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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환장 통수 선협전-241화 (241/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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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선자님의 뜻이 그런 거였군요? >

- 찾았어요! 완성했다구요.

거대한 구형(球形) 공간에 떨어지고 5년이 지났을 무렵, 루야가 환호성을 터트렸다.

건우는 머릿속에 울리는 루야의 목소리에 약간의 흥분을 느꼈다.

“그래? 어디 한 번 보여줘.”

건우가 아공간 입구를 열고 루야와의 의념 연결을 강화하며 말했다.

그러자 루야가 건우의 머릿속에 하나의 영상을 띄워 주었다.

그것은 그가 갇혀 있는 공간의 전체적인 모습이었는데, 예상대로 거대한 구형 공간이었다.

이것을 밝혀내기 위해서 루야는 부양도의 비행 속도와 방향을 직접 결정했다.

그 과정을 통해서 구형 공간의 크기는 물론이고 미묘하게 틀어지는 공간의 비틀림도 찾아냈다.

- 보세요. 중앙에 빈 곳이 있죠?

루야가 보여주는 입체 영상에는 확실히 구형 공간 중앙에 빈 곳이 있었다.

그리고 그 주변을 부양도의 비행경로가 선으로 표시되어 있었는데, 묘하게 그곳으로 다가갈 때마다 곡선 모양을 취하고 있었다.

- 분명히 부양도는 직선 비행을 했거든요. 그런데 결과는 이렇게 중앙 지점을 비껴가도록 곡선 비행을 하게 된 거죠.

“나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정교한 금제가 있다는 거네?”

- 그런 거죠. 이런 건, 제가 아니면 정말 찾기 어려운 거라고요.

“그래, 그건 인정하지.”

루야는 정밀 계산에 탁월한 능력을 지녔다.

그래서 부양도의 비행 속도와 방향을 가지고 구형 공간의 실체를 밝혀낼 수 있었던 것이다.

- 제 생각에는 여기 이 숨겨진 공간에 비밀이 있을 거 같아요.

루야가 건우 머릿속에 띄운 입체 영상의 한 곳을 손가락으로 콕콕 찌르는 모습을 연출하며 말했다.

“그래, 내 생각도 그럴 거 같다. 그런데 문제는 거기에 어떻게 접근하느냐 하는 거지. 매번 어떤 위화감도 없이 스쳐 지나갔던 곳이잖아.”

- 일단 얼마 후에 부양도가 여기 쯤에 도착할 거예요. 그럼 비행을 멈추고 그곳에서 여기에 갈 방법을 찾아 봐야죠. 아, 이참에 불개미들을 시험해 보는 것도 좋겠죠.

“그래, 이제는 화의모(火蟻母)도 곧잘 내 말을 알아들으니 그래보는 것도 좋겠네.”

건우는 아공간에 풀어 놓은 붉은 개미들을 떠올리며 말했다.

그 붉은 개미의 여왕은 건우의 손에 길들여져 이제는 멋대로 금제를 갉아 먹거나 하지 않고, 커다란 개미탑에서 유유자적 생활하고 있었다.

물론 개미들을 먹이기 위해서 건우가 종종 금제 진법을 그 개미탑에 펼쳐 주곤 했다.

그러면 그 금제를 개미들이 갉아 먹고 여왕개미인 화의모에게 돌아갔다.

화의모는 개미들로부터 그 금제의 기운을 받아먹고 몸집을 부풀리며 새로운 개미를 생산하는 것이다.

건우가 그렇게 여왕개미를 길들이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완벽하게 격리된 아공간에서 굶어죽을 상황이 된 여왕개미는 길게 저항하지 않았다.

본능적으로 목숨 줄을 누가 쥐고 있는지 알아차린 여왕개미는 곧바로 건우에게 항복했던 것이다.

하지만 문제가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화의모라 이름붙인 여왕개미에게는 금제를 거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아무리 강력한 금제를 걸어도 언젠가는 그것을 소화시켜버릴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건우가 선택한 방법은 말 그대로 길들이기.

화의모가 건우를 부모나 주인으로 여기고 따르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그리고 격리된 아공간에서 굶주리고 있던 화의모는 먹이로 금제를 몇 가지 던져주자 어렵지 않게 건우를 따르게 되었다.

- 다시 말썽을 부리진 않을까요?

루야가 혹시 하는 투로 건우에게 물었다.

그것은 격리되어 있던 불개미들을 아공간으로 꺼내 놓았을 때에 벌어진 난동 때문이었다.

처음에 갑작스럽게 넓은 공간으로 나온 불개미들이 아공간 곳곳으로 퍼져서 금제를 향해 달려드는 일이 있었다.

물론 그런 난동은 건우가 생각을 한번 일으키자 곧바로 제압되어 다시 격리 공간으로 돌아가 허무하게 끝났다.

당연히 그 후로 얼마간 불개미들은 이전보다 훨씬 좁아진 공간에서 꼼짝도 하지 못하고 갇혀 지내야 했고, 이후 다시 넓은 공간에 풀어 놓았을 때에는 조심스럽게 행동했다.

