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환장 통수 선협전-250화 (250/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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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예! 또 다시 과열된 경매, 눈누난나 >

혁개성 대경매에 참가할 수사들은 모두 일흔두 곳의 경매장에 입장하여 경매에 참가할 수 있었다.

그 일흔두 곳의 경매장은 오래전에 혁개성의 고계 수사들이 모여서 만든 술법진으로 연결되어 어디서나 본 경매장의 행사 진행에 참가할 수 있었다.

일흔두 곳의 경매장과 경매 무대를 동시에 연결하는 술법은 매우 고명한 것이어서 어느 경매장에 있더라도 차이가 없었다.

건우도 자신이 머무는 객관에서 가장 가까운 경매장에 입장하여 자리를 잡았다.

주위를 둘러보면 중앙 무대를 감싸고 반원 형태의 좌석이 열을 지어 놓여 있다.

그리고 좌석들은 정면을 제외한 삼면이 막혀 있어 다른 참가자들의 시선을 막아주고 있고, 공간이 확장되어 넓고 쾌적한 환경을 제공했다.

당연하겠지만 무대에서 가까운 곳일수록 경쟁이 심해서 경지가 높거나 혹은 중요한 상품을 경매에 올린 이들이 그런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1만 개의 화신기급 괴뢰심을 경매 물품으로 올린 출품자이고 성령기 경지의 수사인 건우는 당연히 앞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성령기 경지를 고려치 않더라도 경매 첫 날에 나올 경매품 중에서 건우의 1만 괴뢰심은 주목도로 따지자면 한 손에 꼽힐 정도로 관심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드디어 몇 차례의 경매가 진행된 후, 건우의 괴뢰심 경매가 시작되었다.

“자, 다음은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계실 바로 그 물품입니다. 1만 개의 화신기급 괴뢰심입니다. 이미 경매를 주관하는 여섯 개 상단 감정사들이 꼼꼼하게 검수를 마쳤습니다. 이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이 앞에 있는 옥간에 담아 두었습니다. 필요하신 분들은 옥간의 내용을 살피시기 바랍니다.”

옥간은 경매 무대 위, 경매품을 놓는 자리에 십여 개의 괴뢰심과 함께 놓여 있었다.

1만 개의 괴뢰심을 모두 경매대에 모두 올리지는 않고 그 정보를 담은 옥간과 몇 개의 견본 상품으로 대체한 것이다.

건우도 슬그머니 의념을 일으켜 경매대 위에 놓인 옥간의 내용을 살폈다.

조예령에게 감정 결과를 미리 받았기에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무료한 김에 확인을 하는 것이었다.

옥간에는 괴뢰심의 주재료와 각각의 성능에 대한 내용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었다.

“보시는 것처럼 모두가 최소 화신기 초기 이상의 괴뢰를 만들 수 있는 괴뢰심입니다.”

진행자가 상품에 대해 간략한 설명을 시작했다.

그런데 그 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무대로 던져졌다.

- 모두가 짐승(獸) 형태의 괴뢰로군. 이래서는 활용도가 낮지 않나?

경매 진행자의 설명 중에 일흔두 곳의 경매장 중에 한 곳에서 누군가 끼어들어 물건에 대해 흠을 잡은 것이다.

그러자 진행자가 매서운 눈빛으로 전면을 노려봤다.

아직 상품 설명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간섭이 들어온 것이 불쾌한 것이다.

“말씀처럼 이번 물건이 모두 석수 괴뢰에서 추출한 괴뢰심인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본 물건으로 짐승 형태 이외의 괴뢰를 만드는 것은 낙찰자의 재주가 아니겠습니까? 그리 할 수 있다면 본 물건의 가치를 훨씬 높이게 될 것이고 말입니다. 그 정도는 감안하여 응찰을 하시겠지요. 그만한 감각도 없으십니까?”

그냥 짐승형 괴뢰로 쓸 수도 있지만 능력이 되면 그보다 나은 활용법이 있다는 이야기다.

어조는 부드러웠지만 내용은 상대를 깎아 내리는 말이 아닐 수 없었다.

한 마디로 물건의 가치를 제대로 모르고, 활용할 능력도 없으면 조용히 하라는 뜻이다.

그런데 진행자의 그런 뼈가 담긴 말과 싸늘한 반응에도 경매 분위기는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사실 경매 물품에 대한 흠잡기는 자주 일어나는 일이라 진행자나 참가자들도 경매의 한 부분으로 여기고 받아들이는 일상적인 일일 뿐이었다.

“자, 화신기 급 괴뢰 1만을 거느릴 수 있는 기회입니다. 부가 설명으로 원래 이 1만의 괴뢰는 침입자의 능력을 경감시키는 거대 금제와 맞물렸을 때, 아주 강력한 위력을 보였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그럼 경매를 시작하겠습니다. 호가는 화신기급 괴뢰심 1개에 상급 영석 300개부터 시작합니다. 그래서 시작가는 상급영석 300만 개! 호가 시작해 주십시오!”

