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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환장 통수 선협전-232화 (232/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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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 이걸 이용해서 선빵을 칠 수 있을까? >

일반적으로 혼돈역 입구는 혼돈역 구역의 외곽에 위치한다.

때문에 파견대 본부 역시 혼돈역의 가장자리에 있었고, 탐색은 그곳에서부터 펼쳐진 부채꼴 형태로 확장되며 이루어지고 있었다.

때문에 건우가 탄 비행 법보는 탐색이 시작될 위치까지 혼돈역의 가장자리를 따라서 이동하고 있었다.

흐릿한 안개가 자욱하게 끼어 있는 혼돈역의 끄트머리 몽무벽(夢霧壁).

안개가 흐릿하여 몽무라 부르는데 그곳에는 태령기의 수사라도 뚫고 나갈 수 없는 천지 법칙의 힘이 작용하고 있어 벽(壁)이란 명칭까지 함께 붙었다.

이는 이곳 수미 세계에서 붙인 명칭이라 건우도 생소한 이름이었다.

그 몽무벽을 따라가다 탐사하지 못한 지역에 도달하면 그곳에서 반대쪽 몽무벽이 나올 때까지 원을 그리듯이 움직인다.

지금까지 파견대의 탐사가 그런 방법으로 진행이 되었다.

“앞으로는 양쪽으로 나누어 탐색을 보내자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하던데 건우 수사는 운이 없는 편인 모양입니다.”

건우가 몽무벽이란 이름의 혼돈역 끄트머리를 지켜보며 시간을 보내는데, 문득 공평부가 기척을 내며 다가와 말했다.

“운이 없다니요? 저는 탐사에 스스로 자원을 했습니다. 넉넉한 탐사 일정이 도리어 반가운 입장이라 운이 좋다고 생각하는 중입니다만.”

“허어, 그랬단 말입니까? 하지만 혼돈역 탐색에서 적잖은 희생이 생기는 것을 모르시지는 않으셨을 텐데요?”

공평부가 놀란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그야 저계 수사들에게나 일어나는 일이 아닙니까. 지금껏 혼돈역에 들어온 파견대 중에서 입령기 수사가 화를 당했다는 말은 없었습니다만.”

“그야 건우 수사의 말이 옳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위험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과 수사와 형 수사, 그리고 내가 벌써 탐색만 네 번째입니다. 그 중에 지난 탐색에서는 우리 셋이 모두 죽을 고비를 넘겼습니다.”

“아, 그 이야긴 들었습니다. 성령기 급의 이무기가 등장했다지요? 그 일에 공 수사도 끼어 있었습니까?”

건우도 파견대의 경의당 지부에서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

탐색을 나갔던 이들이 이무기의 영역에 잘못 들어갔다가 큰 피해를 입었다고 했던가?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아무튼 당시에 죽은 수사들만 이 백에 가깝습니다. 그 중에는 입령기를 바라보던 화신기 후기도 둘이나 끼어 있었지요.”

공평부는 다시 한 번 희생자를 거론하며 위험성을 강조했다.

“그렇게까지 말씀을 하시니 확실히 조심을 하기는 해야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꼭 참고하겠습니다.”

건우는 그런 공평부의 말에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러자 공평부는 기분 좋은 얼굴로 다시 몇 가지 위험 상황에 대한 경험을 전해주고 돌아갔다.

‘위험하긴 하겠지만 공 수사의 염려가 지나친 감이 있다. 이것은 공 수사가 의도적으로 나에게 위험을 알려주려는 배려인가?’

건우는 돌아가는 공평부를 보며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공평부와 형오래가 건우와 친분이 있다지만 그렇다고 과동채를 버리고 건우 편을 들기는 어려울지 모른다.

세 수사가 모두 호지성이란 지역에 묶여 있는 형편으로 서로 상부상조해야 할 입장이 아닌가.

과동채가 건우를 해칠 음모를 꾸민다고 해도 공평부나 형오래가 나서서 건우를 돕지는 않을 것이다.

그나마 방금 전 공평부처럼 애둘러서 위험을 경고해 주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그렇다는 말은 과동채 이 놈이 결국 나를 노릴 거라는 뜻이지? 이런 상황에서 내가 놈의 수작을 기다려줄 이유는 없지.’

어차피 한 하늘을 이고 살 수 없는 놈이 아닌가.

건우는 과동채 보다 자신이 먼저 움직일 생각을 했다.

*   *   *

베틀 북 모양의 비행 법보가 허공에 떠 있고, 그 아래쪽으로 영체기와 화신기 수사들이 부지런히 돌아다닌다.

비행 법보는 지상에 있는 수사들의 길잡이와 같은 역할이었다.

화신기와 영체기 수사들은 비행 법보를 중심으로 십만 리까지 퍼져서 특이한 것들을 꼼꼼히 살피고 있었다.

입령기의 수사라면 능히 수 만 리를 의념으로 훑을 수 있지만 그 모두를 세밀하게 살피긴 어렵다.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정신적인 피로가 클 수밖에 없고, 의념의 낭비가 심하다.

