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환장 통수 선협전-210화 (210/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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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강불가살(金剛不可殺)의 진혈(眞血) >

“이것이 바로 그 진혈입니다. 아주 오래 전에 우리 목령 일족이 이곳 남염부제로 이주하기 전에 세 번째 산맥인 첨목산맥(?木山脈)에 거할 때에 얻은 진혈이지요.”

“첨목산맥이면 수미산를 에워싼 세 번째 산맥이 아닙니까. 형 수사의 목령 일족이 원래 그 곳 출신이었습니까?”

형오래의 말에 공평부가 깜짝 놀라며 물었다.

수미 세계는 중심에 있는 수미산으로 들어갈수록 강대한 세력이 자리를 잡고 있다.

그런데 형오래의 목령일족이 세 번째 산맥에 거했다니 놀라는 것이다.

“이미 오래 전의 이야깁니다. 그 때, 큰 싸움에서 패하여 이곳 염부제까지 도망쳐 겨우 일족의 명맥을 유지했다 하지요.”

“그렇다 하더라도 세 번째 산맥이라니 놀랍습니다. 거기서 이곳까지 오는 데에도 엄청난 세월이 필요했을 터인데 말입니다.”

화신기 수사라도 따로 전송진을 이용하지 않으면 남염부제를 가로지르는 것에도 평생이 걸린다.

그런데 몇 개의 산맥과 바다를 넘어 함해인 이곳까지 일족이 도망쳤다니 듣기만 해도 기가 질릴 일이다.

“그저 과거일 뿐입니다.”

“그러면 그 진혈은······.”

“과거의 흔적일 뿐이지요.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습니다. 이 진혈이 그 첨목산맥에서 나온 것은 분명합니다. 그리고 특히나 이것이 금강(金剛) 불가살(不可殺)의 것임이 중요하지요. 우리 목령 일족은 진혈을 이용하는 공법이나 술식을 쓰지 않아 지금까지 보관만 해 왔는데 이렇게 쓰이게 되는군요.”

형오래가 담담한 척 하면서도 조심스러운 손길로 옥함을 열어 그 안에서 다시 청색의 옥병 하나를 꺼냈다.

옥병은 청색이었지만 안이 훤히 보이도록 투명했는데 그 안에 금색의 액체가 가득 차 있었다.

“그것이 금강불가살의 진혈이란 말입니까? 금강불가살이 실존하는 것이었습니까?”

“이름만 간신히 들었을 뿐, 실체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는데, 그 진혈이 있었습니다 그려?”

공평부와 조월이 금강불가살이란 말에 깜짝 놀라며 형오래의 손에 들린 옥병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그런 중에 건우는 형오래가 옥함에서 옥병을 꺼내는 순간 자신의 몸에서 무명공이 극렬하게 반응하는 것을 느끼며 깜짝 놀라는 중이었다.

‘이게 왜 이래?’

내색하지 않으려 했지만 건우의 몸에서 반응이 일어난 것을 세 입령기 수사들도 놓치지 않았다.

그들이 건우를 보았을 때, 건우의 몸에서는 성해룡의 진혈과 쌍두단미영원의 진혈, 칠채선호접의 진혈이 모두 요동치고 있었다.

“특이하군. 이미 흡수한 진혈들이 반응을 보이다니.”

“아무래도 상위급의 진혈을 마주하니 위기함을 느낀 것이 아니겠습니까.”

“으음. 어쩌면 금강불가살의 특성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조월과 공평부가 진혈들의 반응을 추측할 때, 형오래가 조금 더 구체적인 이유를 들고 나왔다.

모두의 시선이 형오래에게 모이는 것은 당연했다.

“이 진혈의 주인인 금강불가살은 영수나 괴수를 먹이로 삼는 놈이었습니다. 아시겠지만 불가살마다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먹이가 있고, 그것 이외에는 먹지 않지요.”

“그건 들어 알고 있습니다. 어느 불가살은 쇠만 먹고, 어느 불가살은 불(火)만 먹고, 어느 불가살은 이슬만 먹었다지요?”

“그 이야기는 들었습니다만 그 중에서도 금강이란 이름이 붙은 불가살은 그야말로 태어날 때부터 강력한 괴수여서 때로는 한 계를 모두 먹어치우는 경우도 있다고 했지요.”

“아주 강력한 경우엔 그렇지요. 그래서 쇠를 먹는 불가살을 막지 못하면 종국에는 그 계에 쇠란 쇠는 모두 먹어치우고 먹을 것이 없어 굶어 죽기도 하지요.”

“따지고 보면 쇠가 없다고 아주 못 살 것도 아니니 그 정도면 어찌어찌 감수할 만한 재앙이긴 하겠습니다.”

“먹이의 종류가 딱 정해져 있으니 그런 면이 있긴 하지요. 그게 아니었다면 불가살은 지금보다 훨씬 큰 재앙이 되었을 것입니다.”