경매 진행자가 드디어 경매 시작을 알렸다.

건우는 시작가가 상급 영석 300만 개라는 말에 속으로 깜짝 놀랐다.

이전 운승대선의 경매에서도 상급 영석 수십만 개를 얻은 적이 있지만 이건 그 때와는 규모 자체가 달랐다.

“400만 개로 하지.”

첫 호가부터 상급 영석 100만 개가 상승해서 나왔다.

그리고 그 뒤로도 십만 개에서 수십만 개를 덧붙여 호가가 빠르게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거 생각보다 참가자가 많은데?’

- 그러게요. 왤까요?

루야도 궁금한 모양이었다.

화신기 1만.

어마어마한 숫자란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단순하게 생각하면 화신기 1만이 입령기 하나를 잡기는 어렵다.

싸움이 벌어지면 당연히 화신기 1만이 이기겠지만 입령기 수사가 화신기 수사를 피해 도망가려 한다면 그것까지 막기는 쉽지 않다.

게다가 전면전을 벌이지 않고 치고 빠지기를 반복하면 입령기 수사 하나가 화신기 1만을 모두 잡아 죽이는 것도 시간의 문제일 뿐 불가능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뜨거운 이 입찰 경쟁은 뭘까?

건우는 그 이유가 궁금했다.

그래서 오래 고민하지 않고 답을 알만한 이에게 전신부를 연결했다.

상대는 그가 경매 대행을 맡긴 조예령이었다.

- 생각보다 경쟁이 치열한데 그 이유를 너는 아느냐?

- ······. 어르신. 송구합니다. 경매로 일이 바빠 어르신을 기다리게 했습니다.

잠시 시간이 흐른 후, 조예령의 목소리가 전신부를 넘어 전해졌다.

- 그래서? 괴뢰심 경매가 이리 과열된 이유를 알고 있느냐고 물었다.

- 그게, 괴뢰선 어르신께서 종가를 보낸 것이 발단이 된 듯합니다.

- 자세히 말해 보거라.

- 아직 확실히 파악된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금제 공간 하나가 발견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 금제 공간?

- 오래 전에 사라진 고대 수도 문파의 흔적이 보인다는데 그곳의 방어 진법과 술법이 매우 강력하다 합니다.

- 그게 괴뢰심과 연관이 되려면, 괴뢰를 만들어 그곳을 공략하는 데 쓰겠다는 뜻이겠구나?

- 그렇습니다. 자세한 것은 파악하지 못했지만 그 금제 공간을 공략하는데 괴뢰가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합니다.

- 너도 자세히는 알지 못한다는 거로구나?

- 그렇습니다. 성령기 어르신이나 태령기 어르신들 정도는 되어야······.

말은 그리해도 결국 태령기들이 그 금제 공간을 두고 경쟁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 괴뢰선이 아직 성령기 완경이라 했던가? 그런데 그 금제 공간에 욕심을 내고 있다고?

- 괴뢰가 그곳에서 제약을 덜 받는다는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것입니다.

- 하긴 그도 그렇군. 그럼 이 경매가 끝나면 그 금제에 대한 정보도 더 많이 나돌겠구나. 이번 경매로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질 테니.

- 어르신께서도 관심이 있으십니까?

- 물론이다. 네가 만은사의 일도 보고 있다 했으니 정보가 들어오는 대로 정리해서 가지고 오거라.

- 아, 알겠습니다. 하지만······.

- 걱정하지 마라. 정당하게 값을 치를 것이니. 내가 설마하니 만은사와 척을 질 일을 하겠느냐?

- 감사합니다. 어르신.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습니다.

- 그래. 알았다. 그럼 일 보거라.

- 네. 어르신. 좋은 성과가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조예령은 그렇게 인사를 하고 전신부의 연결을 끊었다.

그런 중에 괴뢰심의 경매는 이미 예상 금액을 훨씬 초과한 상태로 이어지고 있었다.

“상급 영석 850만 개. 거기에 최상급 영석 3천 개.”

게다가 이제는 상급 영석이 아닌 최상급 영석 3천 개가 호가에 포함되어 등장했다.

최상급 영석 하나는 상급 영석 100개의 가치를 지닌다.

최상급 영석 3천 개는 상급 영석 30만 개라는 소리다.

하지만 최상급 영석의 진정한 가치는 절대 상급 영석 100개와 같을 수 없다.

상급 영석 100개로 최상급 영석 하나를 연성해 낼 수는 있지만 거기에 드는 수고와 시간은 어디서 찾을 것인가.

최상급 영석 3천 개는 그만한 성의와 각오의 표시라 할 수 있다.

반드시 괴뢰심을 차지하고 말겠다는.

하지만 그런 의사 표시는 다른 곳에서도 줄줄이 터져 나왔다.

“상급 영석 900만 개에 최상급 영석 3천 개.”

“상급 영석 900만 개에 최상급 영석 5천 개.”

“상급 영석 천만 개, 최상급 영석 5천 개.”

