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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환장 통수 선협전-279화 (279/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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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수 통수! 요리 치고, 조리 치고 >

"정말 그렇다면 유 수사와 길 수사가 우리와 함께 하는 것을 거부할 이유가 없겠지."

"그렇고 말고요. 앞서 태령기 어르신들이 먼저 금역에 들어가시는 바람에 금제가 사나워졌는데, 저런 인재가 함께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우리도 반대하지 않겠습니다. 아니, 오히려 찬성입니다. 계와 계 사이의 금역을 넘는데는 10년도 짧다 할 것인데, 1년이라면 엎드려 청할 일이지요."

유세명의 말에 일곱 수사의 무리들은 곧바로 격렬한 환영의 뜻을 보였다.

이에 지수갈 일행이 다급해진 것은 당연한 일.

지수갈이 나서 건우를 향해 뭐라 하려 할 때였다.

"그렇다면 망설일 것이 뭐가 있겠습니까? 이제 저들을 멀리 쫓아내고 우리가 금역의 입구를 여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건우가 성큼, 앞으로 나서서 지수갈 일행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 말은 곧 건우 일행이 일곱 수사들과 함께 하겠다는 답이나 다를 것이 없었다.

이쯤 되니 일곱 수사들이 곧바로 지수갈을 포함한 세 수사를 향해 강렬한 기세를 뿜어냈다.

"뭣들 하는 거지? 돌아가는 상황을 봤다면 냉큼 꼬리를 말고 도망을 가야하지 않겠나?"

"옳은 말이지. 계속 버티다가 그 알량한 목숨을 잃게 될지도 모르는데?"

일곱 수사의 무리 중에 붉은 머리카락의 수사와 흑포를 입은 대머리 수사가 나서서 지수갈 일행에게 독설을 쏟아냈다.

그들은 바로 일곱 수사 중에서 가장 경지가 높은 성령기 완경의 수사들이었다.

그들이 나서자 지수갈 일행은 당황한 표정으로 건우와 유세명을 노려보다가 어금니를 깨물며 분분히 둔광을 남기고 모습을 감추었다.

"확실히 자리를 피했습니다."

"그렇군. 어설픈 수작을 부린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대가를 치러 주려 했는데, 그나마 주제 파악을 한 모양이군."

"네, 제가 보기에도 그러네요."

적발과 흑포, 성령기 완경의 두 수사는 지수갈 일행이 사라진 후에도 한동안 의념을 집중하며 지수갈 일행의 움직임을 확인했다.

거기에 유세명의 말이 더해졌다.

그렇게 지수갈 일행이 멀리 사라진 것을 끝까지 확인하자 모두의 표정이 밝아졌다.

"자, 그럼 이제 금역의 입구를 열어야겠군요. 누가 나서시렵니까?"

그 후 유세명이 앞으로 나서며 일곱 수사를 보고 물었다.

그러자 일곱 수사들은 서로 눈치를 살피며 선뜻 나서지 않았다.

건우는 그 모습을 보며 자신이 짐작한 것처럼 그들이 세 무리가 섞인 것임을 확신했다.

"다들 망설이는 것을 보니 새로 합류한 우리에게 성의를 보이라는 것 같군요."

유세명이 그들을 보며 여전히 얼굴에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

그 말에 일곱 수사들은 곧바로 대꾸를 하지 못하고 미적거렸다.

아직 모두를 대표할 수사가 확실치 않은 상태를 여실히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호호호. 좋습니다. 금역의 입구를 여는 것이 뭐가 어렵겠습니까. 제가 열지요. 대신에 저와 여기 길 수사가 먼저 입장을 하겠습니다. 그건 문제가 없겠지요?"

유세명은 자신이 금역의 입구를 여는 대신에 건우와 함께 먼저 입장할 수 있는 권한을 요구했다.

이에 일곱 수사들은 서로의 눈빛을 교환하더니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먼저 들어간다고 크게 유리할 것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제일 늦게 들어가는 이들이 입장에서 낙오할 가능성이 아주 없지는 않지만, 보통 금역의 입구가 그렇게까지 여유가 없게 닫히는 일은 없었다.

"좋습니다. 유 수사께서 수고를 해 주신다면 고마운 일이지요. 그리고 길 수사와 유 수사가 먼저 입장하는 것에도 불만이 없습니다."

"우리 역시 그렇습니다. 다만 우리끼리 입장 순서는 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걸 다시 정할 일이 뭐가 있지? 이미 의논을 해 놓은 것이 있는데?"

"그렇습니다. 앞서 의논한 대로 하지요."

누군가 입장 순서의 조정을 말했지만 이미 합의된 것이 있었는지 곧바로 묻혀 버렸다.

"그럼 시작하겠어요."

유세명이 그들이 어느 정도 합의점을 찾은 것을 확인하고는 금역의 입구를 열기 시작했다.