잠시 이야기가 딴 곳으로 흐르고 있었지만 건우는 불가살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 나쁘지 않았다.

그래서 조용히 귀를 기울이고 있는데 다시 형오래가 진혈의 주인에 대한 이야기로 화재를 돌렸다.

“어쨌거나 이 진혈의 주인이었던 금강불가살은 영수나 괴수를 먹이로 삼아 첨목 산맥을 종횡했는데, 그러던 중에 우리 목령일족을 돌보던 신수를 금강불가살이 잡아먹었지요. 그 때, 금강불가살의 몸을 다섯 조각으로 갈랐다고 하는데, 그 중에 하나에서 취한 진혈이 바로 이것입니다.”

“첨목산맥에서 목령 일족을 돌보던 신수라면?”

“그 경지가 아득하겠습니다.”

공평부와 조월이 신수와 그 신수를 잡아먹은 금강불가살의 이야기에 안색이 창백해졌다.

입령기인 그들이 느끼는 압박감은 건우에 비해서 훨씬 큰 모양이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나는 짐작도 못할 존재감을 저들은 조금 더 구체적으로 느끼는 모양이군.’

건우는 그들의 표정을 보고 그렇게 짐작했다.

“어쨌건 그 일로 우리 일족은 보호자를 잃었고, 이후 연이어 다른 일족의 공격으로 큰 전쟁이 벌어졌다지요. 그 결과가 지금 염부제에 있는 우리 일족의 모습이긴 합니다만.”

싸움에 패해 이곳까지 밀려왔다는 이야기다.

“듣자니 그럼 그 진혈의 주인이 아직도 살아 있을 가능성이 높지 않습니까.”

“그렇군요. 불가살의 몸이 다섯 조각으로 나뉘었다고 죽을 리는 없으니 말입니다.”

조월과 공평부가 불가살의 질긴 생명력을 거론하며 불가살의 생존 가능성을 높게 보았다.

“그야 그렇겠지만 까마득한 시간이 흘렀으니 지금은 어찌 되었을지 모를 일이지요. 그리고 그만한 위험은 감수할 가치가 분명한 진혈입니다. 무려 태령기 급의 금강불가살의 진혈이니 말입니다.”

“으음.”

“허어, 태령기 금강불가살의 진혈이라······.”

형오래의 말에 조월과 공평부가 고심이 깊어졌다.

하지만 결국 그들의 시선은 건우에게 몰릴 수밖에 없었다.

결정은 건우가 할 일이니.

“어르신께서 그것을 제게 주신다면 후배는 감사히 받겠습니다. 제가 내 놓은 비전이 그만한 가치가 있다 하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건우는 전혀 머뭇거리지 않고 금강불가살의 진혈을 받겠다고 나섰다.

‘이건 먹다 죽어도 먹어야 할 거다. 자그마치 태령기 괴수의 진혈인데 망설이는 것이 바보같은 짓이지.’

진혈의 주인인 금강불가살이 살아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 따위는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만약 그 금강불가살을 만나 위기가 닥치더라도 그것은 나중의 일이고, 무명공이라면 어떻게든 진혈의 주인이 피에 간섭하려는 것을 막아줄 것이라 믿었다.

“좋아. 그럼 이건 이제 네 것이다.”

건우의 대답에 형오래는 옥병을 다시 옥함에 담은 후, 건우에게 밀어 주었다.

천천히 허공을 가로질러 오는 옥함을 건우가 공손히 두 손으로 잡았다.

그리고 의념을 불어넣어 내용물을 확인하고는 소매 속으로 밀어 넣었다.

“이리되면 나와 공 수사가 형 수사에게 진혈의 삼분의 일씩 가치를 보전해 줄 일만 남았군.”

“그야 우리끼리 이야기를 하면 될 일이 아니겠습니까. 아울러서 내일부터 과 수사까지 끼어 교류회를 할 것이니 그 중에 형 수사 대신에 값을 치러 줄 수 도 있는 일이고 말입니다.”

“그럴 수도 있긴 하겠습니다. 어쨌거나 이제 이 비전은 우리 셋의 것이 되었습니다. 거기 후배도 인정하겠지?”

조월이 건우를 보며 확인하듯 물었다.

“물론입니다. 이제 그 비전은 세 분의 손에 들어갔으니 어찌 활용을 하시더라도 후배는 말을 하지 않겠습니다.”

“하하하. 너는 우리가 이것을 어찌 쓸지 짐작이 가는 모양이구나?”

건우의 말에 조월이 크게 웃었다.

건우는 살짝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아마도 그 비전으로 제가 얻은 것보다 훨씬 더 큰 보상을 얻으시겠지요. 아무리 멸계전을 준비하기 위한 것이라 하더라도 어찌 손해만 볼 수 있겠습니까?”