이젠 상급 영석과 최상급 영석의 개수를 번갈아 올리며 경매가 진행되기 시작한 것이다.

얼마 전부터 경매 진행자는 호가 상황을 지켜보기만 할 뿐, 경매 흐름에 끼어들지 않고 있었다.

‘이거 좋은데?’

건우는 이미 예상의 두 배를 넘은 호가를 지켜보며 활짝 웃었다.

이렇게 되면 이번 경매 수익으로 그가 사려고 생각했던 수련 자원 대부분을 확보할 수 있을 터였다.

“상급 영석 2천만 개. 최상급 영석 10만 개.”

그런데 어느 순간 던져진 호가에 경매장이 침묵에 빠졌다.

소소히 오르다가 상급 영석 천오백만 개에 최상급이 3만 개 까지 호가가 오른 상황이었다.

그런데 거기에 한꺼번에 5백만 개의 상급 영석을 더하고, 최상급 영석은 7만 개를 더했다.

건우조차 그 호가에 놀라서 엉덩이를 들썩일 정도였다.

“아, 상급 영석 2천만 개. 최상급 영석 10만 개가 나왔습니다. 역시 상품의 가치는 시기와 상황에 따라서 크게 달라지는 것을 이번 경매로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정말 예상 밖의 호가입니다. 그럼 여기서 경매가 끝날까요? 이 이상의 호가가 없으면 그렇게 될 것입니다. 자, 세 번의 호가 시작합니다. 상급 영석 2천만 개, 최상급 영석 10만 개 하나! 상급 영석

2천만 개, 최상급 영석 10만 개 둘! 더 없습니까? 그럼 마지막 호가 들어갑니다. 상급 영석 2천만 개, 최상급 영석 10만 개 셋! 네! 이렇게 화신기 괴뢰심 1만 개의 주인이 정해졌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응찰 금액 수령을 확인하는 즉시 다음 경매를 진행하겠습니다.”

건우도 누가 괴뢰심을 낙찰받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저 마지막 호가만 확인할 수 있었을 뿐.

‘상급 영석이 2천만 개? 최상급은 10만 개? 미쳤구나. 그동안 내가 우물 안 개구리였어.’

건우가 속으로 탄식을 터트렸다.

감히 상상도 못 했던 액수다.

지금껏 건우는 백만 개의 상급 영석도 가져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2천만 개라니.

‘도대체 늙은 괴물들은 얼마나 많은 재산을 가지고 있다는 거야?’

기가 막히는 일이었다.

그러다가 문득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

‘그 고태라는 놈은 태령기 완경이었으니 얼마나 많은 것을 가지고 있었을까? 그런데 그 많은 재산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몽땅 털어 써 버렸던 거였어?’

고태(高泰)의 공역궁(空逆宮) 공간에서 얻었던 공간낭이 떠올라 새삼 속이 쓰라린 건우였다.

태령기 완경 수사의 무덤에서 얻은 것이 하나도 없었다니, 어찌 아깝지 않을까.

- 건우 님. 오늘 경매에서 팔아넘긴 괴뢰심이 거기서 나온 거란 사실은 잊으신 거예요?

루야가 건우의 그런 비양심을 지적했지만 건우는 고개를 저었다.

‘그거랑은 다르지. 괴뢰심은 내가 죽어라 싸워서 얻은 전리품이지 고태의 무덤을 공략한 보상은 아니야. 아, 그 요대. 유 선자가 가지고 간 그게 정말 제대로 된 공략 보상이었던 거구나.’

-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고태라는 수사가 천겁을 피하기 위해서 재물을 모두 소비한 것을 왜 유 선자 탓으로 돌려요? 그녀 앞에서는 말도 못 하더니.

‘음? 아, 그래. 인정할 건 인정하자. 요대는 유 선자가 당연하게 받아 가야 할 비용이라고 봐야지. 그럼 결국 고태 그놈이 문제란 거군.’

여전히 누군가는 고태의 주머니가 비어 있던 것에 대한 책임을 지긴 해야 한다는 생각이고 죄 없는 고태가 그 대상이 되었다.

- 어르신, 낙찰 금액 정산이 끝났습니다. 곧바로 대금을 전송시켜 드리겠습니다.

그런데 그때, 조예령이 건우의 쓰린 속을 달래줄 소식을 전해왔다.

동시에 건우가 앉은 좌석의 탁자 위에 손바닥 크기의 공간낭 하나가 전송되어 왔다.

건우는 그것을 들어 의념을 펼쳐 속을 확인하고 아공간으로 던져 넣었다.

5푼의 경매 수수료를 제한 나머지가 정확하게 들어 있었다.

‘이러면 이제부턴 나도 제대로 경매에 참가할 수 있겠지? 총알이 두둑해졌단 말이지.’

건우가 새로 물품이 오른 경매 무대를 신중한 표정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 어쨌거나 대박을 맞았으니 고태 생각은 잊으세요.

‘이미 지난 일,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

- 그러면서도 아쉽긴 하죠?

‘······.’

< 오예! 또 다시 과열된 경매, 눈누난나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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