태령기 수사들이 입장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라 금역에 흐르는 극멸기의 기운은 사납기 짝이 없었다.

유세명은 그런 거친 기운의 흐름을 자신의 극멸기로 때로는 감싸 안고, 때로는 윽박질러 몰아가며 조금씩 다스려 나갔다.

그리고 어느 순간 금역의 기운이 안정된 듯했다.

"지금 열려요!"

때를 같이해서 유세명이 고함을 질렀다.

이후 유세명은 망설이지 않고 자신이 연 금역의 입구로 몸을 날렸다.

그리고 건우 역시 삼두육비의 거체를 거침없이 입구로 던져 넣었다.

"이 번에는 내 차례다!"

직후 남은 일곱 수사 중에 성령기 완경의 적발(赤髮) 수사가 고함을 지르며 입구로 날아들었다.

치이이잉! 츠화홧!

그런데 그 순간이었다.

빈 허공에서 은색의 빛이 날아들어 그 적발 수사를 공격했다.

이에 깜짝 놀란 적발 수사가 두 손에 화염을 불러일으키 며 은색 빛을 막아갔다.

하지만 은색의 빛은 수사의 손바닥과 부딪힌 직후 크게 부풀며 그 손을 휘감더니 하나의 점으로 축소되었다.

그러자 은빛 섬광에 휩싸였던 적발 수사의 두 손은 손목 아래가 사라져 버렸다.

"크읏! 이게 무슨?"

적발 수사는 급히 뒤로 물러나며 적의 정체를 파악하려 애썼다.

하지만 흐릿하게 모습이 드러나던 적의 모습은 다시 허공으로 녹아 사라져 버렸다.

"은신술? 어떤 놈이냐? !"

적발 수사의 곁으로 흑포 수사가 내려서며 금역 입구를 노려보았다.

툭툭!

그러자 빈 허공에서 적발 수사가 잃어버린 손이 땅바닥으로 떨어져 내리며 맹처령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앞서 들어간 놈에게 갚을 것이 있는 사람이다. 그러니 너희는 다음 기회를 기다려라."

"뭐라?"

"죽고 싶으냐? 감히 몸을 숨기는 재주를 믿고 그리 떠드는 것이냐?"

적발 수사와 흑포 수사가 각각 분노하며 고함을 질렀다.

"이제 입구가 닫힐 텐데 너희가 어쩔 것이냐? 입구가 닫히기 전에 너희가 나를 어찌할 수 있을 정도로 내가 하찮지는 않으니라."

맹처령은 그렇게 말을 하면서도 속은 바짝바짝 타고 있었다.

금역의 입구가 열리기 전에 건우가 맹처령에게 의념을 보내 다른 이들의 진입을 막게했다.

물론 맹처령과 건우의 관계는 절대 들키지 않도록 하라는 조건도 붙었다.

그래서 맹처령이 이렇게 일곱 수사를 막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자신이 건우나 유세명 중에 누군가에게 원한이 있는 듯이 말하여 일곱 수사가 건우에게 원한을 품지 않도록 유도하고 있기도했다.

'저들이 한꺼번에 나를 공격하면 아무리 나라고 해도 위태롭다. 절대 그런 일이 있어선……

맹처령은 그렇게 걱정을 하며 등 뒤에서 닫히고 있는 금역의 입구에 정신을 집중했다.

그리고 그사이에 일곱 수사들은 한 마음 한 뜻이 되지 못하고 잠깐의 여유를 맹처령에게 주고 말았다.

"크하하하, 그럼 인연이 있으면 나중에 다시 보자꾸나."

맹처령은 입구가 거의 닫힐 때까지 적당한 대응을 하지 못하는 일곱 수사를 한껏 비웃으며 금역의 입구로 뛰어들었다.

남은 일곱 수사는 맹처령의 목소리가 금역의 입구 안으로 사라지는 것을 알아차리고 급히 몸을 날렸지만 끝내 금역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하하하. 닭 쫓던 개 꼴이군.''그때, 멀리서 지수갈이 그들을 비웃으며 모습을 드러냈다.

"네 이놈! 네가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하는 것이냐? 정말 죽고 싶으냐?"

적발 수사가 소매를 저어 맹처령이 떨어뜨린 손을 끌어들여 손목에 붙이며 고함을 질렀다.

하지만 적당히 거리를 유지한 지수갈은 겁날 것이 없다는 듯이 여유로운 표정으로 대꾸했다.

"조금 전 그 은신 요괴는 이전에도 금역에서 싸운 적이 있는 놈이다. 아, 그때는 나와 앞서간 길가 놈이 함께 요괴를 상대했었지. 그래서 놈이 나와 길 가에 게 원한이 있었는데 나보다는 길가 놈에게 더 원한이 컸던 모양이군."

