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환장 통수 선협전-281화 (281/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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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놈이나 저 놈이나 욕심이 욕심이! >

"그래, 이제 말을 해 보거라."

"네?"

건우는 배에 오르자마자 자신을 향해 돌아서며 재촉하는 자오로의 말에 영문을 몰라 어정쩡히 대답했다.

"어허 내가 일찍이 묻지 않았더냐.어떻게 금역을 그리 빠르게 통과했는지."

"아!"

자오로가 언짢은 표정으로 건우를 탓했고, 건우는 그 때서야 상황을 파악하고 낮은 탄성을 터트렸다.

나타결공법의 특별함에 정신이 팔렸던 자오로(灰汚爐)지만 금역 통과에 대한 궁금증도 풀지 않고 그냥 지나칠 생각은 없었던 것이다.

건우는 내심 궁리를 했지만 마땅히 둘러댈 핑계가 없었다.

금역을 통과하는데 특별한 소비성 법보를 썼다는 거짓말을 해 볼까 생각도했다.

하지만 그런 법보에 대해서 이리저리 설명을 하자면 결국 거짓임이 드러날 것이다.

태령기 후기의 수사를 속이는 것이 어디 그리 쉬울까.

"금역을 빠르게 통과한 것은 후배에게 금제를 뚫을 수 있는 특별한 수단이 있기 때문입니다."

건우는 어쩔 수 없이 솔직하게 대답했다.

"그래?그럼 어디 어떤 수단인지 꺼내 보거라."

그러자 자오로가 곧바로 건우에게 그렇게 말했다.

"어르신께 보여드릴 정도로 대단한 것은……

"그것은 내가 보고 판단할 일이다!"

건우는 태령기 후기의 경지로 성령기의 것을 탐내느냐는 뜻을 담아 말을 하려 했으나 자오로는 단호하게 그 말을 중간에서 끊었다.

건우는 그 태도를 보고 자오로가 굉장히 탐욕스러운 자임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자오로의 명을 거역할 수는 없었다.

"알, 겠습니다."

대답하는 건우의 턱에 힘이 들어갔다.

자오로도 눈치가 있어 그것을 모르진 않았지만 재미있다는 듯이 지켜보며 피식 웃고 있었다.

건우는 오른손으로 세 머리 중에 제일 오른쪽인 검은 머리의 뒤통수를 때렸다.

그러자 그 검은 머리의 오른쪽 귀에서 앙천적의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으음?"

자오로가 앙천적의의 정체를 파악하지 못한 듯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 뒤쪽에 있는 세 명의 태령기 수사들을 바라봤다.

하지만 자오로의 눈빛을 받은 세 수사는 그들 역시 앙천적의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무엇이냐?"

자오로가 건우를 보며 물었다.

"앙천적의라 합니다."

"앙천적의?흐음?0H 그렇구나.본계의 것이 아니라 영기 수도계의 것이었어!"

자오로가 앙천적의에 대해 아는 것이 있었는지 뒤늦게 탄성을 터트렸다.

깊이 넣어 두었던 기억을 되살린 모양이었다.

"아십니까?"

"저는 들은 바가 없습니다만."

"어떤 것입니까?매우 사나워 보입니다."

뒤에서 태령기 수사 셋이 자오로에게 물었다.

"나도 아는 바가 많지는 않다.그저 금제를 잘 찾고 그 금제를 먹이로 삼는 괴수가 있다고 들었지.흠, 하지만 생긴 것이 조금 다르구나."

그렇게 말하며 자오로가 의심의 눈빛을 건우에게 던졌다.

"운이 놓아서 영기 수도계에서 얻어 온 것인데, 본계로 넘어온 후에 대부분이 죽었습니다.그런 중에 몇 마리가 간신히 살아서 변이를 일으켜이 모습이 되었 습니다.이후 각고의 공을 들여 번식을 시켜 지금의 숫자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전부더냐?숨긴 것이 있지는 않겠지?"

"그, 그렇습니다."

