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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환장 통수 선협전-228화 (228/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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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편도 아닌데 후끈 달아오르는 운송대선 경매 >

“부금상련은 확실히 특별함이 있습니다. 경매장조차도 이리 강력한 공간 술법을 이용할 줄은 몰랐습니다.”

“민 수사께서는 모르시는 말씀을 그리하십니다. 이런 자리를 모든 참가자에게 다 주는 것이겠습니까? 건우 수사 덕분에 누리는 호사인 줄을 정녕 모르십니까?”

“하하하. 누가 모른다고 했습니까. 그저 이런 공간 술법을 펼쳐 놓은 것이 대단하다는 이야기지요.”

건우와 민운도, 조여지는 나란히 놓인 의자에 앉아 있었는데, 밀실의 한쪽 벽만 터 놓은 듯이 다섯 면이 막혀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그 트여 있는 앞쪽으로는 경매장의 무대가 가까이 보이고 있었다.

이번 경매를 주관하는 부금상련에서 건우 일행에게 내어준 자리였는데, 공간 술법을 이용해서 경매 무대를 살필 수 있게 해 놓은 곳이었다.

실제로 건우 일행은 그들의 객실에서 벗어나지 않고 부금상련이 설치한 진법을 이용하여 경매에 참가하는 중이었다.

객실과 경매장의 무대를 공간 술법으로 연결해 놓은 것이다.

“자, 드디어 시작을 하는 모양입니다.”

조용히 말이 없는 건우를 대신하기라도 하겠다는 듯이 민운도는 오늘 말이 많았다.

“운승대선의 귀빈을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부금상련 행상단의 제1대행수 정치결이라 합니다.”

민운도의 말처럼 비어 있던 무대에 수사 하나가 등장하여 두 손을 모아 사방으로 공수를 하고 있었다.

그는 사십 대의 깡마른 체격에 어두운 피부색의 사내로 검붉은 비단 무복을 입고 있었는데 눈빛이 날카로웠다.

웅성웅성 웅성웅성!

그때, 지금껏 들리지 않던 현장 소음이 건우 일행이 있는 방으로 흘러들어오기 시작했다.

건우는 부금상련의 공간 술법이 단순히 경매장의 무대만 연결한 것이 아니란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러니 경매에 참가한 다른 이들의 기척까지 느껴지는 것이 아니겠는가.

민운도와 조여지도 그것을 알아차렸는지 세삼 주위를 살폈다.

그들의 객실에 적용된 술법을 알아낼 수 있을까 살피는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이내 낙담한 얼굴로 다시 경매 무대에 집중하는 두 사람의 모습에 건우가 피식 웃었다.

그 역시 부금상련의 술법진을 살펴봤지만 얻은 것은 별로 없었다.

그만큼 부금상련의 보안 능력이 뛰어나다고 봐야 할 것이었다.

“아, 저를 알아보시는 분들이 있으신 모양입니다. 하지만 모두 아시는 것처럼 제 손속이 매섭기는 하지만 절대로 상인으로서의 신의를 잃은 적은 없습니다. 제가 쌓은 흉명은 모두가 상행을 노린 도적들로 인해서 생긴 것이지요. 그러니 걱정하실 것은  없습니다.”

그때, 경매 참가자들이 웅성거리는 것을 두고 정치결이 웃는 얼굴로 말했다.

건우는 참가자들의 분위기와 정치결의 말을 통해서 그가 꽤나 유명한 수사임을 알 수 있었다.

아마도 상행을 하며 적잖은 살행을 한 모양이었다.

그러니 사람들이 그의 이름만으로 웅성거리는 것이 아니겠는가.

“자자, 그저 경매 진행에 부적합한 행동만 하지 않으시면 아무 일 없을 것입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마시고, 이제 곧바로 경매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정치결의 말은 괜한 분란을 일으키지 말라는 경고를 담고 있었다.

혹시 그런 일이 있으면 자신이 나서겠다는 뜻이리라.

다른 이도 아니고 여러 수사들이 알 만큼 흉명이 자자한 이를 경매 진행자로 세운 이유가 바로 그것일 터였다.

“첫 경매 물품은 이것입니다. 첫 번째 물품인 만큼 신경 써서 선정했습니다. 묵혈오철(墨血烏鐵)을 소개합니다!”

정치결이 과장된 동작으로 허공에 팔을 저어 나무로 된 단을 하나 소환했다.

그 단 위에는 어른 머리통 크기의 금속 덩어리 하나가 놓여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묵혈오철이라는 기물이었다.

“이것에 대해 모르시는 분이 계실 것 같아서 간략한 소개를 드리겠습니다. 묵혈오철은 금속이지만 자연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태고 영수의 수련 과정에서 나온 것입니다.”

“태고 영수라면 영계가 아닌 선계에 있는 것이 아닙니까. 그런데 어찌 그런 것이 이곳에 있을 수 있을까요?”

