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환장 통수 선협전-252화 (252/499)

(251)

< 괴뢰선과 법칙의 힘에 대해 말하다 >

<간략 공지>

원고 등록에 실수가 있었습니다. 이번 252화를 251화에 올려 그 글을 읽으신 분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며칠 몸이 좋지 않아 그런지 생각지도 못한 실수를 연달아 하게 되었네요. 정말 죄송합니다.

어제 이번 글을 읽으신 분들은 죄송하지만 전편을 다시 봐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다시 한 번 송구스럽고 죄송합니다.

------------------> 절취선 <------------------

기기현문(氣機玄門)의 금제 공간 공략은 기관 진법으로 형성된 벽을 뚫고 나가는 과정의 연속이다.

하나의 기관 진법을 뚫어내면 그 이후에 기기현문에 속했던 수사의 거처나 작업실, 창고, 약초밭, 정원, 연못 등등의 공간들이 나타난다.

그래서 초기에 운이 좋은 수사들은 외곽의 수준 낮은 기관 진법을 뚫고 괜찮은 수사의 거처를 발견하기도 했다.

번잡함을 꺼려하여 외곽의 한적한 곳에 거처를 정한 고계 수사가 없지는 않았던 것이다.

공략 초기에 뜻밖의 횡재를 하는 수사들이 제법 나온 것은 그런 이유였다.

물론 그런 경우엔 외곽임에도 불구하고 수준 높은 기관 진법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어서 저계 수사들이 떼죽음을 당하는 일도 간혹 벌어지곤 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공략이 많이 진행된 후로는 그런 일도 거의 일어나지 않는 상황이 되었다.

외곽은 더 나올 것이 없을 정도로 공략이 마무리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즈음 무리해서 안쪽으로 기웃거리다가 화를 당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지요.”

괴뢰선이 비웃는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그 또한 각자의 선택이 아니겠습니까. 위험을 감수하고 도전해서 성공하면 그만큼 얻는 것이 많을 테니 말입니다.”

“하하하. 건우 수사의 말이 옳기는 하지요. 사실 안전만 추구해서야 어찌 제 때에 경지를 끌어 올려 수명을 연장하고 또 천겁을 버틸 능력을 기를 수 있겠습니까.”

“항상 향상심을 가져야지요. 그러면서도 스스로의 한계를 잘 알아야 하고 말입니다.”

제 자리에 안주해서는 성공할 수 없는 것이 수도계의 흐름이다.

아주 운이 좋고 수련자질이 극도로 뛰어나지 않다면 항상 위험을 각오하고 싸워 쟁취해야 하는 삶이 수사의 삶인 것이다.

“이를 말이겠습니까만, 또 스스로의 한계를 알고 자중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요. 성령기 완경에 이른 저도 이번에는 주제 파악을 하지 못하고 크게 무리를 하고 있지 않았습니까. 이 금제 공간 밖으로 나간다면 지금 저를 노리고 있는 태령기 어르신들이 저를 그냥 두겠습니까?”

기기현문의 금제 공간에서 서로 경쟁하고 있는 다른 수사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들에게 밉보였으니 밖으로 나가면 살아남기 어려울 수도 있었다.

“그만큼 자신이 있으니 이리 하시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잘 될 것입니다. 그런데 이전부터 묻고 싶었습니다만 실례가 되지 않을까 망설인 것이 있습니다.”

건우가 슬쩍 화제를 돌렸다.

“무엇입니까? 건우 수사가 선을 넘는 것을 묻지는 않겠지요. 일단은 말씀을 해 보십시오.”

괴뢰선은 흔쾌히 건우의 궁금증을 풀어 주마 허락을 했다.

“그럼 여쭙겠습니다. 호준 수사께서는 혹시 혼원석의 한계에 닿아 계시는 것이 아닙니까?”

건우가 조심스러운 기색으로 질문을 던졌다.

심증은 있지만 대놓고 묻기에는 꺼려지던 이야기였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건우의 물음은 괴뢰선의 성장 한계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가.

“하하하. 역시 눈치를 채셨습니다 그려. 이 상황에 무엇을 숨기겠습니까. 옳습니다. 제가 얻은 혼원석의 한계가 성령기 완경까지였습니다. 그래서 태령기에 오르고 싶어도 불가능했지요.”

하지만 괴뢰선은 예민한 질문에도 개의치 않고 호탕하게 웃으며 사실을 인정했다.

“그럼 이곳 기기현문의 모처에 성령기 완경 이상에 오를 수 있는 혼원석이 있다는 말씀이군요? 협력 조건으로 어떤 경우에도 하나의 물건은 괴뢰선께서 취하겠다 하신 것도 그것일 거 같고요.”

건우는 괴뢰선과 협력하기로 하면서 했던 약속 중에 하나를 떠올리며 그가 기기현문의 혼원석을 원할 거라고 예상했다.

