 뛰어난 재주가 있으면서도 그것을 몰랐다고? 그걸 믿으란 말이냐?"

"오호라, 그렇구나. 너는 진대상총의 등장 자체가 내가 꾸민 것이 아닐까 의심했던 것이로군? 그래서 나를 충동질 하고 욕심을 부리는 척 자극을 했던 것이야."

건우는 드디어 진광의 이해하기 힘들었던 행동들의 이유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진광은 건우가 진대상총을 처음부터 알고 있으면서 음모를 꾸민 것이 아닌가 의심했던 모양이었다.

"그렇다. 어찌 되었거나 내 한 몸 정도는 빠져 나갈 자신이 있었지. 게다가 내가 오해를 한 것이 분명하다면 시간이 조금 흐른 후에 너와 화해를 할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고."

"그런데 운이 없었구나. 길매 궁주와 흑선풍 림주가 나타났으니."

"크하하하. 저 둘이 나타났을 때, 나는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 네가 꾸민 일을 밝히면 둘의 힘을 빌려 너를 제압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둘이 함정을 파고 내 뒤를 칠 줄은 상상도 못했지."

진광은 그 문제가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는 표정이었다.

자신의 편에 서겠다며 다가온 길매와 흑선풍이 한 순간 기습을 가해 큰 부상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그 때문에 제대로 손도 써보지 못하고 이렇게 죽을 상황에 처한 것이 아닌가.

"보아하니, 길 수사 네 놈이 저들과 따로 의논하고 나를 죽일 계획을 세운 것도 아닌데, 어째서 저들이 네 편을 든 것이지?"

진광은 점차 의념이 흩어지는 것을 느끼면서도 의문을 풀고 싶다는 듯이 건우에게 물었다.

"마지막 가는 길에 그런 것은 알아 무엇하려고? 그냥 모든 것을 잊고 떠나거라."

진광의 물음에 건우가 고개를 저으며 그렇게 말하고는 몸을 돌려 길매와 흑선풍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자, 잠깐!"

그 때, 지금 이 순간이 마지막임을 깨달은 진광이 급하게 건우를 불렀다.

하지만 건우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멀어져갔고, 길매와 흑선풍은 곧바로 기운을 강화하여 진광의 숨을 거두었다.

특히 진광이 마지막 순간에 영체를 뽑아 빠져 나가려 했으나 같은 태령기 완경인 둘의 눈을 피하지 못해 죽임을 당했다.

그나마 건우의 언질이 있어 영혼을 소멸시키지 않고 윤회 할 수 있게 한 것은 크게 선심을 썼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어찌 된 일인지 여쭈어도 될까요?"

일을 마치고 길매와 흑선풍이 건우의 거처를 찾아왔다.

건우는 그들에게 차(茶)를 내어주며 탁자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았다.

"내가 이곳에 공을 들여 함정을 만들고 있었음은 잘 알 것입니다."

"그런데요?"

"무슨 문제가 생긴 것이지?"

"진대상총이 이곳 지하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 때문에 지금껏 내가 만든 함정들이 통제불가의 상태로 변하고 있지요."

"진대상총이 뭔가요?"

길매가 들은 바가 없다는 듯이 물었다.

"이곳 상이대륙에서 가장 번성했던 상두족의 영지(靈地)입니다. 그들의 근원이며 동시에 보고이기도 하지요."

"그런 것이 이곳에 있음을 어찌 몰랐을까요?"

"길 수사의 이목을 속일 정도라면 실로 범상치 않겠군."

길매와 흑선풍이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그만큼 건우의 실력을 높이 보고 있었다는 말과 같았다.

"그 때문에 진광과 의논을 했는데, 진광이 되지 않는 의심으로 나를 도발했습니다. 그래서 나 역시 더는 참을 이유가 없다 싶어서 그를 처리하려 했던 것이고요."

건우는 숨길 것도 없다는 듯이 상황을 짧게 설명했다.

그러다가 길매와 흑선풍이 이곳에 나타난 이유를 아직 듣지 못한 것을 떠올렸다.

"그런데 두 분은 어찌 이곳에 오셨습니까? 지금 한창 각기 세력을 규합하고 있어야 할 때가 아닙니까?"

"음, 그것이 문제가 생겼습니다."

"우리의 계획 일부가 들통이 나고 말았다."

건우의 물음에 길매와 흑선풍이 난처한 표정으로 시선을 피하며 대답했다.

