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환장 통수 선협전-212화 (212/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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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강패갑공(金剛貝甲功) >

‘어쩔 수 없지. 아쉽기는 하지만 포기할 수밖에.’

건우는 결국 금강불가살의 진혈을 포기하는 쪽으로 마음을 굳혔다.

그런데 막상 건우가 무명공의 운용을 중지하고 금강불가살의 진혈을 몸 밖으로 밀어내려 할 때 새로운 변화가 생겼다.

그 동안 끈질기게 금강불가살의 진혈에 달라붙어 있던 무명공의 기운이 드디어 본격적으로 효과를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금강불가살의 진혈은 빠르게 무명공과 융합되기 시작했다.

건우는 금강불가살의 진혈이 천라패갑방패를 먹어치우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금강불가살의 진혈이 천라패갑방패를 먹어치우는 것과 무명공이 금강불가살의 진혈과 하나가 되는 것이 엇비슷하게 진행이 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어쩐 일인지 본명법보인 천라패갑방패가 금강불가살의 진혈에 먹히는 중에도 영혼과의 연결이 끊어지지 않았다.

그랬기 때문에 본명법보가 사라지는 것을 보면서도 동요하지 않고 상황을 지켜볼 수 있었던 것이다.

결국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고 무명공은 금강불가살의 진혈과 온전히 하나로 융합되었다.

그것은 당연히 새로운 공법의 탄생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금강불가살의 진혈을 흡수한 무명공은 수련 공법을 이루어냈다.

‘금강패갑공(金剛貝甲功)?’

건우는 금강불가살의 진혈과 무명공이 만나 만들어낸 새로운 공법의 정보를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었다.

공법의 내용과 함께 공법의 이름도 금강패갑공으로 정해져 드러났다.

‘패갑!’

그리고 공법 명칭에 패갑이란 이름이 들어 있는 것처럼 그의 본명법보였던 천라패갑방패가 공법 안에 포함되어 버렸다.

금강불가살의 진혈이 본명법보인 천라패갑방패를 먹어치운 상태에서 무명공에 의해 새롭게 거듭나면서 생겨난 특이한 현상이었다.

‘금강패갑공에 본명법보가 포함되었어. 금강패갑공은 단순한 수련 공법이 아니라 본명법보의 운용 공법이며 본명법보 그 자체라 할 수 있겠군.’

건우는 이런 경우를 들어본 적도 없었다.

본명법보란 것이 애초에 실제와 관념에 걸쳐 있는 특이한 기물이라고 하지만 그것이 수련 공법과 하나가 되다니.

우우우우우웅!

건우는 모든 공법의 운용을 중지하고 곧바로 금강패갑공을 펼치기 시작했다.

그러자 건우의 몸이 청금빛을 머금었다.

유독 황금색이 강렬하지만 그 곳에 푸른빛이 깃들어 있는 색은 언뜻 보이엔 황금과 청동을 섞은 것 같기도 했다.

‘이건 그 동안 익혔던 어떤 강체술보다 강력하다. 나오금강체술은 물론이고 나타결공법의 강체술보다 뛰어나.’

제일 먼저 든 생각은 그것이었다.

금강패갑공을 일으킨 몸은 그야말로 금강체라 할 정도로 단단해져 있었다.

스스스슷! 스스스슷!

건우가 다음으로 확인한 것은 천라패갑방패의 변화였다.

이제 금강패갑공의 일부가 된 삿갓조개의 패갑이 수 십 개의 방패 모양으로 떠올라 건우의 주변을 완벽하게 에워쌌다.

그리고 그 방패들은 건우의 뜻에 따라서 때로는 여럿이 합쳐져 하나를 만들기도 하고, 수십여 개의 작은 방패로 나뉘어 벽을 만들기도 했다.

‘공격 흡수 효과는 이전에도 있던 것이고, 법기나 법보를 봉인하여 빼앗는 능력은 아예 흡수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건 불가살의 포식 능력이 뒤섞인 결과인 모양이군.’