“음. 과히 틀리지 않은 추측입니다. 하지만 제가 꼭 혼원석을 취할 거라고 확신하지는 마십시오. 사실 기기현문의 보물 중에 어떤 것이 있을지 어떻게 알겠습니까.”

“그래요?”

“나중에 다툼이 생길까 걱정되어 미리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 저는 경우에 따라서 혼원석이 아닌 다른 것을 탐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괴뢰선은 혼원석을 특정해서 선점권리를 행사하겠다는 확답을 피했다.

오랜 세월을 살아온 연륜이 드러나는 부분이었다.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하하하. 이럴 때에 보면 괴뢰선께서도 호락호락하지는 않으십니다. 혹시라도 혼원석보다 귀한 것이 있을 수 있음을 놓치지 않고 대비하시니 말입니다.”

“이런 정도야 건우 수사께서도 충분히 고려하실 수 있는 것이 아닙니까. 어울리지 않는 금칠을 받으니 낯이 뜨겁습니다.”

괴뢰선은 그렇게 말을 하며 전방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는 그가 부리는 괴뢰 수백여 마리가 기기현문의 기관 진법에 맞서서 싸우고 있었다.

“기기현문의 기관 진법은 역시 오묘한 바가 있습니다. 확실히 고대 수도 문파 중에서 기관 진법과 법기 제작에 탁월했다더니 진정 명불허전입니다.”

괴뢰선은 자신의 괴뢰들이 번번이 기관 진법의 공격에 패퇴하는 것을 보며 안타까운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건우도 기관 진법과 괴뢰들의 싸움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실제로 건우는 그 싸움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어차피 물량으로 밀어붙이면 오래지 않아 깨어질 기관 진법이었다.

그리고 그게 아니어도 건우는 오래도록 마음속에만 담아두고 꺼내지 못했던 이야깃거리가 있었다.

다른 수사와 의논하기는 쉽지 않은 문제였는데 마침 괴뢰선이라면 어떻게 대화의 물꼬를 터 볼 수 있을 듯하여 기회를 보던 중이었다.

그런데 괴뢰선이 자신의 혼원석 한계까지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으니 그 문제도 이야기를 꺼내봄직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말입니다.”

건우가 이전보다 한결 머뭇거리는 태도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하실 말씀이 있으십니까?”

괴뢰선도 기이한 분위기를 느낀 듯이 진지한 표정으로 건우를 보며 물었다.

“종 선생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건우가 툭 던지듯이 그렇게 말문을 열었다.

“네? 종 선생이요? 그 녀석이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이전에 종 선생이 부리던 괴수가 두 마리 있었습니다만, 혹시 아십니까?”

“으음.”

건우의 물음에 괴뢰선의 눈빛이 찰나 간 날카롭게 빛났다.

그리고 잠시 침묵에 빠진 괴뢰선이었다.

“혹시 불편한 질문을 드렸던 것입니까?”

괴뢰선의 분위기가 삼엄해지자 건우가 슬쩍 눈치를 보았다.

“흐음. 아닙니다. 어차피 수사가 갱과 굴을 알고 있다는데 무엇을 숨기겠습니까. 사실 그 갱과 굴은 이제 제 손에 있습니다.”

“역시! 그러리라 생각했습니다. 종선생에겐 과분한 것이긴 했지요.”

“으음. 건우 수사께서 그리 말씀을 하시는 것을 보면 갱과 굴이 지닌 힘에 대해서 아시는 모양입니다.”

“하하하. 무슨 말씀을요. 제가 괴뢰선께 여쭈려던 것이 바로 그것이었는데 말입니다. 인계에서 갱과 굴을 만났을 때에는 그저 두려워만 했었는데 요즈음 그것을 떠올리니 색다르더란 말이지요.”

“그래요? 건우 수사께서 뭔가 깨달음이 있으셨던 모양입니다 그려.”

괴뢰선이 이전보다 더욱 눈빛을 빛내며 물었다.

“아닙니다. 제가 법칙에 대해서 무얼 알겠습니까. 사실 권능 위에 있는 힘이란 것만 어렴풋이 들었을 뿐, 자세히 알지는 못합니다.”

“그래요?”

“그렇습니다. 하여 혹여 괴뢰선께 가르침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여 말을 꺼낸 것입니다. 이것이 제가 이 이야기를 꺼낸 진실된 속마음입니다.”

“법칙에 대해서 알고 싶어서 이야기를 꺼냈다는 말이군요?”

“마침 종선생의 갱과 굴에 대한 핑계도 있으니 괜찮겠다 싶었지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된 것이군요. 하지만 사실 저도 법칙의 힘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그렇습니까?”

되묻는 건우의 표정에서 실망감이 드러났다.

“하지만 이런 정도는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인계에선 의념의 힘을 쓰고, 영계에선 권능을 쓰며, 선계에선 법칙을 쓴다지요.”

“네? 그게 무슨?”

