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환장 통수 선협전-251화 (251/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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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십이비선, 그 중에 하나 괴뢰선을 만나다 >

“결국 여기까지 오게 되었군.”

- 하필 이곳에 전광석이 있다니 어떻게 하겠어요. 그나마 손에 넣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이 여기라는데요.

“만은사 놈들, 겨우 이런 정보에 그렇게 많은 영석을 받아가다니.”

- 그건 좀 그렇죠. 혁개성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이지만 이쪽 질포소택성(秩泡沼澤城) 지역에선 대부분이 아는 이야긴데 그걸 정보라고 팔아먹은 건 좀 너무했죠.

건우가 전광석(電光石)의 소재지를 알기 위해 만은사에 의뢰를 했고, 만은사에게 그 정보를 건우에게 팔았다.

그런데 문제는 그것이 이쪽 질포소택성 지역에선 어느 정도 알려져 있는 정보였다는 것이 문제였다.

비록 혁개성과 이곳 질포소택성 사이가 무척 멀어서 서로 왕래가 거의 없다곤 해도, 이곳에선 어렵잖게 알 수 있는 이야기에 대가를 제공했던 것은 짜증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필 그 때 겨자씨 봉인의 흔적을 찾는 바람에 혁개성에 눌러 앉았던 것이 문제지.”

혁개성 대경매에서 건우는 많은 영석을 벌어들였다.

그리고 그렇게 넉넉해진 영석으로 자신이 필요한 수련 자원들을 다수 확보했다.

그 중에서도 건우가 특히 신경을 썼던 것은 부양도를 새로 만드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혁개성에서 수련 자원을 사 모으고 있을 무렵, 아공간의 앙천적의가 건우도 모르던 뭔가를 발견했다.

앙천적의 조차도 그것이 먹잇감이 되는지 아닌지를 몰라 머뭇거렸던 그것을 건우는 몇 년을 살핀 끝에 겨자씨의 흔적으로 판단했다.

그래서 그때부터 건우는 아공간에 숨겨져 있던 겨자씨의 흔적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 연구를 통해서 수미산 상징을 현실로 구현하는 것이 가능할 거라 믿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즈음, 드디어 혁개성에 새로운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질포소택성(秩泡沼澤城)이라고 하는 곳에서 고대 수도 문파의 봉인 공간이 발견되었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그 공략에 괴뢰가 크게 유리하다는 이야기도 들어 있었다.

당연히 혁개성 대경매에서 괴뢰심을 낙찰 받은 수사가 그 금제 공간을 공략할 것이란 사실은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보통 때였다면 당연히 질포소택성으로 달려갔을 건우지만 하필 그 때에 겨자씨의 흔적을 연구하던 중이라 아쉽지만 관심을 끊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백여 년의 시간이 흐르고, 건우는 드디어 아공간에 있는 수미산의 상징을 아공간 현실 구현에 포함시킬 수 있게 되었다.

아직은 그렇게 현실에 구현된 수미산 상징으로 누군가를 수미 세계로 보내 본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연구는 끝났고 실증만 남은 상태라 여유가 생긴 건우.

그는 다시 비행 법기를 개선하는데 몰두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그 기본 뼈대는 부양도였고, 넘치는 재료로 작업은 빠르게 성과를 냈다.

그런데 정말 건우가 가지고 싶은 기능 한 가지에서 문제가 생기고 말았다.

부양도가 원래 가지고 있던 자체 전송 기능.

즉 부양도에 설치된 전송진을 이용해서 부양도 전체가 공간 이동을 하는 기능에서 문제가 생긴 것이다.

물론 부양도의 그 전송 기능은 여전히 건재해 있었다.

하지만 그 거리가 문제였다.

부양도의 전송 최대 거리는 입령기 수사가 둔술 한 번으로 이동할 수 있는 거리보다 짧았다.

그런 기능을 성령기의 건우가 어디에 쓴다는 말인가.

적어도 대성(大城)에 설치되어 있는 전송진의 전송 거리 정도는 되어야 쓸 만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그 전송 기능을 향상시켜 령보급 비행 법기에 어울리게 만들려고 보니 전광석이란 것이 필요했다.

전광석(電光石)이 바로 초 장거리 전송진을 만드는 데 꼭 필요한 중심 재료였던 것이다.

