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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환장 통수 선협전-217화 (217/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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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용은 쓴다만, 그걸론 부족하지 >

지준은 깃발들의 보호를 받으며 품 속에서 옥함 하나를 꺼내 뚜껑을 열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금박을 입힌 호두알 크기의 영단 하나를 꺼내 입에 털어 넣었다.

영단은 금빛 서광과 혈광이 뒤섞여 있었는데, 건우는 그것을 보는 순간 불길함을 느꼈다.

후르르르르르릉!

지준이 그 영단을 삼킨 후, 갑작스럽게 천지영기가 요동을 치더니 지준의 머리 위에 서광이 어리기 시작했다.

“크으으으으으. 아쉽구나. 금혈승승단(金血昇昇團)을 이리 쓰게 되다니.”

지준은 머리에 서광이 어리고, 얼굴빛이 밝아졌다.

하지만 그것은 겉모습일 뿐, 그 내면은 건우를 깜짝 놀라게 만들 정도로 변하고 있었다.

“어, 어찌. 화신기 완경에서 입령기로 경지가 올라가지? 그게 어떻게······.”

건우가 경악을 감추지 못한 표정으로 지준을 보며 물었다.

“그냥 내가 볼 일을 마치고 떠난 후에 왔다면 좋지 않았겠소이까. 건우 수사.”

“무, 무슨?”

“나도 참으로 고민스러운 일이었소이다. 이 금혈승승단이란 것이 워낙 귀한 것이라 이것과 건우 수사의 재물을 바꾸는 것이 좋을지 여간 고민이 되는 것이 아니었지요.”

“금혈승승단이란 것이 화신기의 벽을 뚫고 입령기에 이르도록 해 준다는 말이오?”

“보면 모르겠소이까? 일시적이지만 그리 해 주지요. 아울러서 앞서서 입령기를 경험해 볼 수 있게 해 주니 이후에 경지를 올리는데 큰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물론 그보다는 실제로 대천겁을 넘길 때에 요긴하게 쓰이는 것이지요.”

“화신기 완경에서 맞는 대천겁을 그 영단을 먹고 맞이한다면 쉽게 넘기긴 하겠군. 원래 그런 용도로 만들어진 것이었겠어.”

“하하하. 바로 그렇소이다. 하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지요. 이렇게 급한 상황에서 쓸 수도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처음부터 이럴 생각이었습니까? 지준 수사?”

건우가 지준을 노려보며 물었다.

그러자 지준은 양쪽 어깨를 들썩여 보이며 건우를 무시하며 한쪽에 있는 동동의 사체와 구슬들을 공간낭에 챙겨 넣으며 말했다.

“무슨 말씀을 그리 하십니까? 모든 것은 건우 수사의 탓이지요. 그냥 조금만 늦게 왔어도 되지 않았습니까. 그럼 제가 굳이 건우 수사를 이리 노릴 이유가 없지요.”

“으음.”

“게다가 지금 밖에 펼쳐 놓은 건우 수사의 금제가 오죽 고명해야 말이지요. 제 본래 경지로는 쉽게 떨치고 빠져나갈 수준이 아니지 않습니까.”

“결국 동동에 대한 지분은 줄 생각이 없었다는 말이군요? 잘 되면 동동을 독차지하고, 문제가 생기면 지금처럼 영단의 힘을 빌려서 나를 처리할 계획이었습니다 그려?”

“그것도 조금 고민이었지요. 금혈승승단은 사실 제가 대천겁을 넘기는데 꼭 필요한 것이어서 말입니다. 그런데 아시는지 모르지만 지금 이 수미세계가 멸계전을 시작했지 않습니까. 그럼 대천겁도 없는 것이니 제가 이런 선택을 할 수 있었던 것이지요. 자, 그러니 이제 그만 죽어 주십시오. 건우 수사의 재물은 제가 잘 챙겨서 쓰겠습니다.”

꽈르르르릉!

지준의 말과 함께 공동이 터져 나갔다.

그와 함께 건우가 금강패갑공의 방패로 펼쳐 놓았던 봉인 역시 대부분이 깨져 버렸다.

“어딜 가십니까?!”

그런 중에 지준의 고함소리가 들리고 번뜩이는 둔광과 함께 건우와 지준이 흙먼지가 오르지 못하는 높은 하늘에 모습을 드러냈다.

“끄응.”

의념을 펼쳐 자신의 움직임을 막아서는 지준의 모습에 건우가 신음소리를 냈다.

“이 노옴! 어딜 가느냐!”

그런데 그런 중에 지준이 흙먼지 가득한 지상을 향해 소리를 지르며 손을 뻗었다.

그러자 어디선가 하늘색의 구슬 하나가 날아와 지준의 손에 잡혔다.

“네 놈이 내 눈을 피할 수 있을 것 같았더냐? 하하하.”

