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4)
< 어라, 형들이 왜 거기서 나와? >
스화화화홧! 쩌저정!
갈편주가 발동시킨 기관 진법의 첫 공격은 강력한 화염의 기운을 품은 빛이었다.
사방에서 진법 문양들이 허공에 떠오르더니 건우와 괴뢰선을 향해 빛이 쏘아져왔다.
건우는 다급하게 검을 휘둘러 검벽을 세우고 금강패갑공의 기운을 이용하여 그 빛을 막았다.
그리고 옆에서는 괴뢰선 호준이 갱과 굴을 불러들여 앞을 막게 했다.
“제법이다만, 그걸로 되겠느냐?”
건우와 괴뢰선의 힘을 합치니 기관 진법의 공격은 충분히 막을만 하다 싶었다.
하지만 기관 진법의 공격은 맛보기에 불과했다.
뒤를 이어서 갈편주의 공격이 들이닥쳤는데, 그 공격은 시작부터 섬뜩한 느낌이 전해졌다.
갈편주는 빈 손으로 허공에 손짓을 했는데 그때마다 강력한 기운이 건우와 괴뢰선에게 쏟아졌다.
“이, 이게 뭐랍니까?”
“모르겠습니다. 천지 영기는 물론이고 의념까지 딱딱하게 굳어 버리는 것 같습니다.”
둘은 갈편주가 어떤 수를 쓰는지 감을 잡기 어려웠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갈편주의 공격이 곧바로 둘에게 직접 닿지는 않는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갈편주가 손짓 한 번을 할 때마다 뭉텅이로 그들의 의념 범위가 줄어들고 있었다.
장악하고 있던 의념의 영역 자체가 갈편주의 손짓에 굳어 떨어져 나갔기 때문이다.
“설마 이것도 법칙의 힘이겠습니까?”
건우가 혹시 하는 생각에 괴뢰선을 보며 물었다.
“견문이 짧아 확신할 수는 없지만 그렇지 않겠습니까? 그게 아니어도 그에 준하는 힘인 것은 분명합니다.”
“크윽! 역시 태령기!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 그려. 하하하하.”
건우가 신음소리를 내더니 허탈한 웃음을 토해냈다.
조금 전에 갈편주의 공격이 드디어 의념 영역을 뚫고 건우의 몸에 직접 닿았기 때문이다.
그나마 금강패갑공으로 한 번은 막아냈지만, 상황을 보니 많아야 서너 번이 끝일 듯싶었다.
금강패갑공은 건우가 내세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호신 수법이었다.
삼백육십성광검으로 세운 검벽이라도 금강패갑공의 방어력을 앞설 수는 없다.
게다가 금강패갑공은 상대의 공격을 흡수해서 되돌려주는 신묘한 능력도 있었다.
그런데 갈편주의 공격은 제대로 흡수도 되지 않았다.
그저 충격을 줄여주며 그 파괴력을 흡수하기는 했지만 공격의 핵심이 되는 숨겨진 힘은 한 올도 흡수하지 못했다.
갈편주의 공격이 금강패갑공보다 훨씬 높은 격을 지녔다는 의미였다.
“으하하하. 그 두 마리의 괴뢰도 대단하지만 너, 성령기 초기의 놈은 더욱 대단하구나. 내 법칙 공격을 그리 간단히 막아내다니.”
그때, 갈편주가 조금 놀란 표정을 지으며 건우를 향해 손가락질을 했다.
건우는 그 순간 태만하지 않고 급히 성해룡주를 꺼내고 금강패갑공에 성해룡결공법까기 덧입혔다.
쿠구구구구국! 콰르르르륵!
파과과과광 파과과곽!
“크으으, 건우 수사! 이게 무슨···?”
갑작스럽게 건우와 괴뢰선 주변으로 여덟 개의 봉우리가 치솟아 갈편주의 공격을 가로막았다.
그 봉우리는 각각이 다른 속성을 품고 있었는데 크기는 고작해야 십여 장 높이에 불과했다.
그래도 충분히 건우와 괴뢰선을 감쌀만 했고, 때문에 갈편주의 공격이 여덟 봉우리를 두드리며 엄청난 폭발을 일으켰다.
그 갑작스러운 상황에 괴뢰선이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던 것이다.
“이 방법으로도 오래 버티긴 어려울 듯 하군요.”
괴뢰선이 영문을 몰라 놀라는 중에도 건우는 깨지고 터져 나가는 여덟 봉우리를 살피며 상황 판단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고작해야 버티는 시간이 조금 늘었을 뿐, 아공간 현실 구현을 했음에도 갈편주를 이길 길은 보이지 않았다.
“제법이구나. 어찌 갑자기 이리 의념이 강력해질 수 있지? 일부 영역을 완전히 장악하여 권능 공간으로 만들었구나! 놀랍다. 놀라워, 이런 술법은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갈편주가 건우의 아공간 현실 구현을 보며 경탄을 금치 못했다.
고작해야 성령기 초기의 수사가 자신에게 맞서서 버텨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다음 순간 갈편주의 눈빛이 사나워지며 독기가 흐르기 시작했다.
