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환장 통수 선협전-300화 (300/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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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절 많은 태령기 승경을 이루다 >

번쩍!

그 순간 삼두육비의 오른쪽 살색의 머리가 눈을 뜨고 고개를 젖혔다.

동시에 얼굴을 하늘로 향하고 입을 벌린 살색 머리를 향해 번개가 떨어졌다.

꽈르르르릉! 파지지지지직!

그런나 살색의 머리는 예상과 달리 입을 벌려 영기 광선을 쏘지 않았다.

그 얼굴은 도리어 떨어져 내리는 천겁의 뇌전을 입으로 빨아들였다.

- 아악! 무슨 짓이에요!

루야가 기겁을했다.

그리고 그것은 멀리 떨어져 상황을 지켜보던 소위의 두 얼굴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 천겁뢰를?

= 주, 죽지는 않을 듯 한데? 그래도 머리 하나가 완전히 익어 버린 것 같군. 도대체 어쩌려는 걸까?

소위의 얼굴들이 하는 말처럼 지금이 순간 삼두육비의 세 머리 중에 하나는 김과 연기를 모락모락 피어 올리고 있었다.

분명히 그 머리는 죽은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두 머리는 눈을 감고 미동도 하지 않았다.

'아직이다. 아직은 물러날 수 없다.'

그리고 그 순간 건우는 멀어지는 의식을 애써 가다듬으며 이를 악물고 천지 법칙의 흐름을 쫓고 있는 중이었다.

조금이라도 더!

천지 법칙의 거대한 흐름을 읽어 내기 위한 몸부림이 이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천겁뢰를 입으로 빨아들여 삼킨 것도 그 몸부림의 일환이었다.

자신의 깨달음을 방해하는 진극멸기의 기운을 태우기 위해서였던 것이다.

이미 태령기의 벽을 허물며 진극멸기의 쓸모는 다한 상태였다.

하지만 벽을 허무는데 도움이 되었던 진극멸기가 이제는 깨달음에 이르는 길을 막고 있었다.

건우는 천겁뢰를 불러들여 앞을 막고 있는 진극멸기를 분쇄하려 한 것이다.

'된다! 조금 더 나아갔다!'

그리고 그것은 실제로 효과가 있었다.

좀처럼 잡히지 않던 천지 법칙의 흐름이 이전보다 선명해졌다.

그리고 건우의 의식은 그 흐름을 타고 빠르게 앞으로 나아갔다.

의식의 빠름은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어서 찰나의 순간에 건우는 천지 법칙의 흐름이 모여드는 어딘가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온갖 법칙이 요동치며 어우러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인식한 순간 다시 건우에게 드리우는 어두운 장막.

건우는 그것이 깨달음을 방해하는 자신의 모자람임을 알 수 있었다.

'편법, 무지, 빈약한 기초……? 아니다, 그 모든 것을 채운다 해도 넘어설 수 없는 것이 있다…….' 건우가 파악할 수 있는 것은 고작 거기까지였다.

건우는 법칙의 흐름이 모여드는 그곳에서 검은 장막에 가로막혀 한 걸음을 나아가지 못하고 서성거렸다.

고작 한 걸음.

하지만 그것은 곧 '겉과 속' 그 표리(表裏)처럼 절대적인 차이를 가지는 것이었다.

'간다!, 안 될 것을 알지만 포기하고 물러날 수는 없었다.

결국 건우는 앞을 가로막은 어두운 장막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 때, 수미산 지하 세계의 돌산의 봉우리에 앉아 있던 건우를 향해 또 다시 천겁뢰가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그 뇌전은 이전보다 몇 배는 더 강해진 모습으로 보랏빛 구름속에서 꿈틀거리다가 하늘의 허락을 받고 내려왔다.

-아, 어쩌면 좋아요?

루야는 번개가 내려오는 것을 보며 몸서리를 쳤다.

도저히 막을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던 것이다.

위이이이이이이 잉!

그 때, 열린 아공간 문을 통해 10만 마리의 앙천적의가 건우의 머리 위로 날아올랐다.

그 동안 화의모가 키운 앙천적의 모두가 아공간을 나선 것이다.

앙천적의들이 건우의 머리 위에서 붉은 우산을 만들어 천겁뢰를 막았다.

파지지지지지지 직!

타다다 다다다다 닥!

그 순간 건우의 머리 위해서 화려한 불꽃이 터져 나갔다.

앙천적의들이 천겁뢰를 맞아 볶은 콩처럼 사방으로 튀며 터졌다.

그 때마다 천뢰겁 역시 터져 나가는 앙천적의를 따라서 사방으로 튕겼다.

앙천적의는 그렇게 제 몸을 던져 천겁뢰를 약화 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10만 앙천적의도 과도한 건우의 욕심을 벌하려는 하늘의 힘을 모두 감하진 못했다.