“괜찮아. 몰라서 사고를 치기는 하지만 일부러 일을 벌이는 것은 아니니까. 화의모가 아직 어려서 그런 거잖아.”

- 생각같아서는 제가 그 앨 가르치고 싶은데, 고것이 건우 님이 아니면 워낙 까칠해서······.

“하하하. 괜찮아.”

건우는 루야의 말에 그렇게 웃고 말았다.

사실 정보집합체가 근원인 루야는 괴뢰가 되었음에도 불개미들을 꺼려했다.

불개미들이 갉아먹는 금제와 루야의 근원인 정보집합체의 성격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지금의 불개미들은 아무리 작정하고 달려들어도 루야를 어쩌진 못하겠지만 일종의 천적 느낌을 받는지 가까이 하는 것도 꺼려하는 루야였다.

때문에 루야는 화의모를 못마땅해 하는 면이 있었다.

***

“신기하네. 저 녀석들을 이렇게도 쓸 수 있군.”

허공을 밟고 선 건우는 앞쪽으로 길게 이어진 붉은 선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 붉은 선은 건우의 어깨에 있는 손톱 크기의 여왕개미에서 시작해서 먼 허공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 금제를 찾아가는 능력을 이용해서 길을 찾다니 건우 님의 발상이 대단한 거죠.

“불개미들이 이곳에 있는 금제를 찾은 것이 용한 거지. 나도 전혀 감지할 수 없는 수준의 금제인데.”

루야가 건우를 추켜세웠지만 건우는 불개미들의 능력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화의모에서 전해지는 의념에 따르면 불개미들은 저 앞쪽에 있는 금제를 처리하기 어려운 모양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무리 금제를 먹어치우는 불개미라 해도 아직은 힘이 약했다.

건우가 보기에 불개미의 힘은 여왕개미에게서 나오는 것인데, 화의모는 고작해야 이제 축기기 수준에 불과했다.

그런 화의모가 다루는 불개미들이 태령기 완경의 수사가 만든 고명한 금제를 감당할 수 없는 것은 당연했다.

- 아무튼 다행이긴 하네요. 그래도 불개미들 덕분에 금제가 숨겨진 곳까지 다가갈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그건 그렇지. 그리고 일단 가서 금제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면 뭔가 수가 생길지도 모르지.”

감지조차 할 수 없는 상황과는 다를 것이다.

금제나 봉인에 대한 건우의 성취는 이미 오래전에 입령기 수준을 벗어났다고 할 수 있다.

수사로서의 경지야 고작 입령기 완경에 불과하지만 금제나 봉인에 대해서라면 성령기도 넘어섰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 연꽃의 금제를 풀어내면서 얻은 것이 많기는 하죠. 저도 건우 님 못지 않다고요.

“그래, 네 도움을 기대하마.”

건우는 그렇게 루야와 대화를 나누며 불개미들이 만든 붉은 선을 따라 천천히 이동했다.

화의모(火蟻母)의 부림을 받는 불개미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며 금제가 있는 곳으로 건우를 안내했다.

며칠 후, 건우는 드디어 숨겨져 있던 금제 공간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건우가 발견한 것은 허공에 떠 있는 거대한 석문(石門)이었다.

표면에 금빛의 법문이 가득하고 그 앞으로 세 겹의 반투명한 막이 있어, 그 각각의 막에도 법문과 술법 문양이 가득했다.

건우는 그 세 개의 막과 석문을 뚫고 들어가야 이곳 공간의 비밀을 밝힐 수 있음을 직감했다.

“이거 쉽지 않겠는데?”

“으응! 쉽지 않을 거야!”

“으아앗!”

“어마아앗! 깜짝이야!”

“그건 제가 할 말입니다. 선자님!”

건우는 저도 모르게 버럭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건우의 혼잣말에 대꾸를 한 것은 언제 나타났는지 모를 연꽃 선자였던 것이다.

“우리 아기가 지금 나한테 소리를 지른 거니?”

“네? 아, 아니 그게······ 너무 놀라서 그만 아무 생각 없이······.”

“오오, 그 태도 마음에 든다. 아니라고 하지는 않네? 그래 그렇게 솔직해야지. 그런 의미에서 이번 일은 용서해 줄게.”

“가, 감사합니다.”

“아, 나도 바빠서 오래는 못 있어. 봐서 알겠지만 이것도 그냥 화신을 투영한 거고.”

“그렇습니까? 식견이 짧아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부족하면 채워야지. 너 수련 좀 열심히 해야겠다. 흠, 그런 의미에서 여기 괜찮을 거야.”

연꽃 선자가 석벽을 가리켰다.

“여기가 어딘지 알 수 있겠습니까?”

“음, 오래 전에 나하고 교류가 있었던 수사의 거처지. 그 역시 나처럼 천겁을 피해서 몸을 숨겼는데 아무래도 실패를 한 모양이야. 먼저 깨어나는 쪽이 다른 쪽을 돕기로 했는데, 와 보니 이미 늦었더라고.”

“아!”