지준은 건우는 신경도 쓰지 않는 듯이 크게 웃으며 동동의 마지막 구슬을 공간낭에 챙겨 넣었다.

그리고 곧바로 건우 앞으로 둔술을 펼쳤다.

“제법 이 몸뚱이가 강건해 보이니 따로 써 드리겠습니다. 그러니 건우 수사께서는 이만 윤회로 돌아가십시오.”

그리고 건우의 머리에 손을 올리고 강력한 의념을 투사했다.

의념의 힘으로 건우를 죽이려는 것이다.

그 순간 건우가 금강패갑공을 극성으로 끌어 올리며, 아울러서 아공간의 입구를 열었다.

쩌저저저저저저정!

“허어엇? 이게 무슨?”

그러자 건우와 지준의 사이에 아공간의 일부가 모습을 드러내며 두 사람의 사이를 벌렸다.

지준이 깜짝 놀라서 건우를 잡으려 했지만 그 때는 이미 건우가 손에 성해룡주를 들고 금강패갑공에 성해룡결공법까지 더한 모습으로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이게 뭐냐? 무슨 수작을 부린 것이냐?”

지준이 깜짝 놀라며 고함을 질렀다.

그는 자신의 의념이 급격하게 뭔가에 억눌리는 것을 느꼈던 것이다.

자그마치 입령기에 오른 의념이었다.

그 힘이면 화신기 완경 따위는 가볍게 찍어 누를 수 있다.

그것은 자신의 본래 경지와 금혈승승단을 먹은 후를 견주어 보면 너무도 명확한 차이였다.

그런데 고작 화신기 완경에 있다는 놈이 자신의 의념을 억누르고 천지 영기까지 장악하다니.

“어찌 한 것이냐?”

지준은 몸을 바로 세우고 의념을 가다듬어 주변의 천지영기에 대한 장악력을 유지하려 애쓰며 태연한 척 건우에게 물었다.

“지준 수사가 금혈승승단을 가지고 있는데, 이 몸이라고 비장의 한 수가 없겠습니까? 이게 무에 그리 놀랄 일이랍니까?”

“아무리 그렇더라도 너는 여전히 화신기 완경이 아니냐? 그런데 어찌 입령기에 오른 나를 막아?!”

지준이 건우의 말을 절대 수긍할 수 없다는 듯이 고함을 질렀다.

“그것이 진정한 입령기랍니까? 보아하니 겨우 맛보기가 아닙니까. 입령기를 엿봤다는 수준은 넘었지만 그렇다고 온전한 입령기라 하긴 어렵군요. 아, 입령기에 올라 경지를 안정시키지 못한 상태? 뭐 그 정도로 보아 드리지요. 하지만 그 정도로는 저에게 댈 수 없지요.”

“으음. 제법이구나.”

지준은 건우의 말에 낮은 신음 소리를 내고는 얼굴 표정을 태연하게 바꾸었다.

그리고 일곱 개의 깃발을 등 뒤에 후광처럼 원형으로 돌리며 건우를 바라봤다.

“네 재주가 뛰어난 것을 인정하마. 하지만 나 역시 만만치 않은 상황이니, 이쯤에서 다툼을 멈추는 것이 어떻겠느냐?”

그리고 곧바로 건우에게 화의(和議)를 제안했다.

이쯤에서 다툼을 끝내자는 이야기다.

“풋! 푸하하하하핫!”

그러자 건우가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말았다.

“이, 이 놈!”

당연히 지준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지준아 지준아. 여반장(如反掌)이란 말을 이렇게 실감하게 되는구나. 그런데 네 손바닥은 그리 쉽게 뒤집을 수 있을지 몰라도 거기에 나를 끼우면 그럴 수 없느니. 나는 네 손바닥이 아니다.”

건우가 지준을 비웃었다.

그리고 곧바로 지준을 향해 삼백육십성광검을 내찔렀다.

쉬쉬쉬쉬쉬쉬쉿

일제히 허공을 채우며 날아가는 백팔십 개의 성광검.

건우는 시작부터 자신이 펼칠 수 있는 최고의 검술 공법을 펼친 것이다.

“이, 이런!”

지준은 건우의 공격에 곧바로 의념을 끌어 올려 방벽을 세우고, 등 뒤에 있던 일곱 깃발을 건우에게 날려 보냈다.

번쩍!

하지만 그 깃발이 건우에게 닿을 즈음에 건우의 모습은 씻은 듯이 사라졌다가 지준의 뒤쪽에서 나타났다.

“깃발이 느리군.”

그리고 다시 지준을 비웃었다.

지준은 일곱 색동의 소매를 휘둘러 건우의 성광검들을 막느라 그런 비웃음에 대꾸도 하지 못했다.

“입령기에 오르면 뭘 하누? 그 경지로 쓸 수 있는 법보도 변변찮고, 공법이나 술법은 여전히 화신기 수준의 것들 뿐인데.”