물론 이런 재료는 영석만 있다고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영계 전체에서도 수 백 만 년에 하나씩 발견될 정도로 귀한 것이 전광석이었다.

그래서 대성이나 되어야 장거리 전송진이 설치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중에 만은사에서 질포소택성의 금제 공간에 전광석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정보를 가지고 왔고, 건우가 그것을 구입하고 즉시 혁개성의 전송진에 올랐다.

그 후 전송진을 몇 번 갈아타며 중, 대형 규모의 성들을 거쳐서 질포소택성에 다달았다.

그런데 질포소택성에 가까워질수록 만은사에서 얻은 정보는 그 가치가 떨어졌다.

아는 이가 많은 정보가 되면 당연히 가치가 없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래도 이 부양도 제법 괜찮지? 전송 기능만 채워 넣으면 완벽해 지는 거지. 이제.”

건우는 만은사에 대한 생각을 떨쳐 버리며 루야에게 부양도를 자랑했다.

부양도는 이전과 많이 다른 모습이 되어 있었다.

부양도는 지름이 1천 장에 가까운 둥근 지면을 가지고 있었고, 그 중앙에 작은 호수 하나가 있었다.

그리고 그 호수의 중앙에 섬이 있었는데 거기에 단층 전각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과거에 있었던 7층 누각은 사라지고 섬에 들어선 전각이 부양도의 중심이 된 것이다.

건우는 그 전각의 앞마당에 있는 작은 정자에 앉아서 흘러가는 풍경을 지켜보며 루야와 이야기를 하는 중이었다.

부양도 아래쪽으로 아득하게 지상의 모습이 펼쳐지고 있었는데 거대한 산맥이나 저수지, 늪지가 손바닥 크기로 보이고 있었다.

- 건우 님이 연속으로 둔술을 펼치는 것보다는 약간 느리지만 그래도 엄청나게 빠르긴 하네요.

“물리적인 저항을 완전히 무시한 비행이 가능하지만, 둔술은 순간 이동에 가까운데 그걸 어떻게 따라가냐? 일반적인 비행으로 공간 이동을 앞지를 수는 없지.”

- 그렇기는 하네요.

“그래도 천지 영기의 흐름에 올라타면 둔술보다 훨씬 빠르게 이동할 수 있지. 과거에 운승대선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야.”

- 그거 지금은 못하잖아요.

“그야 천지 영기의 흐름이 어떻게 되는지 모르니까 그렇지. 하지만 목적지 없이 움직이는 거라면 천지 영기의 흐름에 올라탈 능력은 충분하지. 새로 태어난 부양도는 굉장하거든.”

자신이 새로 만든 부양도를 자랑하는데 거리낌이 없는 건우였다.

그만큼 새로운 부양도가 마음에 들고 자랑스러운 것이다.

- 부양도 하나에 어깨에 힘을 너무 주시는 거 아니에요?

루야가 그런 건우를 슬쩍 놀렸다.

“야, 여기 들어 있는 금제나 공방 술법이 얼마나 많은지 몰라? 부양도만으로 상대해도 성령기 수사는 어떻게든 막아낼 수 있을 걸? 공격이 좀 딸리긴 하지만.”

- 네네, 알았습니다. 새로운 부양도가 얼마나 대단한지는 저도 아니까 자랑을 해도 저한테 하지는 마세요. 솔직히 함께 만든 저한테 그러고 싶습니까? 이제 곧 기기현문(氣機玄門)의 금제 공간에 도착하니 그곳에 부양도를 부러워할 수사들이 많이 있을 겁니다.

“하하하. 그럼 좀 더 속도를 내어 볼까?”

루야의 말에 건우가 웃음을 터트리며 손을 저어 부양도의 비행 속도를 높였다.

당연히 소비되는 자원과 영석의 양이 늘어났지만 유지비 때문에 경제속도를 따질 건우가 아니었다.

- 이해합니다. 한동안은 그렇겠지요. 그것도 다 한 때죠. 네네. 그런데 건우 님.

“응? 왜?”

- 저기, 검선은 어쩌려고 여기로 오신 거예요? 검선과 약속한 날이 이제 몇 십 년 밖에 안 남았는데요?

“그거야 뭐, 이렇게 삼백육십성광검을 꺼내들고 다니면 알아서 찾아오겠지. 급한 건 내가 아니라 검선이잖아.”