혹시 있을지 모를 위급 상황에 대비해야 하는 입령기 수사들에게 그런 정신노동을 시킬 수는 없는 일.

그러니 베틀 북 비행 법기에 타고 있는 입령기 수사들은 한량처럼 여유를 부리며 시간을 보내는 꼴이다.

“흥, 웃기는 놈. 제 놈이 뭐라고 굳이 어린 것들이 노는 곳에 끼어든단 말인가! 안 그래?”

과동채가 선수에 다탁을 두고 공평부와 형오래를 마주한 채로 투덜거렸다.

건우가 비행 법보에 머물지 않고 지상으로 내려간 것을 두고 하는 이야기였다.

“무에 그리 날을 세우고 그러십니까? 건우 수사야 연단을 위해 파견된 상황이니 직접 재료를 살피는 것이지요. 어차피 확인이 필요한 경우에는 채집도 하지 않고 건우 수사를 부를 것이 아닙니까.”

형오래가 슬쩍 건우의 편을 들어 주었다.

“그러니 하는 말이지. 어차피 일이 있으면 아랫것들이 알릴 것이고, 그러면 그 때에 나서면 될 일이 아닌가 말이지.”

“따지고 보면 과 수사께서 건우 수사를 밖으로 내몬 것이 아닙니까. 어찌 그리 야박하게 구시는 겝니까?”

그럼에도 제 주장을 꺾지 않는 과동채에게 이번에는 공평부까지 쓴소리를 했다.

형오래와 공평부가 그리 나오자 과동채의 인상이 와락 일그러졌다.

“지금 누구의 편을 드는 것이냐? 아닌 말로 화신기 따위가 무례하게 군 것을 벌하고자 한 것이 무에 그리 잘못이라고? 지난 날, 건우 그 놈이 화신기로 내 앞에 섰을 때, 그 놈이 한 언행을 떠올려 보고 말해라. 그 때 너희가 나와 같은 경우를 당했다면 그냥 참고 넘어갔을 것 같으냐?!”

과동채가 결국 화를 이기지 못하고 언성을 높이고 말았다.

그와 함께 그가 끌어 올린 영기가 베틀 북 비행 법기 주변에서 요동치며 먹구름과 번개를 일으켰다.

과동채 때문에 영기가 요동을 치니 혼돈기와 극멸기가 함께 꿈틀거린 탓이다.

이 때문에 지상에서 임무를 수행하던 수사들이 불안한 눈빛으로 한동안 비행 법보를 올려 보며 가슴을 졸였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일기가 원래대로 돌아가니 수사들도 다시 제 일을 하기 시작했다.

“으음. 여기는 유독 혼돈기가 짙은 것을 보니 특별한 것이 있을 법 하다.”

그런 중에 건우는 비행 법보에서 멀리 떨어진, 탐색 범위 끄트머리에서 특이한 계곡을 발견하고 있었다.

그의 곁에는 경의당의 화신기 수사 하나와 영체기 수사 셋이 조심스러운 태도로 따르고 있었다.

그 중에 화신기 수사는 건우가 오기 전부터 탐색조의 경의당 수사들을 이끌던 이였다.

그래서 건우는 이번 탐사에서도 그에게 경의당 수사들의 관리를 맡기고 있었다.

“내가 앞설 것이니 너희는 뒤따라 오거라.”

건우는 혼돈기가 유독 강하게 모여 있는 계곡에 흥미를 느꼈다.

계곡 안쪽으로는 짙은 운무가 끼어 있었는데 의념을 가로막는 힘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것을 확인한 그는 곧바로 계곡 안으로 들어가기로 결정한 것이다.

“어르신,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화신기 중기의 수사가 불안한 표정으로 건우에게 물었다.

감히 화신기 중기 따위가 입령기 수사에게 할 말은 아니었지만 당장 목숨이 위험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나선 모양새였다.

뒤쪽에 있는 세 명의 영체기 수사의 애절한 눈빛도 한 몫을 했을 것이다.

“걱정할 것 없다. 느껴지는 기운으로 봐서는 절대 성령기급은 아니다.”

건우는 딱 잘라 그렇게 말했지만 화신기나 영체기 수사에겐 전혀 안심이 되지 않는 말일 뿐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건우는 운무가 가득한 계곡 안쪽으로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화신기와 영체기 수사들은 서로의 얼굴을 한 번씩 쳐다보고는 어쩔 수 없이 건우의 뒤를 따랐다.

그 모습이 마치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소처럼 보였다.

*   *   *

“어떠냐?”

건우가 화신기 수사를 보며 물었다.

“눈으로 보면서도 이해하기는 어렵습니다.”

“쯧, 그럼 저 아이들은 말할 것도 없겠구나.”

건우가 혀를 차며 뒤쪽에 있는 영체기 수사들을 보았다.

그의 눈빛에 세 영체기 수사가 어깨를 움츠리며 고개를 깊이 숙였다.

“혼돈기는 영기와 극멸기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혼돈기의 능력을 가진 생명체가 혼돈역에서 간혹 나오곤 한다.”

“그럼 저것이 바로 그런 종류인 것입니까?”

