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환장 통수 선협전-275화 (275/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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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맹처령과의 싸움 >

후화화화황! 콰르르릉!

“커어억!”

지수갈은 고함을 지르는 것과 함께 강력한 의념에 편복족 특유의 파동을 실어 통로를 향해 쏘아냈다.

그러자 아무것도 없던 빈 공간에서 맹처령이 튕겨져 나왔다.

“감히!”

그 순간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건우가 삼두육비의 몸을 부풀리며 몸을 날려 맹처령의 목을 잡고 땅바닥에 내리찍었다.

콰작! 콰과과곽!

“커어억!”

맹처령은 지수갈의 공격에 은신이 드러난 것은 물론이고 적잖은 내상까지 입고 말았다.

은신을 하고 있을 때에는 공격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약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거기에 삼두육비의 괴인이 그의 목을 잡고 땅바닥에 처박는 통에 그 내상이 더욱 커졌다.

푸시시시싯!

하지만 그대로 죽을 수는 없는 일.

맹처령은 곧바로 다시 은신술을 펼쳐 건우의 손에서 벗어났다.

“이게 무슨?”

분명히 상대의 목을 잡고 땅바닥에 처박았는데 어느 순간 적이 그의 손을 빠져나가자 건우는 깜짝 놀라며 주변을 살폈다.

손아귀에 잡고 있던 적을 놓치다니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건우였다.

“어딜 도망치려느냐!”

하지만 그때, 지수갈이 다시 고함을 지르며 파동이 섞인 의념을 사방으로 뿌렸다.

그러자 금역의 끝, 마지막 금제를 향해 내달리고 있는 맹처령의 모습이 다시 드러났다.

맹처령은 지수갈과 건우의 연수 합격(聯手合格:손을 잡고 함께 침)을 이겨낼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금역의 마지막 금제를 힘으로 뚫고 도망치려 했던 것이다.

하지만 지수갈 때문에 그런 시도가 들통나자 상황이 다급하게 되었다.

스스스슷. 스르륵!

스르륵! 스스스슷!

게다가 그 순간 건우의 의념에 반응한 앙천적의들이 금제 앞을 가로막았고, 지수갈이 뿌린 피안개가 맹처령을 향해 밀려왔다.

“이런 젠장할! 아주 작정을 했구나 박쥐!”

맹처령이 다가오는 피안개에 기겁을 하며 다시 허공으로 몸을 숨겼다.

피안개는 곧바로 앙천적의 앞쪽에 포진하며 금제를 완전히 가로막아 버렸다.

“더 숨어 봐야 의미 없는 일이다 요괴! 어서 모습을 드러내라!”

지수갈이 다시 텅빈 공간들을 둘러보며 고함을 질렀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목소리에 파동이 섞이지 않았고, 맹처령은 어떤 기척도 드러내지 않고 숨어 있었다.

건우는 지수갈이 파동을 이용하여 숨어 있는 적을 찾지 않는 것이 이상했다.

- 내가 의념을 사용하게 되면 금제를 막고 있는 혈운이 흩어지고, 그리되면 숨어 있는 놈이 금제를 뚫고 도망갈 것이다. 그리고 너의 불개미들이 요괴를 막지는 못할 것이다.

그때, 지수갈이 의념을 통해 건우에게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건우는 성령기 완경의 요괴 수사라도 앙천적의가 한 번은 막아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물론 그렇게 되면 3천 앙천적의 중에 살아남는 것은 몇 마리 되지 않을 것이다.

- 애꿎게 개미들을 떼죽음 시켜서야 되겠느냐. 어서 수습하여 안전하게 보관하거라.

다시 한번 지수갈의 의념이 건우에게 전해졌다.

지수갈도 앙천적의가 맹처령을 막을 수 있는 가능성을 완전히 무시한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다만 그렇게 앙천적의가 죽어 나가는 것을 염려한 것이었다.

건우는 지수갈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앙천적의를 아낀다는 사실을 깨닫고 내심 쓴웃음을 지었다.

지수갈이 앙천적의를 아끼는 것이 그의 욕심 때문임을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수갈의 속내를 안다고 해도 지금은 지수갈의 뜻을 받아들여 앙천적의를 아끼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좋을 듯했다.

함부로 쓰는 모습을 보이면 더 많은 앙천적의가 있으리라 짐작하고 의심할 수 있었다.

츠스스스스스! 츠스스스스!

건우의 의념을 받은 여왕개미 화의모가 앙천적의를 불러들였다.

앙천적의들은 열을 지어 빠르게 날아가 건우의 검은색 머리 귓속으로 들어갔다.

“잘 했다 아우. 귀물은 아껴야지 함부로 다뤄서야 쓰나.”

그 모습에 지수갈이 등 뒤의 박쥐날개를 퍼덕이며 활짝 웃었다.

건우는 그 순간 다시 나타결공법을 극도로 끌어 올리며 세 머리의 여섯 눈동자에 힘을 주었다.

지수갈이 날개를 움직이자 새로운 극멸기의 흐름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제 곧 요괴 수사의 모습이 드러나리라.