10만 앙천적의가 불타오른 것은 그야말로 순식간!

남은 천겁뢰는 여전히 건우의 머리로 내려오는 중이었다.

-하아, 내가 화의모만 못할 수는 없지.

결국 루야가 입술을 깨물며 성해룡주를 불러 의념을 불어넣었다.

동시에 건우가 앉은 돌산 봉우리를 감싸며 아공간의 일부가 현실에 구현되기 시작했다.

쏴아아아아아아!

파지지지지지지 ! 파지지지직!

-하아! 성공이다!

짧은 순간 모든 힘을 소진한 루야가 아공간 바닥에 주저앉았다.

루야가 현실에 구현한 아공간은 수(水)의 기운이 가득한 바다의 일부.

천겁로는 그 둥근 수막에 막혀서 돌산 봉우리 아래쪽의 지면으로 떨어졌다.

-건우 님, 이젠 저도 더는 도울 수가 없어요. 힘 내세요.

하지만 고작 성령기에 불과한 루야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강력한 천겁로였다.

루야는 그 한 번의 현실 구현으로 모든 힘을 소진하고 건우가 나눠줬던 아공간에 대한 통제력도 대부분 잃고 말았다.

이제는 아공간 입구를 열어 건우를 보는 것도 부담이 될 정도.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간절한 마음으로 건우를 바라보는 것 밖에 없었다.

그 시간.

검은 장막으로 발을 디딘 건우의 의식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암흑 속에 머물고 있었다.

애초에 팔다리가 없는 의식일 뿐이지만 그는 인간의 몸을 지닌 듯이 어둠속을 걷고 있는 중이었다.

그는이 어둠을 벗어나면 천지 법칙을 깨달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에게 어둠은 그 깨달음을 가로막는 벽이자 시험이었다.

그러니 절대 멈출 수 없다는 각오였다.

= 미련한 것 욕심이 과하구나.

그런 건우 앞에 한 사람이 나타났을 때, 건우는 그것이 심마라 생각했다.

깨달음을 방해하려는 심마는 언제나 경계해야 할 대상이었다.

= 어둠이 곧 심마니라. 네가 아무리 어둠을 이겨내려 한들, 그것이 가당키나 하겠느냐.

가부좌를 하고 앉은 노인이 건우를 향해 일갈했다.

고풍스러운 학창의를 입고 틀어 올린 머리를 가늘고 긴 사슴뿔 비녀로 고정한 백발 백염의 노인. 건우는 그 노인을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는 생각에 기억을 더듬었다.

그리고 어둠 속에 들어온 후, 처음으로 걸음을 멈췄다.

"노야(老爺)십니까?"

그리고 노인을 향해 물었다.

눈앞의 노인이 수미 세계를 겨자씨에 봉인한 그 신비한 수사임을 기억해 낸 것이다.

= 나는 허깨비다. 하지만 지금의 너보다는 나을 게다.

"가르침을 주십시오."

건우는 노인에게 가르침을 청했다.

노인의 모습조차도 심마의 일부일 수 있겠지만 어차피 지금은 다른 방도가 없었다.

그가 극복하려 했던 어둠은 어느새 그의 의식까지 파고드는 중이었다.

의식이 만들어낸 몸의 팔다리가 저리고 감각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 그 증거였다.

= 내가 너에게 소임을 주었느니, 너는 그것을 잘 해 내었다.

노인이 말했다.

"소임이라면 혹시 수미 세계를 봉인에서 풀어내는 것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건우가 물었다.

= 바로 그렇다. 내가 네게 바란 것은 거기까지였느니.

"하지만 지금의 수미 세계는 멸계전을 치르고 있습니다. 당연히 저 역시 거기에 공헌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건우는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그것을 위해서 지금까지 노심초사 하며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

그런데 노인의 말은 그것이 아니라 하지 않는가.

= 네가 감당할 일이 아니었느니라. 수미가 봉인에서 풀린 후로 너는 네 삶을 살았어야 했느니.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습니다. 수미 세계가 겨자씨에서 벗어난 것으로 제 일이 끝이 났다면 어찌 제게 수미와 홍애지를 오고갈 방법을 주신 것입니까?"

= 누가 그것으로 수미의 멸계전에 관여하라 하더냐?

"그런. . . . . ."

어처구니없는 말이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노인으로 인해 수미 세계의 상황을 알게 되고,이후 영계로 올라 봉인을 풀어야 한다는 구체적인 목표가 생겼었다.

= 네가 영계에 들어 수미를 봉인에서 풀어 주었으면 그것으로 족한 일. 그 이후는 순리에 맡기면 될 일이었다.

그것으로 건우의 일은 끝났다는 말이다.

"제가 나설 필요가 없었다는 말씀입니까?"

= 그것 역시 너의 선택에 달린 것일 뿐. 하지만 지금 네 모습을 보면 좋은 선택은 아니었지 않으냐?