상대의 법보를 제압해서 봉인하는 것은 천라패갑방패(天羅貝甲防牌)에 도봉포대(盜封包袋)와 포공공마의 사체를 더하면서 생긴 효과였다.

그런데 그것이 이제는 봉인을 넘어 흡수하는 쪽으로 변화했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 천라패갑방패는 법기나 법보 따위를 흡수 시켜서 업그레이드 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소리잖아? 딱히 복잡한 제련이나 수선 과정도 필요가 없게 되었다는 이야기고.’

건우는 금강패갑공의 효과를 확인하고는 입 끝이 귀에 닿을 듯이 기쁜 표정을 지었다.

‘거기에 나오금강체술은 금강패갑공에 흡수가 되어 버렸군. 강체술로는 금강패갑공이 훨씬 상위의 공법이라 나오금강체술이 먹혀 버린 꼴이야.’

나타결공법은 남았지만 나오금강체술은 사라졌다.

대신 그만큼 금강패갑공의 성취가 약간 늘어나긴 했으니 손해는 아니었다.

‘좋아. 천라패갑방패도 살렸고, 새로운 수련 공법도 얻었으니 결과는 나쁘지 않아. 다만 입령기가 되려면 금강패갑공에 법기와 법보를 재물로 갈아 넣고, 수련도 해야 되겠군. 그저 새로운 공법을 익혔다고 곧바로 입령기가 될 수는 없지.’

금강패갑공이 입령기 이상의 수준까지 올라갈 수 있는 수련 공법임에는 분명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공법 하나 익혔다고 입령기가 되는 것은 아니다.

‘금강패갑공와 검선의 검술 공법이 서로 잘 맞는지도 확인을 해야겠지. 금강패갑공을 바탕으로 검선의 검술을 펼치지 못하면 그것도 곤란한 일이니까. 거기에 성해룡결공법도 금강패갑공과 함께 펼칠 수 있어야 해. 그렇지 않으면 성해룡주를 이용한 아공간 현실 구현이 막혀 버릴 거야.’

단순히 성해룡결공법만으로는 화신기 완경 이상의 힘을 낼 수 없다.

그러니 금강패갑공으로 입령기를 이루고, 그 위에 성해룡결공법을 더해야 한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겠어.’

건우는 그렇게 새로운 공법을 점검하고 눈을 떴다.

- 축하드려요!

그러자 루야가 곧바로 건우에게 축하 인사를 해 왔다.

“고맙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어. 게다가 새로운 공법 때문에 법기와 법보 따위를 내다 팔아 수련 자원을 확보하려던 계획이 일그러졌다.”

- 네? 왜요?

그렇게 묻는 루야에게 건우는 새로 만들어진 금강패갑공과 천라패갑방패의 융합을 설명하고, 그 특성으로 법기나 법보 따위를 흡수해서 성장하는 특성이 생겼음을 알렸다.

- 그 말은 앞으로 건우 님의 주머니가 가벼워질 거라는 말이네요? 법기나 법보 따위를 얻어 봐야 모두 금강패갑공의 먹이로 쓰일 거 아니에요?

루야는 한 눈에 금강패갑공이 건우의 주머니를 털어낼 원흉이 될 것임을 알아봤다.

그건 건우로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금강패갑공은 그만한 가치가 있지. 게다가 이게 마수나 영수를 상대할 때에는 천적 효과 같은 것도 있는 거 같단 말이지.”

건우는 그래도 금강패갑공의 장점이 훨씬 크다는 것을 내세우기라도 하려는 듯이 또 다른 효과를 거론했다.

- 영수나 괴수 사냥에 좋다는 말씀인데 앞으로 건우 님이 사냥꾼이라도 되시게요?

“뭐, 그게 주머니를 채울 수 있는 제일 빠른 방법 아니겠냐? 솔직히 이쪽 수미세계에서 당장 떠오르는 돈벌이가 그거 말고는 없잖아.”