“그래서 너를 여기로 보낸 거야. 열심히 해서 안쪽으로 들어갈 수 있으면 태령기 완경 수사의 유산을 얻을 수 있겠지. 게다가 천겁으로 죽은 상황이라 후환도 없을 거야. 깔끔하지.”

“가, 감사합니다. 선자님.”

“호호호홋, 그래 그래야지. 하지만 나는 너를 돕지 않을 거야. 뭘 얻더라도 그건 네 힘으로 해야지. 응?”

“네, 알겠습니다. 반드시 선자님을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

“잘 해! 너 성령기 되면 내가 내 이름도 알려주고 그럴 거니까. 호호홋.”

“선자님의 방명(芳名)을 말입니까? 그렇다면 이 후배 더욱 힘을 내어 승경에 성공하고 말겠습니다.”

“좋아, 열심히 해. 그럼 나중에 또 보자. 그리고 조심해, 여기가 그렇게 간단한 곳은 아닐 테니까. 호호호호.”

연꽃 선자는 웃음소리와 함께 모습을 감추었다.

그렇게 금제 공간을 거침없이 오가는 연꽃 선자의 모습에 건우는 자신의 부족함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 무섭네요. 언제 왔는지 어떻게 갔는지 전혀 모르겠어요.

한참 후, 루야가 조심스럽게 건우에게 의념을 전했다.

‘어쩌면 선자가 아공간과 너에 대해서도 훤히 들여다보고 있을지도 모르지.’

- 건우 님의 경지가 올라갈수록 의념도 강해졌잖아요. 그러니 태령기 수사라도 쉽게 아공간을 알아차리진 못할 거예요. 물론 아공간 입구를 여닫는 것을 들키면 그런 요행도 바라기 어렵겠지만요.

‘그나저나 여기가 선자와 교류가 있었던 수사의 거처라니 놀랍군. 그것도 태령기 완경의 수사가 최후를 맞이한 곳이라니.’

건우는 새삼 자신이 갇혀 있는 공간에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 연꽃 선자의 의도를 짐작해 보려 애썼다.

지금까지 보면 선자의 행동에는 건우를 도우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봐야 했다.

그녀가 건우를 이곳에 보낸 것도 결국은 태령기 완경의 수사가 남긴 유산을 얻을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 아닌가.

- 이상한 여자긴 해요. 이름은 그냥 알려주면 되는 거지 성령기가 되면 알려주겠다는 건 또 뭔지 모르겠어요.

“내가 아직 자신의 이름을 들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겠지.”

-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구요. 자신이 누군지 밝히는 것은 당연한 일이잖아요.

“내가 그 속까지야 어떻게 알겠냐. 고민해 봐야 머리만 복잡할 뿐이지. 당장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여기 우리 앞을 막고 있는 이것들을 파헤치는 것이다.”

건우는 루야의 투정을 그렇게 다독이며 제 자리에 가부좌를 하고 앉았다.

텅 빈 허공에 돌로 된 문을 앞에 두고 가부좌를 한 건우였다.

그는 먼저 자신의 영기를 이용하여 첫 번째 막을 자극해 보았다.

그러자 첫 번째 막을 이루고 있던 술법 문양들이 현묘한 변화를 일으키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 조심하세요!

그리고 즉시 루야의 경고가 날아왔고, 건우는 곧바로 아공간으로 몸을 피했다.

파지지지지직! 쿠구구궁!

건우가 사라진 공간을 가득 채우는 노란색의 뇌전과 예리하게 휘몰아치는 영기의 파동.

간발의 차이로 위기를 넘긴 건우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고맙다.”

- 운이 좋았어요. 변하는 술법 문양 속에서 뇌전의 발생을 뜻하는 게 보였거든요.

건우의 인사에 루야도 놀란 표정을 수습하며 말했다.

건우는 뇌전과 영기 파동이 가라앉기를 기다렸고, 얼마 후 다시 밖으로 나가 금제의 막을 앞에 두었다.

“어디까지 확인했지?”

그리고 루야를 향해 물었다.

- 지금 보내드릴께요.

루야가 곧바로 조금 전 첫 번째 막에서 일어난 술법 문양의 변화를 건우의 머릿속에 재생시켜 주었다.

그런데 변화가 너무 빨라 그 실체를 파악하기 어려웠다.

건우가 곧바로 루야에게 도움을 청했다.

“조금 느리게 다시 보여줘.”

정보를 기록, 저장하는 데에는 특별한 능력을 지닌 루야였기에 받을 수 있는 도움이었다.

- 네 건우 님.

곧바로 건우의 머릿속에 영기에 자극을 받은 막의 변화가 천천히 재생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막상 느리게 재생을 해보니 그 속에 숨겨진 술법와 진법이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았다.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는 저것들을 모두 해체해야 하는데······, 다시 극멸기를 이용해 볼까? 아니면 화의모의 불개미들을 써 볼까?’

건우가 언뜻 떠오른 두 가지 선택지를 두고 고민을 시작했다.

< 아, 선자님의 뜻이 그런 거였군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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