“각 단계마다 제대로 된 수사 노릇을 하려면 그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건우 수사께서도 권능이나 그에 필적할 수단들은 가지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야, 그렇기는 합니다만. 그럼 그 법칙이라는 것이 실제론 선계에서나 다룰 힘이란 말씀입니까?”

“그것 참, 독하기도 하십니다. 건우 수사.”

괴뢰선이 조금씩 법칙의 힘에 대해서 이야기를 시작하자 흥이 난 건우가 질문을 던지는데 갑자기 괴뢰선이 정색을 하며 건우를 노려봤다.

건우는 그런 괴뢰선의 반응에 ‘아차!’하는 마음이 들었다.

건우가 두 손을 모아 공수하며 살짝 고개를 숙였다.

“미안하게 되었습니다. 호준 수사. 제가 홀로 떠돌며 고생이 많았던 터라 이리 제 멋대로입니다. 호준 수사께서 이미 제게 법장두가 있음을 아실 것을 생각지도 못하고 말입니다.”

건우는 조금 전에 과거 종선생과 낙생역 근방에서 만났을 때, 법장두를 꺼내 대치했던 기억을 떠올린 것이다.

그렇다면 괴뢰선 역시 그 일을 알고 있을 가능성이 있었다.

종선생에게 갱과 굴을 빼앗으며 그와 연관된 모든 이야기를 들어 놓았을 것이다.

자신이라도 그렇게 했을 텐데, 괴뢰선이라고 다를까.

“눈치도 빠르십니다 그려. 하하하하. 하지만 그렇게 따지면 이 호준 역시 부끄럽기는 매한가지 아니겠습니까. 이미 건우 수사에게 법장두가 있음을 알고 있으면서 지금껏 모르는 척 하고 있었으니 말입니다. 그러니 서로의 허물은 이만 덮어두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해 봄이 어떻겠습니까?”

“감사한 말씀입니다. 하지만 미리 실토하자면 저는 아직껏 법칙에 대해서 제대로 궁구해보지 못했습니다. 어쩐 일인지 한 곳에 방치해 두고 꺼내보지 않게 되더군요.”

“아마도 그랬을 것입니다. 그 역시 천지 법칙의 작용이겠지요. 감히 감당할 수 없는 힘이니 무의식에서 거리를 두게 했을 것입니다. 그나마 성령기나 되었으니 이제 겨우 거들떠 볼 자격이 생겼다고 할까요?”

“경지가 낮을 때에는 멋도 모르고 대하다가 어느 정도 경지가 된 후에는 본능이 그것을 멀리했을 거란 말이군요.”

“본능이라 해야 할지, 아니면 천지 법칙의 작용이라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그것만 하더라도 가히 법칙이라는 것의 강력함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 괴뢰선께서는 조금이라도 성취가 있으셨습니까?”

“하하하하. 고작 성령기 따위가 성취가 있으면 얼마나 있겠습니까. 하하하하.”

괴뢰선은 과장되게 웃으며 건우의 질문에 정확한 답을 피했다.

건우는 그런 괴뢰선의 모습에 굳이 더는 따지지 않았다.

보이는 모습만으로도 괴뢰선이 뭔가 얻은 것이 있으리라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자신도 법장두를 연구하면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 정도만 해도 괴뢰선과의 대화는 충분히 유익했다.

“그런데 이것 하나만은 꼭 알아두십시오.”

그때, 괴뢰선이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무엇을 말입니까?”

“법칙의 힘이 담긴 보물은 영계에서도 최상위의 보물이라 그 존재만으로도 피를 부릅니다. 이곳 기기현문의 보물 전부를 모아도 법칙의 힘이 담긴 것만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 그렇게나?”

“그러니 조심하시란 말입니다. 입을 가볍게 놀리면 저나 건우 수사나 모두 위험할 테니까요.”

“알겠습니다. 당분간은 이전처럼 잊고 지내는 것이 좋겠군요.”

건우는 그렇게 대답했고, 이후 건우와 괴뢰선은 다시 갱과 굴, 법장두에 대해서 말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뒤로 괴뢰선과 건우는 기기현문의 기관 진법을 돌파하여 중심으로 들어가는 데 집중했다.

***

“그거 아십니까?”

그러던 어느 날, 괴뢰선이 건우에게 말했다.

“무얼 말씀이십니까?”

“우리의 진정한 적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을 말입니다.”

“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건우가 놀라며 물었다.

“말씀드리지 않은 것이 있는데, 혁개성 대경매에서 건우 수사가 1만 개의 괴뢰심을 경매에 올리지 않았습니까.”

“그랬지요. 그건 괴뢰선께서······.”

“제가 아니었습니다.”

“네?”

“그 괴뢰심은 제가 낙찰받은 것이 아니었다 그 말입니다.”

“허어, 이런 제가 크게 오해를 하고 있었군요. 그렇다면 그 괴뢰심을 낙찰 받은 수사가 암중에서 기회를 보고 있겠습니다 그려.”

건우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인상을 찌푸렸다.

< 괴뢰선과 법칙의 힘에 대해 말하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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