"그래?진정 거짓은 아니고?"

"네, 어르신."

건우는 자오로가 보내는 의심의 눈빛을 피하지 않으며 당당하게 대답했다.

비록 꺼내 놓은 앙천적의가 1만 마리에 불과하지만 자오로가 아공간에 있는 다른 앙천적의를 알아차리진 못할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그렇구나.그런데 너는 그것들은 나에게 바칠 생각이 없느냐?"

그때, 자오로가 히죽 웃는 표정으로 건우를 보며 물었다.

건우는 그 물음에 대답을 하지 않고 입을 다물었다.

"음?내키지 않는 모양이구나?하지만 잘 생각을 해 보거라.아무래도 내가 너보다는 그것들을 더 잘 다룰 수 있지 않겠느냐.그리고 그것들을 내게 줄 때에는 당연히 어미개미도 빼놓아서는 안 되겠지?안 그러냐?크하하하하."

"크으으윽!"

자오로가 크게 웃음을 터트리자 순간적으로 그의 눈동자가 완전히 백색으로 변했다.

그리고 그 눈빛을 접하는 순간 건우는 온몸의 극멸기가 사납게 요동치며 거꾸로 흐르는 것을 느꼈다.

극멸기의 역류.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건우는 자신의 성령기 초기 경지가 마구 요동치는 것을 느꼈다.

자오로가 조금만 더 오래 건우의 극멸기를 거꾸로 돌렸다면 분명히 건우의 경지는 입령기로 떨어져 버리고 말았을 것이다.

'이건 상대가 안 된다.'

건우는 그 순간 자오로와 자신의 차이를 확실하게 깨달았다.

그리고 건우가 정신을 차렸을 때, 자오로와 세 명의 태령기 수사는 이미 선실 안으로 사라진 후였다.

이제 갑판에 남은 것은 건우와 맹처령 밖에 없었다.

둘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며 작게 한숨을 쉬었다.

자오로의 손에서 도망갈 방법이 없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아마 도망을 쳐도 둔술 몇 번을 펼치기 전에 자오로나 다른 태령기 수사들에게 잡힐 것이 분명했다.

그런 자신이 있으니 건우와 맹처령을 갑판에 두고 방치한 것일 테고.

= 어찌 할 생각…….

= 태령기 후기의 어르신께서 원하시는 것인데 제가 어찌 거역을 하겠습니까.

맹처령이 건우에게 조심스럽게 의념으로 말을 걸었다.

건우는 그 말을 중간에서 가로채며 맹처령에게 존대를했다.

= 그럼 앙천적의를 자 어르신께 내어 놓겠다는…….

= 수도계의 이치가 강자에게 약자가 굽히는 것이 당연한 일인데, 목숨을 부지할 수 있다면 무엇을 못하겠습니까?

= 지, 진정 그리 생각하느…냐?

맹처령도 이제 건우가 존대를 하는 이유를 짐작했는지 눈치껏 하대를했다.

태령기 수사들이 귀찮음을 감수하며 둘의 말을 엿들을 것 같지는 않지만, 하고자 하면 못할 것도 없으니 애초에 말조심을 하자는 뜻을 읽은 것이다.

= 어쩔 수 없지요.그리고 이참에 맹 수사의 독도 해독을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 음?내 독을?

= 그 요망한 여우가 그리 악독한 독을 쓸 줄을 어떻게 알았겠습니까만, 이제 제가 해독 방법을 찾았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순간적으로 독을 쓴 것을 유세명의 짓으로 말하는 건우였고, 맹처령도이 번에는 순발력 있게 그 말을 받아 주었다.

= 오오, 진정 그렇다면 내 두고두고 길 수사에게 보은을 함세.아무렴.

맹처령은 그렇게 말하며 활짝 웃었다.

건우가 자신의 독을 해독해 주면서 관계 개선을 하려고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태령기 수사들에게 노예처럼 붙들린 상황에서 맹처령 자신이 배신이라도 하면 뒤가 없게 된다.

