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환장 통수 선협전-218화 (218/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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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약성(良藥城) 오련맹(五聯盟)의 객경장로(客卿長老) >

오련맹(五聯盟)은 이름 그대로 다섯 개의 세력이 연합해서 하나로 묶인 수도 문파였다.

원래 이 다섯 세력은 양약성(良藥城)에서 발생한 수도 문파였다.

양약성(良藥城)은 숲과 들, 산과 산맥, 호수가 적절하게 섞여 있는 풍요로운 곳으로 남염부제의 남서쪽 중앙에 있는 소성 중에 하나였다.

그런데 성의 이름이 양약(良藥)인 것은 이 지역에 유독 좋은 약재가 많아서 연단술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남염부제 전체를 통틀어도 양약성만큼 뛰어난 영단이 만들어지는 곳은 드물었다.

오련맹을 이룬 다섯 수도 문파도 이곳 양약성에서 단약을 만드는 것으로 시작한 문파들이었다.

그런 문파가 양약성에는 헤아릴 수 없이 많았으니 특별할 것은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이 다섯 문파가 어느 순간부터 다른 문파들을 끌어들여 연맹을 만들었다.

어찌된 일인지 양약성의 거의 모든 중하급 연단 문파가 연맹에 가입을 했고, 함께 연단술을 연구하며 성장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어느 시기부터 이 연맹에서 화신기 완경의 수사가 나오고, 이어서 입령기의 수사까지 등장을 하게 되었다.

당연히 연맹은 양약성에서도 제법 목소리를 내는 문파가 되었는데, 그 즈음에는 결국 연맹의 세력이 다섯 문파로 통합된 상태였다.

이로부터 오련맹이란 이름이 생겨나게 되었다.

결국 지금에 와서는 백환문(白丸門), 경사궁(鏡砂宮)과 함께 오련맹이 양약성을 대표하는 연단 문파로 성장해 있었다.

“그게 전부 실력 있는 수사를 쉽게 받아들이는 제도 때문이지.”

건우는 부양도의 누각 7층에 앉아서 창문 밖으로 경치를 구경하며 중얼거렸다.

- 화신기 이상이면 추천인만 있으면 어렵지 않게 오련맹의 객경장로가 될 수 있다니 웃기는 일이죠. 게다가 객경장로도 경쟁을 통해서 오련맹의 맹주가 될 수 있다니 말도 안 될 일이라고요.

건우의 머릿속에 루야가 의념을 전해 투덜거렸다.

루야는 투명하게 열린 아공간 입구를 통해서 밖을 내다보며 건우와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맹주라 하더라도 원로원을 무시하지 못하니 실질적으로 오련맹을 다스리는 것은 원로원이지. 맹주는 그저 상징적인 존재로 얼굴마담 같은 거잖아.”

- 그래도 어떻게 외부인에게 맹주가 될 길을 열어줄 수가 있어요?

오련맹의 맹주 경합은 일종의 실력 측정과 같았다.

경지가 높고 연단 실력이 뛰어나면 그것으로 맹주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기준은 입령기를 넘어야 하고, 연단술로 입령기 이상의 수사가 쓸 영단을 만들 수 있어야 했다.

그 기준을 넘는 이가 여럿이면 만드는 영단의 가치에 따라서 경합 결과가 나온다.

“서로 상부상조 하는 거지. 아까 그랬잖아. 얼굴마담이라고. 하지만 맹주가 아주 하는 일이 없는 것은 아니야. 기본적으로 연단술이 뛰어난 사람이 맹주가 되는 거니까.”

- 입령기 수준의 경지가 낮은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높다고 할 수도 없잖아요. 게다가 외부에서 들어온 맹주에게 뭘 기대할 수 있다는 거죠?

“그건 좀 이야기가 달라. 이 양약성의 연단 문파들은 고작 입령기 수준의 문주나 궁주, 맹주를 가지고 있어도 다른 세력들이 함부로 하지 못하거든.”

- 어째서요?