조여지가 태고 영수에게서 나왔다는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영수들이 수련 과정에서 탈피를 하거나 온 몸을 불태웠다가 되살아나거나 하는 것을 아실 것입니다. 그런 중에 어떤 영수는 몸의 구할구푼을 버리고 한 푼만 남겨 새로 태어나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때, 버려지는 구할구푼을 다지고 뭉쳐서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이 묵혈오철입니다.”

정치결이 묵혈오철의 생성에 대해서 구구절절 늘어놓았다.

그런 중에 참가자 하나가 모두가 들으라는 듯이 영기가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묵혈오철은 그때에 만들어지는 진귀한 보물들 중에서도 가장 처지는 물건이 아닌가. 그것이 영계에 존재하는 이유도 선계에서 찌꺼기로 버린 것이 우연히 영계에 떨어졌기 때문이지.”

“하하하. 뉘신지 모르지만 경매 진행을 방해하시는 것입니까?”

정치결이 그 목소리에 조금 불쾌한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목소리의 주인은 정치결이 별로 무섭지 않다는 듯이 계속 말을 이었다.

“누가 방해를 한다고! 그저 경매물의 정보를 자세히 알리려는 것일 뿐이지. 대행수가 사실을 말한 것이기는 하지만 좋은 점만 너무 늘어놓는 거 같아서.”

“뉘신가 했더니 사혈궁의 수사셨습니다 그려?”

정치결이 결국 목소리의 주인을 알아봤는지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건우나 민운도 등은 무대 밖의 모습을 살필 수 없었기에 목소리만 듣고 있어야했다.

“묵혈오철은 태고 영수가 진화를 하며 버린 찌꺼기들 중에서도 가장 하급의 것. 그럼에도 선계 태고 영수의 부산물이라 값어치가 없다 할 수는 없겠지, 그렇더라도 이미 진혈의 기운은 사라지고 없다는 것은 분명하지.”

“묵혈오철이 영수의 진혈을 품고 있지 않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자체로 성령기 급의 가치를 지닌 것은 분명합니다. 너무 가치를 폄하하지는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클클클. 나도 가치가 없다고 하지는 않았다. 그럴 것이면 입찰할 생각도 하지 않았겠지.”

“그 말씀은 묵혈오철의 경매에 참가를 하시겠다는 뜻입니까?”

“그렇다고 하지 않았나?”

“결국 싼 값에 낙찰을 받으려는 것이었습니까?”

“그럴 리가, 그저 선계의 것이라는 말에 판단이 흐려지는 일이 없기를 바란 것 뿐이지.”

말은 그렇게 해도 결국 묵혈오철에 대한 수사들의 관심에 찬물을 끼얹은 것은 사실이다.

살짝 달아오르려던 경매 분위기가 가라앉은 것은 건우도 느낄 수 있었다.

정치결 대행수는 잠시 한 쪽 방향을 노려보았지만 더 따지지는 않았다.

사혈궁의 수사가 딱히 거짓을 말한 것도 아니니 시비를 걸 거리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었다.

“좋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모두들 경매 물품에 대한 언급에 신중을 기해 주십시오. 그리고 될 수 있으면 물품에 대한 소개가 모두 끝난 후에 이야기를 해 주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사혈궁의 수사께서 하신 말씀 대부분이 물품 소개 뒷부분에 들어 있었던 것이니 말입니다.”

굳이 나서지 않았어도 그런 정보까지 알렸을 거라는 정치결의 말이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어쨌거나 물품 정보를 공개하는 것에 대한 경고가 담겨 있는 말이었다.

이후 정치결은 묵혈오철에 대한 상세 설명을 이어갔다.

그리고 그 사이에 수사들은 의념을 투사하여 묵혈오철을 직접 살피며 그 성질이나 담긴 기운 따위를 파악했다.

그렇게 얼마간 시간이 흐른 후, 드디어 첫 경매가 시작되었고, 몇 번의 경합 끝에 결국 사혈궁의 수사가 그것을 낙찰받았다.

낙찰가는 상급 영석 이천오백 개.

“상급 영석이 이천오백 개라니, 놀랍습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조여지와 민운도는 낙찰가를 보며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것은 건우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가 가지고 있는 상급 영석을 모두 합쳐봐야 이천 개가 되지 않는데 첫 경매부터 이천오백 개의 상급 영석이라니.

물론 첫 물건이라 신경 써서 준비한 물품이기는 했겠지만.

“자, 그럼 다음 물건을 보시겠습니다. 두 번째 경매품 역시 간단치 않은 이력과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그 사이 정치결이 낙찰 뒤의 절차를 마치고 다시 무대에 모습을 드러냈다.

무대 밖에서 경매 물품을 전하고 대금을 수령했을 것이다.

