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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환장 통수 선협전-290화 (290/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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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시원하게 실력을 드러내다  >

건우는 갑자기 나타나 앞뒤를 가로막고 소리를 지르는 두 수사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이 놈들이 어디서 나타난 거지? 주위에 수사들의 기척이 없었는데? '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조심스럽게 움직이며 주변을 세밀히 살피던 중이었는데 그 이목을 속인 이들이 있으니 놀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삼두육비, 내 알기로 그런 녀석은 오직 하나밖에 없는 것으로 안다. 너! 길우몽이 맞느냐?"

건우가 잠깐 놀라서 둘을 살피며 경계하는데 소머리 수사가 건우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물었다.

"내가 길 모인 것은 맞는데, 그러는 수사는 누군데 그리 언사가 고약하지?"

비록 성령기 초기라 하지만 태령기도 아닌 놈에게 숙이고 들어갈 생각이 없었던 건우는 곧바로 소머리 수사의 언행을 지적하며 맞받아쳤다.

"뭐라? 이 노옴! 네가 죽고 싶은 모양이구나. 고작 성령기 초기 따위가 나에게 건방을 떨어? !"

소머리 수사가 건우의 말에 발끈하며 고함을 질렀다.

그런 중에 호리병박을 안은 영족 수사는 눈치를 살피며 허공에 조용히 술법진을 그렸다.

고명한 진법은 아니지만 잠시라도 상대의 움직임을 방해할 정도는 되는 진법.

이로써 건우의 도주를 막겠다는 의도가 분명하게 드러났다.

건우도 그런 사실을 알아차리고 인상을 찌푸리며 살색 머리로는 소머리 수사를 노려보고, 검은 머리로는 호리병박 영족 수사를 노려봤다.

"다짜고짜 나타나 길을 막더니, 지금 하는 짓은 나를 핍박하자는 것이 분명하네? 그렇지?"

원래 삼두육비의 세 머리는 그 외모가 흉측한 편이다.

그런데 거기에 인상까지 찌푸리고 눈을 부라리니 흉상도 그런 흉상이 없다.

호리병박 영족 수사는 일그러진 검은 얼굴이 자신을 노려보자 슬쩍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이 놈! 감히 네 놈이 선배를 무시하는 것이냐? 아무리 같은 성령기라 하더라도 초기와 완경의 차이가 하늘과 땅과 같음을 모르느냐? !"

하지만 소머리 수사는 도리어 약점을 잡았다는 듯이 고함을 지르며 기운을 끌어올려 건우를 억누르려했다.

이참에 눈앞의 길우몽을 잡아 주리를 틀면 무엇이 나와도 나올 것이란 계산을 마친 후였다.

당연히 호리병박 영족 수사 역시 그런 소머리 수사와 생각이 같았지만 조금 더 조심하느라 상황을 살피는 것일 뿐이었다.

"머리는 소머린데 하는 말은 개소리군. 너는 왜 말을 하지 않고 짖고 있는 것이냐? 내 그 주둥이를 깨트려 주마!"

그런데 소머리 수사의 말을 들은 건우는 곧바로 극멸기를 끌어 올리며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파파파팍!

"이런 미친놈이! 으라랏!"

소머리 수사는 건우가 몸싸움을 걸어오자 당황했지만 곧바로 손과 발을 이용하여 건우의 공격을 막아냈다.

여섯 개의 팔과 두 개의 다리를 지닌 건우가 유리할 수밖에 없는 육박전. 하지만 의외로 소머리 수사도 선전하여 둘의 싸움은 팽팽하게 이어졌다.

"노옴, 선배를 무시하다니 내 가르침을 아끼지 않겠다."

그런 중에 눈치를 보던 호리병박 영족이 싸움에 가담했다.

이대로 가다가 소머리 수사가 삼두육비 놈을 제압하면 자신에게 떨어질 것이 줄어들 것을 걱정한 것이다.

최르르르르륵!

호리병에서 검은 물이 흘러나와 허공을 누비며 꿈틀거렸다. 그리고 어느새, 그것은 용과 비슷한 모습을 갖추었다. 흑수룡(黑水龍)이 나타난 것이다.

"으음?"

건우는 맞붙어 육박전을 벌이고 있는 소머리 수사보다는 흑수룡이 더욱 위험하게 느껴졌다.

그 때문에 그 쪽을 더욱 경계하는데 소머리 수사도 그 낌새를 알아차리고는 더욱 건우를 몰아붙이려했다.

파지지 지직!

"뇌전? !"

소머리 수사의 머리에 난 우각의 두 끝과 끝으로 한 줄기 검은 뇌전이 이어졌다.

그리고 일순 소머리 수사의 머리가 건우를 향해 날아왔다.

실제로는 허물을 벗는 것처럼 소머리 수사의 머리가 허상으로 떠올라 건우를 향해 쏘아진 것이었다.

"잘 했다!"

그 모습에 호리병박 영족이 크게 고함을 지르며 흑수룡을 건우에게 날려 보냈다.