"그럼 제가 어찌 해야 했다는 말씀입 니까?"

= 모른다.

"네?"

= 네 일을 어찌 나에게 묻느냐? 그저 지금 허깨비 인 내가 나선 것은 네가 수미를 봉인에서 풀어 준 것에 대한 보답을 마무리 하기 위해서다.

"천지 법칙을 엿보려 하는 저를 말리시려 하심입니까?"

건우가 침울한 음성으로 물었다.

= 그러기엔 늦었지. 되돌아 갈 길이 없으니.

그런데 돌아온 대답이 의외였다.

돌아갈 방법이 없는데 노인이 나타나서 도움을 주겠다고 하는 것이면?

"그, 그럼?"

= 내 마지막으로 한 번의 도움을 줄 것이니 그 이후는 네가 알아서 해야 할 것이다.

"가, 감사합니 다 노야!"

건우가 노인의 말에 감격하며 급히 엎드려 절을 하며 머리를 조아렸다.

지금의이 어둠을 걷어 주겠다는 말이니, 천지 법칙에 닿을 기회가 생길 터였다.

= 단 한 번이다. 아울러 다시 이르건데 과한 욕심은 버려야 할 것이다.

노인은 그렇게 경고를 하고는 엎드려 있는 건우의 눈앞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러자 엎드린 건우의 이마 앞, 어두운 바닥에서 티끌 같은 빛이 보였다.

건우는 더욱 고개를 숙여 그것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어어엇!"

그 순간 건우의 의식이 바늘 끝보다 작은 그 빛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다시 암흑만 남은 공간.

홀로 남은 노인이 수염을 쓸어내리고 중얼거렸다.

= 허어, 이방인의 탈을 벗…….

하지만 그 목소리는 끝까지 이어지지 못하고 어둠에 묻히는 노인의 모습과 함께 흩어져 버려 그가 무슨 말을 하려 했는지 알 길이 없어졌다. 남은 어둠만 그저 아득할 뿐이었다.

"오오옴!"

- 아, 건우 님!

한 순간이었다.

건우의 머리 몇 척 위까지 내려온 보랏빛 구름과, 그 구름 안에서 거칠게 요동치던 샛노란 뇌전이 씻은 듯이 사라진 것은.

그리고 그와 함께 하늘에서 상서로운 빛이 쏟아지고 건우의 입에서 깊은 울림을 가진 탄성이 터져 나왔다.

루야는 곧바로 건우가 태령기 승경에 성공했음을 알아차리고 감격했다.

우르르르르릉 ! 샤라 라라라락!

그런데 그 순간 하늘에서 쏟아지던 상서로운 빛의 일부가 불길한 검은 색으로 바뀌며 두 기운이 서로 불협화음을 내기 시작했다.

-아아, 극멸기까지! 영기 승경과 극멸기 승경이 동시에?

루야는 그 현상을 곧바로 알아차렸다.

건우의 태령기 승경을 기리는 천지 법칙의 법열 축복이 극멸기와 영기, 두 기운을 함께 품은 것이다.

= 저게 어찌 된 거지?

= 전에 진극멸기로 승경을 할 때는 저런 현상이 없었는데?

= 기이하군. 분명 진극멸기를 흡수하여 태령기의 벽을 허문 것이 분명한데 = 어찌 영기 승경의 서광까지 비추느냐 하는 것이지.

= 설마 저 놈이 승경 과정에서 남다른 깨달음을 얻었다는 것일까? 그 깨달음이 = 진극멸기의 효과를 넘어설 정도가 되어 태령기 승경에 영향을 주었다면 = 진극멸기의 효과와 깨달음의 효과가 동시에 나타날 수도 있겠지.

소위의 두 얼굴은 본체의 기억을 바탕으로 건우에게 일어나는 현상을 얼추 추측해 냈다.

그리고 두 종류의 법열 서광에 휩싸인 건우는 삼두육비의 모습을 버리고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그것은 그의 경지가 나타결공법에 묶이지 않았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도대체 무슨 공법으로 태령기가 되셨다는 거지?

루야는 그런 건우의 변화를 이해하지 못해 홀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 즈음 건우의 머리위로 쏟아지던 빛이 사그라지며 건우의 눈꺼풀이 올라갔다.

= 하하하, 감축! 감축! 또 감축하네.

= 결국 태령기에 이르렀군. 대단해. 대단해!

그런 건우에게 루야보다 먼저 소위의 두 얼굴이 축하 인사를 건넸다. 건우가 자연스럽게 그 두 얼굴로 시선을 던졌다.

그리고 눈썹을 치켜 올리며 소리쳤다.

"이 놈들! 네놈들이 분수를 잃었구나! 내 너희를 엄히 다스리리라!"

<곡절 많은 태령기 승경을 이루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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