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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동(?? ) 사냥을 시작하다 >
지준 수사는 동동(??)과 몇 번 부딪힌 경험이 있었다.
그런데 매번 동동의 힘에 밀려서 후퇴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 이유는 동동의 수준이 화신기를 넘어선 입령기에 이르러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동(??)은 그 경지에 올랐음에도 본능적인 사고와 판단을 하는 금수의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물론 일반적인 금수에 비해서는 훨씬 똑똑하고 여러 술법이나 재주를 피울 수 있었지만 금수의 본능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는 한계는 여전했다.
지금도 동동은 산기슭에 솟구치는 작은 샘을 파헤쳐 진흙 구덩이를 만들어 그 안에서 뒹굴며 진흙 목욕을 즐기는 중이었다.
물론 그 샘이란 것이 영기 가득한 물이 솟아나는 영천(靈泉)이고, 그 주변에 갖가지 영초가 가득 자라는 작은 복지(福地)인 것은 일반 돼지와는 달랐다.
경지가 있는 만큼 동동도 영기가 가득한 곳을 찾는 재주가 있는 것이다.
스르르릉 스르르르릉! 챠르릉!
진흙 속에서 동동이 몸을 굴릴 때마다 그 몸에 돋아난 구슬들이 마찰음을 내고, 간혹 서로 부딪히며 맑은 소리를 토했다.
쿠르륵! 쿠륵! 찹찹찹!
그렇게 목욕을 즐기던 동동은 진흙 구덩이 옆을 주둥이로 헤집어 영초의 뿌리를 찾아 씹어 먹곤 했다.
원래 이곳 영천 복지에서 자라던 것인데 동동이 파헤친 덕분에 뿌리만 남은 것이었다.
그런데 그것조차 주둥이로 파헤쳐 심심풀이로 씹어대는 것이다.
휘리리리리릭! 쉬쉬쉬쉬쉬쉭!
파바바바박!
쿠엑? 쿠르르르륵!
그러던 중이었다.
갑자기 허공에서 수십 개의 깃발이 날아 내려 진흙 구덩이 주위에 빼곡하게 박혀들었다.
일흔여덟 개의 깃발이 진흙 구덩이를 에워싸며 진법을 형성한 것이다.
쿠르륵? 찹찹찹찹!
하지만 그 모습을 보고도 동동은 별로 놀라지도 않고 계속 영초의 뿌리만 씹었다.
작고 까만 눈이 주변을 살피긴 했지만 그보다는 동동의 몸에 박혀 있는 구슬들의 빛이 더 큰 역할을 했다.
그 구슬들은 곧바로 진법의 허실을 파악하고, 그것을 펼친 수사의 위치도 알아냈다.
쿠르르륵!
동동은 먹던 영초 뿌리를 모두 삼키고는 진흙탕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몸에서 진흙을 털어내고 한 곳을 노려봤다.
샤라라라랑!
동시에 동동의 몸에 박혀 있던 구슬 두 개가 허공으로 떠올라 양쪽 어깨 위에 하나씩 자리를 잡았다.
흰 색의 구슬과 붉은 색의 구슬.
그 중에 흰 색 구슬이 강한 빛살을 동동이 바라보던 숲으로 내쏘았다.
깃발 진법을 펼친 수사를 공격한 것이다.
이미 이 깃발 진법은 동동이 몇 번 경험한 것이어서 이미 익숙했다.
당연히 거대한 남색 깃발을 휘둘러 하얀 구슬의 빛 공격을 막으며 나무들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낸 지준도 동동에겐 익숙한 얼굴이었다.
쿠르르륵!
“하하, 그렇게 한심한 눈빛으로 볼 건 없지 않으냐. 내가 몇 번 너를 피해 도망을 간 적이 있다고 그리 나를 무시해서야 쓰겠느냐?”
지준은 자신이 나타났음에도 전혀 긴장하지 않은 동동의 모습에 꽤나 자존심이 상한 표정으로 투덜거렸다.
하지만 그런 중에도 동동을 에워싼 진법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의념을 날리는 중이었다.
푸화화화확!
“허엇!”
하지만 동동은 지준과 대화를 할 생각도 없었고, 지준의 말을 알아듣지도 못했다.
영성이 트이지 않은 금수는 화신기의 수사라도 의사소통은 쉽지 않다.
동동은 본능대로 움직여 붉은 구슬에서 강력한 화염을 뿜어 낼 뿐이었다.
“허억! 차앗!”
일흔여덟 개로 이루어진 깃발 진법을 뚫고 나오는 붉은 염기(炎氣)에 지준이 깜짝 놀라며 손에 든 남색 깃발을 휘저었다.