- 우와, 그러다가 칼 맞지 않을까요?

“대천겁을 앞둔 검선이 나를 찾아 온다는 건, 그만큼 발 등에 불이 떨어졌다는 거야. 그러면 당연히 내가 갑이 되는 거지.”

- 그러다가 검선이 안 찾아오면요?

“내게 의지하기 보다는 스스로의 힘으로 대천겁을 극복하겠다고 결심했다는 말이겠지. 그럼 조금 조심하긴 해야겠지만 그래도 앞으로 몇 백 년은 괜찮을 걸?”

- 왜요?

“대천겁을 치렀으면 몸을 추스르는 시간이 그만큼은 필요할 테니까.”

- 아, 그러네요.

“그 사이에 검선이 죽었다는 소식이 들리면 좋은 거고, 살아 남았다는 소리가 들리면 적당히 보다가 수미 세계로 튀어야지. 그게 아니면 검선보다 끗발 있는 수사를 잡아서 방패로 내세우거나.”

- 아, 수미 세계로 가려고 할 수사는 구하려고 하면 많이 구할 수 있을 거라는 말이죠? 검선 보다 경지가 높은 수사들도요.

“그래,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이번에 방법을 완성했으니까 이젠 적절하게 홍보도 하고 그럴 생각이니까.”

- 건우 님 때문에 수미 세계가 멸계전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무척 높아질 수도 있겠어요. 이쪽 홍애지의 고계 수사들을 다수 수미 세계로 보내면 수미 세계의 전력이 급상승 할 테니까요.

“그렇게 되면 좋겠지. 나도 조금은 기대를 하고 있다. 덕분에 나도 선계 등선을 쉽게 할 수 있으면 좋을 테니까.”

건우는 그렇게 말하며 부양도의 비행 경로를 살짝 조정했다.

드디어 그의 의념 끄트머리에 기기현문의 금제 공간이 잡혔던 것이다.

***

“어르신, 종 모가 다시 인사드립니다.”

건우가 기기현문의 금제 공간 안으로 들어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종선생이 찾아왔다.

기기현문의 금제 공간은, 입구는 하나밖에 없는데 안으로 들어가면 지름이 백만 리에 이르는 거대한 공간이 펼쳐진다.

그리고 그 거대 공간은 수백 겹의 벽으로 둘러싸여 중심으로 갈수록 강력하고 악랄한 기관 진법이 중첩되어 있었다.

금제 공간으로 들어온 수사들은 뿔뿔이 흩어져 각자 외곽의 벽부터 뚫고 안쪽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당연히 이미 다른 수사가 만들어 놓은 길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분쟁을 부른다.

그래서 진척도가 높은 길을 대가를 주고 빌리는 경우도 있고, 스스로 새로운 길을 뚫는 경우도 있었다.

보통 경지가 낮은 수사들은 외곽을 전전하며 보물을 찾고, 경지가 높고 욕심이 많은 이들은 최대한 중심부에 먼저 도착하려 경쟁을 하고 있었다.

건우는 금제 공간에 뒤늦게 들어온 상황인데, 원하는 것은 귀한 전광석이니 어떻게든 앞서간 이들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았다.

“그래서 괴뢰선이 나와 손을 잡고 싶어 한다는 것이냐?”

종선생의 말을 모두 들은 후, 건우가 물었다.

그의 말처럼 괴뢰선이 종선생을 보내어 건우에게 손을 내민 상황이었다.

이즈음 괴뢰선이 다른 경쟁자들보다 한발 앞선 상황이 되었는데, 그 때문에 다른 경쟁자들이 손을 잡고 괴뢰선을 방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길 어르신께도 좋은 일이 아니겠습니까. 괴뢰선 어르신께서는 기기현문의 보물을 길 어르신과 공평하게 나누실 것이라 하셨습니다.”

“공평이라······. 그 공평한 분배가 과연 나에게 얼마의 지분을 주겠다는 것인지 모르겠구나.”

“그야 세운 공에 따라서 다른 것이 아니겠습니까?”

“흐음. 듣자니 이곳에 태령기 어르신이 세 분이나 들어와 있다던데?”

건우가 문득 화제를 돌렸다.

괴뢰선과 세 명의 태령기 수사.

이 넷이 지금 기기현문의 금제 공간을 사분하고 있는 거대 세력이란 것을 건우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중에 괴뢰선만 성령기 완경이라 태령기 수사들에 비해서 모자람이 있었다.