그러 니 건우가 자신을 회유하려는 마음에서 해독을 해 주려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 앙천적의를 자 어르신께 드리는 것도 당장 될 일은 아니니 준비를 해야 합니다.그 사이에 맹 수사는 해독에 힘을 쓰십시오.제가 그에 맞는 독공술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 알겠네.고맙네.

= 어차피 앙천적의와의 의식 연결을 끊자면 시간이 걸릴 테지요.그게 마무리되면 맹 수사와 함께 자 어르신을 뵙고 정식으로 휘하에 들기를 청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 그래, 그게 좋겠지.그런데 자네는 본계와 전장을 오가는 것에 대한 궁리를 할 테니 자 어르신께서 박대하지 않겠지만 나는…….

맹처령은 자오로가 멸계전의 전장에서 본계로 돌아오는 것에 대해서 무척 관심이 크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심지어 그 때문에 휘하의 태령기 수사에게 경고까지 하지 않았던가.

그 일을 하게 될 건우에 비하면 자신은 지금 어정쩡한 처지라 언제든 잘못될 수도 있다는 걱정이 컸다.

= 맹 수사도 성령기 완경의 경지가 아닙니까.태령기 어르신께는 미치지 못하지만 성령기 완경이 어찌 낮은 경지라 하겠습니까.

맹 수사 역시 반드시 중히 쓰이실 것입니다.걱정하지 마시지요.그리고 우리가 서로 뭉쳐 한 몸처럼 움직인다면 자 어르신께서도 저를 봐서라도 맹 수사를 함부로 대하시진 않으시겠지 요= 하하.그, 그래.길 수사가 함께 나서 준다면야 나도 마음을 놓을 수 있겠지.

맹처령은 건우가 해독을 해 주더라도 그런 식으로 우위에 있으려 한다는 생각에 속이 뒤틀렸지만 겉으로는 태연한 척 웃으며 말했다.

= 그럼, 제가 해독을 위한 독공술을 알려드리겠습니다.한 번 들어 보고 이치에 맞는지 확인을 해 보시지요.

앞으로의 일에 대한 의논이 대충 마무리되자 건우는 제일 먼저 맹처령에게 천겁독을 다스릴 독공을 알려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후에는 독공 수련을 시작한 맹처령 옆에 나란히 가부좌를 하고 앉아서 1만 마리의 앙천적의를 새롭게 연화하기 시작했다.

자신과의 의식 연결을 끊어내고 주인이 없는 상태로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음.그럼 그렇지.제까짓 놈이 내 말을 어찌 거역해?!"

그 시간 선실에 들어가 있던 자오로는 건우가 1만 마리의 앙천적의를 앞에 두고 새로 연화를 시작하자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며 활짝 웃었다.

이제 오래지 않아서 앙천적의라는 귀물이 자신의 손에 들어오게 될 것이다.

게다가 저 길우몽이란 놈이 멸계전의 전장과 본계를 오갈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 낸다면, 이후 멸계전에서 자신의 세력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전쟁의 승패와 상관없이 본계로 돌아갈 방법을 자신이 가지고 있다면 그것을 얻기 위해 달려와 엎드릴 놈들이 얼마나 많겠는가.

자오로는 생각하면 할수록 길우몽이란 놈을 만난 것은 천운이 닿은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크하하하.재주가 뛰어나 놈인 듯하니 골수까지 뽑아 먹어야지.아무렴.하하하하."

= 뭐라 했습니까?앙천적의의 수를 감춘 것을 자 어르신께 고하겠다 했습니까?

건우가 와락 얼굴을 붉히며 맹처령을 노려봤다.

= 뭩 그리 놀라나?어차피 이번에 자 어르신께 앙천적의를 바치기로 하지 않았나.거기에 어미개미까지 자 어르신께 드리는데 굳이 나머지를 숨겨 두어 무 엇에 쓰려고?