- 네네. 그건 그렇죠. 그게 아니면 어디서 눈 먼 수사가 시비를 걸다가 목숨과 함께 공간낭을 들어 바치는 경우도 기대해 볼 수 있겠죠.

“야, 그건 좀 그렇지. 내가 그렇게 못 된 놈은 아닌데?”

- 저도 그게 이상하긴 하죠. 일반적으로 보면 건우 님이 그렇게 악한 분은 아닌 거 같은데 결론은 항상 수많은 수사들의 등을 친 걸로 나오거든요.

“쯧.”

그건 건우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또 할 말이 없는 것도 아니다.

“수도계에서 오래 살아남는다는 것이 다 그런 거지. 다들 위기를 헤치고 꾸역꾸역 살아남는 거 아니겠냐?”

건우는 그렇게 슬쩍 변명을 하고는 다시 아공간 입구를 열었다.

- 호지성으로 가시게요?

“그래. 그 사이에 호지성의 공동 대표가 자리를 잡았으면 이참에 전송진을 이용해서 떠나야지.”

금강불가살의 진혈을 흡수하는데 적잖은 시간이 흘렀다.

그러니 그 사이에 호지성의 상황도 어느 정도는 정리가 되었을 것이다.

- 그럼 증장성으로 계속 가실 건가요?

“큰물에서 놀기로 했으니 그래야지. 뭐, 금강패갑공을 얻었으니 그 수련에도 신경을 쓰긴 해야겠는데, 아무래도 수련 방식을 좀 연구해 봐야 할 거 같기도 해.”

- 수련 방식이요?

“법기와 법보 같은 기물을 흡수시켜 천라패갑방패, 뭐 이젠 금강패갑이라 불러야겠지만, 그걸 강화시키면 금강패갑공의 성취도 오르겠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거든. 다른 방식으로도 금강패갑공의 성취를 올릴 방법이 있을 거 같단 말이지.”

- 그거 아까 말씀하셨던 거 아니에요? 영수나 괴수에게 천적 효과를 낸다고요. 거기에 답이 있을 거 같은데요?

“나도 비슷한 생각이다. 그러니 그런 것들을 알아봐야 한다는 거지. 물론 일단 과동채 그 놈의 시야에서 벗어난 후에.”

입령기 중기인 과동채는 건우도 감당하기 쉽지 않은 상대다.

게다가 과동채에겐 호지성이라는 거대 세력도 있었다.

호지성에 속한 화신기 수사가 한 둘이 아닌데, 그런 수하들까지 더해서 건우를 노린다면 자칫 위험한 상황을 맞을 수도 있었다.

그러니 눈에 보이지 않는 곳으로 몸을 피하는 것이 좋을 거 같았다.

*   *   *

호지성에서 남염부제의 중앙 대성인 증장성을 가기 위해서는 몇 번의 전송진을 갈아타야 한다.

한 번에 호지성에서 증장성으로 갈 수는 없었는데, 그만큼 거리가 멀기 때문이었다.

건우가 다시 호지성에 갔을 때에는 호지성을 과동채의 세력과 남명문, 목령족이 삼분하여 차지한 상태였다.

그 말은 곧 선문에서 세 명의 공동 대표를 용납해 줬다는 소리였다.

“이걸 받아라.”

과동채와 형오래, 공평부가 모두 모여 건우를 맞이했다.

그리고 그 중에 공평부가 건우에게 옥패 하나를 내밀었다.

건우는 공손히 그것을 받아든 후에 공평부를 보며 물었다.

“이게 뭡니까 어르신.”

“의념을 불어 넣어 보면 대충 알 수 있겠지만 그것은 선문에서 패의 소지자를 손님으로 맞이하겠다는 뜻을 담은 것이다.”

“그 말씀은 선문에서 저를 보자고 했다는 말씀이군요?”