화신기 수사가 멀리 보이는 영수를 힐끔거리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곳에는 네 발을 굽히고 머리를 배에 붙인 상태로 잠들어 있는 기이한 영수 한 마리가 있었다.

그것은 머리는 용의 것이고 몸은 말의 것인데 발은 호랑이의 것인 기이한 생명체로 큰 코끼리 정도의 크기였다.

지금 그 영수는 계곡의 끄트머리 절벽을 파낸 동굴에서 웅크리고 자는 중이었다.

“바로 그렇다. 잘 느껴보면 저 놈이 숨을 쉴 때마다 영기와 극멸기를 빨아들이는 것을 알 수 있다.”

“정말 그런 거 같습니다. 하지만 내뿜는 것은 혼돈기 밖에 없는 것이 이상합니다.”

“그렇지. 하지만 사실 그게 이상할 것은 또 아니다. 저 녀석은 영기와 극멸기를 혼돈기로 바꾸는 능력을 지녔기 때문이지.”

“영기와 극멸기를 섞어서 혼돈기로 만든단 말씀입니까?”

“아니다. 그 둘은 섞으면 상쇄 되거나 혹은 폭발을 일으킨다. 그러니 영기와 극멸기를 각각 따로 혼돈기로 바꾸는 것이라 보는 것이 옳다.”

“그렇군요. 그런데 어르신, 저걸 어찌하실 생각이십니까?”

건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화신기 수사가 다시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 물음에 건우가 턱을 쓰다듬으며 대답을 망설였다.

하지만 고민은 길지 않았다.

“나가서 과 수사에게 이곳 상황을 알려라. 입령기 후기 수준의 영수(靈獸)가 있으니 와서 확인을 하라고.”

어차피 탐사의 책임자는 과동채였다.

그를 부르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당연히 공평부와 형오래도 함께 올 것이니 넷이 의논하여 진퇴를 결정하는 것이 최선이라 여겼다.

그리고 화신기 수사와 영체기 수사를 내보내고 오래지 않아 과동채와 형오래, 공평부가 다급하게 건우 옆으로 날아 내렸다.

“입령기 후기의 영수라더니, 정말이로군!”

그리고 괴생명체를 확인한 과동채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탄성 섞인 목소리를 내었다.

“진정하십시오. 수면 중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온 것을 놈이 모르진 않을 것입니다.”

형오래가 그런 과동채의 흥분을 잡으려 조심스런 목소리를 내었다.

과동채도 아주 생각이 없지는 않은 듯, 기운을 차분하게 가라앉혔다.

그리고 건우를 쳐다봤다.

“운이 좋구나. 첫 탐사에서부터 이런 공을 세우다니.”

표정은 좋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건우의 공을 무시하려는 태도는 아니었다.

건우는 그저 무덤덤한 표정을 유지할 뿐,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과 수사, 본부의 어른들께 연락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그 때, 공평부가 조심스럽게 과동채를 보며 말했다.

그러자 과동채가 와락 인상을 찌푸리며 공평부를 노려봤다.

“그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 우리가 저것을 잡으면 그 대부분이 우리의 것이 되겠지만 본부에 알리는 순간 우리가 얻을 것은 약간의 보상이 고작일 것이다. 그런데도 그런 말을 한다는 것이냐?”

“하지만 입령기 후기라면 우리가 감당하기 어렵지 않습니까. 욕심이 화를 부를 수도 있습니다.”

“누가 저것이 입령기 후기라더냐? 내가 보기엔 입령기 중기를 꽉 채웠을 뿐, 후기 수준은 아니다.”

그런데 과동채가 건우보다 영수의 수준을 한 단계 낮추어 진단했다.

중기와 후기.

그 차이가 크지 않은 것 같지만 그것이 입령기의 중기와 후기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과거 호지성의 주도권을 다툴 때, 입령기 중기의 과동채가 입령기 초기의 수사 셋을 상대로 거의 대등하게 싸웠던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일이다.

그 세 명의 입령기 초기 수사 중에 전투 전문인 매신전귀단의 조월이 있었던 특수성을 고려하자면 일반적인 경우 초기 셋을 중기 하나가 감당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즉 초기와 중기의 전력비를 대충 3:1로 가늠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후기를 상대하기 위해서 최소한 중기 셋은 모여야 한다는 소리다.

그런데 이곳에 있는 수사들은 고작 입령기 중기 하나에 초기 셋 뿐이다.

이 말은 단순 비교로 입령기 중기 수준의 전력이 부족하다는 소리가 된다.

눈앞에 있는 기이한 영수가 입령기 후기라면 그런 계산이 나오는데, 과동채가 영수의 수준을 입령기 중기로 낮춰버렸다.

그 순간 건우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렇다면 고작 입령기 중기라니 과 수사가 홀로 감당을 하면 되겠습니다 그려. 나는 감히 입령기 후기 수준의 영수와 싸울 담이 없으니 이만 물러나는 것으로 하지요.”

이어진 건우의 말은 당연히 과동채의 입장을 난처하게 만들었다.

과동채의 얼굴이 붉어졌다.

< 음, 이걸 이용해서 선빵을 칠 수 있을까?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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