“입령기, 성령기는 말할 것도 없고, 태령기라고 하더라도 영단은 필요한 법이잖아. 그러니까 자기들이 먹을 영단을 만들 수 있는 문파를 무시할 수가 없는 거지.”

- 보통은 스스로 만들어서 먹지 않나요?

“음, 그건 솔직히 나 같은 놈이나 그런 거지. 입령기 이상의 수사들 중에 제가 먹을 영단을 스스로 만들어 먹는 이는 열에 하나도 없을 걸?”

- 왜요? 지금까지 봤던 수사들은 안 그랬잖아요. 건우 님도 필요한 건 대부분 직접 만드셨고요.

“그건 그렇지. 솔직히 내가 조금 잡캐스러운 면이 있긴 하지. 그런데 다른 수사들은 그렇게 못하는 경우가 더 많거든.”

- 어쩐지 건우 님이 잘났다고 자화자찬 하는 거 같은데요?

“꼭 그런 건 아니고. 어쨌거나 경지가 올라갈수록 그 경지에서 복용할 영단을 만드는 일은 쉽지 않아. 그래서 전문가가 필요한 거지.”

- 그럼 영단 말고 다른 건요? 영기나 영보, 영부 뭐 그런 것도 그래요?

“그렇지. 그것도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몇 배는 일을 쉽게 하는 방법이지. 뭐, 신뢰에 대한 문제는 알아서 해결을 해야겠지만.”

- 무슨 말인지 알겠네요. 양약성의 연단 문파가 좋은 약을 만들면 만들수록 고계 수사들이 강압을 하기 어렵겠군요?

“자신의 주치의나 약사를 건드리면 참지 않을 고계 수사들이 많이 있지. 그러니 어지간한 명분이 아니면 그런 문파들은 건드리기 어렵지.”

- 알겠어요. 그래서 맹주를 구할 때에도 실력이 뛰어난 이를 구하는 거군요?

“이번에 오련맹에서 맹주 경합을 하는 것도 그런 이유지. 현 맹주가 스스로 부족함을 알고 물러났으니까.”

- 왜요? 왜 스스로 물러나요?

“뻔한 이야기지. 오련맹에 영단 주문이 들어왔는데 그걸 맹주가 해결할 능력이 없는 거지. 그러니 스스로 물러날 수밖에.”

- 그럼 결국 그 주문을 처리해 줄 사람이 새로운 맹주가 되겠네요?

“그런 지원자가 있으면 그렇겠지. 하지만 그렇지 않아도 새로운 맹주를 뽑는 것은 핑계가 될 수 있어. 현 맹주가 부족하여 스스로 물러나고 새로운 맹주를 뽑았다는 것만으로 주문을 수행하지 못한 것에 대한 사과의 뜻으로 충분하니까. 물론 새로운 맹주가 그 주문까지 해결해 줄 수 있으면 금상첨화고.”

- 되면 좋고, 아니면 현 맹주가 책임을 지는 거고요?

“지준 수사의 이야기로는 그렇다더군.”

- 아, 저기 저 호수를 넘으면 거기부터 양약성의 영역인가 봐요.

문득 루야가 멀리 지평선에서 반짝이는 수면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을 보며 말했다.

지준과의 싸움 이후로 17년 만에 미개척지를 통과해서 양약성의 영역으로 들어서게 된 것이다.

건우는 다시 한 번 부양도의 개선이 시급하다는 생각을 하며 양약성과 미개척지의 경계가 되는 호수를 바라보았다.

호수는 그리 크지 않아서 부양도로 열흘 정도면 지날 수 있는 넓이였다.

그리고 반대편 호숫가에는 오련맹의 지부가 있으니 그곳에서 전송진을 이용하면 양약성의 성 내에 있는 오련맹 본부로 갈 수 있을 것이다.

*   *   *

“지준 장로의 추천을 받은 수사가 입맹을 청했다고요?”

“그렇습니다. 화신기 완경의 경지인데 객경장로의 자리를 원한다 했습니다.”

“으음. 화신기 완경이면 자격은 충분하겠습니다. 그런데 연단술은 확인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도 화신기 완경이니 기본은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다면 문제는 없다고 보아야······.”