“그렇다. 급할 것은 없지만 될 수 있으면 가까운 선문 지부를 찾아가 인사라도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마침 전송진이 닿는 성에 선문의 지부가 있으니 잘 된 일이지.”

“알겠습니다. 반드시 찾아가도록 하겠습니다.”

건우는 굳이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그가 듣기로 선문은 남염부제에서 가장 강력한 인간 중심의 수도 문파였다.

그 선문의 문주는 선문주(禪門主) 이열영이라는 이로 태령기 완경에 이른지 오래 된 인물이라 했다.

다만 이열영은 태령기 완경 이후에 다른 수사들과 마찬가지로 등선의 길이 막혀 있는 것에 좌절해서 외부 활동을 하지 않은지 오래 되었다 했다.

그런데 이번에 수미세계가 봉인에서 풀려나며 멸계전에 돌입하게 되어, 등선의 희망이 생기자 활발한 활동을 시작했다던가?

거기에 이번 멸계전의 시작은 수미세계의 영체기 이상의 수사들에게는 그야말로 절호의 기회이기도 했다.

이제 멸계전이 끝날 때까지는 천겁이 멈출 것이니 어찌 그렇지 않을까.

어쨌건 선문이 남염부제 제일의 세력인 것은 분명하니 건우도 당연히 연을 맺어두면 좋을 것이라 여겼다.

“곧바로 떠나려느냐?”

형오래가 건우를 보며 물었다.

“그렇습니다. 이참에 증장성까지 가며 넓은 세상을 경험할 생각입니다.”

“그래, 마음이 가는 대로 할 수 있는 것이 너처럼 매인 곳이 없는 산수의 특권이기도 하지.”

“그래. 어쨌거나 우리와는 나쁘지 않은 인연을 맺었으니 그것은 잊지 말도록 하거라.”

형오래는 건우가 자유롭게 여행하는 것을 부러워했고, 공평부는 서로의 인연을 기억하기를 바랐다.

건우는 두 손을 모으고 허리를 깊이 숙이며 그들에게 인사를 올렸다.

하지만 같은 자리에 있는 과동채는 끝내 고개를 모로 틀고 건우에게 한 마디도 건네지 않았다.

건우는 그에게도 내키지 않는 인사를 건네고는 곧바로 호지성의 전송진으로 향했다.

호지성의 전송진은 거대한 누각의 지하에 있었는데 그가 알던 전송진보다 훨씬 고위의 술식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곳의 전송진에 대해서도 새로 배워야겠군. 언젠가 부양도의 전송진도 새로 설치를 해야 할 테지. 지금 부양도의 전송진은 너무 보잘 것 없는 수준이니까.’

부양도의 전송진은 수 백 만리를 한 번에 이동할 수 있었지만 화신기 완경에겐 부족해도 많이 부족한 수준이었다.

그런 참에 영계의 전송진을 접했으니 욕심이 나는 것도 당연하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어느 정도 인원이 채워지면 전송진을 발동할 것입니다.”

건우가 전송진을 관리하는 수사에게 사용 승인을 확인하는 패를 건네자, 관리 수사가 그렇게 말했다.

건우는 전송진 위에 있는 방석 중에 하나를 차지하고 앉아 명상에 들었다.

이미 몇 명의 수사가 전송진 위에 앉아 있었지만 아직 빈 자리가 적지 않았다.

아마도 그 자리가 다 채워지려면 한 두 달이 더 걸릴 수도 있었지만, 그 정도야 화신기급 이상의 수사들에겐 그리 긴 시간도 아니었다.

그리고 결국 한 달이 조금 지나서야 전송진의 방석이 모두 주인을 맞이했고, 다시 이틀이 흐른 후, 전송진이 발동했다.

“빌어먹을 것들!”

하지만 건우는 이동하기로 했던 성에 도착하지 못하고, 중간에서 튕겨지고 말았다.

그런 건우를 세 명의 수사가 품자 형태로 포위하고 있었다.

< 금강패갑공(金剛貝甲功)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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