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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방법이 더 효율적이라서 그래 >
“과동채의 짓이더냐?”
“이런 미친놈이 있나! 지금 어르신의 이름을 함부로 부른 것이냐?”
“나를 죽이려고 작정한 놈이 입령기든 성령기든 그게 무슨 상관이란 말이냐? 그런 새끼들은 나한텐 모두 멸계 놈들만도 못한 것들일 뿐이다.”
“뭐, 뭐라?”
“왜, 너희는 너흴 죽이려는 상대의 경지가 높으면 죽으면서도 어르신 어르신 하면서 엉덩이를 핥을 거냐?!”
“그 놈! 입심이 대단하구나. 하지만 그런다고 네 놈이 여기서 벗어날 수는 없다.”
“당연하지. 혹시라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면 영혼은 윤회로 갈 수 있도록 놓아주마.”
“흐흐흐흐, 그러니 당장 혀를 빼 물고 죽거라. 그러면 험한 꼴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세 방향에서 건우를 압박하며 도주를 차단하는 수사들.
그들은 호지성에서 전송진이 발동하고 전송진 위의 공간이 보호막으로 분리되어 전송되는 상황에서 건우를 끌고 보호막 밖으로 뛰쳐 나왔다.
명상에 들었다가 전송진 가동이란 알림에 눈을 떴던 건우는 난데 없는 횡액을 당한 셈이다.
그렇게 건우를 전송진 이동 중에 이탈하게 만들고 그를 포위한 세 수사는 모두 화신기 완경의 경지였다.
그러니 같은 경지의 수사 셋이 건우 하나를 잡기 위해 포위를 한 셈이다.
하지만 건우는 겉으로나 속으로나 태평하기만 했다.
입령기 수사라고 해도 어떻게든 제 몸 하나는 추스를 자신이 있는데, 고작 화신기 완경 셋이라니.
‘과동채가 나를 정말 많이 얕본 모양이군. 하긴 금강불가살의 진혈을 흡수하고도 여전히 화신기 완경을 벗어나지 못한 걸 제 놈이 확인했으니 이 정도로 충분하다 여겼겠지.’
호지성을 떠나는 건우를 과동채가 굳이 나와 볼 이유는 없었다.
형오래와 공평부를 만나는 자리에 그가 나와 있었던 것은 건우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서였음이 분명했다.
“네가 숨겨 놓은 재주가 적지 않은 모양이구나. 하지만 너는 여유를 부려서는 안 되었다. 우리가 아무 준비도 없이 너를 잡으려 했겠느냐?”
“그렇지. 과 어르신께서 너를 잡는데 도움을 주셨을 것은 생각지 못하느냐?”
“감히 과 어르신께서 준비한 것을 네가 어찌 감당할 수 있겠느냐. 그러니 이미 정해진 운명을 순순히 받아들이거라.”
세 수사는 전송 상태에서 이탈할 때부터 건우를 품자 형태로 포위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포위 상태에서 기묘한 금제 술법을 이용해 건우의 이동을 막았다.
둔술이나 전송 같은 공간 이동 자체를 무력화 하는 금제 술법을 펼친 것이다.
그리고 그 술법이 건우와 세 수사를 전송 과정에서 이탈하게 만든 것이기도 했다.
“이걸로 나를 잡아두려는 모양인데, 너희가 잘못 생각한 거야. 나는 도망갈 생각이 없거든.”
건우는 그렇게 말을 하며 팔짱을 끼었다.
지금 건우의 머리는 매우 영활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이것들을 어떻게 하지?’
자신을 노린 세 수사의 처리를 두고 고민하는 건우.
그의 고민은 수사들을 살려줄 것인가 죽일 것인가 하는 문제가 아니었다.
어차피 죽일 테지만 시험해 보고 싶은 것이 있었다.
건우의 고민은 그것을 해도 되는가 하는 것이었다.
‘내가 감지할 수 있는 범위에 다른 수사들은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과동채라고 해도 전송 중에 떨어져 나온 우리를 쉽게 찾을 수는 없을 것이다. 아니 과동채는 이들에게 일을 맡기고 실패는 생각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굳이 이곳에 나타날 일은 거의 없겠지.’
미리 습격을 준비했다면 전송 과정에서 튕겨 나올 위치도 어느 정도는 지정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과동채가 미리 와서 준비를 하고 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건우 하나를 잡기 위해 화신기 완경 셋을 동원하고 거기에 과동채까지 나서지는 않았을 것 같았다.
‘그럼 여기서 사고를 쳐도 아무 문제가 없을 거란 말이지?’
건우는 빠르게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곧바로 금강패갑공을 끌어 올렸다.
그러자 곧바로 청금빛으로 물드는 건우의 피부, 게다가 몸집의 크기도 커지기 시작해서 순식간에 십여 장의 크기로 커졌다.