다시 한 번 건우가 지준을 비웃으며 성광검을 내질렀다.

그러자 다시 날아가는 백팔십 개의 성광검.

“이, 이런!”

먼저 날아온 검을 상대하느라 정신이 없던 지준에게 새로운 백팔십 개의 검은 악몽과 같은 것이었다.

지준은 반대쪽 소매까지 동원해서 건우의 검을 막기 시작했다.

아울러서 건우를 공격하기 위해 날려 보냈던 일곱 개의 깃발도 다시 불러들여 주위를 둘렀다.

카가가가가강! 카가가강!

콰르르릉! 콰르르릉! 까가강!

“뭐, 천천히 가 보자고. 그  금혈승승단의 효과가 얼마나 가는지도 궁금하고.”

건우는 서둘지 않고 백팔십 개의 검을 번갈아 운용하며 지준을 괴롭혔다.

사실 건우가 백팔십 개의 검을 두 번이나 날렸지만 실제로 삼백육십 검의 공법을 쓰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백팔십 검의 공법을 동시에 두 벌로 운용을 하고 있을 뿐.

게다가 건우의 경지가 화신기 완경이니 그 검공도 제 성능을 내지는 못하는 상태였다.

만약 지준이 제대로 된 입령기 수사였다면 건우가 우위를 점하는 일은 절대 없었을 것이다.

“아무튼 덜떨어진 놈 같으니라고.”

건우가 다시 지준을 비웃었다.

“이 노오옴!”

이번까지는 참지 못하겠는지 지준이 격하게 반응을 보였다.

“조심해야지. 그러다가 팔 날아간다.”

“크으윽!”

“거 봐라, 다친다니까.”

*   *   *

막상 상대해 보니 금혈승승단을 복용한 지준은 그리 힘겨운 상대가 아니었다.

입령기에 올라 의념이 강화된 지준을 화신기 완경의 건우가 그냥 상대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아공간을 현실에 구현한 후에는 의념 싸움에서도 건우가 월등히 앞섰다.

지준의 입령기 의념은 안정된 수준이 아니었고, 건우의 아공간은 의념공간 그 자체.

아예 상대가 안 될 정도로 의념의 질에서 차이가 났던 것이다.

게다가 건우는 유혼결 1단계를 완성한 상태로 의념의 강도도 일반적인 화신기 완경과 비교할 수 없었다.

진염결로 강화된 의념을 유혼결로 뻥튀기 했다.

거기에 아공간 구현으로 의념 공간을 불러내어 지준을 가둔 상태.

지준은 얼마쯤 싸워보려다가 이후로는 어떻게든 도망갈 방법을 찾으려 애썼지만 결국 윤회로 돌아가고 말았다.

물론 지준이 윤회로 돌아가기 전에 건우는 그의 모든 것을 취했다.

원래 건우는 영혼의 소멸 따위는 별로 내켜하지 않는 성품이다.

하지만 마치 영혼을 소멸시켜 윤회조차 불가능하게 만들 것처럼 협박하는 것은 쉽게 하기도 했다.

제압되어 영혼의 소멸과 윤회 중에서 선택의 기로에 놓인 지준은 결국 모든 것을 건우에게 내어주고 윤회를 택했다.

“좋아. 금혈승승단의 제조 비법! 이걸 얻은 건 정말 운이 좋았어.”

그 중에서 건우가 제일 기뻐했던 것은 금혈승승단의 연단 비법이었다.

귀한 재료들이 많이 들어가긴 하지만 화신기 완경이 입령기를 경험해 볼 수 있게 해 주는 금혈승승단은 무슨 일이 있어도 만들어야 할 영단이었다.

“설마 입령기 동동의 구슬이 그 중심 재료가 되는 줄은 몰랐지.”

게다가 자그마치 열두 개의 구슬까지 확보한 상황이라 연단의 한 고비는 이미 넘겨 놓은 상태였다.

- 그보다는 오련맹(五聯盟)에 관심이 있으신 거 아니에요?

건우가 한창 지준의 공간낭을 살피며 정리를 하고 있을 때, 루야가 슬쩍 다가와 참견을 했다.

“오련맹도 당연히 가 봐야지. 잘만 하면 괜찮은 세력 하나를 내 것으로 할 수 있을 텐데, 그걸 그냥 지나갈 수야 있나.”

루야의 말에 건우는 당연한 것을 묻는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오련맹은 지준이 속해 있는 수도문파였다.

그런데 건우는 그 오련맹을 손에 넣을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 맹주(盟主)가 쉽진 않겠지만 시도는 해 볼 수 있겠죠. 오련맹은 꽤나 독특한 곳이니까요.

그에 대해선 루야도 곧바로 동감을 표했다.

그만큼 지준이 속해 있다는 오련맹이 재미있는 곳이었던 탓이다.

< 뭐 용은 쓴다만, 그걸론 부족하지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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