남색의 깃발은 영롱한 금빛 문양을 드러내며 동동이 쏘아 낸 붉은 선을 막아냈다.
하지만 그렇게 방어에 성공한 남색 깃발에서 금빛 문양이 어둑하게 사라지자 깃발의 끄트머리가 검게 그을린 것이 드러났다.
“이보시오 건우 수사. 저 놈의 공격이 간단해 보여도 그 위력이 무척 강력합니다. 이대로 나 혼자는 감당할 수가 없습니다.”
그 때, 지준이 반대쪽 숲을 보며 앓는 소리를 했다.
그러자 그 쪽에서 건우가 청색을 머금은 황금빛을 뿌리며 모습을 드러냈다.
금강패갑공을 끌어 올리고 강체술의 힘으로 체격을 5장까지 부풀린 건우였다.
쿠르르르륵?
건우가 모습을 드러내자 건우의 존재를 알지 못했던 동동이 깜짝 놀라 지준과 건우가 있는 양쪽으로 몇 걸음 옮겼다가 물러서기를 반복했다.
건우 쪽으로 갔다가 다시 지준 쪽으로 갔다가를 반복하던 동동은 얼마 후에 몸에서 몇 개의 구슬을 더 뽑아내며 움직임을 멈췄다.
“허엇, 저 놈이 작정을 한 모양입니다. 저도 저 놈이 저렇게 많은 구슬을 뽑아내는 것은 본 적이 없습니다.”
제각각 색이 다른 아홉 개의 구슬을 허공에 띄운 동동의 모습에 지준이 깜짝 놀라며 남색 깃발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런 지준의 깃발에는 다시 황금색 문양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건우는 그런 지준의 깃발에서 불에 탄 부분이 복원되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역시 제 힘을 감추고 있었군. 깃발이 훼손된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어.’
건우는 그것을 확인하고 속으로 혀를 찼지만 겉으로는 모르는 척 동동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쿠구구구구구!
“받아랏!”
건우가 동동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간단하게 보이는 정권 지르기.
그런데 그 간단한 동작에 다섯 개의 금빛 방패가 나타나 동동을 향해 날아들었다.
쿠르르르륵!
동동은 그런 건우의 공격에 본능적인 위협을 느끼고 다섯 개의 구슬로 빛을 쏘아 방패를 막아내려 했다.
“여기도 있다 이 노옴!”
건우가 공격을 시작하자 지준 역시 때를 놓치지 않고 남색 깃발을 휘저었다.
그러자 동동을 에워싸고 있던 깃발들에서 짙은 영기가 뿜어져 나오며 동동의 몸을 끈끈한 아교처럼 붙들기 시작했다.
쿠르르르륵!
지준의 공격은 동동도 이미 몇 번 경험했던 공격방식이었다.
하지만 그 때는 건우라는 조력자가 없어서 지준의 공격만 막아내면 끝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건우와 지준을 동시에 상대해야 하는 상황, 이성이 없는 동동이라도 다급함은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미 동동이 쏜 빛을 막아낸 방패가 건재한 모습으로 계속 동동을 향해 짓쳐드는 중이었다.
쿠르르 꾸에에에엑!
콰르르르릉! 콰과광!
동동이 목청껏 울음을 터트리자 다섯 구슬이 직접 쏘아져 나가 건우의 다섯 방패에 직격했다.
그 공격으로 건우가 날린 황금색 방패 다섯 개가 산산이 부서져 영기로 흩어졌다.
하지만 건우는 이미 그 정도는 각오했다는 듯이 다섯 방패를 뒤쫓아 직접 동동을 향해 달려드는 중이었다.
방패를 날려 동동에게 접근할 시간을 벌었다는 느낌이었다.
“좋소이다!”
그 모습에 지준이 환호성을 올리며 더욱 의념을 집중하여 동동의 몸을 붙잡았다.
일흔여덟 깃발이 더욱 짙은 영기를 뿜어내며 각 깃발에 새겨진 금은색의 문양이 떨리기 시작했다.
깃발의 기운을 최대한 끌어 올린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 노옴!”
그 순간 건우는 동동에게 접근하여 주먹을 휘두르고 있었다.
5장의 크기로 부푼 건우가 금강패갑공을 몸에 두르고 주먹질을 하는 모습은 호쾌하기 그지 없었다.
게다가 그 건우의 주먹에 맺힌 금강패갑공에는 은연중에 금강불가살의 포식 기운이 떠올라 있었다.
꾸에에엑! 꾸엑!
동동은 비록 입령기 수준의 기운을 가지고 있었지만 금수의 본능에서 벗어나지 못한 미물의 존재.
당연히 천적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기 어려웠다.
때문에 건우의 주먹에 깃든 포식의 기운은 동동을 공황상태에 빠트리기 충분했다.