오련맹의 원로원은 모두 열다섯 명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들은 1대 원로, 2대 원로, 3대 원로 각 다섯 명씩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모두 오련맹을 통해서 수도계에 입문한 이들이었다.

이를테면 원로원은 오련맹의 진골들만 모인 셈으로 이들이 오련맹의 중요한 일을 대부분 결정했다.

특히 지금처럼 새로운 맹주를 선출하기 위한 경합이 예정된 경우에는 현 맹주의 권한이 거의 중지되기 때문에 원로원의 힘이 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지준 장로는 어찌 된 거랍니까?”

“듣자니 지준 장로가 동동을 사냥하다가 크게 낭패를 보았답니다. 그래서 결국 내상을 이기지 못하고 죽었다는데, 그 전에 건우라는 수사를 만나 그에게 자신의 추천장을 줬다더군요.”

“의심스럽군요.”

“지준 장로와 건우 수사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을지 궁금하군요.”

“어허, 지금 무슨 말씀들을 하시는 겁니까? 지준 장로가 죽었다면 그 대신에 건우 수사가 온 것이 다행이지 않습니까. 화신기 완경의 장로 하나가 죽고, 그 자리를 같은 수준의 장로가 채워준다는데 무슨 문제랍니까?”

“커어엄. 누가 뭐라고 합니까. 그저 작은 호기심일 뿐이지요.”

“그런 호기심은 우리 오련맹에 아무 도움도 되지 않습니다. 건우 수사가 우리 오련맹에 손해를 끼치지 않는 이상, 아닌말로 그가 지준 수사를 죽였대도 무슨 상관이랍니까? 어차피 지준 수사가 죽었다면 장로의 위도 사라진 것인데요.”

“어허, 말인 즉 옳기는 하지만 너무 그리 대놓고 할 말은 아니지요.”

“하하하하. 아무튼 그 건우란 수사를 객경장로로 받아들이는 안건은 통(通)으로 하고, 다음은 맹주 경합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십시다.”

“딱히 무슨 이야기를 한답니까? 이미 알린 대로 300년 후에 경합을 시작하는 것으로 하면 될 일이지요.”

“기준은 입령기 이상으로 하고 연단은 어찌 합니까?”

“당연히 선공환(仙供丸)으로 시험을 해야지요. 입령기는 물론이고 성령기 수사들도 구하지 못해 안달을 하는 것이 아닙니까.”

“하지만 이번에 의뢰가 온 것은 그냥 선공환이 아니라 태을선공환(太乙仙供丸)이 아닙니까. 단순한 선공환으로는······.”

“그것은 어차피 만들 수 있는 수사가 없습니다. 태을선공환은 태령기 수사의 수련에 쓰이는 영단입니다. 그걸 만들 수 있는 연단 수사는 단 한 명도 없을 겁니다. 적어도 성령기는 되어야 시도라도 해 볼 수 있는 것이 아닙니까.”

“솔직히 그런 것을 만들 수 있느냐고 물어 온 것부터가 고약합니다. 당연히 불가능할 것을 알면서도······.”

“어허, 선문의 일입니다. 그를 두고 왈가왈부 할 일은 아니지요.”

“옳습니다. 그 문제는 덮어 둡시다. 맹주가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로 한 마당에 우리 원로원에서 괜한 꼬투리를 만들 일이 무어랍니까?”

“으음. 제가 말실수를 크게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너그러이 용서해 주시길 청합니다.”

“되었습니다. 우리 사이에 그 무슨 과례랍니까. 자자, 그럼 맹주 경합의 연단은 일단 선공환으로 결정을 하고, 가외 문제로 태을선공환에 대한 것도 끼워 넣어 보십시다. 되면 좋고, 아니어도 문제는 없지 않습니까.”

“대원로께서 오랜만에 하시는 말씀이니 마땅히 따르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하시지요.”

“알겠습니다. 그럼 그리 하는 것으로······.”

오랜만에 열린 오련맹의 원로회에서는 주요 안건을 그렇게 결정했다.