“간교한 박쥐 새끼!”

그 순간 건우의 오른쪽 어깨 가까운 곳에서 맹처령의 목소리가 들리며 한 줄기 은빛 섬광이 건우의 검은 머리를 향해 날아왔다.

“크릉!”

건우가 다급하게 허리를 젖히며 짐승 같은 신음소리를 냈다.

맹처령이 쏜 은빛 섬광은 본래 건우의 검은 머리, 그것도 앙천적의가 들어간 귓구멍을 노렸는데 건우가 재빨리 반응해서 귓바퀴만 뚫고 지나갔다.

푸욱! 휘리릭!

그런데 은빛 섬광이 귓바퀴를 뚫는 순간 이변이 일어났다.

그 은빛 섬광이 폭발하듯 확장하며 검은 머리 전체를 감싸려 한 것이다.

건우는 순간, 그 빛이 완성되면 검은 머리가 잘려 나갈 것이란 사실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렸다.

요괴 수사는 자신의 머리를 노리고 있었던 것이다.

“나와라!”

건우가 다급하게 소리를 지르며 뭔가를 불러냈다.

쿠롸롸롸롹! 쿠구구궁!

그의 부름에 허공에 돌로 만든 커다란 발이 하나 나타나더니 검은 머리를 감싸려 하는 은빛 광채를 후려갈겼다.

콰직!

“어엇? 어찌?”

맹처령의 공격에서 돌로 된 맹수의 발이 등장해 그것을 후려치기까지는 찰나의 순간이었다.

짧은 순간 정적이 흘렀다.

맹처령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겠다는 듯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는 허상처럼 나타났다가 사라진 괴수의 발은 정체조차 짐작하지 못했다.

하지만 결론은 분명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공격이 막혔다는 것.

저기 달려오는 지수갈이라 하더라도 조금 전의 상황에서는 머리를 내어놓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만큼 그는 조금 전의 공격에 자신이 있었다.

당연히 그 공격이 성공했다면 저 삼두육비 놈의 검은 머리를 얻었을 것이고, 그 머리에 들어 있는 개미들도 손에 넣을 수 있었을 것이다.

“젠장!”

맹처령이 급히 몸을 날렸다.

하지만 이미 일은 틀어졌고, 욕심을 부린 대가로 지수갈의 공세가 바로 지척까지 밀려와 있었다.

맹처령은 급하게 그 공격을 피하려 했다.

하지만 삼두육비의 머리 하나를 취하기 위해서 나름 포기한 부분이 있었던지라 그 공격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었다.

결국 지수갈이 뿌린 붉은 피가 맹처령의 한쪽 팔을 붉게 물들이더니 그 범위를 넓히기 시작했다.

푸확!

“크으으윽. 박쥐 새끼답구나!”

맹처령은 곧바로 자신의 왼쪽 팔을 어깨부터 잘라냈다.

지수갈의 피가 몸통까지 이른다면 그보다 훨씬 큰 손해를 보게 될 것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스스스슥!

직후 맹처령은 다시 허공으로 몸을 숨겼다.

셋이 어울려 싸우느라 금역 막장의 기운은 복잡하게 뒤엉켜 있었다.

다행히 그것은 맹처령에게 유리한 환경이었다.

그 복잡한 기운들 사이에 작은 틈을 만들어 몸을 숨길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지수갈이라 하더라도 넓은 범위를 한꺼번에 뒤엎지 않는 이상 이런 상황에서는 맹처령을 찾기 어렵다.

‘다시 저놈의 머리를 노릴까? 한 번의 기회는 더 잡을 수 있을 듯한데?’

몸을 숨긴 맹처령은 여전히 건우의 검은 머리, 정확히는 그 안에 들어 있을 앙천적의를 욕심내고 있었다.

“어디냐! 어디에 숨었느냐!”

그런 중에 삼두육비의 괴수, 건우는 세 머리를 이리저리 돌리며 맹처령을 찾고 있었다.

까딱했으면 머리통이 날아갈 뻔했으니 어찌 분노하지 않을까.

극적인 순간에 갱의 앞발을 불러내지 못했다면 분명 극멸기를 다루는 검은 머리가 날아갔을 것이다.

그렇게 되었다면 당연히 극멸기를 제대로 다룰 수 없게 될 테고, 경지가 화신기 수준까지 떨어질 수도 있었다.

물론 시간을 두고 머리를 다시 회복할 수는 있었겠지만 그 전에 누구에게든 험한 꼴을 당하고 목숨을 빼앗겼을 확률이 높았다.

당장 눈앞에 있는 지수갈도 그런 건우를 그냥 두지 않았으리라.

건우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숨어 있는 요괴를 찾기 위해 의념을 극도로 끌어올려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

기척을 잡기만 하면 어떻게든 복수를 할 생각이었다.

‘영기를 기반으로 한 괴뢰인 갱을 멸계에서 쓸 수가 없어서 급한 김에 발만 나오게 했는데, 다행이 그게 먹혔다. 아니었으면 정말 끔찍했겠어. 그나저나 이 놈은 어떻게 숨었기에 이리 흔적도 없을 수가 있지?’