“어디 받아봐라!”
거인이 된 건우가 한 손에 삼백육십성광검을 소환해서 휘두르며 소리쳤다.
건우가 검을 한 번 휘두를 때마다 그 궤적을 따라서 중첩되어 있던 성광검들이 연이어 모습을 드러내며 수사들을 노렸다.
“노옴! 재롱을 피우려느냐?”
“어디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두고 보마!”
“하하하. 네가 아무리 설쳐도 우리가 펼친 금제진을 벗어나진 못한다. 특히 공간 이동은 완벽하게 막혔으니 네가 우리를 떨치고 도망을 갈 수도 없을 것이다.”
“뭐래? 누가 도망을 간다고?”
건우는 수사들의 말에 버럭 화를 내며 검이 없는 손에 성해룡주를 소환했다.
“니들 다 죽은 거야!”
건우는 금강패갑공에 성해룡결공법을 더해서 운용하기 시작했다.
십여 장의 거인의 몸에 성해룡의 갑각 같은 허상이 덧씌워져 튼튼한 갑주 모양을 만들었다.
그런 상태에서 성해룡주를 이용해서 아공간을 현실로 불러내는 건우.
쿠구구구국! 쿠구구구국!
“뭐? 뭐냐? 어디서 산과 계곡이!”
“이게 도대체 무슨 조화냐! 이 공간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이란 말이냐!”
“우리가 공간 금제를 펼치고 있는데 이런 일을 벌일 수 있다니!”
건우를 포위한 세 수사를 다시 포위하며 아공간의 일부가 모습을 드러냈다.
‘어라? 이 놈들이 펼치는 금제가 제법 강한 모양이네? 놈들의 금제 안쪽 공간 대부분은 저 놈들이 장악하고 있어.’
건우는 아공간을 구현하면서 깜짝 놀랐다.
자신의 의념 그 자체인 아공간이 세 수사가 펼치는 금제에 막혀 안쪽으로 파고들지 못한 것이다.
“제법 금제가 강하구나. 하지만 그래봐야 아무 소용없다. 너희가 내 도주를 막기 위해서 이런 금제를 펼친 것처럼, 나도 너희의 도주를 막기 위해서 조치를 취한 것이니까.”
아공간으로 주위를 둘렀으니 세 수사가 아무리 용을 써도 어디론가 이동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미 주위는 건우의 의념으로 완전히 장악되었고, 그런 곳을 공간 이동으로 뚫어 보려다가는 큰 화를 부르게 될 것이다.
이로서 세 수사가 상황이 위험해도 몸을 뺄 가능성은 사라졌다.
“이제 그만 죽어라!”
건우의 외침과 함께 십여장 크기의 거인이 세 수사 중에 하나를 향해 검을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이런, 막아!”
“죽어라!”
쩌저저정! 우르르르릉! 꽈릉!
그 모습에 수사들이 다급히 갖가지 술법을 이용하여 건우를 공격했다.
하지만 그들의 공격은 건우에게 아무런 충격도 주지 못했다.
건우의 몸을 감싼 성해룡의 갑각 표면에는 금강패갑공의 기운이 깃들어 있어 수사들의 공격을 흡수한 것이다.
“이런! 안 되겠다!”
“여유를 부릴 때가 아니다.”
“전력을 다해야 한다!”
그 모습에 수사들도 여유를 버리고 다급하게 법보를 꺼내들었다.
검(劍), 봉(棒), 과(戈).
세 수사는 모두가 무기 형태의 법보를 꺼내 들었는데, 제각각 영롱한 영기를 품은 것이 범상치 않아 보였다.
그리고 그것들을 휘두를 때마다 강력한 영기 파동이 일어나고, 공간을 베거나 뭉개거나 뚫어내는 공능을 드러냈다.
까가가강! 까드드득! 터더덩!
하지만 성해룡의 갑각과 금강패갑공은 그런 공격을 거뜬하게 막아냈다.
“놓아라!”
도리어 건우는 세 수사의 법보를 맨손으로 움켜 잡고 실랑이를 벌이기까지 했다.
과(戈)의 대를 건우에게 잡힌 수사가 의념과 영기를 극도로 끌어 올려 법보를 되찾으려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그는 건우가 날린 황금색의 반투명한 삿갓 방패에 얻어맞고 과(戈)를 놓치고 말았다.
비틀거리며 뒷걸음질을 치는 그의 눈에 그의 법보가 스르륵 사라지는 것이 보였다.
“이 노옴! 내 천천과(穿天戈)를 내 놓아라! 어디로 숨긴 것이냐!”
“하늘을 뚫는 창이라? 이름이 거창하구나. 하지만 이제는 잊어라. 이미 네 것이 아니니.”