그는 자연스럽게 두 번째 물품을 무대에 소환하고 또 그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그렇게 운승대선의 경매는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다.

여든한 번째 물품이 경매대에 올라오기 전까지는 그랬다.

“자, 이번 물건은 최상급 법보입니다. 연화궁이라는 작은 수도 문파에서 전해오던 것으로 손잡이 끝에 살아 있는 연꽃이 달려 있는 거울입니다. 이 법보의 기능은 일종의 만리경과 같습니다. 물론 내다볼 수 있는 거리는 최상급 법보에 걸맞게 천만 리에 이릅니다.”

정치결이 경매물품을 소개하며 그것을 허공에 띄워 천천히 맴을 돌게 만들었다.

둥근 거울에 한 뼘이 조금 넘는 손잡이가 달려 있는 단순한 구조의 거울이었다.

거울과 손잡이는 모두 은색의 금속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마치 수은처럼 표면이 찰랑거렸다.

그리고 그 손잡이 끝에 어린아이 주먹보다 작은 연꽃이 붙어 있었는데, 정치결의 말로는 그것이 생화라 했다.

건우는 신기한 마음에 그 거울에 의념을 투사하여 그것을 자세히 살폈다.

천만 리 밖으로 비춰볼 수 있는 거울이라니 신기했다.

하지만 정치결의 말로는 그 제약이 상당했는데, 거울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진법을 설치해야 했고, 그 진법 안에서만 제대로 된 효과가 나오는 모양이었다.

“그래도 천만 리를 감시할 수 있다니 나쁘지 않은 물건이네요.”

조여지가 욕심이 나는지 민운도와 건우의 눈치를 보며 중얼거렸다.

“그럼 한 번 응찰을 해 보시지요. 백환문에 가져다 놓으면 나쁘지 않을 듯 하긴 합니다.”

민운도는 별 관심이 없다는 듯이 손을 저으며 말했다.

그런 중에 건우는 눈썹을 찡그리며 거울에서 의념을 거두지 않고 있었다.

“으음. 뭔가 있는 것 같은데······.”

문득 건우가 인상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은빛의 연화경(蓮花鏡)에 의념을 불어 넣은 후, 건우는 살아 있다는 연화 부분에서 뭔가 기묘한 느낌을 받았다.

원래 커다란 연꽃을 축소시켜서 거울 손잡이 끝에 달아놓은 것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그래서 그 생연화(生蓮花)에서 공간의 축소가 느껴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예민한 건우의 의념은 그 이상의 무엇이 더 있음을 간파해냈다.

하지만 그 이상은 알아낼 수 없어서 답답했다.

‘뭔지 모르지만 그냥 놓쳐서는 후회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럼에도 건우는 그 거울을 가져올 수 있으면 가져오고 싶었다.

“자, 그럼 경매를 시작하겠습니다. 시작가는 상급 영석 오백 개입니다.”

정치결 대행수가 연화경의 경매 시작을 알렸다.

오백 개의 상급 영석은 최상급 법기의 가격으로 적절한 수준이었다.

여기서 연화경을 원하는 이들의 욕구가 충돌하면 더 높은 가격이 나올 것이다.

그것이 경매의 기본적인 이치가 아니겠는가.

“오백 개.”

제일 먼저 건우가 입찰가를 불렀다.

그러자 손을 들려던 조여지가 주춤하며 건우의 눈치를 살폈다.

“천 개까지는 투자할 생각이 있습니다.”

건우가 그런 조여지를 보며 말했다.

그러자 조여지가 우울한 표정으로 슬그머니 손을 내렸다.

그녀는 그만한 영석을 투자할 의향이 없다는 뜻이었다.

“오백 개 나왔습니다. 다른 분은 없습니까? 아, 칠백, 상급 영석 칠백 개 나왔습니다.”

“팔백 개.”

건우가 정치결의 말에 다시 호가를 했다.

그러자 다시 쉰 개에서 백 개 사이의 상급 영석을 더한 호가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뭐지요? 아무리 봐도 천 개도 과해 보이는 물건인데······.”

호가가 천백 개에 이르자 민운도가 얼떨떨한 표정을 지으며 건우에게 물었다.

“아마도 저처럼 저 거울에서 특이한 것을 발견한 이들이 있는 모양이지요.”

건우는 그렇게 대답해 주고는 잠시 고민하다가 손을 들고 호가를 외쳤다.

“천오백 개!”

“······.”

“······.”

갑자기 치솟은 호가에 잠시 경매장의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아무리 잘 봐줘도 상급영석 천 개도 과하다는 물건에 천오백 개의 호가가 나왔다.

그것도 갑자기 사백 개를 올려서 부른 호가다.

이 정도면 반드시 물건을 가져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봐야 한다.

< 본편도 아닌데 후끈 달아오르는 운송대선 경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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