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환장 통수 선협전-299화 (299/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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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령기 승경 >

건우는 태령기 승경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그 동안 진극멸기를 흡수하며 나타결공법을 성령기 완경까지 끌어 올렸다.

그리고 태령기에 오르기 위해 지하 세계의 수많은 괴수, 마수,요수를 사냥해 진극멸기를 모았다.

결국 이전에 사냥한 거대 도마뱀 괴수에서 진극멸기가 생성됨으로써 태령기 승경에 필요한 진극멸기를 모두 모았다.

= 좀 더 일찍 할 수 있었던 일을 괜한 짓을 해시 지금까지 미룬 것이 아니냐고.

= 고작 성령기 완경에 불과한 놈이 태령기 과수를 노릴 담은 어디서 나왔나 몰라.

= 그래도 제법 싸우긴 했었지.자그마치 여섯 달을 싸워서 패퇴했으니까.

= 그 때, 죽지 않은 것은 정말 천운이었지.

= 다른 다섯 태령기 괴수들이 그 놈의 자리를 빼앗으려 하지 않았다면

= 제 자리로 돌아가기 전에 저 녀석을 잡아 먹었겠지.

= 천운이라고 할까

= 아니면 안쪽에 있던 태령기 수사들의 은혜라고 할까.

건우가 온갖 수련 자원을 동원하여 진법과 결계를 세우는 것을 지켜보며 소위의 두 얼굴들이 떠들었다.

그들이 말하는 것은 건우가 나타결공법으로 성령기 완경에 이른 후에 태령기 과수를 사냥하려 했던 일에 대한 것이었다.

건우는 그 때, 성령기 완경이라면 태령기 등급의 괴수라도 감당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무리 태령기라고 해도 영성이 트이지 않은 금수가 아닌가.

그런 정도라면 자신의 능력을 모두 동원하면 사냥 할 수 있을 듯했다.

그리고 그렇게 태령기 괴수를 잡아 진극멸기를 얻는다면 곧바로 태령기 승경에 도전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던 것이다.

그래서 공간 균열을 둘러싼 여섯 태령기 괴수 중에 만만하게 보이는 놈을 골라 기습을 가했다. 하지만 그 싸움은 여섯 달을 끈 끝에 건우의 패배로 끝나고 말았다.

태령기 과수의 힘이 건우가 생각했던 수준을 아득히 뛰어 넘었기 때문이다.

특히 태령기 과수에게 천겁독이 통하지 않았을 때에는 건우도 정신이 아득해 질 정도로 놀라고 말았다.

아무리 괴수들이 독에 대한 저항력이 강하다고 하지만 천겁독이 아닌가.

그 뿐만이 아니었다.

태령기 과수는 기본적으로 법칙의 힘을 약하게나마 몸에 두르고 있었다.

건우가 성해룡주를 이용하여 아공간 현실 구현을 사용하고, 거기에 루야까지 불러내고도 싸움에 진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마지막에 공간 균열을 지키고 있던 태령기 수사들이 모종의 방법으로 다른 다섯 태령기 과수들을 자극하여 건우를 쫒던 괴수를 불러들이지 않았다면 건우는 그 때 죽었을 것이다.

건우는 그 도움이 유정정의 청으로 이루어진 것이란 사실은 몰랐지만, 다섯 태령기 수사들의 도움이 있었던 것은 알고 있었다.

구명의 은혜를 입은 셈이라 마음에 새겨 두고 언젠가 갚으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 우와, 정말 엄청난 준비네요. 도대체 얼마나 많은 자원을 쏟아 부은 거예요?

건우가 승경 준비로 진법과 금제, 결계를 구축하는 것을 보며 루야가 혀를 내둘렀다.

그만큼 건우가 가져다 쓰는 수련 자원이 엄청났기 때문이다.

'준비가 모자라서 승경에 실패하는 것보다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 좋지.'

- 그래도 성령기 완경에 오를 때에 비하면 너무 과하지 않아요? 어차피 진극멸기로 경지를 끌어 올리는 거라서 영기 수련에 비해서 승경 시험이 약하잖아요.

'그건 그렇지.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태령기 승경인데 준비를 소홀히 할 수야 있나!'

건우는 그렇게 대꾸하며 의념으로 영기를 모아 응결시켰다.

그리고 응결되어 실체를 지니게 된 영기를 가늘게 늘여 진법 문양을 만들고, 고대 문자를 쓰고, 선을 그렸다.

허공에 거대한 진법을 형성하는 것이다.

"되었군. 이건 여기에 넣고!"

그렇게 하나의 진법을 완성하고 그것을 거대한 진법의 일부로 밀어 넣는다.

우우우웅 우우우우웅

그러자 지금껏 보이지 않던 거대한 진법이 잠시 모습을 드러내며 새로운 진법을 받아들인다.

그렇게 드러난 거대 진법은 지름이 수 천 장에 이를 정도로 컸는데, 그 진법 곳곳에 갖가지 보석이며 법구, 영단, 요괴와 마수, 괴수의 핵이 박혀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드러난 거대 진법은 건우가 만든 일곱 개의 진법 중에 하나일 뿐이었다.