그 결과 건우는 어렵지 않게 접객청에서 장로원으로 거처를 옮길 수 있었다.

장로라는 신분에 맞게 그 거처는 여섯 봉우리가 있는 거대한 산 여기저기에 동부를 만들어 제공하고 있었다.

건우는 마침 지준 장로의 죽음을 알리고 그의 유언 추천으로 들어왔기에 지준의 거처를 받게 되었다.

원래 수사들은 주요 소지품을 두고 다니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지준의 동부에도 귀한 것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제법 잘 꾸민 동부는 건우가 머물기에 나쁘지 않았다.

물론 세간이라 할 것들은 모두 건우의 취향에 맞게 교체가 되었다.

“엇차!”

쿠구구궁!

건우가 아공간에서 연단로(鍊丹爐)를 꺼내 바닥에 내려놓자 동부가 떨어 울리며 묵직한 소리가 났다.

건우가 꺼낸 것은 극화조가 표면에서 노닐고 있는 연단로, 극화조(極火鳥) 연단로(鍊丹爐)였다.

“이대로는 못 쓰겠군.”

건우가 연단로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극화조 연단로는 과거에는 건우가 쓰기에 부족함이 없는 보물이었다.

하지만 영계에 올라온 후로는 고만고만한 수준의 연단로가 되었을 뿐이다.

그나마 극화조가 들어 있어 상급 법보의 가치를 지녔지만 영계에 오른 건우가 쓰기에는 그리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래도 극화조의 능력은 무시할 수가 없지.”

극화조 연단로로 연단을 하면 극화조가 연단을 도와준다.

극화조와 건우의 의식이 연결되어 연단로를 건우가 원하는 가장 적당한 상태로 변화시켜 주는 것이다.

그 덕분에 연단의 성공 확률이 많이 올라간다.

그런 극화조를 포기하기는 많이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끼리리리리릭!

건우가 쇠봉을 연단로의 뚜껑에 끼워 돌리기 시작했다.

그 쇠봉은 연단로의 열쇠로 쓰이는 금속봉으로 이전에는 건우가 무기로도 많이 썼던 그것이었다.

하지만 그 금속 봉 역시 이제는 아공간 한 구석으로 밀려나 있던 것이었다.

“쯧, 연단을 하기전에 연단로부터 새로 만들어야 할 상황이네. 이걸 끝내야 금혈승승단(金血昇昇團)을 만들어서 입령기에 도전을 해 볼 텐데 말이지.”

지준과의 싸움 이후로도 건우는 제법 많은 영수와 괴수를 만났고, 그것들은 대부분 금강패갑공의 제물로 흡수되었다.

그 덕분에 건우의 금강패갑공은 화신기 완경을 지나 입령기를 엿보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입령기가 되자고 하니 예상과 달리 벽이 허물어지지 않았다.

금강패갑공으로 영수와 괴수를 흡수하면 어렵지 않게 입령기에 오르리라는 예상이 틀린 것이다.

아무리 금강패갑공이라도 그저 기운만 쌓는다고 입령기를 만들어주지는 않았다.

건우는 그 사실을 알고는 크게 실망하고 말았다.

진극멸기를 흡수해서 경지를 빠르게 올렸던 경험 때문인지 금강패갑공의 모자람이 너무 크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방법이 없으니 어쩌겠는가.

금혈승승단을 만들어 먹고 입령기를 경험해 보면, 진짜 입령기에 오르기도 쉬울 것이다.

그래서 건우는 한동안 칩거를 하며 금혈승승단을 만드는데 집중하기로 한 것이다.

문제가 있다면.

“아오, 이 고물 연단로! 이걸 어떻게 업그레이드를 하지?”

그렇게 좋게 느껴졌던 극화조 연단로가 지금은 너무 초라하게 보인다는 것.

건우는 투덜투덜 거리며 아공간에서 갖가지 재료들을 꺼내 극화조 연단로에 갈아 넣을 준비를 서둘렀다.

< 양약성(良藥城) 오련맹(五聯盟)의 객경장로(客卿長老)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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