“이리되면 내, 너를 반드시 죽여 없애야 하겠구나. 너처럼 뛰어난 놈을 살려두면 어떤 후환이 있을지 모르니 말이다.”
갈편주는 그렇게 말을 하더니 다시 허공에 몇 번 영기를 쏘아 내며 손짓을 했다.
쿠르르르르릉!
그러자 그들이 있는 공간을 중심으로 기기현문의 금제 공간 전체가 요동쳤다.
그리고 곳곳에서 엄청난 기관 진법이 모습을 드러내며 빛을 머금기 시작했다.
“하아.”
건우가 길게 한숨을 쉬었다.
지금 나타난 기관 진법은 분명히 기기현문의 것이었다.
그런데 그 규모나 기운이 이전까지 경험했던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했다.
“어떠냐? 이것이 우리 기기현문의 모든 것이라 할 수 있는 본원의 기관 진법이다. 이제 이것이 내 손에 들어왔으니 너희에겐 어떤 희망도 없을 것이다.”
원래부터 갈편주는 누군가와 싸우는 것에 능하지 않은 이였다.
일생을 오로지 홀로 수련에만 힘써 태령기 중기에 올랐지만 경지에 비해서 전투 능력은 부족한 면이 많았다.
그래서 이곳 금제 공간을 공략하는 것도 1만의 괴뢰를 부리는 방식을 취했고, 다른 수사들을 상대할 때에도 괴뢰와 기기현문의 기관 진법을 주로 활용했다.
물론 태령기 중기로서 법칙의 힘을 미약하게 다룰 수 있으니 그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갈편주는 자신이 직접 나서서 위험을 자초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공격보다는 수비적인 성향이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건우와 괴뢰선을 핍박하는 중에 은밀하게 기기현문의 장문령부를 이용하여 본원 전체의 기관 진법을 장악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그 과정까지 끝나고 기기현문의 모든 기관 진법이 자신의 손에 들어오자 모든 불안감이 사라지고 자신감이 넘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시간을 끄는 바람에 새로운 적을 불러들이게 된 것을 갈편주는 알지 못했다.
“자, 그만 죽어라!”
갈편주가 드디어 건우와 괴뢰선 호준에게 죽음을 선고했다.
동시에 모습을 드러낸 후 영기를 흡수하던 기관 진법이 일제히 빛을 발하며 건우와 괴뢰선을 공격했다.
건우는 공격을 방어하며, 일어날 폭발과 영기 충돌을 기다렸다.
한순간 강력한 폭발이 일어나면 그 혼란을 이용해서 아공간으로 몸을 피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홀로 남을 괴뢰선에겐 미안하지만 그렇다고 괴뢰선까지 아공간으로 데리고 갈 수는 없었다.
대신에 건우가 자신 앞에 새로운 산 하나를 소환했다.
크기는 고작해야 삼척 높이에 불과하지만 그 품은 기운이 현묘하기 짝이 없는 작은 산이었다.
괴뢰선은 다급한 상황에서도 건우가 꺼낸 산의 특별함을 느꼈는지 시선을 빼앗겼다.
그때, 드디어 기기현문의 기관 진법이 쏘아낸 공격이 건우의 여덟 산봉우리에 와 닿았다.
때를 같이하여 갱과 굴 역시 몸을 날려 공격을 막기 위해 움직였다.
‘이제 아공간으로······.’
건우가 바짝 긴장하며 몸을 숨길 기회를 보았다.
그런데 그 순간 이변이 일어났다.
저 멀리 허공에서 우로는 엄청난 빛이 쏟아지고 좌로는 어두운 마기가 쏟아졌다.
그리고 그 두 기운은 검과 장영(掌影:손바닥 그림자)이 되어 기기현문 기관 진법의 공격을 휩쓸었다.
“누, 누구냐!”
갈편주가 깜짝 놀라 고함을 지르며 빛의 검과 마기의 손바닥이 날아온 곳을 노려봤다.
“사정이 다급하여 이렇게 인사를 하게 되었소이다. 검선이라 하오이다.”
“나는 마선이라 한다.”
모습을 드러낸 것은 두 명의 수사들로 각각 검선과 마선이라 자신을 소개했다.
건우가 아공간으로 도망갈 틈만 노리고 있다가 뜻밖의 상황에 깜짝 놀라며 다급히 소환해 놓았던 작은 산을 되돌려 보냈다.
그 작은 산은 다름 아닌 수미산의 상징이었는데, 자신이 아공간으로 몸을 피한 후에 괴뢰선에게 수미산 상징을 통해 몸을 피하라 의념을 보낼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것을 통해서 수미 세계로 이쪽 세계의 수사를 보내는 실험을 하고, 또 괴뢰선을 위험에서 벗어나게 해 줄 생각이었다.
그런데 난데없이 검선과 마선이 나타나다니.
“너희가 어찌 내 일을 방해한다는 말이냐?”
갈편주가 검선과 마선을 노려보며 불쾌함을 감추지 않고 소리쳤다.