다만 이곳 금제 공간의 기운이 괴뢰나 기계장치, 법기 따위에 유익하고 생명체들에게 해로운 것이라 괴뢰선이 기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괴뢰선이 기기현문의 주요 보물을 취할 수 있다면 태령기 승경도 어렵지 않을 것이란 추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니 괴뢰선도 태령기 수사들을 상대로 고개를 뻣뻣하게 들고 힘을 주는 것이었다.

물론 실패하면 뒤는 없다고 봐야 하는 것이고.

“일단 한 번 만나나 보지. 괴뢰선이 어떤 이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건우는 괴뢰선을 직접 만나서 협력을 하든, 거래를 하든 결정을 하기로 했다.

오래전부터 인연이 얽혔던 십이비선 중에 하나와 건우의 만남이 성사되었다.

***

‘어라? 저건 괴뢰선의 동상과는 많이 다른 모습인데?’

건우가 괴뢰선을 처음으로 본 인상은 그것이었다.

과거 건우는 십이비선의 동상을 본 기억이 있었다.

그때의 괴뢰선은 평범한 얼굴의 늙은 수사의 모습이었다.

그런데 지금의 괴뢰선은 종선생보다 더욱 잘생긴 젊은 남자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하하하. 반갑소이다. 나는 호준이라고 합니다. 인계에서 괴뢰선이란 허명을 얻어 지금까지 그리 불리고 있지요.”

괴뢰선은 건우에게 반 공대를 하며 존중하는 태도를 보였다.

건우는 그런 괴뢰선의 모습에 내심 의아해하면서도 마주 예를 차렸다.

“저 역시 반갑기 그지없습니다. 참으로 오래전부터 십이비선과 얽혔지요. 따지자면 인계 십이비선의 전설이나 유산과 얽혀서 지금의 제가 있다고 해도 될 것입니다. 참으로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으니 말입니다.”

“하하하. 나도 그에 대해서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하나는 알고 있지요. 혹여 유운을 기억하십니까?”

“유운? 어찌 그 이름을 잊겠습니까. 참으로 고마운 이였지요.”

건우는 십이비선 밀역과 은밀역에서 짧지만 강력한 관계를 맺었던 유운을 떠올리며 말했다.

건우가 지닌 검선의 유산도 결국 유운이 준 것이나 다름이 없지 않은가.

“하하하. 사실 마지막 순간에 유운이 죽으면서 그 혼을 제가 회수했지요. 사실을 말하자면 유운은 제가 인계로 내려 보낸 분혼이라 할 수 있습니다.”

“네? 어찌 그런 일이?”

“사실 일종의 분풀이와 같은 것이었습니다. 인계의 십이비선궁이 회회전을 비롯한 다른 세력에게 멸망을 당한 이후로 그것을 되갚아 주고 싶었지요. 그래서 분혼 하나를 보내어 계속 몸을 갈아타며 음모를 꾸미게 했던 것입니다. 물론 십이비선궁 은밀역까지 박살이 나면서 실패로 그 끝을 보았지만 말입니다.”

“으음. 실패라고요?”

“인계 놈들에게 큰 피해를 주기는 했지만 결국 소소한 복수에 지나지 않은 것이었지요. 그러니 실패할 할 밖에요. 게다가 분혼마저 마지막 천겁뢰에 타격을 입어 급히 회수해야 했고 말입니다.”

“일이 그렇게 된 것이었습니까?”

“따지자면 그저 목적을 정해주고 작은 분혼 하나를 인계로 던진 것이 전부일 뿐입니다. 간혹 그 분혼을 통해 인계를 내려보긴 했지만 그게 전부였지요.”

“어쨌거나 유운에게 작은 빚이 없다고 할 수 없으니 그것을 괴뢰선께 갚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군요.”

“무슨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그 일이야 그저 우리 관계가 데면데면하지 않게 되는 것으로 족하지요.”

“그렇다면야 유운의 일은 충분히 차고 넘칠 일이지요. 하하하하.”

괴뢰선의 말에 건우가 즐거운 표정으로 크게 웃었다.

그리고 그 후로 둘은 기기현문의 금제 공간 공략에서 서로 어떻게 협력할 것인지 진지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 십이비선, 그 중에 하나 괴뢰선을 만나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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