지수갈은 금역으로 숨어든 맹처령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일곱 수사와 대화의 물꼬를 트려했다.

그리고 결국 그렇게 시작한 대화는 많은 우여곡절을 거쳐서 열 명의 수사가 하나가 되어 금역을 뚫자는 결론을 만들어 냈다.

물론 그들이 다시 금역의 입구를 열게 된 것은 그로부터 7년이 흐른 후였다.

태령기 수사와 건우 일행이 연달아 금역 입구를 여는 바람에 금역의 금제가 그만큼 강하고 사나워진 상태라 그 기운이 어느 정도 진정되길 기다려야 했던 것이다.

사각! 사각! 사각! 사각!

금역의 통로는 온통 붉은색의 앙천적의로 가득했다.

건우가 3만 마리의 앙천적의를 모두 풀어내어 금역의 금제를 뚫고 있었기 때문이다.

"몇 번을 봐도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어찌 저런 귀물이 있단 말입니까. 계와 계 사이의 금역 통로를 고작 두 달 만에 모두 뚫다니."

유세명이 지치지도 않고 다시 앙천적의에 대한 감탄을 늘어놓았다.

벌써 비슷한 이야기를 수십 번은 했던 그녀였다.

처음에 건우는 금제 입구로 들어온 후 맹처령에게 입구를 막도록 했었다.

그 때문에 일곱 수사가 뒤따라 들어오지 못하자 유세명은 지수갈이나 다른 수사들이 나타나 그들과 대치했을 거라며 스스로 추측하고 납득해 버렸다.

사실 뒤따라 들어오는 이들이 없는 것은 건우나 유세명에게 별문제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깊이 고민하지 않은 것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마지막 순간에 통로로 들어와 은신한 맹처령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맹처령은 그렇게 몸을 숨긴 상태로 두 달이 지난 지금까지 한 번도 기척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건우는 처음 입구로 들어왔을 때, 금역 통로를 감싸는 극멸기를 확인하고 잠시 고민에 빠졌다.

통로의 극멸기가 이전에 경험했던 금역보다 훨씬 거칠고 사나웠기 때문이다.

그만큼 통로를 막고 있는 금제도 강력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모두가 앞서 금역으로 들어간 태령기 수사들 때문이었지만, 그보다 건우에게 중요한 것은 강력해진 금제를 뚫기 위해서 그만큼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란 문제였다.

결국 잠시의 갈등 끝에 건우는 앙천적의 3만 마리를 모두 꺼내기로 결정했고, 이후 금제 통로는 붉은 개미들로 가득 찼다.

그리고 그 3만의 앙천적의 앞에 금역의 금제 통로는 밀물 앞의 모래벽처럼 허무하게 무너져 내렸다.

그 결과가 두 달 만에 통로의 마지막 금제를 허무는 놀라운 위업을 세우게 된 것이다.

사가가각! 사가가각! 사각!

쩌저저저정! 후두두둑!

결국 마지막 금제의 틀이 허무하게 무너졌다.

흑은색의 빛을 머금고 있던 금제의 선과 문양, 문자들이 빛을 잃고 바닥으로 떨어져 내린 후, 곧바로 극멸기로 승화되어 흩어졌다.

짝짝짝짝!

유세명이 천천히 손뼉을 치며 건우를 향해 다가왔다.

삼두육비의 건우는 체격을 부풀리지 않아도 키가 큰 편이지만 앙천적의를 부리는 흉내를 내느라 가부좌를 하고 있었기에 유세명의 가슴이 눈높이에 있었다.

박수를 치며 다가온 유세명이 양팔을 벌려 건우를 껴안으려했다.

그녀가 그 상태로 건우를 안으면 우스운 꼴이 되리라.

건우는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유세명을 경계했다.

"뭐 하는 짓이지?"

물어보는 건우의 목소리가 싸늘하게 차가웠다.

"흐응, 제법 대가 쎈 아이구나?"

그런 건우를 보며 유세명이 콧소리를 내었다.

- 건우 님, 아공간에 이질적인 기운이 홀러들고 있어요.

그때, 루야가 다급한 목소리로 건우에게 경고를했다.

건우는 그 순간 피식 웃으며 아공간에 의념을 집중했다.

그리고 유세명이 의념 공간에 밀어 넣은 기운을 한곳으로 뭉쳐 격리해 버렸다.

유세명은 그것도 모르고 계속 자신의 기운을 건우의 의념 공간으로 밀어 넣고 있었다. 치명적인 유혹의 의념을 품은 특별한 기운이었다.

= 죽일까요?

그때, 맹처령도 이상을 느끼고 건우에게 물어왔다.

"아이야, 그 동안 수고가 많았구나. 내 너에게 큰 상을 내리마."

그런 중에 유세명은 아무것도 모르고 매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건우를 유혹하고 있었다.

< 통수 통수! 요리 치고, 조리 치고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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