“너는 그것을 알면서도 우리에게 이것을 넘겼느냐?”

건우의 말에 형오래가 비전의 내용이 들어 있는 옥간을 들어 보이며 물었다.

“저는 제가 팔 수 있는 좋은 가격에 그것을 팔았습니다. 그 후에 어르신들께서 그것을 더 나은 가격에 팔 수 있는 것은 어르신들의 능력이지요. 후배는 그런 능력이 없어서 지금의 소득으로 충분히 만족하고 있습니다.”

건우는 이미 일이 이렇게 될 것을 짐작하고 있었다.

매신전귀단의 조월이 아무리 멸계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해도 제 주머니의 손해를 당연하게 받아들일 것 같지는 않았다.

그것은 멸계전을 수 백 만년동안 지속한 그곳 인계에서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나는 아쉽지 않은 가격에 팔았고, 그것에 살을 붙여 되파는 것은 저들의 능력이지. 그나저나 교류회에선 어떤 물건들이 나오려나?’

건우는 이미 끝난 거래에 대해서는 미련을 버렸다.

대신 내일부터 이루어질 교류회에 관심을 두었다.

뜻밖의 일로 귀한 진혈을 얻게 되었으니 증장성으로 가려던 주요 목적 중에 하나를 달성했다.

그렇다면 다른 목적들도 어느 정도 이룰 수 있지 않겠는가.

‘인계와 영계는 확실히 다르다. 금강불가살의 진혈을 인계에서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그런 것을 이렇게 쉽게 얻게 된 것은 그만큼 영계의 수련 환경이 인계보다 풍족하기 때문이겠지. 어쩌면 내가 구하려는 재료나 자원들도 생각보다 쉽게 얻을 수 있을지 모른다.’

만약 그렇다면?

당연히 눈높이를 몇 단계 더 높일 필요가 있으리라.

그런 생각을 하며 건우는 다시 조월 등의 수사들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수미세계에 대한 소소한 정보를 얻어 나갔다.

*   *   *

교류회는 이틀 동안 진행이 되었지만 건우는 사실상 들러리에 불과했다.

입령기 수준의 수사들이 내 놓은 재료들은 하나같이 값진 것이어서 건우가 가진 것들로는 바꿔볼 만한 것이 없었다.

그나마 건우가 숨겨두고 있었던 멸기함분 하나가 수사들의 관심을 끌었지만 결국 교환되지는 못했다.

건우는 멸기함분에 들어 있는 진극멸기의 가치를 굉장히 높게 보았지만 조월 등에겐 그저 연구해 볼 가치가 있는 특별한 기운 정도에 불과했던 것이다.

멸기함분의 진극멸기를 취해서 경지를 높이는 멸계 수사의 방식을 그들이 취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건 건우 역시 마찬가지였다.

건우는 멸계전이 시작된 수미세계에서라면 진극멸기를 흡수하여 경지를 높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었다.

그 때문에 이전 세상에서 공을 들여 멸기함분을 모았던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건우의 나타결공법은 화신기 완경에서 벽을 만났다.

쌍두단미영원의 한계가 딱 거기까지였다.

그 이상의 경지로 올라설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니 여기서 진극멸기를 더 흡수했다가는 정말로 멸계 수사가 될 수도 있었다.

나타결공법으로는 더 이상의 진극멸기 흡수가 불가능한 상황.

여기서 억지로 진극멸기를 흡수하면 극멸기가 혼돈기와 영기를 잡아먹게 될 것이다.

완전한 멸계 수사가 되어 버린다는 이야기다.

그러니 모아둔 멸기함분도 쓸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멸계로 간 선태 괴수에게 멸기함분을 절반 이상 몰아준 것이 다행이군. 그곳에서는 잘 쓸 수 있겠지.’

건우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멸기함분을 아공간 한 켠에 격리된 공간으로 밀어 넣었다.

다른 곳과 달리 극멸기가 가득한 영역이었다.

‘그나저나 과동채 수사와 다른 두 수사 사이의 알력이 장난이 아니네. 게다가 과동채는 노골적으로 나를 싫어하고. 서둘러 호지성을 떠나는 것이 좋을 수도 있겠어.’

건우는 형오래나 공평부와 교류를 이어가고 싶었지만 과동채의 눈치가 심상치 않았다.

교류회 중에도 은근히 건우를 압박하더니 교류회 직후 조월이 매신전귀단과 함께 모습을 감추자 노골적으로 건우를 적대했다.

‘상황 봐서 호지성을 떠나야지. 그 후에도 과동채가 나를 노린다면 그 때는······.’

건우가 부양도의 누각에서 호지성을 내려다보며 어금니를 지그시 깨물었다.

< 금강불가살(金剛不可殺)의 진혈(眞血)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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