파바바바밧! 쉬쉬쉬쉿!
콰르르르릉! 콰과과광!
“어어엇? 저 놈이?”
천적을 만난 두려움에 잠식된 동동이 아홉 구슬에서 빛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은 지준의 깃발 진법을 허물기에 충분했다.
지준이 깜짝 놀라 무너지는 진법을 복원하려 애썼다.
하지만 진법에 생긴 구멍은 그리 작지 않았다.
꾸에엑 두두두두두!
동동이 다급하게 진법의 구멍으로 내달렸다.
“노옴! 늦었다!”
퍼억! 철퍽! 쿠르르르릉!
꿰에에에엑!
하지만 이미 건우의 주먹이 휘둘러진 상황, 아무리 동동이 잽싸게 움직여도 그것을 피하기는 어려웠다.
눈 부분을 거세게 얻어맞은 동동이 부웅 떠서 진흙 구덩이에 처박히더니 다시 수 십 장을 땅 속으로 파묻혔다.
“지준 수사! 제압을 하시오!”
그렇게 타격을 준 건우가 지준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
그러자 지준이 움찔 하더니 남색의 깃발을 거칠게 휘둘렀다.
쉬쉬쉬쉬쉬쉿 쉬쉬쉬쉬쉿!
그가 남색 깃발을 휘두르자 동동을 가두는데 쓰였던 깃발들이 허공으로 떠올라 동동이 파묻힌 구멍 안으로 쏘아져 들어갔다.
건우는 팔짱을 끼고 구멍 안으로 사라지는 깃발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깃발들이 모두 구멍 안으로 사라지자 두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후우우우우우!
건우가 내민 손 앞에 황금 방패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 황금 방패는 동동과 지준의 깃발이 들어간 구멍으로 날아가 뚜껑처럼 자리를 잡았다.
“건우 수사! 그것은?”
지준이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이 건우를 쳐다봤다.
“일은 명확히 해야지요. 혹시라도 동동이 지준 수사의 공격을 막아내고 뛰쳐 나오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
건우가 그런 지준을 보며 냉랭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렇기는 하지만 수사의 방패 때문에 내가 깃발들과의 의식 연계가 희미해지지 않았습니까.”
“딱히 의식 연계가 명확할 이유가 있습니까? 보아하니 깃발들에 담긴 의념이라곤 고작해야 동동에게 날아가 폭발하는 것 뿐이던데 말입니다.”
“아, 아니 어찌 그걸······.”
건우의 말에 지준이 얼굴을 붉혔다.
건우가 그것을 안다는 소리는 자신이 사용한 일흔여덟 깃발들의 정체도 파악했다는 말이 되기 때문이다.
콰과과과광!
그 순간이었다.
드디어 지준 수사의 깃발들이 동동이 파묻힌 땅 밑에서 폭발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 폭발의 대부분은 밖으로 터져 나오지 못하고 건우의 방패에 막혀 버렸다.
일정 공간 안에 폭발이 갇혀 버린 상황이니 당연히 그 안에 있는 동동이 받은 피해는 방패가 없는 것보다 훨씬 클 터였다.
“건우 수사! 방패를······.”
그 때, 지준이 다급하게 건우에게 방패를 치워줄 것을 부탁했다.
하지만 건우는 팔짱을 끼고 고개를 흔들었다.
“고작 자보(子寶)들 아닙니까. 그 정도 손해도 아니 보려 했단 말입니까?”
자보는 본체가 되는 법보에 연결된 하위 법보나 법기들을 이르는 말이다.
즉 일흔여덟 개의 깃발들은 지준이 들고 있는 남색 깃발에 종속된 하위 법보란 의미다.
그리고 지금 그것들이 땅 속에서 폭발을 일으키고 갇혀 버린 상황이었다.
원래라면 폭발을 일으킨 후에라도 깃발의 핵심이 되는 부분은 지준에게 되돌아 왔어야 했다.
하지만 건우의 방패 때문에 복귀가 막히고, 그 때문에 폭발의 위력을 더하는 재료로 쓰이게 되었다.
이에 대해서 지준이 자보를 회수하지 못한 것을 아까워 하는 반면, 건우는 그 정도 손해는 마땅한 것이라 하는 것이다.
“설마 지준 수사께서는 이 건우가 하는 일이 마음에 차지 않으신 것입니까?”
불만스런 표정을 짓는 지준을 보며 건우가 팔짱을 낀 상태로 그를 노려보며 물었다.
지준이 붉어진 얼굴로 뭐라 하려는 때였다.
꾸에에엑! 꾸엑!
땅 밑에서 동동의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 동동(?? ) 사냥을 시작하다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