그런 수사를 향해 건우가 놀리듯이 말했다.
그리고 그 순간 법보를 빼앗겼던 수사는 자신의 법보와 의식 연결이 끊어지는 것을 느끼고 눈이 커졌다.
“조, 조심해라. 저 놈이 내 법보를 빼앗았다. 짧은 순간 의식 연계를 완전히 끊어 버렸다.”
법보를 연화해서 의식으로 장악하는 것은 법보 사용의 기본이다.
그런데 그 의식 장악이 완전히 사라졌다면 법보는 이미 주인의 손을 떠났다는 이야기다.
그 과정을 이토록 짧은 시간에 이루다니, 겪고도 믿기 어려운 일이었다.
“하하하하, 안다고 달라질 것이 뭐가 있다는 말이냐? 이곳에서 너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음이다!”
그런 중에 건우는 크게 웃으며 더욱 강하게 세 수사를 몰아붙였다.
그러면서 틈만 나면 그들의 법보를 하나씩 빼앗아 흡수하는 것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렇게 일방적으로 수사들을 몰아붙이는 시간이 흘렀다.
* * *
“어엇? 삼두육비?”
“저건 무슨 공법이지?”
“저, 저 기운은 도대체? 영기가 사라지고 있다!”
“설마 저것이 그, 극멸기란 말인가? 하지만 어찌 저 놈이 극멸기를 쓸 수가 있지?”
“설마 저 놈이 멸계에서 넘어온 멸계 수사?”
“그럴리가! 분명히 영기를 쓰는 것을 보았고, 과 어르신이나 공 어르신 같은 분들이 저 놈을 그렇게 살폈는데 정체를 몰랐을까!”
“하지만······.”
나타결공법을 끌어 올리고 극멸기를 드러낸 건우를 보며 세 수사가 놀라며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내가 이전에 있던 인계에서 멸계 놈들과 싸웠다는 소리는 못 들었나? 그런 내가 극멸기를 조금 활용하는 것이 뭐가 그리 대수라고!”
건우는 그런 세 수사를 보며 비웃듯이 말했다.
그리고 곧바로 몸을 크게 부풀려 10여 장의 크기로 커졌다.
당연히 몸이 커진 만큼 건우의 체술 위력도 높아졌다.
세 수사는 삼두육비의 거인이 휘두르는 주먹과 발을 막기에 급급했다.
그들은 이미 오래도록 건우의 아공간 범위에서 전투를 치르느라 빈사상태가 되어 있었다.
건우는 그들을 막바지까지 몰아붙인 후에 나타결공법을 펼쳐 극멸기를 끌어 올린 것이다.
“네 놈들을 그냥 죽여 봐야 겨우 공간낭이나 얻겠지. 하지만 극멸기를 이용해서 죽인다면 혹여 진극멸기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거든. 확률의 싸움이긴 하다만, 화신기 완경이라면 제법 높은 확률일 걸? 그러니 이렇게 죽이는 것이 더 효율적이란 말이지.”
“그건 무, 무슨 소리냐?”
“아, 너희는 모르는구나? 극멸기를 이용해서 수도계의 존재를 죽이게 되면 거기서 진극멸기가 나와! 확률의 문제긴 하지만.”
“그래서 우리를 극멸기로 죽인다는 거냐?”
“어차피 너희들은 이미 저항할 힘도 거의 없잖아. 그리고 서로 목숨을 노린 상황에서 살려주느니 마느니 할 일도 없고.”
“어떻게든 우리를 반드시 죽이겠다는 말이구나.”
“너희라고 달랐겠어? 그냥 아무 생각하지 말고 편히 죽어!”
건우는 길게 말을 섞기 싫다는 듯이 다시 수사들을 공격했다.
그리고 다시 하루가 흘렀을 때, 건우는 세 명의 수사를 모두 죽일 수 있었다.
“나타결공법이 이제 약해지긴 했네. 어디서 쌍두단미영원의 진혈을 얻지 못하면 이제 쓰는데 한계가 있겠어.”
건우는 죽은 세 수사의 공간낭을 회수하며 중얼거렸다.
화신기 완경 경지의 나타결공법으로 빈사상태의 수사들을 상대하는 것도 쉽지 않았던 탓이다.
물론 극멸기와 영기의 충돌 같은 비장의 수법은 쓰지 않았다지만 그래도 많이 부족하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차르르르르르르륵!
챠르르르륵! 찌잉! 찌잉!
“오오, 진극멸기가 두 개나?”
하지만 그렇게 처진 분위기도 허공에서 응결되기 시작한 진극멸기의 등장에 훌훌 날아갔다.
건우는 활짝 웃으며 진극멸기의 응결을 지켜보았다.
< 이 방법이 더 효율적이라서 그래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