“그것 참, 이리 일을 벌여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하지만 저기 있는 저 어린 녀석이 우리에겐 꼭 필요한 녀석이라 수사에게 죽게 둘 수가 없었지요.”
검선이 미안한 표정으로 건우를 눈짓하며 말했다.
“나 역시 같은 이유다. 저 녀석에게 볼 일이 있어 검선과 뜻을 같이 했다.”
곁에서 마선이 덧붙였다.
“고작 태령기 초기에 불과한 너희가 내 일을 방해해? 더구나 이곳 기기현문의 영역에서? 너희가 감히 내 행사를 막을 수 있을 것 같으냐?”
그런 검선과 마선의 말에 갈편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자신이 무시당한 듯한 느낌에 화를 참지 못하는 것이다.
“누군지 모르지만 태령기 중기라 하더라도 우리 둘을 쉽게 상대하긴 어려울 겁니다. 게다가 저기 있는 둘도 아주 능력이 없는 것도 아니고 말입니다.”
“뭘, 그리 따지나? 저 자가 비록 태령기 중기라 하더라도 내가 능히 천 일을 겨룰 자신이 있다. 그 사이에 검선 너는 저 아이들을 빼돌려 물러나면 그만이 아니냐. 아니지, 자네와 내가 힘을 모으면 저 자를 못 이길 이유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더구나 저 아이들도 있는데. 아예 이참에 저 자를 도모하는 것이 좋겠네.”
마선은 스스로 갈편주와 천 일 동안 싸울 자신이 있다고 떠들었다.
물론 혼자서 싸워 이기긴 어려울 것임을 인정하는 말이기도 했다.
하지만 거기서 끝나지 않고 자신과 검선에 건우와 괴뢰선을 더하면 승산이 있다며 말을 덧붙였다.
비록 독선적인 면이 강한 마선이지만 상황 판단은 정확하게 하는 면이 있었다.
그런 마선의 말에 갈편주의 눈빛이 흔들렸다.
기기현문 기관 진법을 장악했으니 그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태령기 둘에 범상치 않은 성령기 둘을 상대로 완승을 장담하긴 어려웠다.
본래 성향 자체가 수동적인 면이 있는 갈편주였기에 검선과 마선의 등장 이후에 생각이 복잡했다.
“두 어르신을 이렇게 보게 되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이전에는 동도였는데 이제는 어르신이 되셨습니다. 참으로 수도계의 관례가 그러하니 상전벽해가 따로 없습니다. 호준이 이렇게 두 어르신께 인사를 올립니다.”
그때, 괴뢰선 호준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검선과 마선을 향해 각각 공수하고 읍을 하며 인사를 했다.
그 모습에 갈편주는 다시 한번 눈빛이 흔들렸다.
성령기 둘이 모두 새로 나타난 태령기들과 연이 있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이리되면 자신이 저 성령기 둘을 어찌 하는 것은 어려워졌다고 봐야 할 것 같았다.
“미력한 후배 건우가 처음으로 검선 어르신과 마선 어르신을 뵙습니다. 이리 위급한 상황에 도움을 주시니 감읍할 따름입니다. 반드시 그 은혜를 갚겠습니다.”
괴뢰선에 이어서 건우도 그 옆으로 나서며 인사를 했다.
그리고 보은을 거론하며 검선과 마선에게 자신을 지켜줄 것을 은근히 부탁했다.
“내가 너를 찾은 이유를 너도 잘 알 것이다. 그리고 마선 또한 같은 이유니, 네가 준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면 그 뒤는 상상보다 끔찍할 것이다.”
하지만 검선은 그런 건우를 매섭게 노려보며 탐탁찮은 어조로 쏘아붙였다.
이 자리에 오기까지의 불편한 심경이 녹아 있는 반응이었다.
태령기가 되어 성령기 초기의 수사에게 의지하게 되었으니 마음이 편치 않을 수밖에 없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미 준비를 마쳤습니다.”
건우가 그런 검선을 보며 밝은 표정으로 말했고, 그 말에 검선은 물론이고 마선의 표정도 확 밝아졌다.
“지금 나를 무시하는 것이냐!”
그때, 잠시 소외되었던 갈편주가 크게 분노하며 고함을 질렀다.
동시에 기기현문 금제 공간에 이전보다 더 많은 기관 진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르르르르르륵!
벽과 건물이 솟아나는가 하면, 영기의 응결로 진법과 술법 문양들을 만들기도 했다.
그 모습에 검선과 마선이 급히 건우와 괴뢰선 위쪽으로 이동하여 자리를 잡았다.
“끝장을 보자는 것이냐?”
“서로 양보하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이리 나오시면 우리들 역시 목숨을 걸 수밖에 없습니다. 이곳이 금제 공간이라 밖으로 나가는 것도 쉽지 않으니 차라리 죽음을 각오하고 선배를 상대할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마선과 검선이 의념을 펼쳐 천지 영기를 끌어모았다.
바야흐로 건우의 눈앞에서 태령기 수사들의 싸움이 벌어질 판이었다.
< 어라, 형들이 왜 거기서 나와?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