"계획이 들켰단 말입니까? 어찌 그런 일이 생겼단 말입니까? 아니 정확하게 어떤 상황인 것입니까?"

건우가 목소리를 높여 추궁하듯 두 수사를 향해 물었다.

이에 길매와 흑선풍이 면목이 없다는 듯이 고개를 숙였다.

"저와 흑선풍 림주가 서로 손을 잡은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망해버린 고란사원의 제자들이 어찌어찌 우리의 뒤를 조사했던 모양이더군."

"비록 정황일 뿐이지만 우리 둘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는데 이에 사명당과 흑송림, 보량현천, 상인문까지 설득을 당했습니다."

"사실상 그 넷이 서로 손을 잡았다고 해야겠지. 놈들이 우리 중림과 자미혈궁을 제물로 삼겠다고 작정을 한 모양이야."

"자미혈궁과 충림을 제외한 모두가 한통속이 되었다는 이야깁니까?"

"그렇게 되었어요."

"그래서 지금 우리 중림도 이리저리 쫓기고 있는 중이지."

"본궁 역시 마찬가지에요. 그나마 놈들의 움직임을 먼저 알아차린 덕분에 기습을 당하진 않았지만 이대로라면 계속 쫓기다가 말라 죽고 말 거예요."

흑선풍과 길매가 번갈아가며 충림과 자미혈궁이 궁지에 몰렸음을 이야기했다.

건우는 그들의 말을 듣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럼 나와 두 분 사이의 관계는 모른다고 봐도 되겠습니까?"

그러다가 문득 둘을 보며 물었다.

"길 수사와 우리의 관계야 빤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우리가 길 수사의 귀환진을 이용하기로 하고, 음모를 꾸몄다는 이야기는 이미 퍼졌지요."

"귀환진이 없으면 음모 따위가 의미가 없음을 저들도 알고 있지. 그러니 저들도 우리가 귀환진을 확보했으리란 예상을 하고도 남았을 걸?"

"좋습니다. 상황이 그렇다고 칩시다. 그런데 저들이 자미혈궁과 충림을 없애겠다고 작정을 했다면 그도 이상하지 않습니까?"

건우가 두 수사에게 그들이 생각지 못한 것을 지적했다.

"무슨 말씀인가요?"

"뭐가 이상하다는 거지?"

길매와 흑선풍은 건우가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저들이 두 세력을 지운 후에는 어찌 되겠습니까? 이미 고란사원도 무너진 마당에 충림과 자미혈궁까지 없다면 그러고도 수미의 영기 수사들과 싸워서 이길 수 있겠습니까?"

"으음. 일곱 세력 중에 셋이 무너진 상황이라면 전쟁에서 이길 가능성이 무척 낮아지겠군."

"맞아요. 아니 가능성이 낮아지는 것이 아니라 패전이 유력해 지겠죠."

"그런데도 두 분과 어떤 대화도 없이 자미혈궁과 충림을 공격했다면 그것은 저들이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겠지요."

건우는 확신한다는 듯이 말했다.

"저들이 귀환진을 확보하지 않고서야 어찌 그럴 수가 있단 말이죠?"

"다르게 이야기하면 귀환진을 확보했거나 혹은 확보할 자신이 있다는 이야기겠지."

길매와 흑선풍이 번갈아 이야기하며 핵심에 다가갔다. 그 때, 건우가 길매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진광, 그 놈의 소지품을 내어 보십시오. 거기에 뭔가 있을 것입니다."

귀환진에 대해서라면 건우 외에는 진광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건우가 이곳 대상총에 만든 귀환진을 검증한 것이 진광이었으니 당연한 일이다.

"그 놈이 수작을 부렸다고?"

"그럴 이유가 없을 텐데요?"

흑선풍과 길매는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결국 진광의 소지품들을 살피기 시작했다.

"이제 어찌 하면 좋겠습니까?"

"어쩌긴 무얼 어쩌겠어요? 당연히 앙갚음을 해야지요."

"그렇지. 보아하니 그냥 우리를 본계로 돌려보낼 생각을 하는 모양인데, 이렇게 떠밀려 도망치듯 갈 수는 없지."

"맞아요. 게다가 그 동안 애쓴 보람도 없이 이대로 끝내긴 억울하죠."

건우의 물음에 흑선풍과 길매가 결의를 다지며 눈빛을 빛냈다.

상황은 대충 파악이 되었다.

진광이 남몰래 사명 당과 흑송림, 보량현천, 상인문 등과 거래를 했다.