입을 크게 벌리고 빠르게 날아드는 흑수룡, 거기에 벌써 건우의 얼굴을 찌를 듯이 다가온 소머리 허상.

건우는 양쪽의 협공으로 순식간에 위기에 처한 듯 보였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건우의 왼쪽 살색 머리가 입을 크게 벌려 영기를 쏘아내고, 왼쪽 검은 머리는 응결된 극멸기를 쏘아냈다. 콰과과광! 파지지지지직!

소머리 허상은 폭발과 함께 박살이 나고, 흑수룡은 응결된 극멸기를 맞고 수증기를 내뿜으며 물러났다.

"뭐? 영기라고?"

"어떻게 영기를 써?"

소머리 수사와 호리병박 영족 수사는 자신들의 공격이 막힌 것보다는 건우가 영기를 사용한 것에 더욱 놀란 모습이었다.

"그런 걸 궁금하게 여기는 것을 보니 여유가 넘치는 모양이구나. 오냐, 그토록 나를 무시하니 어디 이것도 한번 받아봐라!"

건우가 살색과 검은색의 머리로 각각 소머리 수사와 호리병박 수사를 노려보며 고함을 질렀다.

그러더 니 훌쩍 한쪽으로 몸을 날려 두 수사를 한 방향에 놓았다.

"음? 무슨 짓을?"

"저 놈이 수작을 부릴 모양이다. 틈을 주지 마라!"

소머리 수사가 의아한 눈빛을 할 때, 호리병박 영족 수사가 고함을 지르며 흑수룡을 다시 건우에게 달려들게 하고, 검은 물을 더 뽑아내어 몸을 가리는 방패를 만들었다.

이에 소머리 수사도 눈치가 없지는 않은지 두 손으로 수인을 맺으며 의념을 집중하여 극멸기를 응결시켜 커다란 황소를 만들어냈다.

삼두육비의 회색 머리가 입을 벌리고 번뜩이는 광선을 쏘아낸 것과 흑수룡과 황소의 질주가 시작된 것은 거의 동시였다.

꽈르르릉!

"커 억!"

"어헛! 이럴 수가!"

그리고 그 한 번의 충돌은 건우의 판정승으로 결론 났다.

소머리 허상은 다시 박살났고, 흑수룡도 파편이 되어 흩어졌다.

그나마 흑수룡의 파편은 물방울이 되어 다시 호리병박으로 빨려 들어갔으니 영족 수사는 이후에 그것을 다시 회복할 여지는 있을 것이었다.

"뭐냐? 영기와 극멸기를 합쳤다고?"

"서로 상극, 상쇄되는 기운을 어찌 합쳐? 아니 충돌시켜 폭발을 얻은 거였나?"

소머리 수사와 호리병박 영족 수사가 충격으로 답답해진 속을 달래기 위해선지 다시 건우를 보며 의문을 쏟아냈다.

"역시이 정도로는 안 된다는 말이지?"

하지만 건우는 영기와 극멸기, 혼돈기까지 합쳐서 공격을 하고도 큰 결실을 거두지 못하자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건우의 의념이 강력하다 해도 성령기 초기의 경지로 성령기 완경 둘과 힘겨루기를 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이러면 어쩔 수 없지."

건우는 작정을 한 듯이 아공간에서 검을 꺼내 들었다.

이전에 검선에게 받았던 일천 개의 검이 중첩된 바로 그 검이었다.

"저것은 영기 수도계의 보물이 아닌가. 어찌 저 놈이 저런 것을 가지고 있지?"

"뭔가 반드시 비밀이 있다. 보통 일이 아니야."

"그렇다고 해도 상관없다. 저 놈을 잡기만 하면 될 일이 아니냐."

"그야 그렇지. 고작 성령기 초기 따위! 재주가 남다르다 하지만 그래봐야 우리를 감당할 수는 없다."

건우가 일천성광검을 꺼내들자 경계심이 생긴 그들이었지만 그래도 자신들이 질 거란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크하하하하 오랜만에 진심으로 싸울 마음이 생겼다."

"나 역시 방심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리라. 이제 네 놈의 재롱도 끝이다!"

소머리 수사와 호리병박 영족 수사는 전력을 다할 각오로 각자의 주 공법을 펼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은 건우가 나타결공법을 펼치며 그 속으로는 금강패갑공을 숨긴 사실을 몰랐다.

말로는 방심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다 했지만, 그들이 보기에 건우는 고작해야 성령기 초기.

당연히 공세를 펼치면서도 성령기 초기를 상대로 한다는 여유가 끼어 있을 수밖에 없었다.

"풋! 한심한 것들!"

건우가 그런 심리를 알아차리고 일천성광검을 휘두르며 그들을 비웃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건우의 몸에서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영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 짜잔! 루야 등장이에요!

거기에 더해서 성해룡주를 손에 든 루야가 아공간을 현실로 구현하며 모습을 드러냈다.

"커억! 성령기 후기!"

"어찌? 아니! 영기 수련 수사였다고? !"