= 맹 수사.어미개미까지 자 어르신께 드리게 되어 수를 더 이상 불리기는 어렵겠지만 숨겨 놓은 2만 마리면 한동안은 제가 어찌 써도 쓸 수 있지 않겠습니 까.굳이 그것까지 자 어르신께 아뢸 일이 있습니까?

건우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혹은 이해해 달라는 듯, 맹처령을 보며 말했다.

= 커엄.이보게 길 수사.어차피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자 어르신께 숨기는 것이 있어서야 쓰겠는가.그리고…….

= 무엇입니까.맹 수사께서 이리 나오시는 이유가 따로 있겠지요?

건우는 맹처령이 갑자기 자신이 숨겨 놓은 2만 마리의 앙천적의까지 모두 자오로에게 넘기자고 할 때부터 그에게 뭔가 다른 생각이 있음을 의심했다.

어차피 자신은 어미개미까지 자오로에게 넘기겠다고 한 상황이 아닌가.

맹처령도 그것을 알고 있으면서 굳이 숨겨 놓은 앙천적의까지 바치자고 하다니.

어미개미를 넘긴다면 이후의 번식이야 자오로가 알아서 할 수 있음을 짐작할 텐데.

= 솔직히 내 처지가 좀 빈약한 상황이라 그렇지.어르신께 점수를 좀 따야 할 텐데, 그러자면 길 수사가 숨겨 놓은 앙천적의 2만 마리를 내가 설득하여 내 놓 게 했다면…….

= 고작 그런 이유란 말입니까?그래서 맹 수사가 얻을 것이 뭐가 그리 대단하겠습니까?이리 나오시면 저도 앞으로 맹 수사의 편의를 봐 주기 어렵지 않겠 습니까?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함께 하자고 하시더 니…….

= 고작 성령기 초기인 너와 내가 같을 수가 있겠느냐?

건우가 설득하려 하자 맹처령은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태도로 가당치도 않다는 듯이 말했다.

= 내가 맹 수사보다는 더 귀한 대접을 받을 거란 사실을 굳이 말로 해야 아신단 말입니까?

이에 결국 건우가 답답하다는 듯이 그런 말까지 꺼내고 말았다.

자오로가 멸계전의 전장과 본계 사이를 오가는 방법에 지대한 관심이 있고 그 일은 자신만이 할 수 있음을 상기시키려 한 것이다.

= 크흐흐.그게 무슨 상관이란 말이냐?태령기 후기의 어르신께서 너 하나를 어쩌지 못하실 것 같으냐?죽고 사는 것도 마음대로 할 수 없게 할 능력이 충분 하실 것이다.네가 앙천적의를 숨긴 것을 아시게 되어도 너를 곱게 대하실 것 같으냐?

= 도대체 이러는 이유가 뭡니까?차라리 나에게 이런 말을 할 것도 없이 그냥 자 어르신께 가서 이르지 그러셨습니까?

건우가 화난 목소리로 맹처령에게 비아냥거렸다.

= 크흐흐.내가 너를 설득하여 네 스스로 앙천적의를 내 놓을 마음을 먹게 만들었다고 하면, 그리 되면 너도 좋고, 나도 좋지 않으냐.네게도 살 길을 열어주 려는 것이다.

= 결국은 이런 짓을 하면서도 나와 사이가 완전히 틀어지는 것은 피해 보겠다는 계산인 것입니까?

건우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물었다.

= 원수지간이 될 것이야 뭐가 있겠나.

맹처령이 능글맞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건우가 깊게 한숨을 쉬었다.

= 하아아, 해독법을 일러 드렸더니 이리 뒤통수를 때리십니다 그려?

= 하하, 사는 것이 다 그런 것이지.

맹처령이 슬쩍 비웃는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자 건우는 화가 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하지만 그런 건우의 진정한 속마음은 겉과는 또 달랐다.

'네 놈은 결국 내 예상을 벗어나지 못하는구나.멍청한 놈.'

<이 놈이나 저 놈이나 욕심이 욕심이!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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