일은 길매와 흑선풍이 알고 있는 대로 고란사원의 잔당들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들이 자미혈궁과 중림을 감시하고 정보를 모아 결국 길매와 흑선풍이 손을 잡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리고 그것을 다른 네 세력에 알려서 그것을 확인하게 했다.

그 결과 둘의 관계가 의심스럽다는 결론을 내린 네 세력은 암중 협의를 하고 진광을 찾게 되었다.

진광은 그들 네 세력이 힘을 모았다는 이야기에 그쪽에도 발을 걸치기로 하고, 귀환진에 대한 정보를 일부 넘겨 주었다.

물론 진광은 대상총에 만들고 있는 함정에 대해서는 알리지 않았는데 그것은 최후의 순간에 입맛에 맞춰서 유리한 편을 들기 위해서였다.

게다가 진광은 그 네 개의 세력이 연합을 하더라도 자미혈궁과 중림, 거기에 건우가 만든 함정이면 승산이 있다고 보고 있었다.

자신이 네 개의 세력을 함정으로 끌어들이는데 성공하면 굳이 길매나 흑선풍을 배신하지 않아도 된다는 계산이 서 있었다.

결국 멸계의 80%를 대상총에 묻고 그 결실을 취할 계획이었던 셈이다.

물론 그게 여의치 않으면 그 쪽 세력에 귀환진을 넘기고 적당히 이익을 챙기면 그만이고.

어쨌건 그 네 세력이 영기 수련 수사들과의 전쟁을 뒷전에 두고 날뛸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진광에게 귀환진이 있다는 확신 때문이었다.

그런 진광이 지금은 죽어서 영혼조차 윤회로 돌아가고 없다는 것을 그들은 모르겠지만.

"좋습니다. 상황이 많이 바뀌긴 했지만 결국 모든 일은 이곳 대상총에서 결론을 내는 것으로 하십시다. 그러니 두 분께서는 자미혈궁과 중림을 때에 맞춰서 이곳으로 집결시키 십시오."

"적당히 유인을 하라는 말이군요?"

"중림 전체가 여기까지 오자면 적잖은 시간이 걸릴 거다. 철위산에서 여기까지, 장거리 전송진을 쓰지 않고 오려면 몇 백년은 족히 걸릴 테니."

"그 긴 시간을 우리 자미혈궁이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군요. 상이대륙이 넓다 하지만 흑송림과 사명당이 우리를 쫓고 있는데."

"그렇다고 자미혈궁과 사명당, 흑송림만 대상총에 든다면 고작해야 절반의 성공일 뿐이지."

"알았어요. 어떻게든 버텨보죠."

"대신에 내가 거느린 태령기 둘을 자미혈궁에 빌려주지."

"아, 고마워요."

길매는 흑선풍이 빌려준다는 태령기가 누군지 단번에 짐작할 수 있었다.

자오로와 함께 천겁독에 중독된 이들 중에 흑선풍이 관리하던 둘을 말하는 것이 분명했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은 없습니다. 충림과 자미혈궁, 모두 앞으로 500년 후에 이곳 대상총으로 오도록 명령을 내리면 되겠지요. 그리고 두 분은 나와 함께 진대상총으로 들어가 그들이 도착하기를 기다리면 좋지 않겠습니까?"

"결국 우리 궁도들과 중림의 제자들 모두 미끼 역할을 하는 거로군요."

"어차피 군체를 위해서 개체가 희생하는 것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니니 나는 상관없다."

"호호호. 저 역시 크게 개의치 않아요. 어차피 자미혈궁도 상공께서 필요하셔서 취한 곳일 뿐이니까요."

건우가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흑선풍과 길매는 자미혈궁과 충림의 피해가 클 것을 알면서도 태연한 표정이었다.

"좋습니다. 그럼 나는 진광을 대신해서 사명당, 흑송림 등이 의심하지 않을 정보를 흘려두겠습니다. 그들 역시 500년 후에 이곳에서 대규모 귀환진이 발동할 것이란 사실을 알게 될 것입니다. 물론 정확한 위치는 밝히지 않겠지만 그것은 그들이 자미혈궁과 충림을 쫓다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겠지요."

"의심스러운 것이 있다고 해도 귀환진이 없으면 곤란하니 다들 모이긴 하겠네요."

"500년 후가 기대가 되는군."

건우의 말에 길매와 흑선풍이 서로 비슷한 표정으로 입 끝을 말아 올렸다.

< 결국 모든 것은 진광의 오해에서 비롯되었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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