소머리 수사와 호리병박 영족의 눈이 동시에 빠질 듯이 커지며 고함을 질렀다.

하지만 그 때는 이미 건우의 성광검이 그들의 육신은 물론 영체까지 가르고 지나간 후였다.

나타결공법 내면에 숨긴 금강패갑공으로 성령기 후기의 경지를 이루고, 거기에 루야의 보조까지 더했다.

건우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공세를 펼친 것이다.

드러내지 않은 것이 있다면 천겁독 정도일까?

어쨌건 그런 건우의 공격에 소머리 수사가 만들었던 거대한 황소의 형상이 사선으로 잘려 미끄러지다 흩어지고, 영족의 호리병박도 세로로 갈라져 검은 물이 터져나와 사방으로 뿌려졌다 ?

"이, 이게 어찌?"

"서, 성령기 후기라고 해도 고작 그 따위에게 이렇게 주, 죽는다고? 이럴 수……?"

그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리고 눈을 감으면서 건우의 검을 떠올렸다.

하지만 실제로 그들의 죽음을 부른 것은 그 검공 안에 숨겨져 있던 금강패갑공의 공능.

원래 강력한 방어 능력 때문에 크게 부각되지는 않지만 금강패갑공에는 상대의 공격을 먹어치우는 공능이 있었다.

그런데 그런 공능이 극멸기와 영기가 만났을 때 서로 상쇄 되는 현상에 영향을 미쳤다.

그것도 아주 긍정적이고 또 강력하게.

이는 건우가 이곳으로 넘어와 아공간에서 경지를 회복하는 중에 금강패갑공에서 새롭게 정립해 낸 수법이었다.

"금강패갑공으로 극멸기를 상대할 때 이런 결과를 만드는 것을 진작 알았다면 좋았을 것을."

건우는 아쉽다는 듯이 중얼거리더니 다시 나타결공법을 끌어 올렸다.

그리고 삼두육비의 모습으로 기식이 엄엄하여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은 소머리 수사와 호리병박 영족 수사를 향해 주먹질을했다.

퍼퍼퍼퍽!

"죽더라도 극멸기에 죽어야 진극멸기가 나오지. 어차피 갈 거라면 선업이나 쌓고 가라."

*    *   *

- 와, 깔끔하게 성령기 완경 수사 둘을 해치웠네요?

싸움이 끝난 후, 건우가 죽은 수사들의 재물을 수습하는데 루야가 말을 걸었다.

'죽은 놈들이 방심을 한 덕분이지. 만약 제대로 붙었으면 둘 중에 하나 정도는 도망을 갈 수도 있었을 거다. '

- 에이, 건우 님이 쉽게 놓칠 리가 없죠.

'아니야. 나는이 놈들이 어디에 있다가 나타났는지 몰라. 분명 둔술을 펼치며 나타났으니 그리 먼 곳은 아니었을 텐데. '

- 그럼 하나라도 살려두지 그러셨어요? 이것저것 물어보게.

루야가 아쉽 다는 듯이 말했다.

하지만 건우는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성령기 완경을 가볍게 볼 수는 없지. 어떤 수를 숨겨두고 있을지 모르잖아. 그러니 최대한 속전속결로 처리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나보다 경지도 높은 놈들이었어. 그걸 잊으면 안 되지.'

- 그럼 여기도 위험한 거 아닐까요? 죽은 놈들이 어디서 왔는지 모르지만 혹시 태령기 수사라도 있으면 어떻게 해요?

'그렇진 않겠지. 여기가 이곳 알시평(車L屍I平)의 외곽이니 아마 근처에 혼돈역 입구가 있을 거다. 죽은 놈들은 그곳을 지키는 놈들이었을 거고.'

- 그럴 거라고 예상하긴 하지만, 그래도 조심해요.

'그래? 그래야지.'

건우는 그렇게 대답하고는 소머리 수사와 호리병박 영족의 공간낭을 모두 챙겨들고 허공으로 훌쩍 몸을 던졌다.

그런 건우의 발밑에는 낯선 비행 법보가 하나 나타났는데, 뼈로 된 커다란 전각처럼 생긴 것이었다.

건우가 그 동안 죽인 멸계 수사들의 법구(法具) 중에서 적당히 손을 봐서 만든 것이었다.

그는 그 비행 법보를 타고 몇 달 동안 주변을 살핀 끝에 결국 소머리 수사와 호리 병박 영족이 머물던 정자를 찾아냈다.

그리고 당연히 알시평이라 하는 이곳 혼돈역의 입구도 찾아낼 수 있었다.

'아직은 내가 여길 나갈 때가 아니지만 일단 입구를 찾아 놓은 것은 다행이지. '

하지만 건우는 당장 혼돈역을 벗어날 생각이 없었기에 입구에서 멀지 않은 곳에 부양도의 전송진과 대응할 수 있는 진법을 숨겨두고 다시 길을 나섰다.

그는 아직 이곳에서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었다.

<간만에 시원하게 실력을 드러내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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