맹처령이 특별히 지니게 된 은신 능력에 대해서 모르는 건우로선 자신의 이목을 감쪽같이 속이는 요괴 수사의 능력이 감탄스럽기 짝이 없었다.

그렇게 잠시의 시간이 흘렀다.

‘어쩔 수 없지.’

건우는 지금 당장은 자신이 그 요괴를 찾을 방법이 없음을 인정했다.

그래서 지수갈을 쳐다보았다.

- 지 수사. 놈의 모습을 한 번만 더 드러나게 해 주십시오. 그리만 해 준다면 어떻게든 놈에게 한 방 먹이겠습니다.

건우는 처음으로 지수갈에게 부탁의 말을 하고야 말았다.

지수갈은 그런 건우의 말에 눈빛 깊은 곳에서 희색(喜色)을 드러내더니 큰소리로 고함을 질렀다.

“요괴 놈아! 너는 이제 죽었느니라. 내 아우가 너를 단단히 벼르고 있느니. 크하하하하핫!”

“이런 빌어먹을 박쥐 놈!”

이번에도 지수갈의 음성에는 특유의 파장이 섞여 있었던지 그의 웃음이 퍼지는 순간 투명한 천을 걷어 낸 듯이 맹처령의 모습이 허공에서 드러났다.

“놈! 또다시 나를 노리고 있었구나!”

그리고 건우는 드러난 맹처령의 모습에 여섯 눈동자에서 불이 튀었다.

이전처럼 은빛이 감도는 뭔가를 손에 든 맹처령이 건우를 향해 그것을 내던지려는 준비 동작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죽이리라!”

건우가 나타결공법을 극성으로 끌어올려 이전보다 훨씬 커진 삼두육비의 거인 모습으로 맹처령을 향해 달려들었다.

맹처령은 험악한 건우의 기세에 여유를 잃고 급하게 몸을 피하려 했다.

“크하하하하핫. 도망갈 수 있을 성 싶으냐?”

그런데 막상 맹처령이 몸을 숨기려는 순간에 다시 한번 지수갈의 광소가 터져 나왔고, 그 속에 담긴 특유의 파장 때문에 맹처령은 몸을 숨기지 못했다.

후우우우웅! 후웅! 후웅!

건우가 몸을 감추지 못하는 맹처령을 향해서 여섯 주먹을 사납게 휘둘렀다.

맹처령은 그 주먹을 어렵게 피하거나 막아내며 지수갈이 터트린 광소의 파장이 가라앉기를 기다렸다.

파장만 가라앉으면 몸을 숨기는 것은 손바닥 뒤집듯이 쉬운 일이었다.

그는 지수갈의 파장이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드디어 다시 은신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지수갈의 파장이 가라앉았다.

맹처령은 곧바로 허공으로 녹아들었다.

하지만 그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기 직전, 그 찰나의 순간에 그를 향해 뻗어온 건우의 주먹에서 밝은 녹색 섬광이 번뜩였다.

이후 맹처령의 모습은 허공으로 완전히 사라졌고, 건우는 공격 목표를 놓치고 망연한 표정으로 움직임을 멈췄다.

“괜찮으냐?”

그때, 지수갈이 걱정스러운 음성으로 건우에게 물었다.

그도 건우의 머리가 잘릴 뻔한 위기를 눈앞에서 봤던 것이다.

“기습에 놀랐을 뿐, 몸이 상하진 않았으니 별일 아닙니다.”

건우는 세 얼굴 모두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괜찮다며 손을 저었다.

“괜찮다니 다행이······.”

콰과광!

지수갈이 그렇게 말을 하려는 순간이었다.

금역의 마지막 금제가 엄청난 굉음과 함께 폭발했다.

건우는 그 폭발의 중심에 자신의 머리를 자르려 했던 은색의 구가 있음을 알아봤다.

맹처령이 금제를 뚫고 도망간 것이다.

지수갈이 맹처령을 찾기 위해 파동이 섞인 광소를 두 번이나 터트린 통에 금제를 지키던 피안개가 약해진 틈을 노린 것이었다.

“놈이 도망을 가고 있습니다.”

“이런, 이미 늦었다.”

건우와 지수갈이 동시에 소리치며 다급하게 구멍 뚫린 금제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둘의 모습은 맹처령이 뚫어 놓은 구멍으로 빨려들 듯 사라졌다.

둘 모두 급박한 상황에서도 이왕 뚫린 구멍이니 그곳으로 빠져나가자는 판단을 내리고 행동으로 옮긴 것이다.

그렇게 건우와 지수갈은 금역의 마지막 관문을 어부지리로 빠져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밖으로 나온 두 사람은 결국 맹처령을 찾지 못했다.

몸을 숨기는 데에는 탁월한 재주가 있는 맹처령이니 앞으로도 찾기는 쉽지 않을 터였다.

‘놈, 너는 반드시 나를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살아 있다면 네 놈 스스로 나를 찾겠지.’

건우가 새로운 소계의 하늘을 보며 남모르게 중얼거렸다.

< 맹처령과의 싸움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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