- 완성인가요?

건우가 진법을 끼워 넣는 것을 보고 눈빛을 반짝이며 물었다.

'그래, 이게 마지막이지. 이걸로 적어도, 일곱 번의 천겁뢰를 막을 수 있을 거다. 그 전에 승경과정을 마무리할 수 있으면 좋겠지.'

- 성령기 완경에 오를 때에도 진법의 도움은 두 번 밖에 안 받았잖아요. 일곱 개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나도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건우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훌쩍 몸을 허공으로 띄웠다.

그리고 둔광과 함께 사라진 그의 몸이 나타난 곳은 소위의 두 얼굴 앞이었다.

"이제 진극멸기를 받아들여 태령기에 도전할 거야."

그는 곧바로 소위의 얼굴들에게 본론을 이야기했다.

= 우리가 도와줄 건?

= 원하는 것이 있으면 말해 봐.

소위의 얼굴들이 선심을 쓰겠다는 듯이 건우를 보며 말했다.

태령기에 오를 건우에게 잘 보여 두겠다는 생각이 표정에 드러나 있었다.

"고작해야 성령기 중기인 너희가 할 일이 뭐가 있겠어? 그냥 가까이 다가오는 잡졸들이나 막아주면 되는 거지."

건우는 크게 바라는 것은 없다는 듯이 그렇게 말했다.

사실상 태령기 승경에 성령기 중기가 도움을 줄 것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승경 과정에서 퍼져 나가는 기운을 알아차리고 접근한 괴수들이 없지는 않을 테니, 그런 귀찬은 것들을 처리해 달라는 말이었다.

= 알았다.

= 맡겨 둬라. 태령기들은 이곳으로 오지 않을 테니, 나머지는 어떻게든 우리가 막아 보마.

= 우리가 비록 성령기 중기라 하더라도 태령기 완경의 본체를 가지고 있다.

= 애를 써 볼 테니 걱정하지 마라.

소위의 두 얼굴은 평소와 달리 진지하고 굳은 표정으로 각오를 드러내며 말했다.

그들 역시 건우가 태령기에 오르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래야 공간 균열에 있는 태령기 수사들을 만날 수 있고, 그들과 함께 고여 있는 천지 법칙의 기운을 처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처리가 끝나야 금제 결계에 묶여 있는 본체가 문으로서의 의무를 마치고 자유로워질 수 있다.

당연히 그 자유로움은 소위가 금제 결계의 축에서 벗어나 온전한 영족 수사로 되돌아가는 것을 말했다.

사실상 소위의 두 얼굴은 그것을 돕고 또 확인하기 위해서 건우와 함께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럼 부탁하지."

건우는 소위의 얼굴들에게 짧게 인사를 하며 뒤를 맡기고 다시 훌쩍 몸을 날렸다.

그리고 그런 그가 도착한 곳은 거대한 인공 석산이었다.

그 돌로 된 산은 둘레에 일곱 개의 산봉우리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 역시 건우가 인공적으로 만들어 세운 것이었다.

일곱 봉우리를 축으로 보호 결계를 만들어 안쪽에 있는 봉우리 하나를 지키게 한 것이다.

건우는 나타결공법을 끌어 올려 삼두육비의 모습으로 변한 후 그 중앙 석산 봉우리 위에 가부좌를 하고 앉았다.

그리고 여섯 개의 손을 가슴 앞에 모아 마귀면밀관의(魔鬼面蜜播臟)의 모습을 한 멸기함분을 끌어내었다.

치리리리 릿 치리리릿!

후우우우웅 후우우우웅!

건우가 멸기함분을 불러내자, 마귀면밀관의 멸기함분은 머리에서는 이빨을 절컥 거리며 기이한 소리를 내고 배에서는 흉악하게 생긴 마귀의 얼굴이 호곡성을 터트렸다.

하지만 건우는 그런 멸기함분을 여섯 개의 손으로 가볍게 쓰다듬어 진정시켰다.

어차피 겉으로 보이는 것만 살아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일 뿐, 이것은 그저 진극멸기를 담는 그릇일 뿐이다.

'시작하자!'

건우는 내심 각오를 다지며 여섯 개의 손 안에 있는 멸기함분에 의념을 집중했다.

그러자 지금껏 진극멸기를 빨아들이기만 했던 마귀의 얼굴이 입을 벌리고 진극멸기를 토해내기 시작했다.

힘 내세요.

=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 너는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건우를 향해 소위의 두 얼굴과 루야가 응원의의 념을 전해왔다.

우르르르르릉! 우르르르릉!

보랏빛 구름이 세상에 가득한데, 그 아래에 있던 여덟 개의 돌산 중에 이제 남은 것은 두 개 뿐이다.

벌써 여섯 개의 돌산이 승경 시험의 천겁뢰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 내린 것이다.

그럼에도 아직 승경 과정은 끝이 나지 않고 보랏빛 구름은 다시 이전보다 짙은 노란색 뇌전을 쌓아가고 있었다.

그 아래, 중앙의 돌산 봉우리 위에 가부좌를 하고 앉은 삼두육비의 거인은 여섯 개의 눈을 모두 감은 상태로 미동도 없었다.

'단순히 의념이 강해지고 다룰 수 있는 천지영기의 양이 늘어나는 정도가 아니다. 태령기는 천지영기를 넘어 천지법칙의 흐름을 알아야 하는 경지다.'

사용할 수 있는 기운의 양이 늘어나고, 의념이 강해지는 것은 태령기라면 당연히 가져야 할 힘일 뿐.

진정 태령기가 되기 위해서는 천지 법칙에 대한 깨달음이 있어야했다.

건우는 진극멸기를 흡수하여 성령기 완경의 경지를 돌파하면서 그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원했다면 다섯 개의 산봉우리가 박살날 즈음에 승경을 마무리 할 수도 있었다.

'그래봐야 반쪽짜리 승경에 불과하지. 이렇게 끝내서는 반푼이 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건우는 그렇게 승경을 끝낼 수는 없었다. 진극멸기에 의한 승경, 그 한계를 알았기 때문이다.

'태령기에 오르는 벽은 쉽게 허물었다. 그리고 의념도 강해지고 넓어졌다. 당연히 다룰 수 있는 천지 영기의 양도 훨씬 늘어났다. 하지만 이건 그저 성령기 완경이 그저 힘만 강해 진 수준일 뿐이다.' 건우는 그것을 알았기에 어떻게든 진정한 태령기가 되고자했다.

그리고 그 기회는 지금이 아니면 다시 맞이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임도 알고 있었다.

'물에서 살던 놈이 뭍으로 올라왔다. 지금 이대로 공기에 적응해 버리면, 지금 느끼는이 감각을 다시 느끼긴 어렵다/익숙해진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지금 건우가 천지 법칙의 흐름을 민감하게 느끼는 것은 그가 태령기 수준에 오르면서 받은 혜택과 같은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금처럼 예민한 감각은 무뎌져 사라질 것이고, 천지 법칙의 흐름도 본질을 놓치게 될 것이다.

건우는 그것을 본능적으로 느꼈기에 승경을 끝내지 못하고 애타게 천지 법칙의 흐름을 궁구하고 또 궁구하는 것이었다.

우르르르르릉! 우르르르릉!

콰릉! 콰르릉! 콰르르르릉!

머리 위에선 보랏빛 구름이 건우를 위협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제는 그만 마무리 하라는 것이다.

넘볼 수 없는 것을 욕심내다가 천겁뢰에 불타 죽을 것이라는 소리다.

진극멸기를 이용해서 쉽게 벽을 허물었으면 그 정도에 만족하고 포기하라는 소리다.

편법을 썼으니 마땅히 그 대가를 받아야 할 것이란 소리, 그것을 거부하면 하늘의 벌이 이전과 다를 것이라는 경고다.

-아아! 건우 님 모이는 뇌전의 기운이 이전과는 사뭇 달라요. 범상치 않다고요!

루야도 보랏빛 구름에 쌓이는 천겁뢰의 기세가 이전과는 전혀 다름을 알았는지 다급하게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건우는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살색, 회색, 검은색의 세 머리는 눈을 굳게 감은 상태로 꼼짝도 하지 않았다.

쿠르르르르르르르르릉!

머리 위에서 엄청난 뇌성이 터져 나와 세상을 숨죽이게 만들었다.

그것은 편법을 쓰고도 깜냥에 맞지 않는 욕심을 부리는 건우에 대한 마지막 경고였다.

버언쩍! 꽈릉! 꽈르르르릉!

쩌저저저저적!

투화화화황 파지지지직

쩌저저저저적!

그리고 결국 말을 듣지 않는 건우를 향해 일직선으로 내리 꽂히는 노란색의 뇌전.

일찍이 본 적이 없는 거대한 크기의 천겁뢰가 하늘과 땅을 일직선으로 갈랐다.

그에 대응한 것은 남아 있던 마지막 일곱 번째 돌산 봉우리.

영기를 드러내며 수천 장의 진법이 금광을 머금었다.

그리고 그 진법에 박혀 있던 갖가지 수련 자원들이 먼지로 흩어지며 천겁로의 기운을 상쇄했다.

하지만 진법의 금광은 오래지 않아서 천겁뢰의 노란색에 먹혀 버렸다.

노란색 천겁로는 수천 장 크기의 진법, 그 진법을 구성하는 선과 문양, 문자를 따라 흐르며 모든 것을 불태웠다.

연기도 내지 못하고 곧바로 타올라 재가 되는 거대 진법.

건우의 머리 위에 떠 있던 진법은 그렇게 촌각만에 사그라져 버렸다.

위, 위험해요!

순간 루야가 고함을 질렀다.

수천 장, 넓은 진법으로 퍼져 나갔던 천겁뢰가 다시 중앙으로 모여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모인 천겁로는 기세를 잃지 않고 곧바로 삼두육비의 머리 위로 떨어져 내렸다.

<태령기 승경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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